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팥죽 할멈과 호랑이’ 이야기의 색다른 버전《갑돌이와 용감한 여섯 친구》는 풍뎅이, 알밤, 자라, 밥주걱, 쇠똥, 맷돌 같은 작고 보잘것없는 여섯 존재가 무시무시한 호랑이를 통쾌하게 물리치는 이야기입니다. 어디서 들어 본 이야기 같지요?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팥죽 할멈과 호랑이’와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방정환과 함께 색동회를 만들고 잡지 《어린이》에 동시와 동화를 발표하기도 한 정인섭(1905~1983)이 <젊은이와 친구들의 범퇴치>(Folk Tales from Korea, 1952) 라는 제목으로 들려준 옛이야기입니다.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들려주는 것은 옛이야기의 큰 특징인데, 이 책에서는 울면서 팥죽을 쑤는 할멈 대신 산속 작은 집에 사는 예쁜 아가씨가 등장합니다. 또한 팥밭을 일구는 할멈을 호랑이가 위협하는 데서 시작하지 않고, 작은 친구들이 “아저씨, 아저씨, 나도 같이 가고 싶어요.” 하며 갑돌이의 말을 얻어 타고 흥겹게 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래서 같은 이야기지만 분위기가 무척 다릅니다. 여섯 친구가 하나씩 등장해 갑돌이의 말을 얻어 타고 가며, 앞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 체 느긋한 여행을 즐기는 분위기는 색다른 맛이 있습니다.
작고 힘없는 존재가 힘을 합쳐 크고 무서운 상대를 물리친다는 이야기의 핵심은 그대로이지만, 옛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어린아이들이 즐기기에 알맞은 간결하고 유쾌한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갑돌이와 여섯 친구의 통쾌한 모험갑돌이가 말을 타고 가는데 어디선가 풍뎅이가 날아옵니다. 풍뎅이는 갑돌이와 같이 가고 싶어 하고 갑돌이는 풍뎅이를 말에 태우죠. 뒤를 이어 알밤, 자라, 밥주걱, 쇠똥, 맷돌도 함께 가고 싶어 하자, 갑돌이는 말에 태우고 길을 갑니다. 갑돌이와 여섯 친구는 어두워지자 잠잘 곳을 찾고, 마침 아가씨가 혼자 살고 있는 산속 외딴 집을 발견하지요. 갑돌이와 여섯 친구가 하룻밤 재워 달라고 부탁하자 아가씨는 뒷산에 사는 무서운 호랑이가 잡아먹으러 올 거라며 어서 돌아가라 하지요. 하지만 갑돌이와 용감한 여섯 친구는 아가씨를 도와주겠다고 씩씩하게 말해요.
아가씨를 구하기 위해 여섯 친구는 각자 가진 재주를 재치 있게 발휘합니다. 등잔불을 끄고, 재를 날리고, 발가락을 물고, 자빠트리고, 철썩철썩 때리고, 쾅하고 내리꽂지요. 여섯 친구의 행동이 착착 맞아떨어져 마침내 호랑이를 꼴까닥 죽게 만들었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작고 힘없는 존재지만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또 작지만 힘을 합치면 못할 일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작은 여섯 친구의 통쾌한 활약을 보면서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 된 것처럼 이야기에 빠져들 것입니다.
옛이야기는 일상을 사실적으로 그리기보다 의미심장한 사건을 상징적으로 그리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야기에 나오는 작은 물건, 작은 동물 하나도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게 되고, 그렇게 유심히 들여다보면 이 세상에 새롭고 신기하지 않은 일은 없어 보입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되리라 믿고 있는 것, 믿고 싶은 것을 옛이야기는 발랄하고 힘차게 들려줍니다. 이런 점이 옛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이겠지요.
한 편의 연극처럼 펼쳐지는 글과 그림이 이야기는 갑돌이가 말 등에 여섯 친구를 태우는 전반부와 여섯 친구가 호랑이를 물리치는 후반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갑돌이가 말을 타고 가는데……”로 시작하는 글은 풍뎅이가 타면 “갑돌이와 풍뎅이가 말을 타고 가는데……”가 되고, 여섯 친구가 차례로 말 등에 올라탈 때마다 늘어납니다. 점점 늘어나는 글은 여섯 친구를 태우고 또각또각 걷는 말의 발걸음처럼 경쾌한 리듬감을 느끼게 합니다. 반면 후반부의 글은 여섯 친구가 손발을 맞춰 호랑이를 혼내 주는 장면에 걸맞게 긴장감과 속도감이 있습니다.
그림 역시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는 전반부는 밝은 색채와 여섯 친구를 바라보는 말의 표정에서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풍기고, 후반부는 여섯 친구의 초롱초롱한 눈빛과 기세를 거침없이 그려 긴박하고 힘찬 기운이 한껏 느껴집니다. 마치 1막과 2막으로 나뉜 한 편의 연극 같은 느낌이 잘 살아나도록 전반부는 글과 그림을 분리해 무대처럼 꾸몄습니다. 여섯 친구가 하나씩 등장하는 것처럼 보이나요? 후반부는 그림을 전체로 확대해서 여섯 친구가 마음껏 움직일 수 있도록 무대를 넓혔지요. 무대가 좁아 보일 정도로 활약하는 용감한 여섯 친구를 만나 보세요.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일곱 번째 시리즈,《갑돌이와 용감한 여섯 친구》어린이의 본성에 잘 맞는 옛이야기를 골라 그 원형을 찾아 새롭게 다듬어 펴낸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시리즈. 2006년 첫 번째《밥 안 먹는 색시》를 시작으로 《옛날에 여우가 메추리를 잡았는데》, 먀오족의 콩쥐팥쥐 이야기인 《오러와 오도》, 《세상에 음악이 생겨난 이야기》, 《우렁각시》, 《팥이 영감과 우르르 산토끼》까지 그동안 모두 일곱 권의 옛이야기를 출간했습니다.
아이들은 길벗어린이 옛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의 본성과 아주 비슷한 인물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본성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자연스레 안도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안도감은 어린이들에게 자신을 스스로 믿고 자랄 힘이 되어 줍니다. 이것이 어린이들에게 길벗어린이 옛이야기가 꼭 필요한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