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우리는 B사감을 제대로 알고 있던 것일까?”
영원히 B사감을 오해할지도 모르는 우리들을 위한 유쾌한 문학 토론 길라잡이『공감을 배우는 토론학교_문학』은 천편일률적이고 진부한 해석에 갇혀 제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문학작품의 새로운 독법을 제안하는 문학토론 교과서로 현직 국어교사들이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학습 활동을 구성했다.
문학작품을 읽고 토론이 가능할 수 있도록 쟁점이 뚜렷한 8편의 작품을 수록하였는데, 8편의 작품 중에는 이강백의 「결혼」, 서머싯 몸의 「개미와 베짱이」, 잭 런던의 「마이더스의 노예들」처럼 비교적 생경한 작품도 있지만 「B사감과 러브 레터」, 「광염 소나타」,「귀여운 여인」, 「변신」등 우리에게 익숙한 문학작품들의 비중이 더 큰 편이다.
새로운 작품은 오히려 해석의 여지가 많다. 이렇다 할 해석의 정본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널리 알려진 작품들은 이미 나와 있는 해석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예를 들어 「B사감과 러브 레터」에서 B사감은 ‘독신주의자이면서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자’라는 캐릭터로 정형화되어 있다. B사감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B사감이 지닌 진짜 속내는 무엇인지, 작가가 B사감을 통해 드러내려고 한 것은 어떤 것인지 아이들은 고민하지 않는다. 이런 오해는 비단 B사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가능한 한 얇게 축약된 요약본, 참고서에 친절하게 제시된 해설을 읽고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멈추어 버린다. 문학에 대한 이해가 아닌 문학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편시를 통해 아이들은 빈곤한 프레임에 갇혀 버린다. 다시 한 번 물어보자. “B사감은 정말 이중인격자일까? B사감을 달리 볼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 책은 익숙하고 진부한 문학작품에 자신만의 생각으로 ‘딴지’를 걸어보라고 권한다.
“B사감에게 우리가 모르는 상처가 있었다면?” “B사감이 만약 다른 직업을 선택했더라면?” 이렇게 질문을 던지면서 읽는 것과 무작정 읽고 틀에 박힌 해석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여 외우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간극은 언젠가 학습에서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나가는 데 있어서 엄청난 차이로 드러난다. “B사감은 이중인격자이다.”라는 식의 제시된 정답에서 조금만 벗어나 “B사감은 이중인격자일까?”라고 질문을 던져보자. “역시 그렇다.”라는 결론이 나와도 좋고 “그렇지 않다.”라는 결론이 나와도 좋다. 주어진 해석을 의심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것에서 한 발짝 비켜서서 질문을 던져보는 것만으로도 작품을 해석하는 힘은 한결 더 깊어지고 넉넉해질 것이다.
문학과 토론의 달콤쌉싸름한 만남
뒤집어봐야 속이 보인다. 토론으로 문학작품 제대로 뒤집어보기!어차피 읽어야 하는 문학작품, 보다 잘 읽는 방법은 없을까?
“학교에서는 대체로 줄거리를 요약하고 인물, 사건, 배경을 분석하고 주제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문학 작품을 감상합니다. 구조 분석을 통해서 작품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작품 감상능력이 키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훌륭한 레시피를 외우고 있다고 해서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지요.” -‘엮은이의 말’ 중에서
작품을 잘 읽어내는 뚜렷한 방법론이 없는 현실에서 이 책이 제안하는 것은 인물을 통한 ‘쟁점토론’이다. 토론이라고 하면 자칫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책이나 영화를 보고 등장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듯 편안하게 문학 작품을 읽고 서로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누어 볼 것을 이 책은 제안하고 있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작품에 대한 느낌과 생각은 자연스레 더 깊어지고 정밀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백성수가 방화나 살인처럼 끔찍한 일을 통해서 비범한 음악을 창작할 수 있었던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야. 하지만 백성수 자신도 어쩔 수 없던 배경이 있었잖아.”
“그런 배경은 모두 핑계일 뿐, 백성수의 행위를 정당화해 주지는 못해.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는 도덕성 대신에 예술성을 선택한 것뿐이야.”
“그렇지만 여러 훌륭한 예술가들이 좀 비상식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잖아? 백성수의 광기는 문제가 있지만, 그의 작품은 너무나 큰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해.”
“아무리 예술이 일상을 뛰어넘는 것이라지만, 사람의 생명을 수단으로 삼을 수는 없어. 살인을 하면서까지 창작한 작품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 수 있지?”
이렇듯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해를 깊어지게 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이 제안하는 문학 토론 방법이다. 일상의 이야기를 다면적이고 심층적인 토론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엮은이들은 ‘논제설명’-‘작품읽기’-‘입장정하기’-‘토론맛보기’-‘더읽어보기’로 이루어진 5단계의 학습 활동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논제설명’을 통해 작품의 쟁점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읽을 것을 제시하였는데, 쟁점을 염두에 두고 읽는 것은 일반적인 독서와는 질적으로 다른 차이를 지닌다. 일반적인 독서가 단순한 감상만을 남긴 채 끝나기 쉬운 데 비해 쟁점을 염두에 두고 하는 독서는 인물의 행동이나 태도를 좀 더 면밀하게 분석하며 읽게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밀도 높은 독서를 경험하게 된다. ‘입장정하기’에서는 작품을 읽고 토론이 가능할 수 있도록 인물의 행동과 태도에 대해 평가해보게 하였으며 소쟁점을 제시하여 실제 토론에서 쟁점별로 하나씩 토론을 전개해 나갈 수 있도록 하였다. ‘토론맛보기’에서는 토론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두 사람의 대화를 제시하여 주장을 펼치고 반박을 하는 과정을 배울 수 있게 하였으며, ‘더읽어보기’에서는 제시된 글을 읽으면서 토론에서 다룬 주제를 좀 더 깊이 고민해보도록 하였다.
아이들은 토론에서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자신의 입장에서 작품을 해체하거나 새롭게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는 수동적 읽기에서 능동적 읽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교사의 일방적 전달이나 참고서의 주입식 해석에서 벗어나 아이들 스스로 작품을 해석해내고 재구성하는 것이다. 일방적이고 수동적인 독서는 짧은 시험 기간 동안에는 통할지 모르겠지만 그 이상의 효력은 지니지 못한 일회성 독서일 뿐이다. 시험이 끝나면 모든 것이 휘발되어 버리는 독서와 학습은 물론,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탁월한 자산이 될 수 있는 독서. 그 둘 중에 무엇을 택하겠느냐고 이 책은 묻는다.
『공감을 배우는 토론학교_문학』은 그런 의미에서 제대로 책 읽는 법을 새롭게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한 권의 책을 얼마나 맛볼 수 있을까? 그것은 얼마나 질문하며 읽었는가, 얼마나 뒤집어보며 읽었는가에 달려 있다.
『공감을 배우는 토론학교_문학』은 틀에 박힌 진부한 해석으로 박제가 되어버린 문학작품을 토론을 통해 재해석하도록 도와줌으로써 기존의 편견을 깨고 보다 유쾌하고 새롭게 문학작품에 다가설 수 있는 숨은 해법을 전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