도서 소개
7년 동안 바닷길 위에서 겪었던 기쁨과 슬픔, 안타까움과 감동이 고스란히 담긴 청소년 생태 에세이다. 저자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5년부터 고3인 올해까지 매년 새만금을 걸으며 생명의 갯벌이 죽음의 사막으로 변해 가는 과정을 직접 보고 듣고 느껴 왔다. 이 책은 1천2백km가 넘는 거리를 두 발로 누비며 성장한 소년의 생생한 기록이다.
노을에 젖어드는 살금갯벌은 아이의 가슴에 ‘내 마음 속의 천국’으로 남았다. 새만금에서 제일 넓은 거전갯벌은 캐도 캐도 끝이 없는 조개천국이었다. 그러나 방조제 완공 이후 그 갯벌들은 죄다 모래바람 날리는 죽음의 황무지로 변해버렸다.
빨간 칠면초로 뒤덮였던 드넓은 화포 염습지는 육상식물들에게 자리를 내주었고, 수십만 마리를 헤아리던 도요새들의 황홀한 군무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망둥어와 짱뚱어, 지평선을 뒤덮은 조개들의 시체, 이미 죽었거나 혹은 죽어가는 수많은 갯생명들.
메마른 갯벌 위에 찍힌 발자국들이 늘어나는 동안 아이는 차츰 소년이 된다. 새만금의 아름다움에 반했던 초등학생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안타까워하는 중학생으로, 그리고 죽음과 파괴에 분노하는 고등학생으로의 변신, 숱한 의문과 고민과 깨달음이 동반된 그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생명’이라는 화두가 한 아이를 어떻게 성장시켜 왔는지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출판사 리뷰
두 발로 엮어 낸 순례자의 기록
새만금 간척에는 늘 ‘최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한국 최대의 갯벌, 단군 이래 최대 공사, 세계 최대 방조제(33km), 그리고 최대 규모의 반대운동. 2006년 봄의 끝물막이 공사는 15년에 걸친 기나긴 싸움의 비극적 종지부였고, 이후 새만금에서는 세인들의 망각을 틈탄 '사상 최대의 환경파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그 처참한 현장을 묵묵히 발로 훑어 온 작은 순례 행렬이 있다.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 교사 모임(환생교)’에서 2003년부터 진행해 온 ‘새만금 바닷길 걷기’가 바로 그것. 방조제 양끝 지점인 군산 비응도에서 부안 해창까지 180여 km의 해안을 1주일간 걷는 여름방학 프로그램이다.
글쓴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5년부터 고3인 올해까지 매년 새만금을 걸으며 생명의 갯벌이 죽음의 사막으로 변해 가는 과정을 직접 보고 듣고 느껴 왔다. 『소년, 갯벌에서 길을 묻다』는 7년 동안 바닷길 위에서 겪었던 기쁨과 슬픔, 안타까움과 감동이 오롯이 담긴 청소년 생태 에세이다. 1천2백km가 넘는 거리를 두 발로 누빈 순례자의 생생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여느 환경도서들이 빠지기 쉬운 당위론이나 상투성을 훌쩍 뛰어넘는다.
새만금 바닷길 위에서 성장한 소년
노을에 젖어드는 살금갯벌은 아이의 가슴에 ‘내 마음 속의 천국’으로 남았다. 새만금에서 제일 넓은 거전갯벌은 캐도 캐도 끝이 없는 조개천국이었다. 그러나 방조제 완공 이후 그 갯벌들은 죄다 모래바람 날리는 죽음의 황무지로 변해버렸다.
빨간 칠면초로 뒤덮였던 드넓은 화포 염습지는 육상식물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수십만 마리를 헤아리던 도요새들의 황홀한 군무는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새만금의 상징이던 붉은 농게는 바닷물 끊긴 갯벌 위에서 마지막 숨을 헐떡인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망둥어와 짱뚱어, 지평선을 뒤덮은 조개들의 시체, 이미 죽었거나 혹은 죽어가는 수많은 갯생명들.
메마른 갯벌 위에 찍힌 발자국들이 늘어나는 동안 아이는 차츰 소년이 된다. 새만금의 아름다움에 반했던 초등학생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안타까워하는 중학생으로, 그리고 죽음과 파괴에 분노하는 고등학생으로의 변신! 숱한 의문과 고민과 깨달음이 동반된 그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생명’이라는 화두가 한 아이를 어떻게 성장시켜 왔는지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책이 진지한 환경 에세이인 동시에 감동적 성장 에세이이기도 한 건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재앙을 증언하는 어민들의 육성
글쓴이의 눈에 비친 건 죽어가는 갯생명들만이 아니다. 바다와 갯벌에 기대 살아온 어민들 역시 그릇된 개발로 인해 고통 받는 생명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쏟아내는 이야기들이야말로 육중한 방조제로도 막을 수 없는 ‘새만금의 진실’일 터, 7년 동안 꼼꼼하게 질문하고 녹취했던 어민들의 처절한 육성이 책 곳곳에 증언처럼 실려 있다.
갯벌 보전이 누구보다도 절실했던 맨손 어민들, 갯벌 배움터를 손수 만들고 운영했던 계화도 사람들, 유령포구로 변해 가는 하제항(港) 사람들, 갯벌을 잃고 막일로 내몰린 내초도 사람들, 남의 비닐하우스에 새벽일을 나가는 조개잡이의 달인들……. 그들에게 닥친 재앙은 갯생명들을 덮친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누구보다도 열렬한 여성 투사였다가 방조제 완공 직후 비극적 죽음을 맞은 고 류기화 씨의 사연은 새만금의 무수한 죽음들을 상징하는 비극의 절정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안타까움을 뛰어넘는 비판과 대안
청소년 에세이라고 해서 감상적 안타까움에만 머무르는 건 아니다. 글쓴이는 새만금 간척 과정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명분의 허구성과 공사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새만금 방조제의 ‘경쟁 상대’였던 네델란드 주다치 방조제가 생태복원의 대표적 사례로 탈바꿈한 것을 지적하며 한국 정부의 ‘청개구리 짓’을 공격하기도 한다.
갯벌을 되살리기 위한 대안 역시 빠지지 않는다. 환경단체와 어민들이 일관되게 주장해 온 ‘해수 유통’이 바로 그것. 방조제 중간에 있는 2개의 수문을 상시 개방하여 갯벌에 다시 바닷물을 들이라는 주장이다. 이 대목에서 글쓴이는 새만금 간척의 모델이었던 일본 이사하야 만의 해수 유통 최종 결정(2010년)을 상기시킨다. “이사하야 만의 오늘은 새만금의 내일이 될 것”이라는 게 글쓴이의 굳은 믿음인 동시에 소망이다.
그밖에도 글쓴이는 여러 사례들을 통해 간척의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개발론자들의 빗나간 예측을 실증적으로 입증한다. 세계적 도요-물떼새 도래지였던 새만금의 도요새 개체 수는 2005년 20만 마리에서 2011년 9천여 마리로 까마득하게 줄었고, 전국 생산량의 2/3를 차지했던 백합(생합)은 2010년에 1/10로 급감했다고 한다.
이렇듯 다양하게 갯벌 파괴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는 이 책은 새만금 간척의 문제점에 대한 종합적 비판서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생명이 희망이다! 우리들이 희망이다!”
글쓴이는 마른 갯벌 위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있는 농게들을 보며 새만금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길을 잃은 것처럼 막막하고 아득한 순간마다 이정표처럼 홀연히 나타나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새만금의 생명들! “녀석들 덕분에 나는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자연과 생명을 지키는 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을……”이라는 대목에서 독자들은 이 책의 제목이 갖는 의미를 새삼 확인할 수 있다.
모두가 끝났다고 되돌아선 싸움, 모두가 이미 저 갯벌은 갯벌이 아니라고 외면하는 상황에서 묵묵히 새만금의 바닷길을 걸어 온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 “이 책은 ‘자연’이라는 이름의 미래를 되찾기 위한 나의 노력인 동시에 권리 선언”이라고 당차게 외치는 글쓴이에게 「부안21」의 허철희 대표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기꺼이 소중한 사진들을 제공했다.
제주 강정마을에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삼보일배’의 주역 문규현 신부 역시 바쁜 시간을 쪼개어 가슴 뭉클한 추천사를 보내 왔다. 추천사 말미의 “아이들이 희망입니다”라는 대목과 글쓴이의 에필로그 맨 끝 “우리들이 희망이다”라는 대목이 거짓말처럼 일치하는 건 머지 많아 새만금이 다시 생명의 갯벌로 되살아나리라는 예언 같은 전조가 아닐까?
어쩌면 나는 그 동안 갯벌 위에서 길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7년이나 걸었던 익숙한 바닷길이지만 방조제가 막힌 뒤부터는 왠지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막막하고 아득할 때가 너무나 많았다. 누구든 붙잡고 꼬치꼬치 길을 묻고 싶었다.
씩씩하게 살아남은 농게들은 그런 내게 소중한 이정표였다. 지금까지 제대로 걸어 왔음을 확인시켜 주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 방향으로 나아가라고 알려 주는 선명한 이정표! 녀석들 덕분에 나는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자연과 생명을 지키는 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안다. 앞으로도 새만금을 걸으면서 무수한 주검들을 보게 되리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걷다 보면 또 어디선가 살아 있는 생명들을 만날 테고, 녀석들을 통해 다시금 희망을 지피게 되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건 새만금이 되살아나는 그날까지 끊임없이 되풀이되리라는 것도!
내가, 그리고 우리가 걷는 이유를 그해 여름에 만난 농게들이 다시 한 번 분명하게 일깨워 주었던 것이다.
가끔 상상해 본다. 훗날 다시 바닷물이 밀려들어온 새만금을 즐겁게 걷는 순간을! 저 너머 갯벌에서 갑자기 수만 마리의 도요새들이 날아올라 황홀한 군무를 보여주는 모습을! 너무나도 감격스럽고 아름다울 그 장면을 떠올리며, 녀석들의 군무를 머릿속으로 가만히 안무해 본다.
4월 21일.
마지막 돌덩어리들이 덤프트럭에서 쏟아져 내렸다. 방조제 위에선 때 아닌 태극기가 펄럭였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한국의 간척 역사가 미래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한 아주머니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셨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할 말을 잃고 묵묵히 눈앞의 절망을 응시했다. 그토록 비통하고 절망스러운 표정을 나는 그 전에도 그 뒤에도 결코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새만금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새만금은 단지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맞이했을 뿐이고, 모든 고통엔 반드시 끝이 있으니까 말이다.
이제 5년이 지났으니 고통이 끝날 시간도 5년만큼 가까워졌을 것이다.
작가 소개
저자 : 윤현석
199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열한 살이던 2003년, 엄마 손에 의해 끌려간 어린이환경캠프에서 건성으로 비디오를 보다가 삼보일배 장면에서 왠지 모를 감동을 느끼고 '새만금'이라는 세 글자를 기억 속에 저장해 둔다.2005년부터 매년 여름 새만금 바닷길을 걸으며 처음엔 아름다움에 반했고, 그다음엔 사라지는 것들을 안타까워했고, 나중엔 죽음과 파괴에 대해 분노했다. 그 과정에서 지식과 과격함을 겸비한 생태주의자로 삼단 변신하게 된다. 중3 때인 2008년엔 ‘청소년 습지연구 공모전’에서 「한강 하구 모니터링 보고서」로 해양수산부장관상을 받는다.지금은 미국 버몬트 주 산골짜기의 ‘Putney School’이라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며 새벽에 교내 농장의 소똥을 치운 뒤 황소처럼 교실로 달려간다. 공부가 안 되거나 울적할 땐 학교 숲을 곰처럼 어슬렁대기도 한다. 교내 '지속가능 클럽' 회원이고 자연주의자 포스도 풍기지만 채식주의자는 절대 될 생각이 없다. 장래 희망은 보전생태학(Conservation Ecology)을 전공하여 생태복원 전문가가 되는 것. 새만금과 4대강을 되살릴 때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되살리지 못하면 평생 실업자로 지낼 수도 있지만 별로 걱정하진 않는다. 왜? 기필코 복원될 거라는 굳은 믿음이 있으니까.
목차
추천사 - 아이들이 생명의 갯벌입니다 (문규현 신부)
프롤로그 - 그 길 위에 생명들이 있었다
1장 한 걸음 또 한 걸음
새만금의 모든 길들 1
바닷길 위에서 보낸 시간들
새만금의 모든 길들 2
새만금의 모든 길들 3
우리들의 노래
모람모람 걷자!
2장 닫힌 바다, 마른 갯벌
내 마음의 천국, 살금갯벌
뭣 땜에 바다를 막냐 이거여!
기억 속의 들꽃, 만경강 다리
염전 이야기
조개들 사라진 거전갯벌
명품 도시보다 일품 갯벌
거북이 섬 이야기
고구마 밭이 되어 버린 백합 밭
바다는 막고 산은 허물고
사람은 자연을 이길 수 없다
방조제 밖까지 밀려온 재앙
3장 새만금에 깃든 생명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
도요 도요 도요새 도와 달라 외치네
짝짝이 집게 농게
날아라 짱뚱어
갯벌에 사는 백로 황로들
캐도 캐도 끝이 없던 조개들
염습지를 수놓은 염생식물들
갈대밭으로 변한 염습지에서
4장 퍽퍽해진 갯살림
유령 포구가 될 하제항
어민들을 위한 변명
어부로 살고 싶다
마구잡이 조개잡이
쓰레기장으로 내몰린 갯사람들
5장 슬픔, 그리고 희망
눈을 부릅뜬 해창의 장승들
생명들을 껴안은 삼보일배
새만금 막히던 날
새만금 갯벌과 하나 된 운명
시민들의 눈!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
사라진 것들과 남은 것들
살아 줘서 고마워! 농게야
에필로그 - 우리들이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