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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 잘했다
창비 | 3-4학년 | 201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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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성명진 시인의 동시집. 담백하고 정갈한 언어로 아이들의 일상을 생생하게 표현해 온 시인은 이번 동시집에서 한층 더 깊어진 서정의 언어로 뭉클한 성장의 순간들을 담아냈다. 시인의 다정한 눈길 속에서 아이들은 소중한 사람과 함께할 때뿐만 아니라 슬픔과 외로움을 홀로 견디는 쓸쓸한 순간에도 한 뼘씩 자라며 환히 빛난다. 등단 후 30여 년간 시인이 정성스레 쌓아 올린 동시 세계에서 독자들은 동시 읽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모든 날, 모든 순간 자라는 아이들의 뭉클한 성장기

『오늘은 다 잘했다』는 아이들을 향한 애정 어린 눈길과 예리한 관찰력으로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 온 성명진 시인의 신작이다. 동시집 『축구부에 들고 싶다』(창비 2011)와 『걱정 없다 상우』(문학동네 2016)에서 선보인 동심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탁월한 동시 감각은 이번 동시집에 한층 더 깊어진 서정의 언어로 오롯이 담겼다. 그간 시인의 동시 세계에서 신나게 땀 흘리고, 남몰래 눈물 흘리며, 매 순간 건강하게 자라던 아이들은 『오늘은 다 잘했다』에서도 여전하다. 비 내리는 날, 가방 속 우산은 꺼내지도 않고 비를 맞으며 낄낄거리는 천진난만한 아이들(「비가 오면 우리들은」), 특공대원이라도 된 양 진지하게 작전을 세우며 어른들 몰래 게임방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장난꾸러기들(「작전」), 그리고 좋아하는 이성 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축구 시합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는 수줍은 소년들까지, 변함없이 밝고 정다운 얼굴들이 못내 반갑다.

다른 동네 팀을 축구 시합에서 처음으로 이긴 아이들이 환하게 떠들고 있다.// 오늘은 다 잘했다. 지고 있을 때 마침 쏟아진 소나기도 잘했다. 잠깐 쉬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냐. 공도 잘했다. 통통 뛰면서 우리 팀을 잘 찾아냈다. 강아지 왈이도 힘을 보탰다. 운동장에 갑자기 들어와 상대편 선수를 가로막았으니. 운동장가를 지나간 예쁜 나연이도 박수 받아야 한다. 까놓고 말해 보자. 나연이에게 잘 보이려고 다들 죽어라고 뛰었잖아.// 우리 모두 잘했다. 박수 치자 짝짝짝. _「오늘은 다 잘했다」(20~21면)

꾸밈없는 아이들의 마음을 세심히 살펴 온 시인의 눈길은 더욱 애틋해졌다. 친구들과 왁자지껄 어울리며 환하게 웃는 아이들이 녹록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며 홀로 슬며시 눈물을 훔치는 아이들과 다름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친한 친구의 전화도 받지 않는 날이 있는가 하면(「이런 날」), 혼자 우는 것이 서러워 누군가에게 눈물을 들키고 싶은 날도 있는(「들키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시인은 깊이 이해한다. 그러나 때로 슬픔과 외로움을 견디며 한 뼘 더 성장한다는 삶의 진실을 알기에, 시인은 어설픈 위로를 건네기보다 그저 묵묵히 아이를 바라보며 그 마음을 진중하게 헤아려 본다.

떠오른 해/ 힘차고 장엄하지만/ 오늘은 필요치 않아// 나 맨날 즐거운 것 아니거든/ 힘 빠질 때도 있거든/ 오늘은 말이야/ 억지 희망보다는/ 나를 감싸 줄 밤이 필요해// 너무 먼 빛/ 너무 휘황한 빛/ 다 지우고// 이 세상에/ 작은 불빛이랑/ 나랑/ 둘이만 있고 싶어 _「오늘은 달라」(54~55면)

아이가 ‘혼자’의 시간을 견디며 스스로 일어날 것이라 믿고 기다리는 시인은 또한 ‘함께’의 힘을 믿는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이사 가게 됐다는 소식을 짐짓 담담히 전하는 민재와(「고양이 힘」), 민재를 배웅하러 가는 길에 괜히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가까이 붙어 보는 민재의 친구들은(「우리는 함께」) 나 혼자 자라는 동시에 다 같이 훌쩍 자라는 중이기도 하다. 뭉클한 성장의 순간을 탁월하게 포착하며 독자들에게 코끝 찡한 감동을 전하는 시인의 다정한 시선이 믿음직스럽다.

통통 튀는 개성과 빛나는 생명력은 자연과 어린이의 힘!

자연과 생명에 대한 성찰은 시인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주요한 토대 중 하나이다. 신작 동시집 『오늘은 다 잘했다』에도 자연의 건강한 생명력이 드러나는 동시가 많다. 그중에서도 한참 자라는 어린이가 뿜어내는 빛나는 생명력과 태어난 모습 그대로 어디서든 튼튼하게 뿌리내리는 자연의 생명력이 나란히 놓이며 둘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동시들이 눈길을 끈다. 아동문학평론가 이충일이 해설 「성장은 홀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아가는 것」에서 평한 것처럼, “성명진의 동시 세계에서 아이들과 자연은 한 뿌리에서 나고 자란 가지이자 열매”이다.

줄기 둘,/ 서로 몸을 꼬면서 오른다/ 저희들 말소리도 꼬인다/ ?살살 좀 해라./ ?내가 할 소리다./ 티격태격 서로 조이고 밟으면서/ 한 허공을 지나고/ 두 허공/ 세 허공을 지나고/ 드디어 높은 곳에 올라/ 싱싱한 잎사귀 틔워 낸다/ ?우리 어떻게 올라온 거지?/ ?그러게 말이야 놀기만 했는데./ 저희들끼리 말하며 웃는데/ 환히 꽃 핀다 _「등나무 줄기」(78면)

두부집 앞/ 콩 자루가 넘어져/ 콩들이 좌르르 쏟아져 나왔는데요// 바닥을 쓸어 콩을 주워 담는 주인 몰래/ 그새 신발 속에 숨어든/ 콩 하나// 보통 것이 아닌,/ 이 녀석이 바로 홍길동 콩// 이런 녀석은 들판으로 보내야 되죠/ 너끈히 살아나/ 수십 개로 변신할/ 재주를 가진 놈이니까요 _「홍길동 콩」(98~99면)

티격태격 조이고 밟으면서 놀다 보니 어느새 싱싱한 잎사귀를 틔운 등나무 줄기가 서로에게 기대며 자라는 「우리는 함께」 속 아이들을 연상시킨다면, 주인 몰래 신발 속에 숨어든 홍길동 콩은 「작전」의 개구쟁이 특공대원들을 쏙 닮았다. 이처럼 시인의 동시 세계에서 아이들과 자연에 대한 통찰은 구분되지 않고 이어져 있다. 희희낙락한 아이들의 세계에서 출발하여 슬픔의 영역에 머물렀다가 자연에 대한 통찰에 이르기까지, 모든 여정이 성명진 동시의 본모습이다. 등단 후 30여 년간 시인이 천천히, 정성스럽게 쌓아 온 연둣빛 둥근 세계를 만나며 독자들이 동시 읽는 기쁨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성명진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습니다. 1990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고, 1993년 『현대문학』에 시가 추천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동시집 『축구부에 들고 싶다』 『걱정 없다 상우』와 시집 『그 순간』을 펴냈습니다.

  목차

머리말|그 별에 가기 위하여

제1부 비가 오면 우리들은
작전
눈치 없이
연필심
새롬이 엄마 아빠
알아주세요
비가 오면 우리들은
오늘은 다 잘했다
미안한 비눗방울들
등굣길
고양이 힘
우리는 함께
설렘
봄, 봄
너무 바쁘거든요
다행이다

제2부 들키지 않았다, 눈물
엄마의 힘은
삼월에 온 눈
그깟 것들
혼자 먹는 저녁밥
들키고 싶은
눈발 속
공, 너마저
뿌리 2

이런 날
무거운 꽃
오늘은 달라
그 후부터
이 꽃을 봐
밤눈

제3부 저 별 하나씩 가져가자
어떤 친구
시월
아 이런
조용한 일
바다
탄생
건방진 녀석
이번 보름달
꽃송이
뒤 좀 봐라
호박
별 하나씩
등나무 줄기
채송화
밤 깊어

제4부 익으면 갑자기 쩍! 열리는
큰 손
아버지 한 분
시험 끝
공부
땅으로
망신
추운 날
우리 집 늑대를 어쩌죠?
오이
이사 온 날
진짜 센 놈
두 그림자
포도알 하나
친구들
홍길동 콩

해설|성장은 홀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아가는 것_이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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