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언택트’의 세대, 문학은 여전히 당신에게 가 닿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격리와 단절의 시대, 격월간 문학잡지 『Axt』가 좀 더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를 찾아간다. 문학을 매개로 저쪽과 이쪽, 문학의 안과 밖이 연결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표지와 내용에 변화를 주었다. 2015년,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젊은 문예지의 포문을 열었던 『Axt』는 더 산뜻해진 표지, 더 직관적인 텍스트와 함께 좀 더 ‘잡지다운’ 모습을 선보인다.
내용 면에서는 국경과 시대를, 책의 안과 밖을 가로지르는 한층 다양한 읽을거리를 충족한다. 특별히 해외문학을 조명하는 기획들이 독자를 기다린다. 동시대 동아시아의 문학을 특집으로 조명하는 한편 현재 번역 중이거나 갓 번역이 완료된 해외문학에 대한 소식 역시 접할 수 있게 했다. 격월간 잡지의 기동성을 살린 시의적 콘텐츠들이 내실 있게 가득 찬 셈이다. 국내 작가를 조명하는 이전의 지면 역시 건재하다. 더 좋은 소설을 위한 지면으로서의 기능은 『Axt』가 문예지로서 일관성 있게 견지해온 장점이기도하다. 여기에 물성을 가진 ‘책’을 있게 하는 편집자, 번역가,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목소리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획이 추가되었다. 문학을 둘러싼 다양한 요소들을 두루 아울러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접촉이 불안과 두려움으로 치환된 세계에서 『Axt』가 새롭게 준비한, 그리고 언제나처럼 우직하게 지켜온 문학을 향한 깊은 애정이 독자 여러분께 가 닿기를, 읽고 쓰는 우리가 물리적 공간을 넘어 문학으로 연결되기를 감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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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새 코너는 table이다. 최근 출간된 해외문학 중 하나를 골라, 책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 분을 모시고 짧은 좌담을 꾸렸다. 첫 손님으로는 얼마 전 재출간된 팀 오브라이언의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을 번역하고 출간한 편집자이자 번역가 이승학이 자리했다. 독립출판 ‘섬과달’의 대표이기도 한 이승학은 팀 오브라이언을 독립출판사 섬과달의 첫 책으로 선정한 장본인인 만큼, 팀 오브라이언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애정을 바탕으로 작품의 안팎을 넓고 꼼꼼히 다뤄주었다. 편집위원 손보미 김유진, 편집자 백다흠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번역과 출간 과정에 있었던, 말 그대로 책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이야기가 독자를 기다린다.
antenna에서는 동아시아 해외문학을 특집으로 다룬다. 해외문학 중에서도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관계 맺으며 동시대적으로 움직이는 동아시아의 문학을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 그 첫 순서로는 번역가 강영희가 대만 출판계의 흐름을 소개한다. 대만을 이야기할 때, 중국의 상황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강영희는 대만의 출판문화가 코로나19로 봉쇄를 겪은 우한의 상황을 전하는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팡팡의 『우한 일기』와 궈징의 『우한 봉쇄 일기』를 소개한다. antenna는 대만으로 시작하여 동아시아의 여러 주목할 만한 이슈와 작품을 다루는 일을 계속하려 한다. 독자들의 응원과 관심을 바란다.
번역가가 자신이 번역한 작품에 대해 소개하는 ing도 다시 독자 여러분을 찾는다. 문학을 구성하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감내하는 번역가들의 여러 고민들과 생각이 에세이에 담긴다. 독자에게는 아직 출간이 되지 않은 작품을 미리 만나보고, 마음속 버킷리스트에 담아둘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번역가 민은영이 번역 중인 니콜 크라우스의 작품에 대해 말한다. 한국어로 쓰인 문학과 번역의 문장을 비교하며 그 간극을 응시하고 건너가는 위험하고 아름다운 작업의 순간에 초대받는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
book cover에서는 독자가 책을 만날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책의 얼굴이자, 물성을 가진 책의 안팎을 가로지르는 공간인 ‘책 표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책 표지를 통해 만난 일러스트레이터에게 글과 그림을 부탁했다. 처음으로 소개할 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 우연식이다. 최근 『밤의 얼굴들』 『GV 빌런 고태경』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 등을 통해 내면을 표현하는 독특한 일러스트로 독자를 만나온 우연식이 책을 대하는 마음에 대해 글을 보내주었다. 글과 더불어 그의 매력적인 작품을 독자여러분께 소개한다. ‘책 표지’를 매개로 새로운 미디어가 독자를 만나는 순간의 희열을 기대해본다.
한편 일상의 소중함이 무엇보다도 간절해지는 전염병의 시절, 소설가의 일상을 담은 diary를 소개하게 되어 기쁘다. 일상을 들여다보는 소설가의 눈길을 따라가면, 따듯한 순간, 섬뜩한 순간, 가장 순수하게 소설적이거나 가장 순수하게 비-소설적인 순간을 만나게 된다. 유난히 긴 비 소식에 지치고 힘들었던 이번 여름, 우리는 소설가 정용준에게 그의 8월을 요청했다. 그의 눈에 담긴 8월의 풍경들, 이를테면 어두운 고속도로를 달리던 순간과 그 끝에 ‘귀여운 담양토마토’를 마주하는 순간들이 사진과 함께 도착했다. 독자들의 8월과 같거나 다른 일상의 순간들을 음미해주시기를 바란다.
● cover story “보이지 못해서 안 보이고, 말해지지 못해서 안 들린 것들이 있으니까요. 보이지 못한 고통, 말해지지 못한 고통…… 말을 못하는, 말을 참는 사람들에게 시선이 더 가는 것 같긴 해요. 누군가는 ‘나 아파’ 하고 말하지요. 하지만 누군가는 말을 못하지요. 누군가의 아픔이 더 클까? 그건 알 수 없지만, 아파도 그걸 소리내어 말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발화되지 못한 고통에 마음이 더 흘러요.”
―김숨, 「cover story」 중에서
한 호에 한 명의 작가를 주목하는 cover story 역시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32호의 인터뷰이는 강제이주 열차에 탑승했던 고려인, 일본군‘위안부’ 등, 말해지지 않았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소설로 끊임없이 복원해온 김숨이다. 피해와 가해의 이분법이 가득한 세상에서 끊임없이 ‘내가 제대로 알고 있나’를 고민한다는 그는 고민의 결과를 소설로써 말하고자 한다. 일면 은둔으로 보이는 엄밀함을 통해 그는 점점 더 환한 곳으로 나아간다. 그가 당도할 환한 곳에 독자 여러분들이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인터뷰는 문학평론가 백지은이 진행해주었다. 김숨 작품 속 장소와 인물에 대해 짚어내는 통찰력 있는 질문을 따라가다보면, 깊고 풍성한 소설의 영역으로 진입해 있는 우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불안과 위험의 시대를 견뎌내는 방식에 대한 문답 역시 이 시기의 모두가 읽어봄직하다. 어려운 시기에 귀한 연결의 시간을 만들어준 두 분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 intro 변화를 꾀한 32호의 첫 자리, intro에는 시인 김혜순이 함께 해주었다. 문학의 목소리를 상기시키는 그의 글은 문학이 담당해야 하는 일, 문학의 본질에 대해 환기한다. 말하는 일, 받아 적는 일, 그 역할을 담담히 감내해온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다. 그 에너지를 이어 받아,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또렷하고 카랑카랑한 정신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읽고 쓰기 위해 이 잡지를 힘껏 열어젖힌다.
● review * biography창간부터 『Axt』의 주요 꼭지였던 review 역시 건재하다. 김성중 정지돈 민병훈 전예진 백은선 안미옥 오은교 7명의 필진이 읽은 것들에 대해 나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문학을 통로로 하여 서로 감상을 나누는 일의 중요성을 믿는다. 그 속에서 독자들이 책장에 담아갈 소중한 이야기를 만나게 되기를, 설레는 독서의 경험을 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신예 작가들의 에세이를 담는 biography에서는 소설가 조우리 박선우의 이야기가 독자를 기다린다. 첫 번째 소설집을 내는 두 소설가가 가진 마음이 독자들에게 전달되기를, 반짝반짝 빛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발견되기를, 그리하여 우리의 책장에 그들의 이야기가 앞으로 계속 꽂혀 나가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본다.
● insite * cross * colors다른 작품들과 상호교류하며 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코너들도 여전하다. 사진잡지 『VOSTOK』와 함께하는 insite에서는 원자폭탄에 피폭된 피해자의 삶을 다룬 사진작가 김효연의 작품을 다룬다. ‘조명받지 못한 우리의 역사’를 향해 카메라를 가져다대는 작가의 용기 속에서 우리는 뒤편의 역사를 보게 된다. 영화와 문학의 교차를 꿈꾸는 cross에서는 연상호 감독의 영화 <염력>을 문학작품과 함께 읽는다. 시인 황인찬은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와 『백의 그림자』를 함께 다루며 부조리한 세계 앞에 선 인간에 대해 말한다. 소설가 이종산은 <염력>이 가지고 있는 ‘히어로물’이라는 특징에 초점을 맞춰 『보건교사 안은영』 『재인, 재욱, 재훈』 『유원』을 함께 읽었다. colors에서는 나츠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지금의 시공간 속에 다시 펼쳐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제목을 알고 있음에도 완독률이 낮다는 이 소설을 소설가 김종옥과 평론가 손정수가 함께 읽는다. 이러한 같이 읽기의 경험이 독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기를 바란다.
● short story * novel소설을 위한 지면도 굳건하게 자리한다. short story에는 소설가 윤성희 김조을해의 단편이 실렸다. 윤성희의 「네모난 기억」은 삶과 죽음의 순간을 빗겨가며 맞물리는 생의 기억을 따라 관계의 역사를 드러낸다. 한편 김조을해의 「한나의 숙제」에는 어린 화자가 바라보는 부조리의 풍경이 발랄하고도 영민한 톤으로 제시된다. novel에는 작가 박연준의 「여름과 루비」, 소설가 황현진의 「곽」이 연재된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고요하고 맹렬하게 이야기의 가지를 뻗어가는 연재소설들을 따라 읽어주시기를, 그 속에서 문학의 재미를, 또 한편 기다림의 재미를 느껴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