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새롭게 만나는 글자벌레 그림책《만희네 글자벌레》는 세 권의 그림책(《씹지않고꿀꺽벌레는 정말 안 씹어》2000년, 《생각만해도깜짝벌레는 정말 잘 놀라》2001년, 《혼자서도신나벌레는 정말 신났어》2002년)과 그 당시 스케치해 두었던 이야기 두 편을 만화로 그려, 한 권으로 묶어낸 책입니다. 《만희네 집》으로 오랫동안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권윤덕 작가의 작품인 글자벌레 그림책의 원모습을 복원, 길벗어린이출판사에서 새로운 판형과 편집, 디자인으로 구성하여 출간합니다.
만희네 책장에는 글자구슬을 먹고 사는 벌레들이 있었는데……. 권윤덕 작가는 그림책 《만희네 집》의 주인공이기도 한 아들 만희의 낙서장 속 그림에서 힌트를 얻어, 사람들 세상만큼이나 복잡하고 흥미로운 글자벌레들의 세계를 만들어 냈어요. 어른들이 무심하게 지나치기 쉬운 아이들의 장난 같은 낙서, 그 속에 담긴 기발한 상상력을 보듬어 발전시킨 것이지요.
“난 요즘 아이들과 같이 놀고 싶어서 이 책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내 책 속으로 들어와 마음껏 놀고, 벌레들을 데리고 나가 놀아 주어도 좋을 것 같다.”(《씹지않고꿀꺽벌레는 정말 안 씹어》2000, 작가의 말)는 작가의 바람처럼 《만희네 글자벌레》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존중하고 아이들과 공감하려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책입니다.
책 속에 있는 먼지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모여 단단해지면, 어느 순간 진화하여 생명체가 된다. 이것이 바로 글자벌레다. 글자벌레들은 글자를 모아 글자구슬을 만들어 먹고 산다. 맛있는 낱말을 만들어 먹으려고 책을 많이 읽는다. 그래서 사람처럼 생각도 하고, 감정도 갖게 되었다. -만희의 <글자벌레 관찰일기> 중에서-
이야기의 주인공인 글자벌레들은 이렇게 만들어졌어요.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것처럼 글자에 전파를 쏘아 글자구슬을 만들어 먹고, 더듬이 파장으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살아가지요. 제일 좋아하는 놀이는 먼지 속에서 뒹굴기! 거미줄처럼 생긴 그물을 연결해서 집도 지어요.
이 책에는 모두 글자벌레 이야기 다섯 편이 들어 있습니다. 새콤달콤, 시큼털털 맛있는 단어들을 씹지도 않고 삼키는 ‘씹지않고꿀꺽벌레’, 달각달각, 저벅저벅 소리에 깜짝깜짝 잘 놀라는 ‘생각만해도깜짝벌레’, 무슨 일이든 깜빡깜빡 잘 잊어버리는 ‘중요해도깜빡벌레’……. 이름만 들어도 열 마리 글자벌레 친구들이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짐작할 수 있어요. 글자벌레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것도 무서워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다 다른, 개성이 또렷한 친구들이에요. 하지만 서로 어우러져서 웃고, 떠들고, 장난치며 재미있게 살아가요. 서로 고민도 해결해 주고, 부족한 부분도 채워주면서 우정을 키워가지요.
자연스레 우리말을 접하고 느끼기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하고 재미있는 우리말을 접하게 됩니다. 씹지않고꿀꺽벌레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얼근덜근’, ‘알짝지근’, ‘시그무레’ 같은 맛을 표현하는 단어를 만나게 되지요. 생각만해도깜짝벌레 이야기에는 근뎅근뎅, 근들근들 같은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나, 저벅저벅, 쩌르렁쩌르렁 같은 소리를 나타내는 말이 자주 나와요. 또한, 혼자서도신나벌레 이야기에서는 거무튀튀, 불그죽죽 같은 색을 나타내는 말을 만날 수 있어요.
이런 단어들을 이야기 속에서 접하면서 아이들은 단어가 갖고 있는 뜻을 느낌으로 짐작해 볼 수 있지요. 낯설지만 재미있는 단어들을 어떨 때 어떻게 쓰는지, 상황 속에서 뜻을 찾아보고 미묘한 뉘앙스를 느끼면서 단어를 체득하는 기회가 됩니다. 글자벌레가 글자와 글자를 조합해서 새로운 뜻을 가진 글자구슬을 만들 듯이(‘호기심’의 ‘호’ 자와 ‘두레박’의 ‘박’ 자와 ‘죽마고우’의 ‘죽’ 자를 모아 ‘호박죽’도 만들어 꿀꺽 먹어), 아이들과 함께 익숙한 단어들을 쪼개고 붙여서 낱말을 만들어 보는 것도 말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놀이이자 좋은 학습이 된답니다.
신나게 곳곳을 돌아다니며 즐기는 책마치 아이들의 스케치북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자유분방한 그림은 독특하면서도 친근합니다. 모두 다른 성격만큼이나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글자벌레들은 정신없이 신나게, 책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재미있는 표정과 동작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지요. 세 권의 그림책으로 출간되었을 당시에는 없었던 만화로 꾸며진 이야기도(중요해도깜빡벌레는 깜빡깜빡 / 할말있는데멀뚱벌레는 정말 할 말이 있는데)도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또 하나, 이야기 중간마다 ‘글자구슬 먹기 놀이’, ‘생각 바꾸기 놀이’, ‘길 찾기 놀이’ 같은 게임들이 있어서,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쉬운 문제는 혼자, 다소 어려운 문제는 부모님과 함께 풀어나가다 보면, 《만희네 글자벌레》가 주는 즐거움의 세계를 더욱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만희네 글자벌레》 다섯 가지 이야기
이야기 1. 씹지않고꿀꺽벌레는 정말 안 씹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씹지않고꿀꺽벌레는 이름처럼 글자구슬을 꿀꺽꿀꺽 삼켜 버려. ‘사랑’의 ‘사’ 자와 ‘탕약’의 ‘탕’자를 모아 ‘사탕’을 만들어 먹는 식으로. 하지만 ‘얼근덜근’, ‘알짝지근’ 같은 맛은 알 수 없었지. 맛을 모른다는 사실에 고민하고 있는 씹지않고꿀꺽벌레에게 친한 친구 아낀다고야금벌레가 찾아와 맛의 비밀을 알려주는데…….
이야기 2. 중요해도깜빡벌레는 깜빡깜빡
사소한 일도, 중요한 일도 잘 잊어버리는 중요해도깜빡벌레! 하도 약속을 잘 잊어서 친구들은 약속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반대로 많은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잊으려해도생생벌레가 ‘명심’ ‘꼭꼭’ ‘꼬박꼬박’ 글자구슬을 만들어 먹으라고 알려줬어.
이야기 3. 생각만해도깜짝벌레는 정말 잘 놀라
유난히 무서움을 잘 타는 생각만해도깜짝벌레는 ‘달걀귀신’, ‘으흐흐’라는 단어만 봐도 기절할 것처럼 놀라지. ‘근뎅근뎅’ ‘달각달각 ‘저벅저벅’ 소리에 머리끝이 쭈뼛했던 생각만해도깜짝벌레는 친구인 무서워도꾹꾹벌레를 만나고 나서는, 이제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이면 짜릿짜릿 재미있어 한대.
이야기 4. 할말있는데멀뚱벌레는 정말 할 말이 있는데
하루종일 ‘인생, '사랑’, ‘행복’ 같은 글자구슬 만들어 먹기를 좋아하는 할말있는데멀뚱벌레는 아는 것도 많고 생각도 깊지만 느릿느릿 좀 답답하지. 이가 아파서 찾아온 급하다급해후딱벌레는 기다리다 못해 가 버렸어. 다음 날 아침, 할말있는데멀뚱벌레는 생각을 전할 최고의 방법을 찾아냈어.
이야기 5. 혼자서도신나벌레는 정말 신났어
혼자서도신나벌레는 오늘도 몸 색깔을 바꿔가며 혼자 신이 나서 돌아다녀. 친구들은 혼자 신나게 노는 게 미워서 골려 주자고 했지. ‘불그죽죽’, ‘검푸르접접’ ‘시푸르퉁퉁’ 글자구슬을 먹은 신나벌레는 몸 색깔이 이상하게 변했어. “푸하하” 친구들은 웃음을 터뜨리고, 혼자서도신나벌레는 오히려 자기 몸이 멋진 색깔로 변했다며 더욱더 신이 났지. 그러고는 친구들과 같이 노는 재미에 푹 빠졌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