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세계사 가로지르기' 1권. 20여 년간 한국 고대 문명사, 특히 수레를 중심으로 한 사회.경제사 연구에 매진해 온 우리역사문화연구소 소장 김용만의 책이다. 저자는 1999년 발표한 논문을 계기로 삼국시대에는 수레 사용이 활발했던 반면 이후로 수레 사용이 줄어든 한국의 사례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인류 문명 변화의 키워드인 수레를 통해 세계사를 살펴본다.
잡은 동물을 끌고 가느라 지친 선사시대 사냥꾼에서 수메르 전차 위에서 활을 당기는 병사, 열광하는 관중들에 둘러싸여 로마의 전차 경기장을 질주하는 기수, 수레가 없어 힘겹게 가마를 메는 농민, 돌격해 오는 중무장한 기사들을 향해 대포의 심지에 불을 붙이는 프랑스 군인에 이르기까지 '왜 그랬을까'를 고민하는 저자의 섬세한 시선이 돋보이는 책이다.
출판사 리뷰
인류 문명의 원동력 수레를 만나다
과거에 그러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역사 공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따름이다. 통합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보고 독창적으로 사고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왜’ 그랬을까를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세상을 바꾼 수레>는 기존의 서구 중심 시각에서 쓰인 세계사 접근 방식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며, 도전적인 질문이다.
보편적 문명사 관점에서 세계사를 재해석하기 위해서는 사고를 보편적인 영역까지 확장시키기 위한 기본 전제, 즉 개별성과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20여 년간 한국 고대 문명사, 특히 수레를 중심으로 한 사회·경제사 연구에 매진해 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시각에서 새롭게 세계사를 재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1999년에 발표한「고구려 수레 연구 - 고분벽화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계기로 삼국시대에는 수레 사용이 활발했던 반면 이후로 수레 사용이 크게 줄어든 한국의 사례에 주목하게 된 저자는, 문명사 연구의 비교 대상을 세계 전체로 확대함으로써 수레가 인류 문명을 이끌어 온 원동력이라는 흥미로운 결론에 도달한다.
유사한 주제를 다루려는 시도는 기존에도 몇 차례 있어 왔다. 국내에서는 ‘속도’와 ‘수송’의 측면에 초점을 맞춘 선행 연구들이 이루어졌으며, 해외에서는 이를 문명사 차원에서 바라보려는 노력도 있었다. 그러나 기존 연구들은 지나치게 서구적인 시선에 편중되어 있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이를테면 과거 고려와 조선에서 유럽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함포 사격을 해전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했다는 내용을 다루면서, ‘우연히’ 그러한 기술을 알고 있었다는 식의 서술을 하는 부분들이 그렇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수년간의 자료 조사를 통해 저자는 그동안 ‘일부 지역’이나 ‘우연히’의 수준에 머물던 한반도의 역사를 세계사적 맥락에서 재구성한다. 단지 한반도의 역사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의 문명사 또한 정당한 위치에 놓으려 노력한다. 1장 수레의 탄생에서 보이는 수레의 기원에 대한 광범위한 탐색이나 6장 수레 사용이 제한된 나라들과 7장 수레가 없던 문명에 나타난 당대의 사회·경제사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은, 이제껏 우리가 ‘낙후’와 ‘미개’로 대변되는 제국주의적 세계사 서술에 얼마나 무비판적으로 길들여져 있었나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또한 이 책에서는 다양성과 더불어, 생활사 연구에 천착한 결과로 얻어진 저자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잡은 동물을 끌고 가느라 지친 선사시대 사냥꾼에서 수메르 전차 위에서 활을 당기는 병사, 열광하는 관중들에 둘러싸여 로마의 전차 경기장을 질주하는 기수, 수레가 없어 힘겹게 가마를 메는 농민, 왕의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산간 도로를 질주하는 차스키, 돌격해 오는 중무장한 기사들을 향해 대포의 심지에 불을 붙이는 프랑스 군인에 이르기까지 ‘왜 그랬을까’를 고민하는 저자의 섬세한 시선은 자칫 통시적으로 흘러가기 쉬운 세계사 책에 생생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세상을 바꾼 수레>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알기 쉬운 서술을 통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과 관념이 알고 보면 인류 문명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들임을 보여 주려는 의도로 기획된 <세계사 가로지르기> 시리즈의 20종 중 첫 책이다. 숲을 보라고 하면서 나무 이름이나 외우게 하는 기존의 세계사 학습 방식에서 벗어난, ‘무엇이, 어떻게, 왜’에 중점을 둔 가로지르기 시리즈는 향후 세계사의 원동력이 되었던 동물, 나무, 물, 빵, 자본, 수학 등을 통해 독자들이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내용 요약
아주 오랜 옛날 인류는 집단을 이루어 매머드나 곰 같은 커다란 동물을 사냥했다. 그런데 잡은 동물을 가족이 기다리는 곳까지 옮기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다. 자연스레 인류는 무거운 물건을 쉽고 빠르게 옮길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산에서 굴러 내려오는 돌이나 나무를 보고, 물건을 굴리면 힘을 덜 들이고도 빨리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인류는 마침내 마찰도 적고 한번 굴러가면 회전운동에 의해 스스로 움직이는 둥근 물체를 발명한다. 오늘날 ‘수레’라고 불리는 도구의 탄생이다.
이처럼 수레는 물건을 힘들이지 않고 옮기고 사람을 목적지까지 빠르게 이동시키려는 의도로 발명되었다. 그러나 수레는 단순히 이동을 위한 도구에만 머물지 않았다. 수레가 다니는 데 필요한 도로는 도시를 형성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고, 도시가 형성되자 사람들의 거주지가 도시와 외곽으로 구분되면서 자연스럽게 직업의 분화가 일어났다. 차츰 전문성을 갖춘 개인이 등장해 기존의 지배 계급에 맞서 인류 문명 변화의 주역으로 자리를 잡는 데에는 수레가 커다란 역할을 했다.
또한 수레는 장거리 여행과 원정을 가능하게 해 국가 간의 무역이 활성화 되고 거대한 제국이 탄생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수레를 타고 도로를 오간 사람들 덕분에, 뿔뿔이 흩어져 살며 소수 집단만의 경험에 의지하던 인류는 서로의 지혜와 경험을 모아 소통할 수 있었다. 끊임없이 개량된 수레는 기차의 발명으로 산업혁명의 주역이 되어 현대사회의 기틀을 만들었으며, 오늘날에도 수레의 발달된 형태인 자동차는 인류의 통합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남태평양에 위치한 이스터 섬의 불행은 모아이 석상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어 돌을 옮기기 위한 굴림대로 사용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나무가 잘려 숲이 사라지자 비가 곧장 바다로 흘러들어 지하수가 부족해졌다. 이것은 곧 농사에 악영향을 끼쳤다. 사람들은 차츰 굶주리게 되었고 마침내 이스터 섬 문명의 붕괴를 가져왔다. 이스터 섬에 굴림대를 대신할 이동 수단이 있었다면 숲의 파괴를 조금이라도 줄여 문명의 붕괴를 늦출 수 있었을 것이다. 이집트 지역에 사막이 확대된 이유 가운데 하나도 피라미드를 만들 때 너무 많은 나무를 베어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기 전에 나무를 적게 사용하면서 무거운 물체를 이동시킬 방법을 찾은 사람들도 있다. 나무 굴림대를 썰매에 부착시키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썰매와 연결된 굴림대가 자유롭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고정된 축이 필요했는데,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원판을 붙이는 방법을 찾아내면서 마침내 바퀴가 탄생하게 되었다.
수레의 사용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 역시 수레가 전쟁에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전쟁에 쓰인 수레인 고대 전차는 보병을 철저히 압도하여 수백 년 동안 군사기술의 상징으로 제국을 건설하는 기반이 되었다.
당시의 전쟁은 창과 방패를 든 보병들끼리 서로 육탄전을 벌이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수메르의 주력군 역시 투구를 쓰고 방패를 이어 붙인 채 서로 밀집해서 하나의 대형을 이루며 진격하는 보병이었다. 그러다 기원전 2500년경 수메르인들은 말 또는 당나귀가 끄는 네 개의 바퀴가 달린 사륜 전차를 전쟁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창병과 마부가 함께 탄 사륜 전차는 내구성이 취약하고 장거리 운행도 어려운, 평지에서만 제한적으로 쓸 수 있는 병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전차가 등장했을 때 적들은 두려움에 떨었을 것이다. 돌격해 오는 수십 대의 전차 앞에 대형을 유지하며 맞설 보병은 거의 없었다. 마치 16세기 초 말을 탄 스페인 침략자들을 본 아스텍과 잉카인들이 놀랐던 것처럼, 말이 끄는 전차를 처음 본 적은 경악했다. 초기의 수메르 사륜 전차는 전쟁을 혁명적으로 바꾸었다.
함선에 바퀴 달린 대포를 장착한 것은 유럽이 처음은 아니었다. 1380년 고려는 500여 척에 달하는 규모의 왜구가 침입하자, 최무선 등이 지휘하는 군선 100척을 보내 전라북도 금강 하류인 진포 앞바다에서 해전을 벌였다. 이때 고려는 세계 최초로 함포를 사용해 500여 척의 적을 모두 불살라 버렸다. 고려의 최무선은 당시 유일하게 화약 제조 기술을 갖고 있던 원나라에서 기술을 배워 1377년에 화약을 만들었다. 더불어 대장군포, 이장군포, 석포, 불화산 등 다양한 화기도 개발했다. 당시 중국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던 대포를 해전에 응용한 것이다.
1592년 조선의 이순신이 해전에서 왜군을 연달아 격파한 원동력도 바로 함포에 있었다. 서양인들이 그토록 고민했던 대포의 반동 문제를 고려와 조선 사람들은 바퀴 달린 받침틀로 처리하는 방법을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야포의 발달은 유럽과 조선에서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유럽에서는 계속되는 전쟁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개량이 이루어졌지만, 조선에는 기술 개발을 자극할 만한 전쟁이 없었다.
작가 소개
저자 : 김용만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정신문화연구원 역사학과에서 공부했으며 2017년 현재 '우리역사문화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물로 보는 고구려사》, 《새로 쓰는 연개소문전》, 《광개토태왕의 위대한 길》 등을 저술하여 고구려역사를 규명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의 주요 관심사는 《고구려의 그 많던 수레는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보여준 생활사 연구로, 인간이 왜 이렇게 살고 저렇게 살지 않았을까를 화두로 삼아 역사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구려 수레 연구〉, 〈2차 고구려-당 전쟁의 진행과정과 의의〉, 〈고구려 후기 고구려, 수, 당, 북방 제국의 대립관계〉 등의 논문과 《고구려의 발견》, 《지도로 보는 한국사》, 《세상을 바꾼 수레》 등을 저술했다.
목차
추천사 수레가 들려주는 놀라운 문명의 역사
머리말 인류 역사를 바꾼 수레
1. 수레의 탄생
어떻게 옮길 것인가?|수레의 등장|세계 각지에서 등장한 수레|
수레가 널리 퍼지다|가장 많은 수레를 사용한 중국|수레 사용이 활발했던 고대 한국
2. 수레와 전쟁
전차가 일으킨 혁명|전차으ㅢ 확산|히타이트와 이집트의 전차 대결|
기병의 등장과 전차의 변화|공성 망치와 헬레포리스|
전쟁 승패를 결정짓는 군수용 수레|공성 무기와 수레|이동식 대포|전차와 병법
3. 수레와 도로
길에서 도로로|로마의 도로와 수레|다리와 수레|미로의 도시 페스
도로 건설을 막은 조선
4. 수레의 동력
인간이 바퀴를 굴리다|수레를 끄는 가축|수레를 끌지 못하는 가축
인간의 힘으로 움직인 수레|연료를 이용한 수레
5.수레 이모저모
오락에 이용된 수레|미국 서부 개척과 역마차|다양한 종류의 수레|
수레를 대신한 운반용 도구|수레 대신 사용된 가마|수레 만들기와 기술자|
신화에 등장하는 수레
6. 수레 사용이 제한된 나라들
수레를 알고도 사용하지 못한 이유|도로에 비해 수레가 덜 다닌 일본|
국방 문제로 수레 사용이 제한된 조선|앙코르 제국과 수레|아프리카 체체파리
7.수레가 없던 문명
수레와 환경|도로는 있으나 수레가 없던 잉카|거대 도시를 가졌던 아스텍
수레를 알고도 사용하지 않았던 마야 문명
8. 수레의 변화
자동차를 만들고자 하는 욕망|수레와 고무 타이어|
자동차에서 출발한 기차|전쟁을 바꾼 탱크
9. 문명을 만든 수레
수레가 인간에게 가져다 준 선물|수레가 준 부작용|
수레가 만든 문명|수레 사용과 문명의 흥망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