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국내 최초, 어린이들이 직접 뽑은 문학상
2013년 제1회 스토리킹 수상작
어린이 심사위원 100명의 선택!2013년 비룡소 주최 제1회 스토리킹 수상작 허교범의 장편동화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가 출간되었다. 국내 최초로 ‘어린이 심사위원제’를 도입한 스토리킹은 어린이 100명이 직접 뽑은 문학상으로 심사 단계부터 출판계의 화제를 모았다. 읽는 독자는 어린이지만, 어린이의 목소리가 심사에 반영되지 않은 채 어른들의 선택에 의존했던 기존의 문학상과는 달리, 파격적으로 최종 본심에서 어린이들이 직접 당선작을 가려내게끔 기획된 국내 최초 본격 어린이 엔터테이닝 문학상이라 할 수 있다.
2012년 6월부터 전국의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비룡소 홈페이지를 통해 어린이 심사위원을 지원받아 약 2대1의 경쟁을 뚫은 어린이 100명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위촉된 어린이 심사위원단은 지난 1월 말 전문가로 구성된 어른 심사위원단이 119편의 응모작 중 천거한 최종 본심작 3편을 2월 한 달 동안 읽고 심사했다. 어린이 심사위원들은 3편 중 가장 좋았던 본심작 1편을 뽑은 뒤, 뽑은 작품에 대한 심사평을 온라인상으로 전달하였다.
최종 당선작은 어른 심사위원의 점수 50퍼센트와 어린이 심사위원들의 점수 50퍼센트를 각각 합산한 결과로 선정되었다. 최종 심사에서 어른 전문가 심사위원단이 선정한 최종 본심작 3편의 평가가 어린이 심사위원 100명의 평가와 상반되면서 심사 점수가 합산되는 순간까지 결과를 알 수 없을 만큼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지난 2월 말에는 어린이 심사위원이 비룡소 본사에서 만나 자신들이 뽑은 후보작에 대한 열띤 토톤을 벌여 자신이 지지하는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어른 심사위원단과 어린이 심사위원단의 심사 결과, 어린이 심사위원단의 열렬한 지지를 얻은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가 어른 심사위원단의 결과를 뒤집으면서 당선작으로 결정되었다.
● 어린이심사위원 심사평 중에서
▶단순한 추리 소설로 예상했는데 우리 또래의 탐정이라 친근감 있었다. 또 ‘앞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야겠구나!’라는 것을 배우게 됐다._ 여울초등학교 유수경
▶뒷이야기가 읽고 싶은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기는 책이다. _용주초등학교 이화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동안,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것마냥 마음이 조마조마했다._ 늘푸른초등학교 전수빈
▶한 번도 쉬지 않고 단숨에 읽어 버린 이야기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고, 흥미진진한 추리가 정말 좋았다._ 상원중학교 김채원
● 어른 전문가 심사평
이 작품은 추리 기법의 백미인 ‘짐짓 아닌 척’하면서 독자에게 슬쩍 문제의 열쇠를 넘겨주는 능청스러움을 여유롭고 안정적인 이야기 구도로 끝까지 힘을 잃지 않고 이끌어 간다. 이번 공모전에 응모한 작품 중에 가장 안정감 있게 읽힌 작품이며, 그 안정감에 더해 재미있는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하여 한국식 탐정 캐릭터를 만들기에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다.
_김경연(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김지은(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한윤섭(동화작가)
“우리 학교에 그런 녀석이 있었어?”
스무 가지 질문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스무고개 탐정이 나타났다!『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는 초등학교 5학년 문양이가, 스무 가지 질문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스무고개 탐정과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하는 마술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짜릿한 사건을 그린 이야기다. 문양이는 학교에서 마술사라고 불리는 아이와 카드 내기를 하다 학원비로 받은 돈 중 3만원을 잃는다. 새로 나온 프라모델을 엄마가 사 주지 않자, 귀가 솔깃하여 마술사와의 카드 내기를 시작한 문양이는 잃은 돈을 찾기 위해 단짝인 명규와 스무고개 탐정을 찾아간다. 카드 내기는 심플하다. 마술사가 카드 10장을 섞어서 엎어 놓은 다음 상대방이 한 장을 뽑고 마술사가 거기에 적힌 숫자를 맞히는 것. 만약 못 맞히면 마술사가 지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해 보이는 내기에서 번번이 아이들이 돈을 잃자 문양이는 마술사가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게 아닌가 의심한다. 마술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찾아간 스무고개 탐정은 이미 외모부터 심상치 않다. 긴소매 셔츠에다 조끼, 어른들이 입는 주름 하나 없는 매끄럽게 다려진 양복바지, 뾰족한 까만색 구두, 냉정한 표정까지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모습은 범상하지가 않다. 단 스무 가지 질문만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는 괴짜 중의 괴짜다.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가 만나면서 본격적인 심리 게임이 시작된다.
기존 국내 어린이 책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다양하고 솔직한 캐릭터, 두 가지 이야기를 기발하게 하나로 모아 놓은 정교한 솜씨, 스무고개가 하나씩 지날 때마다 가까워지는 아이들의 우정과 의리가 주는 감동, 그리고 입체적으로 그려진 사람의 여러 가지 마음의 모습까지, 신인 작가의 데뷔작 같지 않은 놀라운 매력으로 어린이 독자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특히 부드러운 연필선으로 이야기의 재미를 한껏 더하는 고상미의 그림은 흥미진진하며, 본문 시작하기 전 앞뒤 부분에 스토리킹 심사 과정을 파격적으로 담아내어, 심사 과정의 생생함과 어린이가 주역이 된 새로운 이야기 문학상의 의미와 활력을 가득 뿜어낸다.
“저 사람이 나랑 같은 5학년이라고? 말도 안 돼!”독특한, 그렇지만 친근한 캐릭터의 향연
이 이야기에는 괴짜 탐정 스무고개 탐정 외에도, 프라모델에 푹 빠져 사는 문양이, 학교의 정보통 명규, 스무고개 탐정이 유일하게 겁내는 똑 소리 나는 반장 다희, 미스터리하게 친구들과 내기를 벌이는 마술사 등 기발하고 입체적인 캐릭터가 제대로 빛을 발한다. 이미 전문가들로 구성된 어른 심사위원들은 ‘재미있는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하여 한국식 탐정 캐릭터를 만들기에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스무고개 탐정은 어린 시절 어른스럽게 보이고 싶었던 작가의 모습이 살짝 담겨 있기도 하다. 어린 시절 어른이 되는 것을 꿈꾸고, 또 어른처럼 행동하려고 했던 자신의, 또는 많은 어린이들의 바람이 담겨 있는 것. 하지만 무엇보다 캐릭터들을 더욱 실감나게 하는 것은, 이 캐릭터들이 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이라는 점.
“스무고개 탐정이 겉으로는 어른스럽게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하고 비슷한 게 아닐까?”_본문 중에서
괴짜스럽고 냉정하기만 할 것 같으나 자신이 실패했을 땐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스무고개 탐정,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못 사서 안달 난 어린애 같지만 친구의 위험을 보고는 바로 용기를 내어 나서는 문양이, 착한 아이일까 나쁜 아이일까? 좀처럼 가닥을 잡을 수 없는 마술사의 심리적인 변화들은 어른의 시선으로 한쪽으로만 재단할 수 없는 아이들 모습 그 자체다. 이러한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그 덕분에 어린이 심사위원들의 열렬한 지지와 공감대를 얻어냈다.
장난감과 프라모델도 구분 못하는 어른들은 가라!
아이들의 마음을 꼭 찍어 주는 맞춤형 시선그간 우리 동화 이야기는 어떤 강박 관념에 시달려 왔다. 문제아, 문제 가정 등 소재들도 그런 제한 속에 있었고, 아이들이 실제로 바라는 어떤 바람이나 어떤 금기시되고 회피되던 시선이 있었다. 가령, 엄마를 마녀 같다고 표현한다든가.『스무고개 탐정』은 오히려 그런 이야기들을 ‘대놓고’ 함으로써 지금, 요즘 아이들의 솔직한 모습을 제대로 표현해내고 있다.
예쁘게 화장한 엄마의 얼굴이 짜증으로 일그러졌다. 평소 문양이 친구들에게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 엄마다. 하지만 문양이는 친 구들이 엄마의 참모습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엄마이 진정한 모습이다. 얼굴은 예쁘지만 아무 때나 화를 내는 마녀 같은 아줌마. _ 본문 중에서
오히려 정형화된 이야기의 패턴 때문에 이야기책이 멀어진 아이들이라면! 게임과 컴퓨터에 시선을 잃어버린 아이들이라면 이제 스무고개 탐정과 함께해도 좋을 것이다. 장난감과 프라모델도 구분 못하는 어른들의 입맛을 반영한 이야기 대신, 이제는 새로운 이야기의 시대가 왔음을 어린이들은 열렬히 반길 것이다.
“어린애도 아니고, 초등학교 5학년씩이나 되어서 무슨 로봇 장난감이야?”
“장난감이 아니라 프라모델이에요, 프라모델. 장난감이 아니라고요!” _본문 중에서
문양이는 빨간 립스틱을 바른 엄마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