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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 청소 이미지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영사 | 부모님 | 202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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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수많은 언론이 집중 조명한 어느 특수청소부의 에세이. 누군가 홀로 죽은 집,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집, 오물이나 동물 사체로 가득한 집…. 쉽사리 볼 수도, 치울 수 없는 곳을 청소하는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 대표 김완의 특별한 죽음 이야기.

'특수'청소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일터엔 남다른 사연이 가득하다. 자살 직전에 분리수거를 한 사람, 자신의 세간을 청소하는 '비용'을 물은 뒤 자살한 사람 등. 현장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1장에는 픽션이라고 생각될 만큼 비현실적인 현실 이야기가 펼쳐지고, 2장에선 특수청소부로서 느낀 힘듦과 보람부터 직업병, 귀신에 대한 오컬트적인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에피소드로 그가 하는 일을 생생히 전한다.

현장에 서 있는 듯한 간접 체험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 특수청소부의 일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소중한 자리를 마련한다.

  출판사 리뷰

자살 직전에 분리수거를 한 사람
죽기 전 자신의 흔적을 치우는 데 드는 ‘가격’을 문의한 사람
‘너무 착한 사람’으로 기억되던 사람…
특수청소부가 마주한, 서로 다른 고독사의 얼굴들

‘고독사’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은 요즘. 하지만 관련한 공식 정의나 통계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현실이다. 실제 고독사 실태 조사와 예방 계획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도 2020년 3월에서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낯설진 않지만 구체적으로 와닿지도 않는, 막연한 사회 문제로 우리 주변을 떠도는 이슈. 그래서일까, ‘고독사’ 하면 혼자 살던 고령의 노인이 죽음을 맞이하고 뒤늦게 발견된 모습만 천편일률적으로 떠올린다. 지금은 홀로 살지 않고 고령도 아닌 자신과 거리가 먼 이야기, 동정할 만한 사건 정도로만 생각하기 십상이다.
특수청소부로 온갖 현장을 다니는 김완 작가의 시선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고독사의 현실, 고독사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노인뿐만 아니라 중년 그리고 청년에게까지 엄습하는 쓸쓸한 죽음.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는 고독한 죽음 이야기를 하나둘 접하다보면 고정관념이 점점 깨진다. 생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어떻게든 살아보려 삶의 절벽 끝에서 아등바등하던 흔적이 현장 곳곳에 남아 있다. 피와 오물, 생전 일상을 유추할 수 있는 여러 유품을 치우며 작가는 삶에 대해 사색한다. 그렇게 이 책은 ‘죽음’을 소재로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삶’을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특수청소부의 현장 이야기가 마냥 무겁고 슬프지만은 않게 다가온다.
작가는 “누군가의 죽음을 돌아보고 의미를 되묻는 이 기록이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기전이 되리라 믿는다”고 고백한다. 이 책이 탄생한 이유이다. 작가는 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을 글로 기록하면서 잡다한 생각을 덜어내고 정리하는 마음속 청소를 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직업적 아이러니로 생기는 죄책감을 글로 씻어내고 위로도 받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 불길하고 음울하게 여겨 언급조차 꺼리게 되는 ‘죽음’을 마주하고 ‘삶’을 바라보며 그 과정에서 위로받길 바라는 마음. 이러한 진심이 책에 듬뿍 담겨 있다.
일상에 치여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간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삶과 죽음을 사색해보면 어떨까?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을 것인가?’라는 생각 속에 자신의 삶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다.

죽음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묻는 행위, 인간이 죽은 곳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삶과 존재에 관한 면밀한 진술은 오히려 항바이러스가 되어 비록 잠시나마 발열하지만 결국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데 참고할 만한 기전機轉이 되리라 믿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직업적인 아이러니 속에서 이 기록이 그 역할을 하리라는 믿음, 나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라는 자각이 글쓰기를 멈추지 않도록 다독여주었습니다.
_249~250페이지, <에필로그>에서

외로운 죽음과 가난한 죽음
“대한민국은 건강한 사회일까?”

세밀하게 묘사된 현장 이야기를 읽다보면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 건강’을 절로 고민하게 된다. 무궁무진하게 발전한 과학 기술, GDP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국력. 하지만 이와 무관한 삶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된다.
우편함에 수북이 꽂힌 독촉장과 미납 고지서, 끊긴 지 오래된 수도와 전기 등. 작가는 “금은보화에 둘러싸인 채 뒤늦게 발견된 고독사는 본 적이 없다”며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 같다”고 한다. 가족, 친지는 발길을 끊은 지 오래여도 채권자들만큼은 채무자의 건강을 악착같이 챙긴다는 대목에서는 그야말로 ‘웃픈’ 감정이 든다.

나 같은 일을 하면서 유족이 시신 수습을 거부하는 상황을 보는 일은 별스럽지 않다. 진작 인연이 끊긴 가족과 생면부지의 먼 친척이 느닷없는 부음을 듣고는 “네, 제가 장례를 치르고 집을 정리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을 책임지겠습니다” 하고 선뜻 나서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혹시 빚을 떠안지 않을까’ 하며 빛의 속도로 재산 포기 각서를 쓴다.
_43페이지, <가난한 자의 죽음>에서

그 밖에도 거대한 쓰레기 산으로 꽉 찬 집, 오줌이 든 페트병 수천 개로 가득한 집, 고양이 사체 여럿이 널브러진 집…. 같은 시대, 같은 사회를 함께 산다고 믿기 어려운 상황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들이라고 처음부터 이렇게 살지는 않았을 터. 그렇게 생각하면, 당장은 평범하게 사는 우리 모두와도 전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다. 사회적 고립을 만든 것이 무엇인지, 그런 상황을 예방할 수는 없었는지 구조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직업에 대한 진중한 태도
특수청소를 업으로 삼은 자의 일상은…

“특별한 일을 하시니까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숭고한 일이잖아요” 기자, 드라마 작가, 박사, 행정기관 실무자 등. 다양한 사람이 특수청소부의 현장 이야기를 기사, 드라마, 논문, 보고서 등에 담고자 찾아온다. 그리고 ‘특수청소’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묻는다. 흔히들 먼저 ‘힘든 점은 무엇인지’를 묻고 ‘언제 보람을 느끼는지’를 뒤따라 물어본다. 간혹 ‘귀신을 본 적은 없는지’를 진지하게 묻는 인터뷰이도 있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특수청소부’라는 독특한 직업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담고 있다. 수없이 받은 질문에 대해 관련 에피소드로 제시되는 답변을 읽다보면 ‘직업 정신’ ‘일의 철학’도 함께 생각하게 된다. 또한 정신적으로 고된 일을 마친 뒤 작가가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하는 노력, 투철한 직업 정신 때문에 생긴 해프닝 등에선 작가의 따스한 휴머니즘도 느껴진다.

당신이 하는 일처럼 내 일도 특별합니다.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인 귀중한 사람이 죽어서 그 자리를 치우는 일이거든요. 한 사람이 두 번 죽지는 않기 때문에, 오직 한 사람뿐인 그분에 대한 내 서비스도 단 한 번뿐입니다. 정말 특별하고 고귀한 일 아닌가요?
_139페이지, <특별한 직업>에서

단단한 필력 역시 이 책의 큰 매력이다. 생생한 현장을 마냥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담아낼 수 있었던 데는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글을 썼던 작가의 독특한 이력이 한몫했다.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 우리 사회에 대한 고찰, 직업을 대하는 태도까지.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것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자.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둘 읽어가며 말이다.

건물 청소를 하는 이가 전하는 그녀는 너무나 착한 사람이었다. 그 착한 여인은 어쩌면 스스로에게는 착한 사람이 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을 죽인 사람이 되어 생을 마쳤다. 억울함과 비통함이 쌓이고 쌓여도 타인에게는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고, 남에겐 화살 하나 겨누지 못하고 도리어 자기 자신을 향해 과녁을 되돌려 쏘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죽일 도구마저 끝내 분리해서 버린 그 착하고 바른 심성을 왜 자기 자신에겐 돌려주지 못했을까? 왜 자신에게만은 친절한 사람이 되지 못했을까? 오히려 그 바른 마음이 날카로운 바늘이자 강박이 되어 그녀를 부단히 찔러온 것은 아닐까?

그의 쓰레기를 대신해서 치우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내 삶에 산적한 보이지 않는 쓰레기를 치우는 것 같다. 내 부단한 하루하루의 인생은 결국 쓰레기를 치우기 위한 것인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해답도 없고 답해줄 자도 없다. 면벽의 질문이란 으레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질문이 또 다른 질문을 끊임없이 초대하는 세계, 오랜 질문들과 새로운 질문들이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누고 건배를 제창하는 떠들썩한 축제 같다.

케이지 안에는 칸마다 서로 다른 고양이의 털가죽이 눌어붙어 있다. 회색 털은 러시안 블루라 불리는 묘종猫種, 크림색 털은 샴, 밝은 갈색에 군데군데 흰 줄무늬가 있는 것은 아메리칸쇼트헤어…. 평소 고양이를 사랑해온 인간으로 이 참담한 상황에서 털만 보고 종을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기가 막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 그 속담 뒤에 스며 있는 명예 지상주의와 지독한 인간 본위의 세계관이 늘 못마땅했다. 이름과 가죽을 남기는 일 따위가 죽음 앞에서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완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고, 대학에서 시詩를 전공했다.출판과 트렌드 산업 분야에서 일하다가 전업 작가로 살고자 삼십 대 후반에 돌연 산골 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몇 년 동안 일본에 머물며 취재와 집필을 하면서 죽은 이가 남긴 것과 그 자리를 수습하는 일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후 귀국하여 특수청소 서비스회사 ‘하드웍스’를 설립하여 일하고 있으며 그가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죽음 현장에 드러난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 문을 열고 첫 번째 스텝

1장. 홀로 떠난 곳을 청소하며
캠핑 라이프
분리수거
꽃 좋은 곳으로 가, 언니
가난한 자의 죽음
황금이여, 언젠가는 돌처럼
오줌 페스티벌
고양이 들어 올리기
지옥과 천국의 문
서가
이불 속의 세계
숨겨진 것
쌍쌍바
사랑하는 영민 씨에게

2장. 조금은 특별한 일을 합니다
특별한 직업
집을 비우는 즐거움
들깨
흉가의 탄생
당신을 살릴까, 나를 살릴까
가격
솥뚜껑을 바라보는 마음
화장실 청소
지폐처럼 새파란 얼굴로
호모파베르
왜소한 밤의 피아니즘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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