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나는 대학 졸업 후 2년 동안 다달이 방세를 내기 위해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해나가는 동시에 내 창의적 에너지를 소설 쓰기에 모두 쏟아 부었다. 그렇게 해서 완성한 소설이 바로 《산마루의 수줍음》이었고, 10여 개 출판사에 보낸 결과 하나같이 거절당했다. 나는 출판 불가를 알려주는 편지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내 책상 위 벽면에 부착해둔 코르크판에 압핀으로 꽂아두었다. 거절편지를 코르크판에 꽂을 때마다 마치 내 심장에 뾰족한 압핀을 찔러 넣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남달리 강했기 때문에 출판사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한 상처도 깊었다.
다행스럽게 절망감은 그다지 오래 가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껏 나는 실패가 결국 성공으로 이끄는 대기실이라고 굳게 믿어왔다. 스티븐 킹은 서른 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캐리》를 출판할 수 있었다. 런던에 자리 잡은 출판사들 가운데 절반이 조앤 K. 롤링의 《해리 포터시리즈》 첫 권이 ‘어린 아이들에게는 너무 길다.’고 혹평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공상과학소설로 등극하기 전까지 프랭크 허버트의 《듄》은 출판사들로부터 적어도 스무 번 이상 퇴짜를 맞았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로 말하자면 단편소설을 출판사에 투고할 때마다 받은 122통의 거절 편지를 모아 서재의 벽면 전체를 도배했다.
그레구아르는 서랍에서 가죽 장정으로 된 방명록을 꺼내더니 읽어보라는 무언의 명령처럼 나에게 내밀었다. 아닌 게 아니라 방명록에 붙어있는 사진들 중 미셸 투르니에, J.M.G. 르 클레지오, 프랑수아즈 사강, 장 도르메송, 존 어빙, 존 르카레 그리고 내가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네이선 파울스의 얼굴이 있었다.
“이토록 유서 깊은 서점인데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게 정말 아쉬워요.”
“난 미련이 없어.” 그레구아르가 전혀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데 어떻게 서점을 운영하겠나?”
나는 그의 말을 애써 수정해주었다.
“책을 구입해 읽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이 줄긴 했죠. 종이 책이 아니라서 그렇지 아직 뭔가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다고 봅니다. 종이책 대신 킨들이나 오디오북, 페이스북 같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글을 읽고 있으니까요.”
그레구아르는 이탈리아 산 커피메이커에서 휘파람 소리가 나자 가스레인지를 껐다.
“자네는 내가 무얼 말하는지 잘 알고 있지 않나? 나는 오락적인 출판물이 아니라 ‘진정한 문학’에 대해 말하는 걸세.”
그레구아르 같은 사람들의 입에서 언제나 ‘진정한 문학’ 또는 ‘진정한 작가’라는 말이 튀어나오기 마련이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 책은 가치가 있으니 반드시 읽어야 하고, 어떤 책은 내용이 형편없는 쓰레기이니 읽지 말라고 한 적이 없었다. 나는 그렇게 말해도 되는 권리를 부여받은 적이 없으니까.
내가 만약 자네 나이라면 작가가 되기보다는 다른 야망을 품었을 거야.”
“왜죠?”
“작가로 산다는 건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 없는 삶이니까.” 네이선 파울스는 한숨을 푹 쉬고 나서 말을 이었다. “작가는 허구한 날 좀비처럼 살아야 하거든. 다른 사람들로부터 유리된 삶이지. 고독한 삶. 하루 종일 잠옷 바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식어빠진 피자 조각이나 씹으며 살길 바라나?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전자파에 눈이 상하고, 대화 상대라야 기껏 머릿속으로 상상해낸 가공인물들뿐이야. 그 가공인물들이 자네를 미치게 만들지. 게다가 몇 날 며칠 밤을 새워가며 머리를 쥐어짜낸 끝에 겨우 한두 문장을 써냈는데 독자들은 단 일초도 거들떠보지 않고 시큰둥해하지. 작가의 삶이란 바로 그런 거야.”
작가 소개
지은이 : 기욤 뮈소
1974년 프랑스 앙티브에서 태어났으며, 니스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몽펠리에대학원 경제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한 후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 첫 소설《스키다마링크》에 이어 2004년 두 번째 소설 《그 후에》를 출간하며 프랑스 문단에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구해줘》,《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사랑하기 때문에》,《사랑을 찾아 돌아오다》,《당신 없는 나는?》,《종이 여자》,《천사의 부름》,《7년 후》, 《내일》,《센트럴파크》,《지금 이 순간》,《브루클린의 소녀》,《파리의 아파트》까지 연이어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세 번째 소설《구해줘》는 아마존 프랑스 85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국내에서도 무려 200주 이상 주요서점 베스트셀러에 등재되었다. 프랑스 언론은 ‘기욤 뮈소는 하나의 현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며 찬사를 표했고,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 독자들이 그의 소설에 공감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기욤 뮈소의 소설은 단숨에 심장을 뛰게 만드는 역동적인 스토리,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 복잡한 퍼즐 조각을 완벽하게 꿰어 맞추는 치밀한 구성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아가씨와 밤》은《파리의 아파트》, 《브루클린의 소녀》,《내일》,《센트럴파크》를 잇는 스릴러이다. 25년 전 생텍쥐페리고교에서 벌어진 살인과 사체유기, 최근 코트다쥐르에서 벌어진 잔혹한 살인극은 과연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완전히 달라진 기욤 뮈소를 볼 수 있는 소설! 그의 소설 《파리의 아파트》,《브루클린의 소녀》,《지금 이 순간》,《센트럴파크》,《내일》,《7년 후》,《천사의 부름》,《종이 여자》,《그 후에》,《당신 없는 나는?》,《구해줘》,《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사랑하기 때문에》,《사랑을 찾아 돌아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