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결혼 전 확실히 해야 할 게 있어, 서로의 사생활에 일절 터치하지 말 것. 알겠어?”
“좋아요. 그 약속, 꼭 지켜주세요.”
“그럼 당연하지, 당신만 잘하면 돼. 내가 먼저 약속을 어기는 일은 절대, 절대 없을 테니까.” 태한그룹 박신우 대표. 외모, 재력, 능력 모두 갖춘 완벽남. 그런 그에게 딱 하나 아쉬운 건 오만한 성격. 그에게 정략결혼이란 태어난 순간부터 정해진 운명이었다. 사실 결혼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기에 상대가 누가 됐다 해도 상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세운의 장녀 송은서는 그에게 최고의 비즈니스 파트너였다.
그런 그녀에게 그는 첫 만남에서 자신의 상대로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에 목매는 스타일이 아닌 것 같아서, 나를 귀찮게 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런 그가,
“나와 키스했을 때 어땠어?”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요?”
분명 그럴 일 없고, 장점이라 생각했던 그 모든 계약들이 자신을 이토록 애타게 할 줄이야......
이건 분명히 위험 수위였다.
【출판사 리뷰】
카카오페이지 2주 연속 1위.
출간 후 지금까지 카카오페이지 50주 연속 top 50 내의 로맨스 장기 베스트셀러. 믿고 보는 로맨스 장인 황한영 작가의 히트작 『허즈번드』는 우선 첫 시작부터가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재벌 집안 간의 정략결혼. 필요에 의해 결혼하는 남자와 그 남자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는 여자. 남자는 일단 바늘 하나 들어갈 여지가 없을 정도다.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이 완벽한 남자 박신우 대표는 자신의 오만한 성격을 구태여 남들에게 맞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외모, 재력, 능력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이 남자는 자신의 결혼도 그래서 비즈니스의 연장으로, 자신에게 한 점 걸림돌이 되지 않는 여자란 판단하에 진행한다.
사업상 필요에 의해 결혼은 하지만 자기 삶을 요만큼도 바꿀 의지도, 공유할 필요성도 못 느끼는 오만하고 차가운 남자. 이상한 건 그런 이 남자가 정말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은서는 그런 남편에게 순진한 기대를 갖고 결혼한다. 정략결혼이지만 여느 부부처럼 오순도순 잘 살아 보고 싶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번번이 무너지고, 그녀가 모든 기대를 버릴 무렵, 남자가 변한다.
이 작품의 재미는 그 지점에 있다. 오만하고 저만 아는 남자가 자신에게 하등 영향을 주지 못할 거라 무시했던 여자에게 욕망을 느낀다. 그리고 애초에 그가 내세웠던 ‘서로의 사생활에 일절 터치 말 것’이란 요구 조건은 도리어 그의 족쇄가 되어 버린다.
역할 반전의 통쾌함과 욕망의 카타르시스, 로맨스가 가진 가장 원초적인 장점을 십분 발휘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나는 시간 낭비를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야.”
제 앞에 앉은 여자에 대해서 대충 파악을 끝낸 신우가 먼저 운을 뗐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그녀는 손에 든 찻잔을 테이블 위에 반듯하게 내려놓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 자리에 나왔다는 건. 당신도 이 결혼을 받아들이겠다는 뜻, 맞아?”
“네.”
짧은 대답처럼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다. 목소리마저도 높낮이 없이 무미건조하기만 할 뿐. 긍정보다는 부정의 대답이 더 어울리는 얼굴로, 여자는 결혼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아니, 생각이 있기나 한 건지. 문득 앞에 앉은 여자의 머릿속이 궁금해졌지만, 그는 이내 생각을 접었다. 쓸데없는 호기심이었다. 이 세계에 있어서 결혼이란,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집안 간의 거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 말은 곧, 제 앞에 있는 여자의 처지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나마 대화는 통하겠군. 신우는 건조하게 말을 이어갔다.
“결혼 전 확실히 해야 할 게 있어. 서로의 사생활은 일절 터치 말 것!”
“…….”
“이것만 지켜진다면 이 결혼 생활은 더없이 평화로울 거야. 약속하지! 다만, 그럴 수 없다면 반대가 될 테고.”
“…….”
“그렇다면 이쪽이나 그쪽이나 피해가 막대하지 않겠어? 웬만하면 이 자리에서 합의하는 게 어때.”
시니컬한 목소리에 여자는 긴 속눈썹을 느리게 한 번 깜빡했다. 하지만 더이상 반응은 없었다. 신우의 미간이 그러모아졌다. 도대체가 이 여자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다. 포커페이스라면 그도 자신 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여자는 그보다도 한 수 위인 듯했다. 마치 정교하게 세공된 밀랍 인형과 마주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피차 사랑해서 하는 결혼은 아니잖아?”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않는 여자의 입술에, 결국 이번에도 먼저 입을 연 건 그였다.
“나한테 ‘호적상의 남편’ 그 이상은 바라지 말라는 얘기야.”
여전히 여자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물론, 나 역시도 그쪽에게 ‘호적상의 아내’ 그 이상으로 바라지 않을 테고.”
신우는 아무 감정도 담고 있지 않은 연갈색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쪽이 집에서 뭘 하든, 밖에서 뭘 하든. 동성을 만나든, 이성을 만나든.”
“…….”
“하지만 만에 하나 내 이미지에 먹칠한다면, 뒷감당은 각오해야 할 거야. 허울뿐인 아내 때문에 내 꼴이, 더 나아가서 태한 그룹 이 우스워지는 건 절대 용납 못 해.”
“…….”
“내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
1분가량을 혼자 떠들었는데, 돌아오는 건 1초도 되지 않을 덤덤한 한마디였다.
“네.”
그의 반듯한 눈썹이 티 나게 일그러졌다. 이쯤 되니 의심이 든다. 이 여자가 제 말을 정말로 알아들은 게 맞기는 한 건지. 어딘가 모자라서, 혹은 될 대로 되란 식으로 그저 생각 없이 ‘네, 네.’ 하는 건 아닌 건지.
“할 말은 그것뿐이야?”
신우는 다시 한번 되물었다. 지금 확실히 해야만 했다. 나중에 가서 이 여자가 ‘그런 약속을 했던가요?’ 하는 태도로 나오면, 이쪽이 너무도 곤란해지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다행히도 모자란 쪽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질문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한 듯 여자는 깔끔하게 대답했다.
“저 역시도 정략결혼이 어떤지 충분히 인지하고 이 자리에 나왔으니까요.”
나 역시 당신에게 ‘호적상의 남편’ 그 이상을 바라지는 않는다고. 그녀의 말간 눈동자가 그리 말하는 듯했다. 완벽한 대답이었다. 자신이 원했던 대답이기도 했고. 하지만 그의 굳은 입매는 좀 처럼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인간이라는 건 원래 간사한 동물이라고 했던가. 막상 이 결혼에 대해 자신보다 여자가 더 무심한 듯 보이자, 자존심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니,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대접은 처음이라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따져 물을 수 있는 일도 아니지만.
“좋아. 완벽한 거래가 되겠군.”
애써 복잡한 감정을 지우며 그는 찻잔을 들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