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당신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입니까?"
"어떤 생각으로 그 일을 합니까?"'잡스(JOBS)'는 브랜드 이야기의 확장판입니다. 매력적인 브랜드에는 자신만의 직업의식을 지닌 매력적인 사람이 있고, 일에 대한 태도와 가치는 곧 브랜드의 철학과 정신으로 자연스레 연결됩니다. 사람을 중심으로 일과 삶의 이야기를 담아낼 '잡스'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브랜드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이 시대의 직업인과 나눈 가장 생생한 대화를 인터뷰집 형식으로 전달합니다.
에디터, 셰프, 건축가에 이어 2020년 7월, 네 번째 직업으로 소설가를 조명합니다.
■ 매거진 《B》균형 잡힌 브랜드를 한 호에 하나씩 소개하는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이다. 브랜드가 지닌 철학은 물론 숨은 이야기와 감성, 문화까지 감각적으로 담고 있어 브랜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2011년 11월에 창간하여 지금까지 패션, 라이프스타일, 테크, 도시 등 80여 개의 브랜드를 소개해왔으며, 아마존 등의 온라인을 비롯하여 유럽과 북미, 아시아의 주요 도시에 있는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1년에 10권, 국문과 영문을 별도 발행한다. (magazine-b.com)
■ 직업의식을 조명하는 단행본 시리즈 '잡스(JOBS)'매거진 《B》 편집부는 지난 8년 동안 전 세계에서 찾은 균형 잡힌 브랜드 및 도시를 다루면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의 생각이 모여 브랜드 철학이 되고, 구체적인 결과물이 모여 브랜드가 완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우리가 다루는 브랜드는 사람들의 직업의식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 새로운 단행본 시리즈 '잡스(JOBS)'는 이러한 사고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편집부가 선정한 인물들의 인터뷰와 에세이를 통해 이 시대의 다양한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태도와 철학, 생각과 실천을 독자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 이 책에 대하여 '잡스'의 네 번째 직업은 소설가다. 매체가 격변하면서 이야기의 꼴과 수명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소설 및 소설가의 작업이란 일견 숭고하게까지 보인다. 한편 우리는 왜 옷을 입어야 하는지, 왜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왜 집을 비롯한 건축물에 들어가고 그곳에 머물러야 하는지 질문하지 않지만, 소설에 대해서는 그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우리는 왜 소설이라는 걸 읽어야 할까? 어떤 사람이 소설가라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걸까?
편집부는 《잡스 - 소설가: 써야 하는 이야기를 쓰고 마는 사람》를 만드는 동안 이러한 물음을 품고, 총 여덟 명의 국내외 소설가를 만났다. 마흔일곱에 쓴 데뷔작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요나스 요나손, 현재 한국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이자 팬덤을 형성한 정세랑,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로 유수의 문학상인 캄피엘로 비평가상을 받으며 활동 중인 로셀라 포스토리노, 《한국이 싫어서》, 《산 자들》, 《당선, 합격, 계급》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이 시대와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장강명, 소설의 전형적인 구성을 배반하며 기성 문단에 안주하지 않는 소설가 겸 북큐레이터 정지돈, 글쓰기와 달리기를 꾸준히 병행하며 30년 가까이 활동해온 김연수, 《젖과 알》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하여 현재 《뉴욕타임스》에서 주목하는 일본의 시인이자 소설가 가와카미 미에코를 인터뷰했다. 그리고 소설가 김기창이 자신의 데뷔작 《모나코》와 두 번째 작품 《방콕》의 탄생 과정을 에세이로 담았다.
소설가에게는 늘 써야 하는 이야기가 있고, 그들은 그 이야기를 써내기 위해 불안과 고독을 견디며 시간과 사투를 벌인다. 이 책의 제목처럼 '써내고야 마는' 소설가의 의지는 그 무엇보다 견고하다. 그 의지의 동력이 무엇인지, 시대와 문화를 뛰어넘을 정도로 인정받는 훌륭한 창작물은 어떻게 완성되는지, 이들과 주고받은 대화를 통해 각각의 우주를 엿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등장 인물 및 책 내용 소개Opener / 매거진 《B》 박은성 편집장과 조수용 발행인의 대화
"소설가의 일을 고립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길 수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좋은 소설가가 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합니다.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이해의 폭이 넓어야 내 생각의 폭도 다양해지니까요." (Opener / p.12)
요나스 요나손, "운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 웃기로 했습니다"
스웨덴의 베스트셀러 작가. 일간지 기자와 미디어 컨설턴트로 20년 넘게 일하다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소설가로 전향했다. 데뷔작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비롯해 그가 지금까지 발표한 네 편의 소설은 전 세계적으로 1600만 부 이상이 팔렸고, 데뷔작은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끔찍하고 황당한 사건을 따스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며 독자에게 희망을 전해온 그는, 앞으로 소설의 형태가 어떻게 변하든 좋은 이야기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존재할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는 끊임없이 고통받으며 살아야 하겠죠. 소설가에겐 작품에서나마 그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힘 말입니다." (요나스 요나손 인터뷰 / p.33)
정세랑,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현재 한국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이자 팬덤을 형성한 작가 중 하나다. 그는 편집자로 일하는 동안 소설가로 데뷔했고 '이야기 프리랜서'로서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주로 어려운 선택을 하는 이들의 편에 서는 이야기를 쓰며, 그중 《보건교사 안은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되어 대중과의 접점을 확장하고 있다. 모두가 글을 쓰는 시대에 그는 쓰기에 앞서, 자신의 포지션을 전략적으로 잘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진입하고 싶은 세계가 있으면 꼼꼼하게 조사해야 합니다. '내 글을 어느 위치에 둘까.' 바둑과 비슷하려나요? 어디에 돌을 두느냐의 문제입니다." (정세랑, p.93)
마르크 레비, "글 쓰는 일은 항해와 같아요"
프랑스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을 쓰는 소설가이자, 작사나 연극, 시나리오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소통가. 그는 첫 소설 《천국 같은》의 성공에 힘입어 건축가에서 소설가로 전업했고, 이후 20여 편의 작품을 통해 천부적 이야기꾼의 재능을 펼쳐 보이고 있다. 세상의 편견과 증오, 억압에 반대하고 사랑과 정의, 자유를 옹호하는 로맨티시스트이기도 한 그는, 매 작품 예외 없이 술술 읽히는 가독성과 풍부한 유머, 상상력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오고 있다.
"소설가는 철저히 무대 뒤에 숨어 있어야 합니다. 그 일은 엄청난 겸손과 희생을 요구하고, 때로는 처절한 외로움과 고독의 감정을 선물해요. 무대 장막 뒤에서 모습을 감추고 모든 걸 만들어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르크 레비 인터뷰, p.129)
장강명, "작가에게 원천 기술은 원고입니다"
일간지 《동아일보》에 기자로 입사해 활동하던 와중 《표백》이 《한겨레신문사》의 장편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소설가로 전업했다. 그는 소설과 논픽션의 세계를 오가면서 생존이 고민이 된 현세대의 이야기를 단순하면서 강한 언어로 구사한다. 한국 사회가 당면한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저널리즘적 시선을 담아 생생하게 풀어내는 그는, 소설은 답을 알 수 없지만 지속적으로 탐구해나가야 할 제안이자 질문이라고 말한다.
"다른 예비 작가에게 조언한다면 "작품이 깡패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브랜딩, 셀프 PR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 아니고 좋은 작품만 쓰면 된다고요. 한편으로 그것이 작가의 축복 같기도 해요. 어떤 조직에 속해 일하는 사람은 아무리 잘해도, 특히 자신이 팀장이 아니라면 한계가 있어요. 그렇지만 작가는 자기가 좋은 작품만 쓰면 얼마든지 (경계를) 넘어갈 수 있어요." (장강명 인터뷰, p.175)
김기창, "이게 뭐지?"의 날들 (에세이)
한국의 소설가. 첫 번째 장편소설 《모나코》로 제38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두 번째 장편 소설인 《방콕》을 통해 작가 특유의 하드보일드 문체를 독자에게 각인시켰다. 현재는 단편집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을 집필 중이다.
글은 패션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자신의 은밀한 내면과 욕망을 드러내면서도 감출 건 감추는. 소설가들은 자기애와 인류애, 지구 생명체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균형을 계속 잡아나가며 어쨌거나 계속 쓰고, 좌절하고, 고치고, 또 고치면서 이게 뭐지? 하는 감정과 맞닥뜨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정말 내가 기꺼이 할 수 있는 말은, 일단 뭐든 쓰고 고쳐나가는 것이 시작이자 거의 전부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김기창 에세이, p.198)
로셀라 포스토리노, "소설가란 평범하게 사는 걸 참을 수 없는 존재들이죠"
이탈리아의 소설가이자 편집자.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로 유수의 문학상인 캄피엘로 비평가상을 받으며 작가로서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미디어와 평론가들에게 신선한 수작이라고 평가받은 이 작품은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전쟁의 이면과 인간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불변하는 이야기로서 가치를 획득했다. 그는 평범한 선택의 결과가 야기하는 악, 그 안에서 드러나는 인간성을 들여다보는 일에 특히 관심이 크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 없이는 이 세상을 전혀 이해할 수 없어요. 나아가 소설을 읽는 일은 당신과 전혀 다른 사람이 다른 장소에서 겪는 사건과 감정을 느끼게 해주죠. (…) 소설은 무한한 경험을 통해 당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감성의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일을 맡습니다. 제 생각에 다른 이들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감성이고, 편견과 차별에 맞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도구입니다." (로셀라 포스토리노 인터뷰, p.235)
정지돈, "글을 쓸 때만큼은 정직하려고 합니다"
정지돈은 해체된 서사와 직관적 이야기 구성, 실존인물의 글을 인용한 문장을 통해 전형화된 소설의 구성을 배반하는 등 기성 문단에 안주하지 않는 소설가이다. 그는 남이 아닌, 스스로 원하는 글을 통해서 동시대에 자신만의 족적을 남기는 사람이야 말로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소설가라고 말한다.
"사랑받는 소설가들은 잘 썼기 때문에 사랑받는다기 보다 완결된 글에서 오는 특정 요소들, 어쩌면 부족한 지점들 때문에 대중에게 사랑받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니 조금은 무모해 보여도 제가 잘할 수 있는 표현을 끊임없이 찾아가며 저만의 색깔을 소설에 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정지돈 인터뷰, p.260)
가와카미 미에코, "세상에는 아직도 써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본의 시인이자 소설가. 여성의 몸과 마음의 관계, 정체성을 다룬 작품 "젖과 알"로 제138회 아쿠타가와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한 그는 '가수 출신 작가'라는 언론의 관심을 뒤로하고, 꾸준히 사회 문제에 집중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각각의 소설이 지향하는 '좋음'이 있으며, 소설가는 이 사회에 꼭 써야만 하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을 쓸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특권입니다. 온전히 자기만의 힘으로 그것을 선택하거나 쟁취했다고 해도 마찬가지예요. 이 세상에는 아직 쓰이지 못한 사람이 많이 있고, 쓰여야만 하는, 써야만 하는 수많은 이야기가 분명 존재합니다." (가와카미 미에코 인터뷰, p.298)
김연수, "지금 쓸 수 있는 글을 써야 합니다"
30년 가까이 활동해온 한국의 소설가. 그는 번역가가 된 후, 더 많은 책을 번역하기 위해 시인이 됐으나 이야기에 대한 관심으로 결국 소설가가 되었다.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포용하는 동시에 지금 시대에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글로 표현하는 그의 소설은 어떤 암흑에서도 희망의 빛을 잃지 않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연수에게 소설가란 지금 시대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다.
"소설가가 쓰는 글은 이 시대를 감지하고 그 시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게 바로 소설가의 윤리 의식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게 어떤 의미로 독자에게 다가갈지는 모르지만, 소설가라면 언제나 지금 시대의 일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하는 것이죠. 때론 조선시대를, 존재하지 않는 허구적 시대에 관해 쓰더라도 그 안에는 현재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야 합니다." (김연수 인터뷰, p.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