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의회는 본질적으로 정당 간 대립이 존재하는 곳이다. 정당들은 사회적 갈등을 대표하는 역할을 한다. 정당들이 표출한 사회적 갈등을 잘 관리해 사회 통합을 이루는 것이 의회의 역할이다. 따라서 국회는 왜 늘 싸우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정치의 본질을 간과한 것이다. 싸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잘 싸우는 것이 과제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이다.”
2019년부터 직장이 없는 청년들도 무료로 국가 건강검진을 받게 되었고, 국립자연휴양림에 휠체어와 유모차가 다닐 수 있도록 ‘무장애 산책로’가 생기고 있으며, 2017년 10월부터 15세 이하 어린이의 병원비 본임 부담률이 5%로 낮아졌다. 어떻게? 국회가 법을 만들고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행정부로 하여금 이를 집행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우리 생활에서 일어나는 많은 변화가 이렇게 이루어진다. 16년차 국회 보좌관인 저자는 ‘일하지 않는 국회’, ‘싸우는 국회’ 등 국회에 따라붙는 냉소 대신, 시민들의 다양한 이익과 가치가 갈등하고 조정되는 ‘정치의 현장’이자 ‘제1의 주권 기관’으로서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보여 줌으로써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출판사 리뷰
국회가 할 수 있는 일: 냉소 대신 가능성을
2020년 5월 31일, 제21대 대한민국 국회의 임기가 시작된다. 출범하기 전부터 기대보다는 ‘일하지 않는 국회’, ‘싸우는 국회’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국회는 냉소의 대상이 된 지 이미 오래되었으며, 국회의원의 세비를 삭감하고 특권을 줄여야 하며, 심지어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흔히 들린다. 그러나 이 책은 시민들의 다양한 이익과 가치가 갈등하고 조정되는 ‘정치의 현장’으로서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보여 줌으로써 냉소 대신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2019년부터 직장이 없는 청년들도 무료로 국가 건강검진을 받게 되었고, 국립자연휴양림에 휠체어와 유모차가 다닐 수 있도록 ‘무장애 산책로’가 생기고 있으며, 2017년 10월부터 15세 이하 어린이의 병원비 본임 부담률이 5%로 낮아졌다. 어떻게? 국회가 법을 만들고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행정부로 하여금 이를 집행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우리 생활에서 일어나는 많은 변화가 이렇게 이루어진다.
저자는 이런 변화를 위해 법이 어떻게 발의되고 만들어지는지의 입법 과정을 성실하게 설명하고 있다. 시민들의 이익이 투입(input)되어 정치과정을 거쳐 하나의 정책으로 산출(output)되는 정책 결정의 과정에서,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이 ‘정치과정’인데, 이 책은 바로 이 부분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통계로 보는 국회
- 양극화된 정치:
<표 2-6>은 법안의 대표?공동 발의자(법안 발의는 국회의원 10명 이상이 발의해야 한다)의 정당 간 분포를 나타내는데, 점점 거리가 먼 정당과의 교차 발의가 줄어들고 있다. 이는 정당 간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의원들의 상호간 정책적 협조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는 ‘양극화된 정치’를 보여 준다. 대표 발의자가 공동 발의자들을 참여시키는 과정은 동료 의원들을 설득시키는 과정이다. 최순영(민주노동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2007년 4월에 대안 통과된 <장애인의 교육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공동 발의자가 무려 229명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10명만 넘으면 발의할 수 있는데 왜 이런 노력을 기울였을까? 발의 후 법안을 제정하려면 결국 여야 모두를 설득해야 하므로, 이 논의 과정을 앞당겨 발의 단계부터 설득한 것이다.
- 국회는 일을 하지 않는가?:
180쪽 <표 3.1>을 보면 의안 발의 건수는 대를 거듭할수록 많아지고 있으며 17대 국회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14대 1천4백여 건이었으나 16대에 3천 건을 넘어서더니, 17대 8,368건, 19대 18,735건, ‘일하지 않은 국회’라고들 하는 20대 때는 무려 2만4,564건이 발의되었다(2월 2일 현재).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일했다는 뜻이므로 좋은 것일까? 저자에 따르면 지나치게 많은 법안이 발의되면 법안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통과율을 낮추고 철회율을 높여 불필요한 비난을 야기하며, 더 중요하게는 정작 사회적으로 중요한 법안이 뒤로 밀려 다루어지지 않게 된다(<표 3.2~3.4>). 그렇다면 의안 발의는 왜 폭증하는가? 정당 내 조정 기능이 사라지고 의원 개인들 간의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 법안 발의 건수, 통과율이 의정 활동에 대한 시민단체의 평가는 물론, 공천 평가 점수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표 6-1> “2019년도 국회 운영 기본 일정”(291쪽)을 보면 “19대 국회 4년의 임기 동안 4회의 정기회, 31회의 임시회 등 총 35회 집회되었다. 본회의는 183회, 상임위원회는 2,669회, 특별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윤리특별위원회 포함)는 613회 개회되었고, 공청회는 223회, 청문회는 120회 개최되었다. 회기는 총 1,205일로 1년 평균 3백 일에 달한다. 본회의 개의 일수는 183일, 총 회의 시간 836시간 40분으로 1일 평균 회의 시간은 약 3시간 56분이었다. 상임위원회는 전체회의 1,576차, 소위원회 1,093차 열렸으며, 특별위원회는 전체회의 452차, 소위원회 161차 열렸다.” 미국?영국?독일 의회와 비교해도 국회가 일을 안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292쪽). 다만 의사일정 결정에 있어서 협의주의를 택하고 있어서 교섭단체 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파행 및 공전의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 국회에서의 여성:
<표 2-2>는 제헌국회 때 0.5%였던 여성 의원 비율이 70여 년이 지난 20대에도 17%밖에 되지 않으며, 주로 여성가족위원회(76.5%), 보건복지위원회(52.4%)로 배치되는 등 비인기 상임위원회로의 쏠림 현상이 심한 것을 보여 준다. 또한 <표 6-2>를 보면, 2020년 현재 보좌직 여성의 비율이 30.7%를 차지하고 있으며, 8, 9급은 61.7%, 60.1%로 높고, 4급, 5급은 8.5%, 21.4%에 불과하는 등 주로 낮은 직급에 분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16년차 보좌관의 국회 사용 설명서
이처럼 경기 규칙을 알면 경기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처럼, 정치의 현장인 국회의 ‘룰’을 알게 되면 정치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이 책은 자신이 국회라는 ‘민주주의의 학교’에서 16년간 정치를 하면서 정치를 배웠다고 말하는 박선민 보좌관의 국회 사용 설명서, ‘올 어바웃(all about) 국회’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 국회에 실력 있는 보좌관들이 꽤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한 사람의 정치가로서 그가 생각하는 정치란 무엇일까. 아마도 정치에 몸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 같다.
“정치를 한다는 것은 어깨엔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지고, 양손으로는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가려는 고집 센 염소 두 마리를 끌고, 한걸음마다 고뇌를 딛고 가는 일이다. 출발할 때는 목적지가 있었는데 가도 가도 길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이 길을 왜 걸어가고 있는지, 앞으로 가고 있기는 한 건지 깊은 좌절과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정치에서는 사회의 모든 갈등이 집합되고, 인간의 모든 단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토론하고 협상해 결과를 내야 하는 게 정치다.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가능한 것을 찾아내야 한다”(15쪽).
21대 국회에서 처음 의회정치를 시작하는 사람, 의회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사람, 민주주의의 현장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2004년 국회에서 처음 일하게 되었을 때 2020년까지 같은 곳에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첫 출근하던 날 국회 정문 앞에서 국회의사당을 바라보고 숨 한 번 크게 몰아쉰 뒤 들어서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 무거운 책무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두려웠다. …… 그리고 16년이 흘렀다. 나는 정치를 하면서 정치를 배웠다. 민주주의의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학습했다. 의회는 정말이지 최고의 ‘민주주의 학교’다.”
법(<홈리스 인권 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고 난 직후 홈리스 단체와 함께 현장과 더 소통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현장 설명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장소는 서울역 앞 동자동 쪽방촌 공원이었다. 하필이면 추적추적 비가 내려 손이 시릴 만큼 추운 날이었다. 이런 날씨에 사람이 올까? 작은 공원에 천막을 치고 의자를 놓고, 사람들을 기다렸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분들이 법 제정에 관심이 있을까? 나의 의문에 답하듯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천막 안이 북적였다. 법안 설명이 시작되자 조용히 귀 기울여 들었다. 설명이 끝나고 사회자가 혹시 질문이 있냐고 하니 몇 분이 손을 든다.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일할 곳을 찾아 줄 수 있나요?”
“몸이 아파서 일을 못하는데, 가끔이라도 일할 수 있을까요?”
“방값이 너무 비싸요. 일할 때는 고시원에라도 가지만 일이 없으면 있을 데가 없어요.”
“잠잘 곳이 필요하오.”
“내 한 몸 누울 곳만 있으면 어떻게든 살아 보겠소.”
“법이 만들어지면 우리한테는 뭐가 좋아지는 거요?”
“그렇게 좋은 거면 법을 빨리 만들어 주시오.”
이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입법은 무생물의 규칙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절박한 삶의 문제를 다루는 일이다. 권력을 두고 다투는 정치가 나의 길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드는 날이면, 점진적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이 허물어지는 날이면, 인간에 대한 실망이 커져 인간이 만든 정치제도조차 싫어지는 날이면, 나의 책임이 나의 능력보다 버겁게 느껴지는 날이면 나는 이 날을 생각한다. 나는 그저 대리자일 뿐이다. 입법권은 주권자가 위임한 권한이며 이 권한을 잘 사용하는 게 정치를 잘하는 방법이다.
우리 정치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시민권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시민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일이다. 현재의 정당 체제가 달라져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건 사회경제적 약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정당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선민
2004년부터 국회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그중 12년을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실에서 일했으며 기획재정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국회운영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각 영역을 두루 경험했다. 정치가 안정될 때 약자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도 민주정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유머 있는 정치인이 얼마나 있느냐를 좋은 정치의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싸우라’는 말을 좋아한다. 저서로는 『스웨덴을 가다: 복지국가 여행기』(2012), 『불편할 준비』(공저, 2018)가 있다.
목차
들어가며
01 정치의 역할
누가 정치를 잘하는가 | 가장 기억에 남는 법안 |
대표되지 않은 시민을 대표하는 일
02 국회가 하는 일
상임위원회와 전문성 | 의안이란 무엇인가 |
의안 심사 과정 79 | 본회의에서의 발언 | 다시 보는 무제한 토론
03 입법에 관한 권한
법이란 무엇인가 | 법이 필요한 경우 |
너무 많은 법안 발의 | 청원권에 대하여
04 재정에 관한 권한
예산이란 무엇인가 201 | 예산편성과 심사 과정 |
예산 심사를 잘하기 위해서
05 일반 국정에 관한 권한
국정감사 | 국정조사 | 인사청문회
06 좋은 정치를 위하여
국회에 대한 이해와 오해 |
정치를 통해 경제도 바꿀 수 있어야 |
정책 결정형 의회로의 변화 | 정치인의 언어 규범 |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
07 정치의 기반
정치 교육은 청소년기부터 | 당원 가입의 자유를 |
지역이 튼튼한 정당 | 정치는 혼자 할 수 없다 |
정치는 정치의 방법으로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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