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바일라 5권. 어느 날,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고양이 전문 탐정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홍도여고 2학년 아인이. 허름한 건물에 제대로 된 간판도 없는데다 쓸데없이 진지한 주민후 씨도 탐정이라고 하기엔 어설프기 짝이 없다. 어쨌든 ‘주민후 탐정사무소’에서 동네 초딩들에게 현상금까지 걸어둔 채 찾고 있는 검은 고양이 엘리자베스는 어찌나 신출귀몰 재빠른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도대체 몸도 성치 않은 길고양이 엘리자베스를 찾는 의뢰인은 누굴까? 우리의 주인공 아인은 왜 주민후 씨의 탐정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걸까? 모두가 눈감은 채 진행되는 슬픈 역할극은 길고양이 엘리자베스와 함께 서서히 그 비밀을 드러낸다.
출판사 리뷰
도대체 아인의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해 봄, 바다로부터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타로 마스터인 엄마와 살고 있는 여고 2학년생 아인이는 어느 날,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주민후 탐정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한다. 탐정 주민후 씨의 전문 분야는 잃어버린 고양이을 찾아주는 것이지만 틈틈이 치매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의 아들이 되어 주기도 하는 등 의뢰인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슨 일이든 해 준다. 아인이 보기에는 그저 동네 초등생들의 호구가 되어 짱구네 슈퍼마켓 아이스크림 매상이나 올려주는 세상 없이 한심한 아저씨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약속은 약속인지라 아인은 탐정사무소에서 청소부터 시작해 온갖 잡다한 일을 한다. 그런데 아인은 이 모든 게 다 언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언니의 다리 한쪽이 불편하지 않았더라면, 언니가 여행을 가지 않았더라면, 언니가 죽지 않았더라면, 아빠도 엄마도 아인 자신도 이런 모습이진 않았을 거라고. 도대체 아인의 집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날 이후, 깊은 슬픔과 그리움으로 남은 4월의 바다로 돌아가 비로소 다시 일어서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 한 편이 시작된다.
‘어른도 함께 읽는’ 청소년소설가 한정영,
그가 들려주는 416 이후, 우리가 ‘다시’ 만나야 할 세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장르의 저작활동을 왕성하게 해 온 한정영 작가는 그중에서도 특히 청소년소설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통 순문학으로서의 소설을 공부하고 약관의 나이에 등단하여 일찌감치 문단의 주목을 받았던 신인 시절을 거쳐 여러 권의 장편소설과 소설집을 출간하였던 작가는 뒤늦게 청소년문학 세계에 매료되면서 지난 7년 동안 청소년 장편소설을 거의 매해 한 권씩 발표해 왔다. 출간한 작품들은 책따세를 비롯 각종 기관 및 단체의 추천도서로 선정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한정영 작가의, 정확하면서도 섬세한 문장과 묘사로 한치의 빈틈 없이 일궈내는 서사, 청소년 독자의 세계와 공감하는 감수성은 청소년문학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 중에서 단연 앞에 있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청소년소설은 ‘어른도 함께 읽는 청소년소설’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작가의 8번째 청소년 장편소설인 이번 책 『엘리자베스를 부탁해』는 이러한 작가의 특장이 오롯이 담겨 있다.
작가는 오래도록 가슴에 담아 두었던 어떤 일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기록하고, 기억하려 합니다. 특히 기억하려는 어떠한 일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긴 일이라면, 그것은 작가에게 소명이 됩니다. -글쓴이의 말에서
5년 전, 온 국민을 슬픔과 고통의 바다로 이끌었던 4월의 바다로부터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 주고 싶었을까. 독일의 철학자인 에른스트 블로흐는 “모든 사람이 똑같은 ‘현재’를 살고 있지 않다”고 했다. 작가는 주인공인 열일곱 살 여고생 아인이의 시선을 통해 아인이네 가족은 물론 한국전쟁 당시로 돌아간 치매노인, 아인을 괴롭히는 선자 언니네 일당 등이 살고 있는 ‘비동시적 시간’을 여과 없이 그려 냄으로써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역으로 보여 준다. 어쩌면 작가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진부할지언정, 무기력이나 포기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지금 이 순간의 시간을 살아내는가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은 작가가 글쓴이의 말을 통해 밝혀두고 있듯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의 작가적 소명이기도 할 것이다.
비로소 돌아온 아인이의 ‘깜둥이’이자 죽은 언니의 ‘엘리자베스’인 검은 고양이의 배 속에는 새로운 생명이 자라고 있다. 엘리자베스는 언니를 잃은 그날의 바닷가에 모인 아인이네 가족의 성장이 곧 우리 사회의 성장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기도 할 것이다.
“탐정 기본 제1수칙, 모든 사건에 평등할 것. 의뢰인의 신분이나 연령, 사건의 위험성 정도에 따라 차별을 두지 않는다. 수칙 2, 의뢰인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것. 아무리 사소한 사고 또는 사건이라도 의뢰인에게는 매우 큰 고통일 수 있음을 알고 진심으로 대한다. 수칙 3, 항상 현장에 있을 것. 모든 사건과 사고는 골든 타임이 중요하므로,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현장을 방문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수칙 4, 의뢰받은 사건은 그 즉시 나의 사건이라 여길 것. 즉 사건을 의뢰받은 순간부터 컨트롤 타워가 되어 최대한…….”
마치 아인이 묻기를 기다렸다는 듯 아저씨는 이번에도 숨 한번 쉬지 않고 읊어 댔다.
“그러니까 내가 이 알바를 꼭 해야 한다는 거지?”
아인은 식탁에 앉아 열무를 다듬고 있는 엄마에게 물었다. 하지만 엄마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작은 칼로 열무 꼭지를 똑똑 끊어 내기만 했다.
언니, 아직 떠나기 싫은 거야? 이젠 내 자리도 있어야지.
그 말을 해 놓고 아인은 깜짝 놀랐다. 그래서 저 혼자 얼굴이 붉어졌고, 그러고 난 뒤에는 화가 났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한정영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고, 같은 학교에서 연구교수를 지냈습니다. 지금은 서울여자대학교와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등에서 강의하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청소년 소설로는 『바다로 간 소년』, 『너희는 안녕하니?』, 『히라도의 눈물』, 『빨간 목도리 3호』, 『짝퉁샘과 시바클럽』 등을 썼고 단편 「변신-서울 2017」은 월간 『어린이와문학』에서 제정한 제4회 어린이와문학상(2017)을 수상했습니다. 동화로는 『관을 짜는 아이』, 『진짜 선비 나가신다』, 『귀명창과 사라진 소리꾼』 등을 썼고, 『굿모닝 굿 모닝?』은 초등 국어활동 교과서(2015)에 실렸습니다. 『노빈손 사라진 훈민정음을 찾아라』는 노빈손 탄생 10주년 기념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고 뮤지컬로 공연되었습니다. 이 외에 『바빌론의 사라진 공중정원』, 『거짓의 피라미드』와 같은 판타지 동화 시리즈가 있습니다.
목차
수상한 아르바이트 7 눈물의 탐정사무소 29 검은 고양이 엘리자베스 69 아빠를 찾아서 93 나의 아저씨 136 달아나지 마 158 선물 177 | 글쓴이의 말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