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김혜정 작가가 세번째 성장소설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제목에서부터 '도전적인 선언' 또는 '방황의 갈무리'가 느껴지는 <18세를 반납합니다>. 장편 <독립명랑소녀> 이후 8년, 소설집 <영혼박물관> 이후 4년 만이다. 이번 소설집에는 청소년기의 ‘마지막 고비’를 헤쳐 나가는 이야기 여섯 편이 오롯이 담겼다.
<독립명랑소녀>에서의 "불안한 날들의 방황"과 <영혼박물관>에서 호명했던 "가까스로 견디고 있을, 견뎌야 할 어린 영혼들"에 대한 관심은 <18세를 반납합니다>에서도 여전하다. 아니, 그들은 한두 해 더 세파에 부대끼고 버텨낸 '어린 노병들'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해, 마치 "100년은 산 거 같은데 겨우 열여덟"인 어린 노병들. 그들은 아직 치기 어린 열일곱과 대학 입시에 찌든 열아홉 사이를 건너며 고군분투 중이다.
성 정체성의 혼란 혹은 사랑의 설렘을 다룬 '52hz', 어설프거나 왜곡된 교우 관계를 바로잡고자 하는 '봄이 지나가다', 나의 무심함 때문에 친구가 삶을 놓았을까 봐 애달픈 '소희', 성적에 연연하며 유리성에 갇혀 살기보다 당당한 삶을 찾아 떠나고픈 '퍼니랜드',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도 향긋한 꿈을 좇는 아이들을 그린 '유자마들렌', 그리고 집 떠나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심이 되어주는 '청개구리 심야식당' 이야기까지.
그동안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넓은 스펙트럼이 김혜정 작가의 관심사였다면, 이번 소설집 <18세를 반납합니다>에서는 고등학교 1~2학년, 특히 열여덟 살인 고등학교 2학년에 집중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반납해버리고 싶은 10대의 마지막 고비, "야릇한 설렘과 미친 존재감"이 폭발하는 질풍노도의 바로 그 순간.
출판사 리뷰
“100년은 산 거 같은데 겨우 열여덟이야.”
열일곱도 열아홉도 아닌,
어쩌다 열여덟에 끼어버린 아픈 청춘들.
야릇한 설렘과 미친 존재감이 폭발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2019 아르코문학창작기금사업 지원 선정작
김혜정 작가가 세번째 성장소설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제목에서부터 ‘도전적인 선언’ 또는 ‘방황의 갈무리’가 느껴지는 『18세를 반납합니다』. 장편 『독립명랑소녀』 이후 8년, 소설집 『영혼박물관』 이후 4년 만이다. 이번 소설집에는 청소년기의 ‘마지막 고비’를 헤쳐 나가는 이야기 여섯 편이 오롯이 담겼다. 『독립명랑소녀』에서의 “불안한 날들의 방황”과 『영혼박물관』에서 호명했던 “가까스로 견디고 있을, 견뎌야 할 어린 영혼들”에 대한 관심은 『18세를 반납합니다』에서도 여전하다. 아니, 그들은 한두 해 더 세파에 부대끼고 버텨낸 ‘어린 노병들’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해, 마치 “100년은 산 거 같은데 겨우 열여덟”인 어린 노병들. 그들은 아직 치기 어린 열일곱과 대학 입시에 찌든 열아홉 사이를 건너며 고군분투 중이다.
성 정체성의 혼란 혹은 사랑의 설렘을 다룬 「52hz」, 어설프거나 왜곡된 교우 관계를 바로잡고자 하는 「봄이 지나가다」, 나의 무심함 때문에 친구가 삶을 놓았을까 봐 애달픈 「소희」, 성적에 연연하며 유리성에 갇혀 살기보다 당당한 삶을 찾아 떠나고픈 「퍼니랜드」,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도 향긋한 꿈을 좇는 아이들을 그린 「유자마들렌」, 그리고 집 떠나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심이 되어주는 「청개구리 심야식당」 이야기까지. 그동안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넓은 스펙트럼이 김혜정 작가의 관심사였다면, 이번 소설집 『18세를 반납합니다』에서는 고등학교 1~2학년, 특히 열여덟 살인 고등학교 2학년에 집중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반납해버리고 싶은 10대의 마지막 고비, “야릇한 설렘과 미친 존재감”이 폭발하는 질풍노도의 바로 그 순간.
“100년은 산 거 같은데 겨우 열여덟이야.”
“야, 너 동안이다. 난 더 어리게 봤는데.”
“치! 난 반납할 거야.”
“반납? 뭘?”
“18.”
“오호, 18세를 반납합니다. 그런 거냐?”
“왜, 그러면 안 돼?”
“안 되긴. 나도 하고 싶다, 반납.”
상처와 아픔을 반납한다니, 속이 후련했다. (「청개구리 심야식당」에서)
『18세를 반납합니다』는 중등 교사인 김혜정 작가가 현재 생활하고 있는 경기도 부천을 주요 배경으로 그려진다. 원미산과 진달래 동산(「52hz」), 부천역 광장과 그 주변(「청개구리 심야식당」), 옛 항동 기찻길의 언저리(「소희」), 그리고 학교와 집과 골목길들. 마치 열일곱과 열아홉 사이에 낀 열여덟 살처럼, 서울과 인천이라는 거대도시 사이에 끼어 사는 아이들의 다채로운 사연들이 작가의 치열한 필치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작가의 눈에 포착된 인물들은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지니고 있는, 센 척하지만 여린 감수성의 소유자들, 때로 나쁜 마음을 먹기도 하지만 이내 돌아서 질긴 후회를 달고 살아가는 아이들이다. 작가는 “스스로 ‘18세를 반납하겠다’라고 단호히 말하며, 이제 이야기가 되어 이야기로 살아가는 아이들”을 특유의 감성으로 아로새긴다. 하여 매번 「작가의 말」에서 일일이 호명하곤 하는 바로 그 “아이들의 이야기가 매번 나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어주었다”라고 말한다. “지옥의 한가운데”와 “위로와 희망”은 그렇게 통해 있고, 그 통로를 통해 우리는 함께 성장하는 셈이니까.
반납하고 싶은 ‘18세’를 가슴에 품고 사는 청소년, 혹은 그런 ‘18세’조차 아스라해 어른 되기를 거부하고픈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어쨌거나 우리는 모두 ‘18세’를 지나쳐야만 하기에.
“난 남자애한테는 끌리지가 않아. 내 안에 나도 모르는 내가 있는 거 같아.”
“……”
“보통 고래들은 12hz에서 25hz로 소리를 내는데 52hz로 소리를 내는 고래가 있대. 어떤 고래도 그 고래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나 봐. 걔들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야.”
기정이 뜬금없이 고래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그 이야기에 내 마음이 붙들렸다. 얼마쯤 지나 기정이 고래 이야기가 담긴 노래를 허밍으로 하고 나도 따라 했다. 가슴이 알알하면서 알 수 없는 기쁨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52hz」)
이상하게 마음에 평온이 찾아왔다. 이대로 모두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내 마음이 더욱 단단해지기를 바랐다. 내 안의 샘이 넘쳐나기를, 그래서 나라는 존재가 더욱 투명해지기를. 하지만 내가 넘어져준 게 아니라 넘어졌다는 걸 부인할 수 없었다. 그것도 제대로 엎어진 느낌이었다.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차피 바닥이라면 기어오르는 수밖에. 단, 어떤 식으로든 짚고 넘어가야지. 그런 뒤에야 비로소 다시 일어설 수 있을 테니까. 지금까지 나는 뭐든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지 못하고 남의 눈을 의식하는 데 급급했다. 이제 더 이상 그런 나는 없을 것이다. (「봄이 지나가다」)
네가 괜찮은 애 같아서. 소희의 목소리가 귀에 쟁그랑거렸다. 이렇게 형편없는 나를 그렇게 말해준 소희였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나는 소희를 외면한 셈이었다. 그런 나를 견딜 수가 없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소리 내어 울고 싶었다. 그러지도 못하고, 도리어 소희를 원망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지, 아파 죽겠으니까 빨리 오라고 소리라도 지르지. 욕이라도 퍼붓지. 내가 비겁하게 물러서지 못하도록 나를 붙잡지 그랬어. 아니,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냈어야지. 어떻게든 버텨냈어야지. 그렇게 가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 너답지 않잖아. (「소희」)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혜정
여수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199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비디오가게 남자」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복어가 배를 부풀리는 까닭은』 『바람의 집』 『수상한 이웃』 『영혼 박물관』이, 장편소설 『달의 문(門)』 『독립명랑소녀』가 있다. 서라벌문학상신인상,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청소년저작상, 송순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52hz
봄이 지나가다
소희
퍼니랜드
유자마들렌
청개구리 심야식당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