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을 일기에 얽힌 고민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황선미 작가의 대표작. 2003년에 출간되어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던 그 동화가 글 너머에 감춰진 상상력을 자극하는 조미자 작가의 새로운 그림과 함께 찾아왔다.
일기는 아이들에게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괴로운 것, 미뤘다가 한꺼번에 하는 것, 지어내는 것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일기는 슬며시 웃음 짓게 만드는 것, 어느새 훌쩍 자란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 다시 쓰게 되는 것으로 변한다.
출판사 리뷰
갈등과 성장을 위한 영원한 숙제, 일기일기 쓰기 숙제를 괴로워하지 않고 자란 이가 있을까요? 방학 중 일기를 미루지 않고 꼬박꼬박 쓴 이가 있을까요? 검사 받는 일기에 솔직한 내 심정을 쓴 이가 있을까요? 일기는 아이들에게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괴로운 것, 미뤘다가 한꺼번에 하는 것, 지어내는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일기는 슬며시 웃음 짓게 만드는 것, 어느새 훌쩍 자란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 다시 쓰게 되는 것으로 변해 있지요.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을 일기에 얽힌 고민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황선미 작가의 대표작 《일기 감추는 날》. 2003년에 출간되어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던 그 동화가 글 너머에 감춰진 상상력을 자극하는 조미자 작가의 새로운 그림과 함께 어린 독자들을 찾아왔습니다.
말을 삼키는 아이엄마는 재주가 있는지 알려면 이것저것 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난 아무것도 자신 없는데.
나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가만히 있었다. 일기장을 꺼내서 보여 주면 될 텐데
발바닥이 간지럽다. 나도 울타리를 넘어 보고 싶다. 하지만 나 같은 애는 흉내도 못 낸다.
동민이는 조용하고 소심하고 여린 아이입니다.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언제나 반듯한 착한 아이입니다. 어른들이 만든 틀에 맞추어 동민이는 자기 말도, 행동도 삼키고 따라갑니다. 다니기 싫은 학원도 억지로 다니고 쓰기 싫은 일기도 꼬박꼬박 씁니다. 말썽쟁이들이 수시로 뛰어넘는 아파트 울타리 같은 건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등굣길에 아파트 울타리를 뛰어넘는 경수와 눈이 마주친 그날, 동민이는 오해에 휘말립니다. 이게 다 일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일기에 경수가 울타리를 넘었다고 썼고, 선생님께 혼이 난 경수는 그게 동민이 짓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동민이는 자신이 아니라고 말하지도 않고, 일기장을 보여 주지도
않습니다. 이번에도 그저 말을 삼킵니다.
일기 감추는 날, 마음 감추는 날“괴롭히면 당하지 말고 맞서 싸워. 아님 경수가 너한테 했던 거 전부 다 일기장에 써.”
나는 실망했다. 엄마가 날더러 싸우라고 한다. 고자질하라고 한다.
“일기는 자기 건데 친구 잘못을 적어서 뭐 하겠니.”
내가 억울한 걸 선생님은 알려고도 안 했다. 진실을 밝혔는데 고자질한 것이 되어 버렸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다리를 울타리에 걸쳤다. 그 순간, 그대로 곤두박칠치고 말았다.
동민이는 겨우 용기를 내어 일기장에 아낀 말을 쏟아냅니다. 이렇게 오해는 풀리는 걸까요? 결과는 자신의 생각과 반대로 돌아옵니다. 그나마 일기에 썼던 자신의 진심이 오해받자, 동민이는 이제 더 이상 일기를 쓰지 않습니다. 일기는 쓰지만 감추어 버립니다. 자기 마음을 감추어 버립니다. 상황은 점점 더 꼬이고, 경수는 점점 더 동민이를 옥죕니다. 여전히 선생님도, 엄마도, 아빠도 동민이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속앓이는 더욱 깊어만 갑니다.
내 말을 들어 주세요“선생님한테 일기 검사 받기 싫다고 했다며? 눈썹 하나도 까딱 안 했다며? 경수가 너 다시 봤대.”
며칠 동안 일기는 못 씁니다. 왜냐하면 비밀이거든요. 조금만 말씀 드리자면, 엄마가 아직도 슬프기 때문이에요. 이런 건 일기가 아니다 하시면 계속 계속 문 잠그는 아이가 될게요.
날듯이 달려가서 울타리를 짚고 가볍게 뛰어올랐다. 그리고 멀리 뛰어내렸다. 넘어지지 않고 사뿐히.
오해의 시작은 수연이었습니다. 일기로 경수를 고자질한 것이 자신이라는 고백과 사과, 일기장을 두 개 만들라는 어설픈 조언, 도서관 교실에 함께 다니자는 수연의 제안에 동민이는 꼬였던 모든 마음이 풀어집니다. 자신을 괴롭히기만 했던 경수도 울타리를 넘는 방법을 알려주며 가까이 다가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동민이 이야기를 들어준 친구들 덕분에 동민이는 다시 한 번 더 용기를 내어 속으로 삼켰던 말과 마음을 꺼내기로 합니다. 다시 일기를 쓰고 일기장을 검사받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넘고 싶었던 울타리를 훌쩍 넘던 날 아침, 동민이는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선생님과 마주합니다.
이제 동민이는 부모님과도 친구와도 선생님과도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성장할 것이라 믿습니다. 아이의 성장은 혼자의 몫이 아닙니다.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 주고 마음을 읽어 주는 친구, 부모님, 선생님이 함께해야 합니다. 일기는 마음의 거울이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만, 정작 일기를 검사하는 어른들은 그 거울을 제대로 들여다보았는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정말이지 울타리 쪽은 안 보려고 했다. 그런데 차가 아파트 모퉁이를 돌 때 몸이 쏠려서 나는 저절로 그쪽을 보게 됐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황선미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과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1995년 중편 『마음에 심는 꽃』으로 등단한 후 마음 깊이 울리는 진솔한 문체로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 세계를 펼쳐 왔다. 특히 2000년에 출간해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마당을 나온 암탉』은 미국 펭귄 출판사를 비롯한 해외 수십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으며, 영국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1위, 폴란드 그라니차 선정 ‘2012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2012년 한국 대표로 국제 안데르센 상 후보에 올랐고, 2014년 런던 도서전 ‘오늘의 작가', 2015년 서울국제도서전 '올해의 주목할 저자'로 선정되며 전 세계가 사랑하는 한국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문학 부문의 공적을 인정받아 2017년 제49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 『나쁜 어린이 표』,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인어의 노래』,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가끔, 오늘이 참 놀라워서』 등이 있다.
목차
울타리 넘는 아이들 | 지각 | 나중에 보자! | 갈 데가 없어 | 고자질과 진실 | 모두 엉터리야 | 한번 넘어 봐, 별거 아냐 | 문 잠글 사람 | 누가 열쇠를 맡지? | 일어나, 교실아! |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