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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 건너기
문학과지성사 | 청소년 | 201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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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문지 푸른 문학 시리즈 열세번째 권. <길 위의 책>, <겨울, 블로그>의 작가 강미의 성장소설이다. 현직 교사로 몸담고 있는 작가만의 오랜 현장 경험과 고민 등이 풍부하게 녹아 있는 작품으로, 고 삼 수험생이자 쌍둥이 남매이지만 서로 너무나도 다른 연우와 동우를 중심으로 네 식구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냈다.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왔던 아빠와 큰아들을 가슴에 묻은 엄마. 공부는 잘하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는 깍쟁이인데다 이기적이기까지 한 연우, 공부에는 취미도 없을뿐더러 불합리한 일이 생겼다 하면 참지 못하고 주먹부터 날리고 보는 성격 때문에, 담임선생에게 ‘정의의 사나이’란 빈정거림을 듣고 사는 동우까지.

저마다의 삶의 좌표에 따라 그 방식도 형태도 다 다르지만,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고, 보지 못했던 것들을 깨달으면서 서로가 있어야 할 자리를 재확인하고 보듬는 과정이 진하게 그려져 있다.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는 밤바다를 건널 수 있게 해주는 힘은 가족과 친구들을 포함해 결국 주변의 소중한 이들 덕분임을 은은하고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출판사 리뷰

때로는 냉정하고 엄혹할 우리 앞의 삶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건너는 네 식구의 이야기
“마음먹은 길을 끝까지 가볼 거예요. 저의 밤바다를 건널래요.”


강미 작가의 성장소설 『밤바다 건너기』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문지 푸른 문학’ 열세번째 권이기도 한 이 소설은, 현직 교사로 몸담고 있는 작가만의 오랜 현장 경험과 고민 등이 풍부하게 녹아 있는 작품이다. 고 삼 수험생이자 쌍둥이 남매이지만 서로 너무나도 다른 연우와 동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밤바다 건너기』는 성장소설의 스펙트럼 내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기존의 성장소설과 뚜렷하게 차별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선,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된 인물은 ‘청소년’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연우와 동우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어주는 종술 씨와 명옥 씨 역시, 단순히 부모라는 이름으로 정형화된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낸다.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왔던 종술 씨에게는 종술 씨 나름대로, 큰아들을 가슴에 묻은 명옥 씨는 명옥 씨 나름대로 걱정과 괴로움, 아픔이 있다. 소설을 읽는 동안 때로는 동우의 눈으로, 때로는 명옥 씨의 마음으로 끊임없이 보듬고 살피게 한다.

이 소설의 중심축은 쌍둥이 남매인 연우와 동우다. 공부는 잘하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는 깍쟁이인데다 이기적이기까지 한 연우. 연우에게 중요한 것은 원하는 대학에 무사히 들어가서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는가, 다. 그런 연우와는 달리 공부에는 취미도 없을뿐더러 불합리한 일이 생겼다 하면 참지 못하고 주먹부터 날리고 보는 성격 때문에, 담임선생에게 ‘정의의 사나이’란 빈정거림을 듣고 사는 동우. 사회봉사활동 같은 각종 징계 처분은 덤이요, 동우가 친 사고로 인해 생긴 합의금은 종술 씨와 명옥 씨 몫으로 고스란히 남는다.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없는 이 쌍둥이 남매에게, 서로를 이해하기란 그저 요원한 일이다.

한편, 아버지 종술 씨의 회사가 파업을 이어오면서 월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자 연우네 가족도 그에 따른 생활고로 허덕인다. 파업이 시작된 즈음에 큰아들 동세를 사고로 잃은 어머니 명옥 씨는 눈물과 술로 하루하루를 채운다. 친구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겨우겨우 벌고는 있지만, 자신을 포함해 남겨진 가족들의 안위 같은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돈도 제대로 벌어오지 못하는 무능한 아버지, 먼저 보낸 아들 생각에 가슴을 움켜쥐고 사는 어머니 모두 연우에게는 마뜩치 않기만 하다. 고 삼 수험생인 자신을 뒷바라지해주기는커녕, 부담스럽고 창피하다. 모범생인 자신과 달리 공부도 못하고 걸핏하면 주먹을 휘둘러 사고 치기 일쑤인 쌍둥이 동우도 곱게 보일 리 없다. 동우라고 해서 할 말과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은 먼저 간 형보다도 못한 말썽쟁이일 뿐이다. 이들 모두에게, 삶은 공평히 버겁다.

거부할 수 없는 바다…… 거부해서는 안 되는 바다…… 신비롭고 무서운…… 그렇다면 나는 어디쯤 건너는 중일까, 얼마나 더 가야 이 밤이 끝날까…… ―본문 중에서

바로 이 지점에서『밤바다 건너기』는 특별한 위치를 얻는다. “여러 가족들과 이웃에 대한 이야기”라고 작가가 밝힌 것처럼, 성장소설이기도 한 동시에 가족소설이기도 한 것이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는 온 가족이 함께 성장해 가는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저마다의 삶의 좌표에 따라 그 방식도 형태도 다 다르지만,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고, 보지 못했던 것들을 깨달으면서 서로가 있어야 할 자리를 재확인하고 보듬는 과정이 진하게 그려져 있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떨리더니 고개가 푹 숙어진다. 동우의 눈에 아버지의 뒷덜미가 들어온다. 검고 주름진 피부 위로 척추뼈가 도드라져 있다. 동우는 저 뼈가 받치고 있는 아버지의 얼굴을 그려본다. 그 얼굴은 아버지가 아니라 자신과 연우였다는 생각이 든다.” ―본문 중에서

작가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연우와 동우의 가족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도 아낌없이 공간을 내어주고 있다. 넉넉한 환경에서 부족한 것 없이 행복하게 살 것만 같았던 친구들, 창미와 진석에게도 타인에게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그늘이 존재하고 있으며 동우의 심적 버팀목 역할을 하는 최혜진 선생에 이르기까지, 『밤바다 건너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소설 내에서 그들의 삶을 각기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치밀한 구성을 돋보이게 한다. 작중 화자가 여럿이라 인물마다의 감정선을 그대로 느껴가며 읽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닐 텐데도, 책장을 덮고 나면 어느 하나 쉬이 잊히는 인물이 없다. 글의 흐름과 구조, 장면들을 섬세하게 설계하고 다듬은 작가의 필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울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그저 묵묵히 살아온 종술 씨지만, 비정규직 입장에서 고용주의 계속되는 부당한 행태에 파업 동참을 결심한 것, 그 지난한 과정에서 빚어지는 생활고로 인해 가족들과 부딪히는 것은 소설을 읽는 독자 모두가 곱씹어야 할 부분이다. 가족 사이의 화해야말로, 갈수록 격해지는, 인간에게 가해지는 외적.파괴적 압력에 대한 보호 공간이기 때문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특별할 수 있다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 있지 않을까.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은 거부해서는 안 될 저마다의 밤바다와 마주하고 있다. 신비롭고 무서운, “그들 앞에 놓인 각자의 삶” 말이다. “삶이란 그렇게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엄중하고 냉혹”할지 모르지만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는 밤바다를 건널 수 있게 해주는 힘은 가족과 친구들을 포함해 결국 주변의 소중한 이들 덕분임을 작가는 은은하고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버지는 저런 일을 두고 준법투쟁이라고 했다. 월급이 두세 달씩 밀린 지 일 년이 넘었고, 몇 달 전부터는 아예 한 푼도 나오지 않았다. 사업주가 농간을 부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동우는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든지 관심 없다. 하지만 월급을 못 받는 건 아버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집안 전체가 비상시국이 되어 쪼들린다. 짜증나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데모를 해서 해결될 일일까? 몰라, 내가 알 게 뭐람. 동우는 복잡해지려는 생각을 툭툭 털어내듯 오른쪽 다리를 다시 떨어댄다.

오도카니 앉아 있는 어머니, 연우는 그만 맥이 풀린다. 어머니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보나마나 사진일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식탁 위에도 여러 장 흩어져 있다. 연우는 달착지근한 술 냄새 때문에, 허구한 날 들여다보는 저 사진 때문에 화가 난다. 자식 잃은 다른 부모들은 어떻게 하고 사는지 알아보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라고 생각하면 위안이 되는지…… 슬픔과 고통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주기적으로 울어줘야 하는지…… 정말 지긋지긋하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종술 씨는 파업 열흘째에 동참 쪽으로 돌아섰다. 잘못했다, 골프장을 정리하여 월급을 정산하겠다던 사장이 그 와중에도 공금을 끌어대어 미국에 빌라를 구입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고개를 조아리던 사장을 믿은 자신이 어리석었다. 협조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소문을 믿은 것도 잘못이었다. 노사동행, 그것은 완전 생쇼였다. 나를, 우리를 가지고 놀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자 운전대를 잡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셨다.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가장들에게 거짓말을 해대는 족속이라면 인간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술 씨는 뜻 맞는 대무 기사들과 함께 버스를 세웠다. 그러자 비상 노선이 금방 차질을 빚었다. 회사는 당혹해하고 파업 조합원 쪽은 힘이 실렸다. 그 순간만큼은 금방이라도 승리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변화는 쉬이 찾아오지 않았다. 가두집회와 시청 앞 천막 농성이 지리멸렬 이어질 뿐이었다. 그 와중에도 차를 운행하고 있는 기사들에 대한 불만과 성토가 높아 갔다. 그쪽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종술 씨가 보기에도 그들이 최대의 걸림돌이었다. 버스가 움직이고 있는 한 한 회사를 완전히 밀어붙이기는 힘들었다.

  작가 소개

저자 : 강미
1967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으며, 경상대학교 국어교육과와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우리교육’ 소설 공모에 입선한 뒤, 2005년 '길 위의 책'으로 제3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청소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길 위의 책》, 《밤바다 건너기》, 중단편집 《겨울, 블로그》, 앤솔러지 《불량한 주스 가게》, 《우리는 별일 없이 산다》 등이 있다.

  목차

제1부 자기 앞의 바다
5월 16일, 동우
5월 18일, 연우
5월 24일, 동우
5월 25일, 연우
6월 1일, 동우
6월 10일, 연우

제2부 밤바다
7월 4일, 어머니 명옥 씨
같은 날, 아버지 종술 씨
같은 날, 연우
같은 날, 동우
같은 날, 어머니 명옥 씨
같은 날, 아버지 종술 씨
같은 날, 창미

제3부 바다 위의 길
7월 22일, 연우, 동세 오빠
7월 26일, 동우, 최혜진 선생
8월 1일, 연우, 어미니
8월 8일, 동우, 창미
8월 14일, 연우, 김민숙 선생
8월 23일, 동우, 아버지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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