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이나 연소자의 아르바이트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성장단계에서의 근로경험은 향후 직업생활에 대한 가치관을 형성하고, 근로자로서의 자세와 권리 등을 학습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정연과 영준이 함께 일한 편의점은 우리의 현주소이며 또 그들이 앞으로 책임져야 할 노동현장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이 소설은 안타까운 대학 입시의 현실에서 거기에 들지 못하고 공부에 흥미가 없어 다른 진로를 모색하고 싶어도 부모와 사회가 용납을 안 하는 현실을 꼬집고, 그러한 풍조에서 과감하게 다른 길을 선택해 걸어가는 청소년들을 통해 우리는 언제까지 이러한 헛걸음을 계속해야 하는지를 질문한다.
출판사 리뷰
10대에 대한 부당한 노동 현장을 고발한 청춘 알바 보고서!
매년 수십만 명의 청소년들이 대입시험에 응시하고 그 중 일부만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 자신의 꿈을 키운다. 반에서 1, 2등을 해야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갈까 말까한 현실에 비추어 보면 희망도 없이 획일적인 입시대열에 줄 서 있는 오늘날의 청소년 처지가 처연하고 안타깝다.
이 소설의 주인공 정연은 미술대학에 들어가 관련 분야로 진출하려는 생각이 확고하지만 가정 형편상 미술학원에 등록하기 어려운 처지이고 가족이 적극적으로 응원하지도 않는다. 엄마는 엄마대로 불행하고 아빠는 아빠대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포기를 모르는 정연이기에 학원수강료 마련을 목표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취직한다. 편의점에서 돈만 벌면 모든 일이 술술 풀릴 것이라는 기대는 오산이었다. 사회의 법칙은 학교의 생리와는 완전히 달랐다. 정연이 가장 먼저 맞닥뜨린 현실은 편의점주가 정당한 노동의 대가인 알바비를 제때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조금씩 가불을 하거나 아빠를 앞세워 밀린 월급을 받아내려 했지만 도리어 적반하장에 처한다.
그러던 차에 편의점에서 수상한 낌새를 느낀다. 야간 알바생인 영준이 편의점 물건을 도둑질해서 온라인 마켓에 내다 판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을 금지 못한다. 영준 역시 밀린 월급으로 고통 받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도둑질은 범죄이지 않나. 정연은 학원 등록보다 더한 좌절에 직면하지만 학교가 아닌 냉혹한 사회현실의 논리를 조금씩 터득해가면서 보람도 느낀다.
그런데 영준은 무슨 생각으로 도둑질을 했을까. 그는 그저그런 도둑놈일까 아니면 냉혹한 사회현실과 혼자 싸우며 나름대로의 길을 가는 또 다른 청소년일까.
1년 만에 편의점에 오는 정연. 영준은 놀랍게도 그곳의 새 주인이 되어 있었다. 불매운동으로 폐점 위기에 처한 ‘알파와 오메가’를 퇴직한 영준 아버지와 인수한 것이다. 영준은 다양한 제품 먹방과 편의점 일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단골을 늘리고 있었다. 브이로그를 촬영해주며 정연은 영준이 자신처럼 꼭 맞는 옷을 입었다고 말해준다.
“머리 예쁘게 염색됐네. 수고.”
사모는 싸해진 분위기를 풀어주려고 붉게 물들인 정연의 머리이야기로 슬쩍 칭찬한다. 정연은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리며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었다. 카운터를 벗어난 사모는 3초간 천장을 훑어보았다. CCTV 네 대가 붉은 불을 깜빡이며 돌아가고 있다. 정연은 붉은 불이 깜빡일 때마다 섬뜩함을 느꼈다. 사모의 몸은 퇴근하지만 붉은 눈만은 이 공간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야, 나 상상했거든. 모태솔로한테 너무한 거 아니니?”
“그런 뜻이 아닌데. 내가 아무리 잡으려 해도 걘 녹아내렸을 거야.”
“왜?”
“중심이 없었어. 자꾸 몸을 내던지려고 했어. 뭘 하고 싶다는 의지 자체가 없었어. 제 몸이 녹아내리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모르겠다. 난 그쪽은 맹탕이라.”
“나쁜 년 아니야. 자기를 지킬 줄 모르는 약한 애였어.”
“좋게 포장하지 마. 넌 버림받고도 몰랐을지도 몰라.”
“오피스텔 걸이라고 알아?”
“아니.”
“오피스텔에서 몸 파는 거.”
한쪽 팔로 문고리를 잡고 있던 사장은 여차하면 문을 닫아버리려고 했고 정연과 아빠는 못 닫게 하려고 문을 밀고 있는 형국이었다.
편의점의 사무실과 창고는 합판을 세워 만든 임시 공간이었다. 두 사람의 힘이 문에 함께 실리자 문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 평소 흔들리던 벽이 기울며 으지직 비명을 질러댔다. 벽면이 흔들리자 벽에 기대놓은 탄산음료 박스가 옆으로 넘어지고 뚜껑이 터져 물을 뿜어댔다.
탄산수 벼락을 맞은 손님들이 화를 내며 나가버리고 걸레를 든 영준이 달려왔다.
“이젠 기물 파손까지…. 내 참 기가 막혀서.”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윤우
어린 시절 책이 너무 좋아 서재가 있는 친구네 집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 후로 쭈욱 그 언저리를 돌아 사랑하는 나의 서재에서 이야기를 만들게 됐답니다.삶을 바꿔놓을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을 경험했고, 앞으로 쭈욱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전태일 문학상에 단편소설 〈어사용〉이, 조선일보에 동화 〈명왕성에게〉가 당선되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청소년들과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한 끝에 첫 청소년소설 《어게인 별똥별》을 펴냈습니다.
목차
작가의 말
1. 대타로 출근하다
2. 빨간 머리 연 브이로그
3. 비 오는 날 아르바이트
4. 다시 알파와 오메가
5. 검은 손의 정체
6. 칵테일 바
7. 좀비 카페로 오세요
8. 입장 차이
9. 밀린 월급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1)
10. 밀린 월급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2)
11. 14시간 편의점 귀신
12. 정연만의 방식
13. 끝이 아니다
14. 영준의 거래
15. 피딴 편의점으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