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책따세, 학교 도서관저널, 한국 출판문화 진흥재단, 행복한 아침독서
인문학의 눈으로 본 몸의 정체성
“몸이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다”고 할 정도로 몸에 대한 관심과 보살핌은 우리 삶의 중심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청소년도 예외가 아니다. ‘꽃미남’ ‘짐승돌’ 등으로 상징화하는 팬덤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패션, 다이어트 등 전통적인 몸 관련 시장에 더해 요즘에는 청소년 ‘쁘띠성형’이나 어린이 ‘키 크기’ 시장이 활황이다. 이렇게 몸에 대한 관심이 작렬하는 시대 현상을 꼼꼼하게 따져보면 그 관심이 대체로 ‘피지컬’한 몸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외모 가꾸기’로 단순화할 수 있는 이런 현상은 몸의 다른 구성 요소인 정신과의 조화를 간과하는 측면, 보여주기에 집중할 뿐 스스로 보기에 소홀한 측면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 책은 성장기 청소년들이 현대 사회에서 몸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가를 비판적으로 인식함으로써 자기 몸을 주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다.
출판사 리뷰
청소년과 직접 만나 쓴 ‘청소년을 위한 몸 교양서’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몸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때가 청소년기이다. 청소년기에는 수습이 안 될 정도로 몸에 많은 변화가 나타난다. 성호르몬이 왕성하게 나오면서 그전까지 중성처럼 보였던 몸이 갑자기 남성적인 몸으로, 여성적인 몸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이성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청소년들이 다른 세대들보다 몸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럼에도 청소년이 몸에 대해 갖는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매우 인색한 것이 한국 사회이다. 먼저 인터넷서점에서 ‘몸’이라고 쳐보자. 많은 책이 뜨지만 크게 ‘건강’과 ‘몸 알기’로 나눌 수 있다. ‘건강’은 건강식, 다이어트 등 건강한 몸을 가꾸는 방법에 대한 성인용 실용서들이고, ‘몸 알기’는 과학과 의학 차원에서 신체에 대해 공부하는 어린이 교양서들이다. 청소년이 볼 수 있는 몸 관련 책은 태부족이다. 특히 인문학의 관점에서 몸을 바라보는 청소년 책은 거의 없다. 청소년의 호기심이 크고 부모들의 관심도 높은데 정작 참고할 만한 책이 없는 주제가 바로 ‘몸’인 것이다.
다음으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몸 교육을 따져보자. 전혀 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분절적이다. 윤리 교과에서는 육체와 정신의 관계(이원론 등) 따위의 철학적 문제를, 사회 교과에서는 성 차별과 인종 차별 등 사회적 문제를, 생물이나 체육 교과에서는 성(性) 교육을 하는 식이다. 각각의 교과에서 다루는 몸이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청소년들이 몸에 대해 통합적 인식을 갖기란 힘들다. 실제로 몸-권력-인종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청소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청소년들이 학교 교육 과정에서보다 대중 매체의 강력한 영향을 받아 피지컬한 몸에 집중하는 이유도 이런 제한된 인식에서 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쓴 ‘몸문화연구소’가 2010년 한 해 동안 건대부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년을 위한 몸의 인문학’ 강좌를 연 것도 이런 현실을 조금이나마 바꾸기 위한 뜻이었다. 연구원들은 몸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서른 개쯤 정해 일주일에 한 시간씩 일 년 동안 학생들 앞에서 강의했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저자들은 “대학에 몸담고 있는 연구자들이 청소년들과 직접 얘기를 나누고 그들과 교감하는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은 뜻깊은 기회였다”고 밝혔다.
이 책은 전문 연구자들이 청소년과 만남을 통해 쓴 보기 드문 몸 교양서이다.
통섭으로 밝히는 몸의 정체성
현대 사회에서 몸은 과거의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헐벗고 굶주렸던 과거에는 몸에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없었다. 그렇지만 사회가 풍요로워지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도 1980년대 후반부터 건강하고 아름다워지기 위해 몸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에 발맞춰 1990년대 초반부터 학계에서도 몸과 관련한 학술 활동이 매우 활발하게 전개되었고 적지 않은 성과도 있었다. 특히 여성학, 사회학, 한의학, 문학 분야에서의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학제간 통합 연구가 얼마나 이루어졌느냐에 대해서는 물음표일 수밖에 없다.
몸문화연구소는 철학, 국문학, 영문학, 역사학, 정신분석학, 미학, 비평, 연극, 여성학, 의학 등을 연구하는 소장학자들의 모임이다. 이들이 모여 하는 일은 몸에 관한 통섭적 연구다.《내 몸을 찾습니다》는 이러한 연구의 한 과정이다. 따라서 책에 실린 주제들은 매우 다양하며 서로 씨줄과 날줄로 연결되어 있다.
‘외모와 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디지털 시대의 몸’과 ‘성과 몸’을 거쳐 ‘몸과 정체성’으로 마무리된다. ‘1부 외모와 몸’에서는 ‘패션’ ‘노화’ ‘미의 기준’ 등의 주제를 통해 ‘외모 지상주의’의 본질을 파헤친다. ‘2부 디지털 시대의 몸’에서는 ‘디지털 게임’과 ‘사이보그’의 문제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 나타나는 몸의 변화를 살피고, ‘죽음’과 ‘본능’의 문제를 통해 현대 문명이 몸을 다루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3부 성과 몸’에서는 ‘야동’ ‘예술과 외설’ ‘성 정체성’ ‘가부장제’ 등을 통해 섹스(sex)로서의 성과 젠더(gender)로서의 성을 고루 살핀다. 그리고 마지막 4부에서는 몸과 정체성 문제를 ‘시선’ ‘차별’ ‘개인과 공동체’의 관점에서 파헤친다.
이러한 다양한 주제들을 접하면서 먼저 느끼는 것은 “이런 것도 몸과 관계된 것이구나”하는 깨달음일 것이다. 흔히 몸 하면 생각하는 패션, 다이어트, 성형 수술 이외에도 죽음(병원에서 죽는 시대), 본능(문명과 본능의 불편한 드라마), 공동체(몸은 내 것일까, 공동체의 것일까) 등이 모두 몸과 관계되어 설명되고 있다. 또한 몸의 변화가 패션의 변화를 이끈 것이 아니라 ‘패션이 몸을 바꾼’ 것이라는 주장, 스마트폰을 손에서 한시도 놓지 못하는 ‘우리는 이미 사이보그가 아닐까’라는 문제제기, 노화를 받아들이는 남녀의 차이가 사회의 시선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 따위는 상식을 깨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주제들은 모두 ‘몸의 정체성’ 문제로 수렴되고 있다. ‘몸의 정체성’을 핵심 주제로 잡은 이유는 청소년기가 “몸의 변화가 정체성의 혼란을 부채질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며, 몸 공부의 궁극이 내 몸의 정체를 이해하고 제대로 가꾸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책의 앞에서 얘기한 몸에 관한 다양한 관심과 논의들은 에필로그에 실린 “사람의 몸이나 얼굴은 물리학 또는 생물학적인 물체의 차원을 넘어, 한 사람의 내면과 정신을 아울러서 가리킵니다. 인격을 담고 있는 전체로서의 몸인 것이지요”라는 이승환 교수의 말로 수렴된다. “왜 몸 공부를 해야 할까?”로 시작한 질문이 여러 주제의 교직을 거쳐 결국 “몸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 물음에 도달한 셈이다. 몸이 물신화·상품화 되어 가는 현대 사회에서 “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우리가 몸을 이해하고 가꾸는 전제이자 방향타 구실을 한다. 온통 피지컬한 몸에 구부러져 있는 인식을 바로 펴는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위에서 말한 깨달음과 배움들은 모두 통섭적 연구가 안겨준 성과라 할 수 있다. 언뜻 보면 상관없어 보이는 다양한 주제들이 서로 엮여 몸의 정체성을 밝히는 데 오히려 큰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 한 권으로도 현대 사회에서 몸에 대한 관점을 세우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몸이 대세인 시대에 진짜 내 몸 가꾸기
몸이 대세라고들 한다. 꽃미남, 다이어트, 식스팩, 쁘띠성형······.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들을 볼 때마다 저주받은 내 몸이 원망스럽다. 사람들은 “몸이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다”며 몸을 가꾸는 데 시간과 돈을 투자하라는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 몸도 손을 써야 한다. 조바심이 난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다이어트에는 ‘건강’이 빠진 것 같고 성형에는 ‘개성’이 빠진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은 다이어트나 성형 수술을 해라 마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다정하게 안내하지 않는다. 그런 책이 아니다. 오히려 ‘왜 다이어트나 성형 수술을 하려고 하는가? 정말 당신이 원해서 하는 것인가,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것인가?’ 따위를 묻는다. 그리고 몸이란 무엇이며 내 몸으로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궁극으로 질문한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내가 중심이 되어 주위의 세상과 관계를 맺고 조율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세상과 삶에 대한 지식을 몸으로 익히게 됩니다. 그렇다면 ‘몸을 어떻게 가꿀 것인가?’하는 질문도 개인의 행복한 삶과 관련해서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문제는 ‘어떤 몸을 갖고 싶은가?’ 혹은 ‘무엇을 입을 것인가?’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가?’ 하는 문제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우리 몸은 우리의 선택이며 행동이기도 합니다. 몸은 그냥 몸이 아니라 스타일이며 인격이며 세계관입니다.”
몸을 그저 살덩어리가 아니라 인격을 담고 있는 전체로서 인식하는 것, 외모 가꾸기의 본질을 깨닫고 확실한 자기 주관을 갖는 것, 보여지는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잘 보이지 않는 소외된 아름다움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로 저자들이 제안하는 몸이 대세인 시대에 진짜 내 몸 가꾸기이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내가 중심이 되어 주위의 세상과 관계를 맺고 조율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세상과 삶에 대한 지식을 몸으로 익히게 됩니다. 그렇다면 “몸을 어떻게 가꿀 것인가?”하는 질문도 개인의 행복한 삶과 관련해서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문제는 “어떤 몸을 갖고 싶은가?” 혹은 “무엇을 입을 것인가?”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가?” 하는 문제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우리 몸은 우리의 선택이며 행동이기도 합니다. 몸은 그냥 몸이 아니라 스타일이며 인격이며 세계관입니다.
- ‘왜 몸 공부를 해야 할까?’, 프롤로그
개량된 옷은 일단 여성들의 건강에 이로운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가슴을 압박하던 것이 줄어들고, 활동성이 좋아졌으며, 치마가 짧아진 덕분에 바닥의 먼지를 끌고 다니지 않게 되어 위생적으로도 바람직했지요. 그런데 건강을 위해 여성들의 옷을 바꾸었는데 그것 때문에 이전과는 다르게 몸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먼저 짧아진 치마 길이 때문에 “각선미”라는 말이 유행하게 되었고 과거와는 다른 미의 기준이 생겼습니다. 짧아진 치마 밑으로 보이는 다리의 곡선이 아름다워야 하는 것, 이것은 새로운 패션이 만들어 낸 새로운 ‘몸 라인’이었습니다.
- ‘패션이 몸을 바꾼다’
이제 여성 알렉사드라도 남성 알렉스도 아닌, 인터섹스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겠다고 결심한 ‘그 사람’은 영화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영화 <틴틴피쉬알람>은 내가 가장 힘들었던 때를 가리키는 말이다. 인터섹스에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어야 하며, 성 전환 수술을 하기 전까지 자신의 성 정체성과 어떻게 살아갈 지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오랜 시간을 기다려 주어야 한다. 우랫동안 나는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내가 정말 남성이 되길 원하는지.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그렇다’고 수긍할 수 없었다. 그 다음엔 내가 여성이 되길 원하는지 물었다. 그 답 역시 확실했다. 그렇지 않다.”
- ‘나는 여성인가, 남성인가, 중성인가?’
작가 소개
저자 : 몸문화연구소
2007년 설립 이래 현대 철학과 사회의 화두인 몸을 중심으로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학제적으로 연구하면서 학술대회와 대중 강좌, 교양서 · 총서 출간의 활동을 해왔다. 2017년 교육부 지원의 대학중점연구소로 선정되면서 권력과 기술, 사회규범, 의학에 의해 타자화된 몸의 주체화 방안과 이론 모색에 주력하고 있다.
목차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왜 몸 공부를 해야 할까?
1부 외모와 몸
패션이 몸을 바꾼다
노화를 받아들이는 그와 그녀의 자세
백인 얼굴을 한 아시아인
외모 지상주의
2부 디지털 시대의 몸
아바타를 꿈꾸다
우리는 이미 사이보그가 아닐까?
디지털 스킨십
병원에서 죽는 시대
문명과 본능의 불편한 드라마
3부 성과 몸
야동은 왜 허구에 집착할까?
예술과 외설의 불가능한 차이
사고파는 몸
나는 여성인가, 남성인가, 중성인가?
가부장제가 길들이는 몸
4부 몸과 정체성
보는 몸, 보이는 몸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인류의 오랜 버릇
몸은 내 것일까, 공동체의 것일까?
에필로그 몸과 살덩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