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10년 1월 「판타스틱」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등단한 후 창비장편소설상,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하고 미디어 플랫폼 넷플릭스의 러브콜을 받는 등 각종 매체와 독자의 마음을 골고루 사로잡은 작가 정세랑의 '첫' 장편소설이다. 분야와 소재를 가리지 않고 소설 영토를 종횡무진하는 상상력과 거침없는 필력은 이 소설에 아홉 개의 이야기를 짜넣으며 조합한 솜씨로 일찌감치 예고된 것인지 모른다.
장르 소설가 재화가 작품 속에서 헤어진 남자친구 용기를 아홉 번이나 죽이게 되고 그 죽음의 순간이 용기의 피부에 문신처럼 새겨진다는 게 작품의 큰 줄기다. 정세랑의 특장인 생동감 있는 대사의 말맛이 잘 살아 있는 이번 장편은 스릴러적인 긴장과 비판적 시선을 놓지 않으면서도 발랄하게 튀어오르는 탄성과 재치로 읽는 이에게 건강한 웃음을 남긴다.
8년 만에 전면 개정하여 선보인 이 작품은 동세대의 감수성과 달라진 지형을 영리하게 반영하며 거의 모든 문장을 고치고 설정을 세밀하게 다듬었다. 그동안 '한국 문학'의 경계가 어디인지 시험하며 다채로운 빛깔로 새로운 종이 되고자 꿈틀거려온 그다. 이제 새로운 독자들의 감수성이 펼쳐둔 지도 위 정세랑이라는 별자리는 그 한가운데서 빛난다. 좋은 이야기는 어려운 선택을 하는 이들의 편에 서는 이야기라고 믿는 작가 정세랑. 그가 썼으며 앞으로 써나갈 이야기의 우주, 그 씨앗이 여기 있다.
출판사 리뷰
편집자의 책소개
“키스할 때마다 어쩐지 덧니 위주로 했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 거지?”
정세랑 장편의 시작은 이 소설이 열었다.
8년 만에 전면 개정하여 선보이는 그의 첫 장편소설!
2010년 1월 『판타스틱』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등단한 후 창비장편소설상,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하고 미디어 플랫폼 넷플릭스의 러브콜을 받는 등 각종 매체와 독자의 마음을 골고루 사로잡은 작가 정세랑의 ‘첫’ 장편소설이다. 분야와 소재를 가리지 않고 소설 영토를 종횡무진하는 상상력과 거침없는 필력은 이 소설에 아홉 개의 이야기를 짜넣으며 조합한 솜씨로 일찌감치 예고된 것인지 모른다.
장르 소설가 재화가 작품 속에서 헤어진 남자친구 용기를 아홉 번이나 죽이게 되고 그 죽음의 순간이 용기의 피부에 문신처럼 새겨진다는 게 작품의 큰 줄기다. 정세랑의 특장인 생동감 있는 대사의 말맛이 잘 살아 있는 이번 장편은 스릴러적인 긴장과 비판적 시선을 놓지 않으면서도 발랄하게 튀어오르는 탄성과 재치로 읽는 이에게 건강한 웃음을 남긴다.
8년 만에 전면 개정하여 선보인 이 작품은 동세대의 감수성과 달라진 지형을 영리하게 반영하며 거의 모든 문장을 고치고 설정을 세밀하게 다듬었다. 그동안 ‘한국 문학’의 경계가 어디인지 시험하며 다채로운 빛깔로 새로운 종이 되고자 꿈틀거려온 그다. 이제 새로운 독자들의 감수성이 펼쳐둔 지도 위 정세랑이라는 별자리는 그 한가운데서 빛난다. 좋은 이야기는 어려운 선택을 하는 이들의 편에 서는 이야기라고 믿는 작가 정세랑. 그가 썼으며 앞으로 써나갈 이야기의 우주, 그 씨앗이 여기 있다.
“야간근무를 하면 말야, 세상의 망가진 부분들이 보여.”
갑자기 모든 게 좋아질 리가 없다.
이렇게 쌓여서, 해소되지 않는 모든 것들을 안고 버티는 거다.
용기는 장래가 촉망되는 럭비 특기생이었으나 무릎 부상을 당해 지금은 보안업체 출동 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후임을 언제 뽑아줄지 기약 없는 막내 신세인 그에게는 선배들이 미루고 미룬 진상 업무만이 떨어진다. 그럴싸한 긴급상황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채 술에 취한 고객의 갑질을 상대하느라 골치가 아픈 그에겐 연하의 여자친구가 있다. 당돌하게 사랑을 요구하고 모든 것이 분명한 그애에게서는 누구나 좋아할 바닐라 맛이 난다. 그에 비하면 전 연인 재화는 늘 떨떠름한 초록색 맛이었다. 안고 있어도 안은 것 같지 않은, 속을 도무지 보여주지 않는 재화는 딱딱할 정도로 진하고 단맛은 없는 녹차 아이스크림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용기의 피부에 이상한 문장이 하나둘 새겨지기 시작한다.
“안 해. 아무도 안 만날 거고
이 끝나가는 세상에서 읽고 쓰기만 하다가 조용히 죽을 거야.”
뭔가 중요한 부분이 고장나버렸다면 더욱 들켜서는 안 된다.
상대가 알아버리면 바로 도망치고 말 테다.
용기가 그랬던 것처럼.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밤에는 장르 소설가로 바쁜 삶을 사는 재화에게 용기는 지구가 멸망한다면 마지막 하루쯤은 함께하고픈 남자다. 이제는 멀리서 소식을 듣는 사이가 되었지만 소재 파악이라도 해둬야 지구가 멸망할 때 연락이라도 해보지 싶어 가끔, 헤어진 그를 떠올리곤 했다. 그래서일까, 재화가 발표하는 소설마다 용기를 닮은 인물이 들어 있었다. 첫 소설집 출간을 앞두고 재화가 작품을 하나씩 퇴고할 때마다 그 죽음의 순간이 용기의 피부에 문신처럼 글씨로 새겨진다. 그러던 어느 날 재화는 자신의 우편물 봉투에서 정교한 칼집을 발견하곤 누군가가 자신의 우편을 뜯어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친구인 선이 언니는 용기에게 부탁해 보안 장치를 설치하라고 권하지만 재화는 연락을 망설이는데……
재화가 써내려간 이야기들은 각각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포털을 탄 듯 새로운 시공간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그 이야기의 결말에 감도는 끝맛에는 다른 차원에서 살았던, 다른 삶을 살았던 두 존재가 만나고 헤어지기까지의 과정에 겪는 슬픔, 후회, 연민, 분노, 원망, 그리움 등 온갖 감정의 스펙트럼이 담겨 있다. 어쩌면 연애는 서로 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을 여는 일인지도 모르니까. 이제 작품 속으로 워프할 일만 남았다.
시공의 용과 열다섯 연인들
한 번도 무리한 요구를 해온 적 없는, 품격이 있다고까지 여겨지던 시공의 용이 어느 날 공물로 열다섯 명의 ‘처녀’를 요구해 충격에 빠진 마을. 청년들은 동굴로 그들을 구하러 가고 이 열다섯 연인들에게 시공의 용은 이상한 제안을 한다.
늑대 숲에 팔을 두고 왔지
기이한 병에 걸려 몸집이 거대해진 숲의 늑대들은 숲을 파괴하고 도시를 지으려던 인간들을 몰아낸다. 반면 여전히 숲에 남아 살아가는 사람들은 늑대족으로 불리며 인간과 늑대 양편에서 배척받는다. 어느 날 늑대족은 숲에서 팔을 크게 다친 인간의 아이를 구하게 되는데……
해피 마릴린
환경 악화로 인구정책이 강화돼 아이 대신 진짜 사람처럼 성장할 수 있는 자녀 로봇을 들이게 된 시대. 소녀 로봇 마릴린은 부모를 잃은 뒤 성장 업데이트를 거부한다. 자칫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강제로라도 로봇을 업데이트해야 하는 제조사는 소송을 제기하고 퇴임을 앞둔 판사가 이를 맡게 된다.
러브 오브 툰드라
척박한 환경에서 감사하며 살아가는 툰드라 사람들, 하지만 그들에게 결코 끝나지 않을 혹한이 찾아오고 만다. 이를 풀기 위해선 가장 깊은 얼음에 스스로 갇혀야 하는 희생주술이 필요하지만 어떤 부족장들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가장 어린 여성이 자원해 얼음여왕이 된다. 겨울은 물러나고 여왕에게는 세 명의 연인이 차례로 찾아와 그 얼음을 녹이려 한다.
닭 발은 창가에
송도 최고의 시재로 이름난 기생 어홍. 어린 유생 규진에게 마음을 주고 물밑으로 도와준다. 시간이 흘러 첫 발령을 앞둔 규진을 따르기로 마음먹지만 돌아온 것은 배신뿐이다. 이별을 앞두고 어홍은 연인의 목에 매달려 서슬 퍼런 말을 속삭이는데……
물고기 왕자의 전설
언젠가 물고기 왕자가 찾아오면 사막이 물로 가득차리라 믿는 오아시스 사람들. 그들은 성인식으로 몸에 아가미 문신을 새기고 물고기를 먹지 않는 금기를 엄격히 지킨다. 그러던 어느 날 오아시스를 탐낸 동쪽 나라의 군대가 쳐들어오고, 마을 사람들은 질 수밖에 없는 전쟁을 준비한다.
항해사, 선장이 되다
우주여행 크루즈를 운항중인 항해사는 두 번이나 엉뚱한 좌표로 워프를 해 질책을 듣는다. 하지만 항해사 커뮤니티에서도 그와 비슷한 경험담과 배의 실종 소식이 올라온다. 수집한 좌표들을 계산해본 항해사는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가 변했다는 사실을 알아내는데……
나랑 시합을 할래?
작은 요새에서 태어난 공주는 결혼하게 된다면 왕국이 영원히 사라지리라는 예언을 받았다. 그녀가 성년이 되자 이웃나라의 왕자들이 찾아와 저마다 자신이 저주를 풀어줄 특별한 상대라고 주장하고. 그들에게 공주는 자신과 시합해서 이기면 결혼하겠다고 제안한다. 대신 그들이 지면 땅의 일부를 내놓는 조건으로.
그리고, 재화와 용기를 이어주는 마지막 단편 알파카 양 이야기.
결국 남는 건 사랑 이야기야. 다른 이야기들은 희미해지고 흩어지더라. 로맨스만이 유일무이한 거라고.
재화씨, 재화씨는 왜 장르를 써? 얼른 재등단해. 쉽잖아. 적절한 주제에 대해 모나지 않게 쓰면 돼.”
그때 재화는 상처를 받지도, 화가 나지도 않았다. 그저 어떤 깨달음을 얻었을 뿐이었는데, 그건 앞으로도 부적절한 주제에 대해 모나게 쓰리라는 날카로운 예감 같은 것이었다. 용 같은 것 말고, 좀더 부적절한 이야기를 써야지. 모두 입을 모아 부적절하다고 말할 만한 이야기를.
친밀감이란 기분 좋은, 심지어 약간 맛있는 냄새가 나는 향초 같은 것.
작가 소개
지은이 : 정세랑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0년 《판타스틱》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3년 《이만큼 가까이》로 창비장편소설상을, 2017년 《피프티 피플》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재인, 재욱, 재훈》 《보건교사 안은영》이 있다.
목차
재화│시공의 용과 열다섯 연인들 7
용기│바닐라와 피스타치오 21
재화│늑대 숲에 팔을 두고 왔지 29
용기│덧니만이 리얼했어 45
재화│해피 마릴린 53
용기│가스총을 만져봐도 돼요? 65
재화│러브 오브 툰드라 73
용기│뻑큐, 뻑큐, 뻑큐 83
재화│닭 발은 창가에 87
용기│거대 고구마를 꿈꾸다 103
재화│물고기 왕자의 전설 109
용기│총알을 다섯 개 넣고 하는 러시안 룰렛처럼 125
재화│항해사, 선장이 되다 131
용기│지구가 기억하는 러브 스토리 151
재화│나랑 시합을 할래? 163
용기│아무도 안 죽는 이야기를 쓰면 안 되니? 187
재화│마지막 키스를 갱신했어야 했는데 195
용기│절단면이 깨끗해야 다시 이어붙일 수 있어 203
재화│3분 26초 전이었다 209
용기│용기 있는 자가 재화를 얻는다 217
작가의 말 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