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단짝이 된 마코토와 츠요시가 펼치는 일 년 동안의 결코 잊지 못한 우정 이야기. 초등 4학년, 외발자전거에 휘파람을 잘 부는 여자아이, 마코토가 전학을 왔다. 전학을 오자마자 당차게 "나, 이 학교에서 반장이 될 거야!"라고 선언한 마코토에게 모두들 깜짝 놀란다. 하지만 어릴 때 아빠를 잃은 마코토는, 누구보다도 강하고 상냥하며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은 녀석이었다.
출판사 리뷰
누구에게나 있지만 어느새 잊힌 어린 시절의 달콤쌉싸름한 기억들
초등 4학년, 외발자전거에 휘파람을 잘 부는 여자아이, 마코토가 전학을 왔다. 전학을 오자마자 당차게 “나, 이 학교에서 반장이 될 거야!”라고 선언한 마코토에게 모두들 깜짝 놀라는데…….
하지만 어릴 때 아빠를 잃은 마코토는, 누구보다도 강하고 상냥하며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은 녀석이었다. 단짝이 된 마코토와 츠요시가 펼치는 일 년 동안의 결코 잊지 못한 우정 이야기.
웅크린 십대들의 어깨를 감싸고, 아버지의 쓸쓸한 등을 어루만져 주는 작가,
시게마츠 기요시가 유년의 기억으로 따듯하게 구은 달고나 같은 이야기
누구나 바쁜 일상에 묻힌 유년의 기억이 있다.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함께 뛰놀던 친구들, 아이들을 괴롭히던 상급생 형들, 남모르게 좋아하던 여자아이, 교실 뒤쪽에서 목에 힘깨나 주며 반 전체를 휘두르던 녀석들까지…… 작가는 초등학교 4학년, 일 년 동안 썼던 노트를 모티프로 옛 친구와 함께 우리가 그 시절, 두고 온 무언가를 이야기한다. 페이지를 넘기면 일상이 지리멸렬한 아저씨의 삶은 어느덧 열두 살, 츠요시의 기억으로 대체된다. 일상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에는 언제나 마코토가 등장한다. 이야기는 마치 실제 어린 아이의 일기를 보듯 술술 읽히고 꾸밈없고 담백한 문체는 꾹꾹 눌러 쓴 연필심이 묻어나는 듯하다.
이야기는 마코토가 등장할 무렵 시작되고 일 년 뒤, 전학을 가면서 끝을 맺는다. 츠요시는 아버지로부터 곧 있으면 한 아이가 자신이 다니는 학교로 전학을 올 거라는 말을 듣는다. 아버지와 절친했던, 죽은 친구의 아이인데 성별이나 이름도 모르고 동갑내기란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문을 통해 범상치 않은 마코토에 대한 실체가 조금씩 드러난다. 6학년도 기록을 깬 적이 없는 나뭇가지 높이에 오르고, 외발자전거를 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란다. 드디어 마코토 등장! 6학년 껌딱지단이 2학년 남자아이를 둘러싸고 뽑기에서 당첨된 경품을 내놓으라며 괴롭히는데, 외발자전거를 탄 아이가 바람처럼 나타나 껌딱지단을 심판한다. 다음 날 4학년 1반 교실 칠판에 큼지막한 이름을 새긴 이 여자아이, 전학 오자마자 자기소개를 하며 반장이 되겠다고 포부도 당당하게 선언을 했으니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틀을 깨는 여자아이가 츠요시와 4학년 1반 아이들 주위에 끼칠 영향은 지대하다.
모범생의 전형을 보여주는 츠요시를 비롯한 그 친구들은 마코토로 인해 철저하게 흔들린다. “너 그래도 되는 거야?” “참 못봐주겠다.” “그러면 안 되지.” 마코토는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하고 말한 대로 행동에 옮긴다. 참으로 당찬 여자아이다. 마치 홀연히 나타나 악을 물리치고 다시 홀연히 사라지는, 영웅을 보는 것 같다.
그런 마코토에게 흔들리며 점차 성장하는 츠요시. 그의 안에 잠자고 있던 ‘강함’이 눈을 뜨는 것을 마코토가 도와주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츠요시는 마코토와의 만남을 통해 확실히 달라진다. 초등 4학년이라는 시기는, 얼마든지 성장하는 시기이니까. 아주 사소한 계기로 어떤 모양으로든 성장해 버릴 수 있는 것이다(어떤 모양으로든이라는 점을 잘 생각해 보면 실은 뜻밖에 두려운 시기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성과 용기의 다른 이름, 마코토
이야기는 겉으로 보아 얼마간 목가적이고 사소한 사건들은 단순하다. 물론 그 자체로도 밝고 쾌활한 시게마츠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작가가 은근한 모르쇠로 이야기 곳곳에 배치해 둔 장치를 보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가 보인다. 에필로그에서 작가가 오래된 상자에서 낡은 노트를 발견한 것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노트를 통해 떠올린 마코토는 그저 그립기만 한 오랜 친구가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성, 그 자체다.
4학년이라는 설정은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서, 불완전하고 어중간한 세계를 잘 보여준다. 부모는 때로 벗어나고 싶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의지하게 되는 존재다. ‘4학년 1반’의 관계도는 흡사 어른들의 세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4학년쯤 되면 머리가 복잡하다. 어려서부터 옳고 당연하다고 배우고 믿어온 진실에 대해 의문과 의심이 생긴다.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얼음공주’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다. 얼음공주는 ‘마코토 왕따 동맹’을 결성하고, 학급회의에서 선생님도 쉽게 대응하지 못하는 교묘한 말솜씨로 힘없는 아이에게 군림한다. 집단에서 떨어져 혼자가 된 친구를 일으키고 함께 걷는 것은 그 모든 것을 앞으로 일어날 일을 감수할 만큼의 용기를 필요로 한다. 누구나 당하는 아이가 안됐다고 느끼지만 그것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고 전전긍긍한다. 6학년 껌딱지단이 2학년 아이를 괴롭히는 것을 보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 어디서부터 어긋났는가, 어디에 해결의 실마리가 있는가, 츠요시는 잊고 있던 마코토의 모습에서 어른이 된 지금 우리가 잃어버린 무엇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하려고 한 것은 아닐까.
또 하나. 이야기에는 죽음이나 이별과 같은 상실이 몇 가지 내포되어 있다. 어쩌면 이것은 성장이 아니라 상실에 관한 이야기는 아닐까. 물론 성장에는 상실이 따르는 법이고 상실을 겪으며 성장을 맞이하게 되지만, 이 작품에서는 작가의 강한 집착이 느껴진다. 츠요시의 성장을 그림과 동시에 작자가 집요할 정도로 집착하는 상실. 시게마츠 기요시는 말한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피하고 지나갈 수는 없는 상실은, 글쓰기에서도 피해 갈 수 없는 것이라고.
츠요시와 마코토의 이야기에는 이중묘사가 된, 츠요시의 아버지 즉, 겐스케와, 마코토의 아버지 히로카즈의 이야기가 투영되어 있다. 이 이야기가 이미 잃어버린 이야기이기 때문에 츠요시와 마코토의 이야기가 한층 더 빛을 발하고, 한편으로 그런 츠요시와 마코토의 이야기 또한 이미 먼 과거로 사라져 버린 이야기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면, 그런 츠요시와 마코토의 이야기를 가지고 한층 더 빛나는 이유는 무엇이냐 하면 그것은 어쩌면 연재 중에 이 이야기를 즐겨 읽은, 현재 4학년 아이들의 솔직한 하루하루인지도 모른다는 이 구조에 어쩌면 가장 큰 작자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휘파람 반장》은 어른들에게는 유년시절의 바랜 추억과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 청소년들에게는 이제 막 지나온 초등학생 때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듯한 즐거움을 주는 소설이 될 것이다.
[말총머리 전학생]
이번에는 반에서 제일 몸집이 큰 점보가 이야기했다.
며칠 전인가 자기 엄마하고 상점가에 물건을 사러 갔는데 처음 보는 아이가 외발자전거를 타고 있었다고 한다.
“가게마다 순찰을 돌기라도 하는 것처럼 기웃기웃 하고 다녔는데 진짜 굉장했어, 외발자전거 타는 솜씨가.”
마치 서커스를 보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씽씽 달리다 탁 멈추고는 빙그르르 돌기도 하고.
뒤로 돌 때도 몸은 흔들림 하나 없고, 책방 앞에서 책을 읽을 때도 발을 한 번도 땅바닥에 내려놓지 않고 꼿꼿이 앉아 균형을 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넋을 잃고 보고 있는데, 걔도 나를 보는 거야…….”
점보와 눈이 마주치자 그 아이는 후훗 하고 웃었단다.
“남자야 여자야?”
아이들이 묻자 점보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까, 그게…….”
남자애 치고는 여자애 같고, 여자애라고 하기엔 좀 남자애 같다는 것이다.
“에이- 그게 뭐야, 말이 안 되잖아.”
“나도 헷갈린다니깐.”
점보는 팔뚝 힘 하나는 세지만 의외로 둔한 데가 있어서 찔러 봤자 더 나올 게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점보는 그 아이의 딱 한 가지만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머리를 질끈 묶어 올렸었어. 말꼬리처럼.” ---p. 17.
[혼자는 머리 아파]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지금까지는 ‘나카무라’였는데, 갑자기 ‘츠요시’라고 이름을 불러준 것이다.
“츠요시, 너도 괜찮은 구석이 있네, 다시 봤다.”
마코토는 후훗 하고 웃더니 길이 나있는 곳의 끝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보여?”
버스가 멈춰서 있었다.
반 친구들이 손을 흔들며 마중하러 와 주었다.
“역시 우리도 걸어가는 게 좋겠다.”
“응, 그러는 게 우리도 맘 편해.”
“다카노 배낭 우리가 교대로 들어 줄게.”
결국, 얼음공주 일당 말고는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버스에서 내려 걸어서 목장으로 향했다. 4학 1반은 어쩐지 무관심한 것 같으면서도 서로 챙겨주는, 그런 반이다.
(생략)
지금까지 선생님한테 주의를 받은 적이라곤 없었던 왕 모범생인 나도, 마코토를 알게 된 다음부턴 이상하게 꾸중을 듣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선생님의 잔소리를 아무 생각 없이 듣고 있는 것도…… 예상 외로 그리 기분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았다. ---p. 45
[울고 싶을 땐 휘파람!]
마코토다-. 그래, 틀림없다, 저 야구모자는 어제 마코토가 쓰고 있던 것과 같은 색이고. 야구모자를 눌러 쓸 만한 여자아이라면 마코토 밖에는 없으니까.
차에서 내려 절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나무 아래에서 “이-봐!”하고 말을 건네자, 마코토는 “아까부터 보고 있었어.”라고 웃으며 어제와 똑같이 야구모자의 챙을 푹 내렸다.
“마코토, 내려와 봐.”
“싫어.”
“왜 그러는데…….”
어제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코토도 그것을 알고 있어서 내려오지 않는 걸까.
“츠요시, 이것 빌려 줄게.”
야구모자를 벗어서 아래로 던졌다. 빙글빙글 춤을 추면서 떨어지는 야구모자를 양손으로 잡았더니 마코토는 “한번 써 봐!”라고 말하며 “우는 모습 여자한테 보이고 싶지 않잖아?” 하고 살짝 웃었다.
나는 가만히 야구모자를 눌러쓰려다-챙 안쪽에 쓰여 있는 글자를 보았다.
울고 싶을 땐 휘파람! ---p. 149
작가 소개
저자 : 시게마츠 기요시
1963년 오카야마 현 출생. 와세다대학교 교육학부를 졸업하고 출판사에 근무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특히 청소년과 어른이 겪는 성장통을 테마로 한 화제작을 꾸준히 발표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고 있는 일본의 중견 작가이다.1991년 『비포 런Before run』으로 데뷔했으며, 이 책 『십자가』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비타민 F』로 나오키 상, 『소년, 세상을 만나다』로 야마모토 슈고로 상, 『나이프』로 츠보타 조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외에 국내 소개된 작품으로는 『친구가 되기 5분 전』『말더듬이 선생님』『안녕, 기요시코』 등 20여 권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 말총머리 전학생 / 얼음공주 츠보네 레이카 / 혼자는 머리 아파 / 마코토 왕따 동맹 / 마코토의 비밀 / 껌딱지단의 습격 / 여름 방학의 대 사건 / 여름 축제와 마코토 / 점보의 고민 / 울고 싶을 땐 휘파람! / 크리스마스의 기적 / 껌딱지단과의 마지막 대결 / 추억은 여기 있으니까 / 잘 가, 휘파람 반장 /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