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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
문학동네 | 부모님 | 202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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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근대 단편소설의 거장이자 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오라시오 키로가의 대표작. 중남미 환상문학의 기틀을 마련한 작품이라 평가받는 「깃털 베개」와 「목 잘린 닭」을 비롯해 총 열여덟 편의 작품이 담겨 있으며, 앞의 두 작품과 「멘수들」을 뺀 나머지 열다섯 편은 국내에 최초로 선보이는 작품들이다. 1917년 출간된 이 소설집은 ‘사랑’ ‘광기’ ‘죽음’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통해 삶의 불분명한 표면 아래 숨어 있는 진실, 재현 불가능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를 드러내 보인다.

  출판사 리뷰

<셰이프 오브 워터> 영화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가 사랑하는 작가!
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의 선구자 오라시오 키로가의 대표작


근대 단편소설의 거장이자 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오라시오 키로가의 대표작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0번으로 출간된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우루과이 작가다. 중남미 환상문학의 기틀을 마련한 작품이라 평가받는 「깃털 베개」와 「목 잘린 닭」을 비롯해 총 열여덟 편의 작품이 담겨 있으며, 앞의 두 작품과 「멘수들」을 뺀 나머지 열다섯 편은 국내에 최초로 선보이는 작품들이다. 1917년 출간된 이 소설집은 ‘사랑’ ‘광기’ ‘죽음’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통해 삶의 불분명한 표면 아래 숨어 있는 진실, 재현 불가능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를 드러내 보인다.

근대 단편소설을 이룩한 위대한 한 축 오라시오 키로가

“에드거 앨런 포와 기 드 모파상의 영향 아래 라틴아메리카 특유의 감수성과 지역적 특색을 가미해 환상문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선구자 오라시오 키로가는 평생 이백여 편의 단편소설을 남겼다.
그는 1878년 12월 31일 우루과이 살토에서 태어났다. 몬테비데오 국립중등학교를 거쳐 살토 기술학교에서 수학했으며, 1896년 친구들과 ‘삼총사 모임’을 결성해 프랑스 퇴폐주의 시 등을 읽고 직접 시와 산문을 쓰기 시작한다. 그 무렵 기존의 규범과 가치에 반기를 드는 문학운동인 모데르니스모의 미학에 경도되었고 『사회지』 『개혁』과 같은 잡지에 글을 기고하다 1899년에는 문예지 『살토지』를 창간해 첫 단편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와 문학 및 사회 비평을 발표한다. 이듬해, 당시 라틴아메리카 지식인들에게 정치적·문화적 이상향이던 파리로 떠나지만 두 달여 만에 실망과 환멸만 안고 돌아온다. 그동안 쓴 시와 산문을 엮어 1901년 『산호초』를 출간하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03년 산이그나시오 예수회 유적 조사단에 사진사로 참가해, 아열대 밀림 지역인 미시오네스주를 처음 방문한다. 그 지역에 매료된 키로가는 차코 지방에 거처를 마련하고 목화를 재배하며 이 년을 보낸다. 그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교사 일을 하며 다수의 단편을 썼고, 중남미 환상문학의 기틀을 마련한 작품이라 평가받는 「깃털 베개」와 「목 잘린 닭」 등의 작품을 통해 널리 이름을 알렸다. 차츰 모데르니스모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자기만의 소설세계를 형성해나갔으며, 1910년 산이그나시오로 이주해 밀림에서 생활하며 관찰한 것들을 토대로 『밀림 이야기』 『야만인』 등을 썼다. 1917년 그간 발표한 단편을 모아 아르헨티나 작가인 마누엘 갈베스가 세운 부에노스아이레스 출판 협동조합에서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를 출간해 비평계와 독자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그는 아열대 밀림 지역에서 생활하며 그곳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주로 인간의 불가해한 심리상태 및 밀림처럼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환경 속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나 실수로 죽음에 이르는 인간과 동물의 이야기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중남미문학에 활력을 불어넣은 작가로 평가받는다.

죽음의 그림자와 문학
: 죽음은 추상적 혼란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는 사건이다


“삶과 죽음은 동일한 세계의 대척점에서 빛나는 광선이다. 둘은 시작하고 끝맺는다.”

키로가의 삶은 어린 시절부터 죽음이라는 비극적 경험으로 점철되었다. 태어난 지 두 달 되던 무렵, 아버지가 사냥에서 돌아오는 길에 오발 사고로 가족이 보는 앞에서 목숨을 잃는다. 이후 의붓아버지마저 뇌출혈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되는 비극을 맞고 엽총으로 자살하는데, 열일곱 살이던 키로가가 그 죽음을 목격한다. 1902년에는 키로가가 총을 살펴보던 중 오발되어 문학적 열정을 나누던 친구 페데리코 페란도가 즉사한다. 자신의 실수로 눈앞에서 친구를 죽음에 이르게 한 극적인 사건 이후에도 키로가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죽음은 끝나지 않는다. 1910년에는 누나와 형이 장티푸스로 때 이른 죽음을 맞고, 1915년에는 아내 아나 마리아가 음독자살을 시도해 사경을 헤매다 결국 그가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난다. 1933년, 청년 시절 친구이자 키로가가 외교관으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후원자 역할을 한 발타사르 브룸 대통령이 쿠데타에 항거하기 위해 목숨을 끊는다. 이렇게 수많은 죽음을 목도해야만 했던 그의 비극은 아버지와 형제, 아내와 친구들을 모두 잃는 것으로도 모자라 결국 그 자신까지 집어삼키고 말았다. 1937년, 오라시오 키로가는 위암 판정을 받은 뒤 청산가리를 마시고 자살한다. 평생 그의 주변에 드리워져 있는 듯 보이던 죽음의 그림자는 키로가의 죽음으로도 사라지지 않았고, 몇 년 뒤 장녀인 에글레, 장남인 다리오의 자살로 이어진다.
주변 사람들의 연이은 죽음과 비극적 사건은 키로가의 작품세계에 독특한 색채를 부여했다. 키로가는 삶을 생존을 위한 끝없는 투쟁으로 보았으며,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언제나 자신의 존재를 에워싸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문학은 추상적인 유희가 아니었고, 자연 또는 죽음과 벌이는 투쟁의 방식에 가까웠다. 키로가가 미시오네스주의 아열대 밀림 지역에 거처를 마련한 것은 문명에 대한 환멸과 친구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이기도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신의 삶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몰아내기 위한 도전이었다. 안온한 삶의 조건을 벗어던지고 미지의 세계로 자신을 내던짐으로써 삶을 전면적으로 전복시키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곳으로 떠나 그가 마주한 자연은 심미적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이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세계, 그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실체였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거스를 수 없는 대자연의 법칙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공간, 종내에는 인간을 집어삼키고 지배하는 세계, 즉 삶과 죽음을 동시에 품은 그곳에서 키로가는 죽음이라는 운명과 맞닥뜨린 인간 존재의 모습을 떠올렸다. 키로가가 새로운 문학 형식을 추구하기 시작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그의 작품에서 자연은 거칠고 전투적인 공간이기에 인물들은 한가하게 자연을 관조하며 황홀감을 느끼거나 심오한 사색에 빠져 있을 수 없다. 페르난도 아인사와 레오노르 플레밍 등의 비평가들은 키로가를 인간 대 자연의 갈등을 가장 잘 포착해 그려낸 작가이자 이러한 새로운 소설 영역에서 독보적인 재능을 발휘한 작가라 칭한다.

사랑과 공포, 그 기이한 열정에 사로잡혀
불가해한 삶과 죽음 사이를 헤매는 유한한 존재의 숙명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에서 ‘사랑’ ‘광기’ ‘죽음’은 구두점 없이 연결된다. 통상적인 어법을 따르는 대신 세 관념이 존재론적으로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암시하려는 작가의 의도로 짐작된다. 작품 안에서 이 세 주제는 복잡하게 뒤얽히면서 삶을 새로운 각도로 조망하고 이 세계 너머의 세상, 미지의 세계를 상상해보게 한다.
키로가는 외부 대상뿐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공포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한 공포는 작품 속에서 ‘불가능한 사랑’과 ‘광기’로 나타난다. 키로가의 작품에서 사랑은 대개 어긋난다. 과거의 순수했던 사랑을 그리워하지만 결코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인물들(「사랑의 계절」 「이졸데의 죽음」)이나 환멸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현재의 사랑(「엘 솔리타리오」)이 그려질 뿐이다. 때로 사랑이 이루어지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착란 증세’라는 일종의 ‘광기’ 속에서만 가능하다(「뇌막염 환자와 그녀를 따라다니는 그림자」). 순수한 사랑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랑은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에는 존재할 수 있을지 몰라도 현재에는 가능하지 않으며, 고귀하고 영원한 사랑에 대한 희망은 미래로 끝없이 연기된다. 한편, 「사람들을 자살하게 만드는 배」 「목 잘린 닭」 「깃털 베개」와 같은 작품에서는 ‘광기’라는 주제를 전면적으로 다룬다. 어느 순간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이상한 정신상태가 되어 바닷속으로 몸을 던지는 사람들(「사람들을 자살하게 만드는 배」), 백치가 된 자식들을 방치한 채 정상적인 아이를 갖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힌 부부(「목 잘린 닭」), 신혼생활에 대한 환상이 무너진 뒤 환각에 시달리는 여인(「깃털 베개」)의 이야기는 인간 내면의 욕망이 광기로 표출되는 현상을 다룬다. 이에 더해 통제할 수 없는 밀림이나 오지를 배경으로 인간과 짐승이 맞닥뜨리는 죽음의 상황을 그린 작품들도 있다. 가혹하고 무자비한 자연과 마주한 유한한 존재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 분투한다. 뱀에게 물려 죽음에 이르거나(「표류」), 마취 성분이 든 천연 꿀을 마셨다가 식인 개미떼에게 잡아먹히거나(「천연 꿀」), 죽음의 사자를 발견하고 주인의 죽음을 예견하게 되는 개들의 이야기(「일사병」)는 기존의 삶을 뒤흔들고 ‘죽음’이라는 또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관문을 열어 보인다.
키로가에게 세계는 파악할 수 없는 어지러운 배열로 이루어져 있어 예측하거나 가늠하기 어려운 대상이었다. 자연에는 언제 닥칠지 모를 무시무시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보았기에 그의 작품에서는 갑자기 독사가 등장하거나 폭우가 쏟아지는 등 뜻밖의 사건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 닥쳐도, 인간과 짐승은 쉬이 포기하거나 단념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운명과 맞서 싸우며 삶을 이어가려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 결국 세계는 인간이 벗어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시시때때로 유한한 존재를 집어삼키는 절망과 공포,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자유자재로 연주하며 완벽한 스토리텔링의 모범을 보여준 키로가, 우선 “「목 잘린 닭」과 「깃털 베개」부터 읽어보라. 가히 천재적이다(기예르모 델 토로).”

그전까지만 해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도스토옙스키의 말이 절실하게 가슴에 와닿았다. “삶에서 순수한 추억보다 아름답고, 우리를 단단하게 단련시켜주는 것은 없다.” 네벨은 열여덟 살 때의 아름다운 추억을,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여태껏 가슴에 묻고 살아왔다. 그런데 그 추억이 지금 비탄에 젖은 채, 하녀나 쓰는 허름한 침대 위에 힘없이 쓰러져 있었다. _ (「사랑의 계절」)

부모는 더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 그들의 핏줄, 그들의 사랑이 이런 저주를 받다니! 그들이 바란 건 예쁜 아이도 똑똑한 아이도 아니었다. 그저 아이 하나,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한 아이 하나를 원했을 뿐이다! _ (「목 잘린 닭」)

인간으로서 감히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위압적인 느낌을 주는 풍경 속에는 죽음과도 같은 정적만이 무겁게 흘렀다. 그러나 해질 무렵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깃들자, 그곳만의 장엄한 모습이 되살아났다. _ (「표류」)

  작가 소개

지은이 : 오라시오 키로가
1878년 12월 31일 우루과이 살토에서 태어났다. 1899년 『살토지』를 창간해 첫 단편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와 문학 및 사회 비평을 발표했으며, 1901년 그동안 쓴 시와 산문을 엮은 책 『산호초』를 출간했다. 중남미 환상문학의 기틀을 마련한 작품이라 평가받는 「깃털 베개」와 「목 잘린 닭」을 비롯해, 아열대 밀림 지역에서의 생활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소설세계를 구축해나가며 200여 편의 단편을 썼다. 대표작으로는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 『밀림 이야기』 『야만인』 등이 있다. 1937년 위암 진단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목차

사랑의 계절
엘 솔리타리오
이졸데의 죽음
목 잘린 닭
사람들을 자살하게 만드는 배
깃털 베개
표류
일사병
가시철조망
멘수들
야구아이
강에서 나무를 건져올리는 이들
천연 꿀
우리가 처음 피운 담배
뇌막염 환자와 그녀를 따라다니는 그림자

부록 | 3판과 4판에서 삭제된 단편소설 세 편
음울한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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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사랑-광기-죽음의 변주곡
오라시오 키로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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