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싫은 일이 있어 싫다고 생각하니
또 다른 싫은 일이 생기고,
하지만 그 덕분에 하나 앞서 싫었던 일은 희미해져 간다.”
● 성장하는 어른, 마스다 미리의 세계마스다 미리는 평범한 일상을 정중하게 그리는 작가이다. 과장도 허세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품성을 드러내는 ‘어른’이다. 그런 마스다 미리가 이번 에세이 『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다』에서 40대의 일상과 마음을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한다.
진짜 어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마스다 미리는 40대를 시작하며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 에세이에서 작가는 ‘나이를 먹어 생기는 마음과 신체의 변화를 새로운 성장’이라고 정의한다. 이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 마스다 미리는 여전히 성장하는 어른으로 살고 있을까.
마스다 미리의 이번 에세이를 읽다보면, 성장하는 어른의 모습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여전히 호기심 많고, 여전히 일상의 반짝임을 채집하며 행복해하고, 부모님 댁에 갈 때는 하룻밤 묵어도 되는지 부모님의 스케줄을 확인하며 적당한 거리감과 애틋함을 유지하고 있으며, 친구들과 즐거움은 공유하되 서로의 고민을 나눈다는 이유로 무례한 간섭을 하지 않는다. 여전히 타인의 단정적인 말투와 평가에 괴로워하고 고민한다.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 세계에는 타인에 대한 평가나 무례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고민의 방향은 무례한 타인을 향한 재평가가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에 대한 방식을 찾는 쪽으로 나아간다.
간사이 지방에 업무가 있어 오사카 본가에서 이틀을 묵었다. 묵을 즈음해서 2박을 해도 좋을지 미리 엄마에게 확인했다. 아빠도 엄마도 왠지 바빠 보였기 때문이다.
_‘이런 나, 저런 나’ 중(80쪽)
대충 넘겨짚으며 신경질이나 완벽주의 등으로 순식간에 단정 짓는 사람도 있다.
욕실에서 사용한 목욕수건을 매번 세탁한다고 말했을 때, “결벽증 있어요?”라는 추궁을 받아 당황. 매번 세탁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몇 번 정도 사용하는 것일까. 남들도 그러하리라 의심치 않았던 나의 작은 세계에 놀라면서, 아냐 아냐, 그래도 역시 ‘결벽증’은 아니지 않을까. 이쯤에서 이불시트는 한 달에 두번 정도만 세탁한다고 밝히며 내가 결벽증까지는 아님을 증명하는 편이 나을까? 하지만 그런다고 내게 어떤 이득이 있을까?
서둘러 다른 사람에 대해 결론지으려는 심리는 뭘까.
_‘대충 단정 짓기’ 중(26쪽)
모르는 것이 잔뜩 생겨 몇 번이나 문의하면서, “마스다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우선은 처음에 제대로 인사하는 것에 신경 썼다. 아니야, 그게 아니지. 그게 아니라고.
‘신경 썼다’는 생각이 또 틀렸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인사하는 일은 당연하지 않은가.
_‘끝내주는 인내력’ 중(160쪽)
마스다 미리는 성장하는 어른이다. 그리고 반성하는 어른이다.
현실은 언제나 변하고, 우리의 시선도 변한다. 하지만 마스다 미리의 세계는 변하지 않는다. 실제 변화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조금씩 성장하기 때문이다. 충고하기 좋아하고, 반성하지 않으며, 관조하듯 세상을 품평하는 어른의 모습이 마스다 미리에게는 없다.
이런 어른친구를 곁에 둔다는 건 우리 인생의 작은 행운이 아닐까.
● 인생은 마스다 미리처럼!특히 이번 에세이에서 마스다 미리는 신발도, 안경도, 여행도, 사람도 자신에게 맞는 쪽을 선택해도 좋다고 말한다.
예쁘지만 딱딱해서 발을 아프게 하는 구두를 길들여가며 신기보다 내게 맞는 구두를 찾는 마스다 미리. 우리도 마스다 미리처럼 살아보면 어떨까.
구두를 찾는 여행은 계속되고 있다. 신발에 쓸려 까지지 않는 외출용 구두를 찾는 중이다. 내 경우 신발에 쓸려 까지는 부분은 항상 복사뼈 아래. 깔창을 넣어 조정해보기도 하지만 별로 효과가 없다. 처음에아픈 구두는 결국 자신의 발에는 안 맞는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_‘구두를 찾는 여행은 계속’ 중(145쪽)
“좀더 심플한 안경도 써볼까~”
라는 혼잣말과 함께 아주 가느다란 독일제 안경을 써보았다. 익숙하다. 안심이 된다. 안정감이 든다. 역시 모험은 이제 그만. 이런 결론에 도달하고는 결국 평범한 안경을 구매.
_‘이렇게나 멋진 안경점에서’ 중(53쪽)
● 싫은 일은 달콤한 간식 하나로도 잊혀지는 법!애플파이, 고구마 만주, 빙수, 찹쌀떡, 딸기 디저트...
이 책은 “배고픔”이 마스다 미리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도와주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달콤한 디저트를 찾아 떠나는 일은 마스다 미리가 어른이 되며 터득한 ‘싫은 일 날려버리기’ 방법이다.
업무미팅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들른 카페의 사바랭과 백화점 지하의 애플파이, 술자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구워 먹는 식빵 한 장. 마스다 미리의 디저트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입이 궁금해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달콤한 음식. 매일같이 꼭 먹는다.
업무 미팅이 예정되어 있으면,
‘미팅 끝나고 달콤한 거 먹어야지, 어디로 갈까?’
집을 나서기 전부터 생각한다.
_‘달콤한 걸 좋아해서 불공평한 느낌’ 중(27쪽)
사람의 뇌는 도대체 어떤 구조로 되어 있을까? 인생과 고구마 만주를 동시에 생각할 수 있다니……. 신주쿠역에 다다르자 ‘인생에 대하여’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 다음에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고구마 만주는 저녁식사 후 순식간에 모조리 먹어버렸다.
_‘인생이 점점 줄어든다…’ 중(17쪽)
● 마스다 미리의 미식 여행기, 3박 4일 한국 방문기 수록!자신의 세계가 ‘여행과 간식으로 돌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는 마스다 미리는 이 에세이에서 디테일한 음식 묘사는 물론, 마쓰모토, 가나자와, 삿포로, 오키나와, 한국 등 매력적인 여행지에서의 감상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특히 마스다 미리가 한국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위해 서울에 왔을 때 맛보고 느낀 ‘한국에서 3박 4일’ 에피소드는 국내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다.
“일본에서는 비 오는 날 무엇을 먹나요?”
통역을 맡은 젊은 한국 여성이 함께 거리를 걷다가 묻길래,
“네? 비 오는 날 먹는 음식이요?”
무슨 말인지 처음엔 잘 몰랐다.
“한국에서는 비 오는 날에 먹는 음식이 있나요?”
반대로 질문해보니,
“한국에서는 비 오는 날에 부침개를 먹거든요.”
비오는 날 먹는 음식.
왠지 낭만적이다. 일본에서는 ‘비’라고 했을 때 딱히 먹고 싶어지는 음식은 없다. 여름의 무더운 날에는 소면, 겨울의 추운 날에는 역시 전골, 이 정도일 뿐이지, ‘비’에 모두가 공통으로 먹고 싶어지는 요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은 비가 오려나, 부침개가 먹고 싶어지네, 짬뽕도 좋겠지.
빗소리를 들으면 먹고 싶어지는 음식이 있다는 것이 조금은 부러웠다.
_‘한국에서 3박 4일’ 중(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