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아빠는 어린 딸 우로가 화가가 되었으면 했다. 아빠가 보기에 우로는 천재가 틀림없었다. 우로는 아빠가 바라는 대로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유명한 화가 서창 선생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주문해 둔 캔버스 천에 말이다. 그런데 하룻밤이 지나자…… 자화상은 물감이 흘러내려 엉망이 되어 있었다. 몇 번을 다시 그려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우로는 자화상을 완성할 수 있을까?
출판사 리뷰
안데르센 상 수상 작가 차오원쉬엔과
세계가 사랑하는 우리 작가 이수지의 만남!
순수한 몰입이 주는 기쁨과 자유! “네 손에 쥔 붓으로 이 천 조각을 예술 작품으로 바꿔 보렴.”아빠는 어릴 적부터 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포목점 주인이 되었지요. 아빠는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어린 딸 우로가 대신 이뤄 줬으면 합니다. 아빠가 보기에 우로는 천재가 틀림없었으니까요. 아빠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우로를 화가로 길러 내려 합니다. 이름난 화가를 모셔와 그림을 가르치고, 주변 사람들까지 동원해 칭찬과 격려를 쏟아부으면서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는 우로에게 자화상을 그려 보라고 권합니다. 화방 거리를 샅샅이 뒤져 유명한 화가 서창 선생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주문해 둔 캔버스 천도 구해 주지요. 비 우(?)에 이슬 로(露), 우로와 같은 이름을 가진 최고급 아마포로 말입니다. 캔버스가 뿜어내는 위압감에 짓눌린 우로가 선 뜻 붓을 들지 못하자, “네 손에 쥔 붓으로 이 천 조각을 예술 작품으로 바꿔 보렴.” 하고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 말이 아이에게 족쇄가 될 줄도 모르고 말이지요.
우로는 아빠의 격려와 응원에 힘입어 모두가 감탄할 만한 자화상을 완성합니다. 하지만 하룻밤이 지나자 자화상은 흘러내린 물감으로 엉망이 되어 있습니다. 우로는 처음 겪어 보는 모멸감과 열패감에 어쩔 줄 몰라 합니다. 그때부터 우로와 캔버스의 끝없는 대결이 시작되지요. 그러나 그리고 또 그려도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우로는 과연 자화상을 완성할 수 있을까요?
순수한 몰입이 주는 기쁨과 자유를 잊지 않기를……그림은 아이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자기표현의 수단 중 하나입니다. 말을 잘 못 해도 글을 잘 몰라도 그림은 그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우리 어른들은 너무나도 가볍게 아이들의 그림을 평가의 대상으로 삼곤 합니다. 우로의 아빠도 다르지 않습니다. 어린 딸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본 것까지 나무랄 수는 없겠지만, 꽃망울이 저절로 부풀어 오를 때까지 기다릴 줄 모르는 성급함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합니다. 이제 막 꽃망울을 맺기 시작한 어린 영혼에게는 지나친 관심과 칭찬도 무관심이나 비난만큼 독이 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칭찬으로 다져진 우로의 자존감은 서창 선생의 ‘작품’이 될 수도 있었던 캔버스를 만나면서 그야말로 와르르 무너져 내립니다. 자신의 그림이 그토록 철저히 거부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 보지 못했을 테니 말이지요.
아빠의 지극한 사랑과 돌봄이 진짜 힘을 발휘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에서입니다. 사랑과 돌봄 속에서 자라난 아이는 쉽사리 자신을 내팽개치지 못하지요. 우로는 캔버스에게 거듭 거부당하면서도 다시 일어나 그림을 그립니다. 끝끝내 캔버스에게 인정받고 말겠다는 오기로 말이지요. 그쯤 되면 그만 포기하거나 그만 받아들여 줄 법도 한데, 우로도 캔버스도 여간내기가 아닙니다.
우로의 일곱 번째 자화상이 또다시 엉망이 되던 날, 아빠는 주저 없이 캔버스를 집어 듭니다. 우로는 아빠가 인적 없는 풀숲에 내다 버린 캔버스를 기어이 찾아내 집으로 가져오지요. 하지만 캔버스를 이겨 먹고 말겠다는 오기는 흔적도 없이 씻겨 나간 뒤입니다. 달맞이꽃이 흐드러진 풀숲에 서서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바라보는 사이에 일어난 마음의 변화지요.
다시 캔버스 앞에 앉은 우로는 처음 캔버스를 마주했을 때처럼, 아니 처음 그림을 그렸을 때처럼 모든 것을 잊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롯이 그리는 행위 자체에 몰두해서 말입니다. 이제 자화상이 사라지고 말고는 우로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커튼이 힘차게 펄럭이는 거실처럼 우로의 마음에도 다시 순수한 몰입이 주는 기쁨과 자유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으니까요.
《우로마》는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누구의 인정도 바라지 않고 오롯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했던 순간의 기쁨과 자유의 기억을 일깨웁니다. 누구에게나 있었던,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점점 잊어 가는 그 고양감을 말이지요. 그런 기쁨과 자유의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여 삶의 그늘을 밝히는 꽃이 되고 별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우로마》가 어른들에게는 그 빛나는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 아이들에게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한껏 즐길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는 책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한국과 중국, 두 이웃 나라가 함께 만든 그림책《우로마》는 한국의 책읽는곰과 중국의 접력 출판사가 5년여에 걸쳐 함께 만들어 선보이는 첫 번째 그림책입니다. 2015년 북경 도서전에서 처음 만난 두 출판사는 그림책을 함께 만들며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기로 의기투합했습니다. 마침 이듬해인 2016년 차오원쉬엔 작가와 이수지 작가가 나란히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최종 후보로 오르는 인연이 있었던 터라 처음으로 협업할 작가를 선정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언어도 문화도 다른 두 나라 출판사가 함께 책을 만드는 과정은 그리 녹녹치만은 않았습니다. 차오원쉬엔 작가의 글을 양쪽 출판사 편집부와 이수지 작가가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고 그림책에 맞게 다듬는 과정이 길고도 지루하게 이어졌습니다. 덕분에 두 출판사는 ‘처음으로 차오원쉬엔 작가의 글을 고치게 만든 용감한 출판사’라는 훈장 아닌 훈장을 얻기도 했습니다.
차오원쉬엔 작가는 그야말로 공자가 아낙네에게 구슬 꿰는 법을 물었다는 공자천주(孔子穿珠)의 마음으로 편집부와 이수지 작가의 의견에 귀 기울여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남아 있는 문화적 차이를 매끄럽게 봉합한 것은 이수지 작가의 솜씨입니다. 한국 같기도 하고, 중국 같기도 하고, 한국도 중국도 아닌 어떤 곳 같기도 한 배경 위에 막 껍데기를 깨고 나오려는 소녀의 분투기를 아름답게 그려 냈지요.
이 작은 도전이 두 나라가 함께 그림책의 내일을 열어 가는 데, 두 나라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잇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차오원쉬엔
베이징 대학에서 중문학을 가르치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글을 씁니다. 강과 호수로 둘러싸인 고향 마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아름답게 그린 작품들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특히 중국에서는 ‘3대가 함께 읽는 문학’을 하는 국민 작가로 여겨지며, ‘국가도서상’, ‘쑹칭링 문학상’, ‘빙신 문학상’을 비롯한 수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2016년에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으며 세계에 널리 이름을 알렸습니다.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 《빨간 기와》, 《까만 기와》, 《바다소》, 《청동 해바라기》, 《힘센 상상》, 《란란의 아름다운 날》, 《검은 말 하얀 말》, 《내 친구 태엽 쥐》 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