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지금도 수없이 많은 청소년들이 질풍노도의 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혹은 폭주족으로, 때로는 삐끼로, 유흥을 위한 아르바이트로. 그 아이들은 \'열외 인간\' 취급을 받고 있다. 그들도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반항하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그들의 내면을 철저하게 파헤쳤다. 머리로가 아니라 발로 취재하고 아이들을 만나왔다. 그리고 이 작품을 오랫동안 공들여 써 왔다. 그들과의 오랜 여행 끝에 나온 작품이라 더욱 진정성이 느껴진다. 왜 그들이 거리를 배회하며 방황해야 하는 것일까. 무엇이 그들을 책상이 아닌 위험한 오토바이와 남의 물건 훔치고 때리는 일에 몰두하다 소년원까지 가게 했을까. 우리 모두의 관심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준과 수경을 통해 그들이 걸어 온 길을 잠시 들춰 보였다. 중요한 건, 그들을 그냥 펼쳐 보이지만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멘토가 되어 준 \'털보 선생\' 을 통해 진정한 길찾기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종합예술의 선두주자라 말할 수 있는 \'영화 만들기\'를 통해서. 그것도 감옥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그들에게 영화는 놀이이자 치료제였으며 희망이었다. 새로운 세상을 영화를 통해 만나게 되었고, 남들이 가까이 하기 꺼려하는 가시엉겅퀴가 누구나 좋아하는 하얀 백합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책은 또한 청소년들에게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게 아니라 감옥에 갈 수 도 있다.'는 것을 무언으로 전해 주기도 한다. 진정한 우정이라 무엇인가에 대해 아이들 스스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늘 그렇듯이,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다. 이 책 속에 나오는 아이들 또한 그렇다. 그들은 이 시대가 낳은 자화상이자 희생양인지도 모른다.
출판사 리뷰
준은 프리랜서 작가인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준은 자신에게 \'보헤미안\' 기질의 유전자만 남겨놓고 사라진 존재에 대해 근원적인 그리움으로 거리를 배회한다. 그를 눈여겨 본 웅이 속한 일진회 선배들이 준을 낙산으로 끌고 가 신고식을 치른다. 그때부터 웅은 준에게 찰거머리와 같은 존재가 된다.
준은 공부보다는 소설이나 영화에 관심이 많다. 0교시에 책을 읽다 담임에게 혼나고 체육 시간에 교복을 입은 채 나갔다 무단 구타를 당한다. 담임인 똥통은 준이 일진회원이라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 모진 매에 견디다 못한 준이 무심코 때리는 똥통을 밀친다. 거구의 담임이 운동장에 넘어지고 만다. 급기야 똥통은 준에게 자퇴를 요구한다.
자퇴서를 내고 학교를 나오며 준은 회색벽돌을 바라본다. 문제아로 찍힌 준에게 학교는 감옥이었다. 꿀꿀한 마음으로 공원에 들어서자 일찍이 자퇴를 한 웅이 나타난다. 둘은 마로니에 공원에서 밤이 깊도록 술을 마신다. 새벽안개가 온 공원에 뽀얗게 내려앉을 즈음에, 그들의 아지트 앞에 흐물거리는 물체가 어른거렸다. 웅은 무작정 노숙자를 때렸다. 게다가 노숙자가 힘들게 구한 손자에게 줄 엠피쓰리까지 빼앗았다. 준은 마지못해 폭행에 가담했다.
새벽에 현장에서 잡힌 준과 웅은 은빛 팔찌를 차게 된다. 이때부터 \'우리들의 수칙\'이 적용되는 순간이다. 웅과 사고치는 현장에 있게 되면 누구나 초범이 주범이 되어야 하는 무서운 음모. 준은 그 수칙을 지킨 대가로 웅보다 더 많은 형을 살아야 한다. 그토록 두렵던 7호 처분을 받아 소년원으로 송치된다.
하지만 준은 \'분홍벽돌집\'이라 칭하는 \'안양소년예술학교\'에 수감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그 곳에서 마로니에 공원 아지트 이웃이었던 모델 지망생 수경과의 사랑의 감정에 불꽃이 튄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다. 자신의 닉네임인 \'가시엉겅퀴\'로 같이 영화를 만들자던 수경이 어느 날, 병원으로 실려 간 뒤부터 새순이 돋던 준의 삶에도 다시 어둠이 드리운다.
하지만 감옥에서 만난 멘토 \'털보 선생\' 을 통해 준은 \'가시엉겅퀴\' 영화로 청소년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게 된다.
추천평
『분홍 벽돌집』에 그려진 현실은 사실적이다. 그런데, 사실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주인공인 두 인물 준과 수경은 2009년 지금, 이곳을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청소년을 대표한다. 문제는 그들이 대표하는 청소년이 우리가 제도 바깥으로 밀어낸 아웃사이더라는 점이다.
문제아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준과 수경 역시 마찬가지이다. 노숙자를 폭행한 혐의로 소년원에 들어가게 된 준이나, 원조교제로 같은 처지가 된 수경은 엄청난 문제아라기보다 평범한 아이들에 가깝다. 하지만 사회는 아이들의 실수를 문제 삼아 교정이라는 핑계로 아이들을 일찌감치 정상적 삶의 행로로부터 격리시킨다.
아이들을 ‘문제아’로 만드는 것은 바로 이 격리이다. 준과 수경은 끊임없이 자신을 돌봐줄 부모와 사회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또 요구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정상적 삶의 규범으로부터 격리한 채 아이들에게 삐딱한 시선을 던진다. 결국 그들이 받는 것은 형벌일 뿐 진정한 교정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실수를 하기에 여린 것이고 어린 아이이다. 하지만 세상은 이 실수를 관용하지 않는다.
친구의 협박에 못 이겨 주범이 된 준이나 자신의 꿈을 펼쳐 보겠다며 성매매에 나선 수경의 선택은 어리기 때문에 빚어진 실수라고 볼 수 있다. 작가는 이 실수를 위선적 교훈의 빌미로 이용하지 않는다. 『분홍 벽돌집』의 장점이라면 이 여린 존재들의 행로를 냉정한 태도로 그려냈다는 것일 테다. 수경은 실수로 말미암아 목숨을 잃고 만다. 작가는 이들의 실수를 거짓 화해의 세계로 안내하지 않는다. 냉정함은 지독한 사실성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 준이의 또 다른 선택, 영화를 찍어서 새로운 삶을 창조해 보겠다는 다짐이 공소한 문구로 전락하지 않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수경의 죽음을 딛고 선 준이의 다짐에는 그저 새로운 삶을 살아보겠다는 무모함이 없다. 준은 진정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작가의 시선에 따르자면 우리가 애착을 가지고 보살펴야 할 존재들은 바로 준이나 수경처럼 경계선에 선 아이들이다. 시선의 확대, 결국 작가가 『분홍 벽돌집』을 통해 전하고픈 이야기는 바로 이 말로 정리된다. 이 전언은 청소년을 단순히 새로 태어난 독자로 한정짓지 않는, 작가의 사려 깊은 태도를 반영한다. 『분홍 벽돌집』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작가 소개
저자 : 박경희
극동방송에서 진행되는 「김혜자와 차 한 잔을」 프로그램의 방송 원고를 16년 째 써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구성작가로 2006년 3월 1일 한국프로듀서연합회가 수여하는 \'한국방송 라디오부문 작가상\'을 받았다.
그리고 CBS방송 「양희은의 정보시대」의 \'박경희가 만난 사람들\' 프로를 맡아 구성, 취재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과 사건을 접했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 글의 귀한 재료가 되고 있다. 방송 글을 쓰면서 창작에 뜻을 두어, 에세이로 등단을 했으며, 몇 해 전 단편 『사루비아』로 소설에 입문했다. 저서로는 『사랑의 빵 속에 담긴 작은 행복이야기』와 『여자나이 마흔으로 산다는 것은』 등의 에세이집과 『이대로 감사합니다』라는 기도 시집이 있다.
목차
추천사: 경계선에 선 아이들_ 강유정(문학평론가)
1. 아지트의 새벽
2. 얼룩고양이의 죽음
3. 안개
4. 은빛 팔찌
5. 회색 담벼락
6. 바람 빠진 꿈
7. 엄마의 믿음
8. 기다림
9. 노란 신호등
10. 외나무다리
11. 간이 정거장
12. 은밀한 거래
13. 우리들의 수칙
14. 푸른 꿈
15. 털보 선생
16. 붉은 꽃잎
17. 공동작업
18. 독거미 클라미디아
19. 가시엉겅퀴
작가의 말: \'그 아이\' 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