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돌개바람 시리즈 27권. 엄마가 가장 친한 친구와 놀지 못하게 하는 미진이와 만화가의 꿈을 인정해주지 않는 연진이. 둘은 함께 가출을 감행하지만,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엄마에게 엄마가 나한테 ‘미운 오리 새끼’라고 말했던 곳, 엄마가 내 머리를 열 셀 동안 쓰다듬어줬던 곳, 내가 ‘엄마 행복해’라고 말했던 곳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문자를 보내는데... 엄마는 과연 기억하고 찾아 올 수 있을까?
출판사 리뷰
바람의아이들에서 주목한 신인작가의 첫 작품 『집에 안 들어감』
『집에 안 들어감』은 ‘신인 발굴’에 남다른 의욕을 보여 왔던 ‘바람의아이들’에서 오랜만에 내놓는 신인작가의 작품이다. ‘동화’란 뭔가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밝고 유쾌한 말투로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 라는 말에는 누구나 동감하면서도 실상은 실현되기 어려운 법. 신인작가 이여누는 아이를 굽어보기보다는 옆에 쭈그리고 앉아 눈높이를 맞춘 것처럼 천진하고도 담백하게 동화 한 편을 완성해 냈다. 아이의 욕망과 심리에 솔직하면서도 명랑하고 긍정적인 동화. 요컨대 진짜 동화라고나 할까?
『집에 안 들어감』은 엄마에게 가출을 선언하는 두 딸과 딸들의 뒤를 쫓는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애정과 몰이해 사이를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엄마와 아이들의 관계를 그려 보인다. 미진이는 가장 친한 친구와 놀지 못하게 하는 엄마가 야속하고, 그 때문에 친구한테 일방적으로 절교를 당해서 슬프다. 연진이는 수업 중에 딴짓을 했다가 선생님께 엄마 모셔오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걱정이 태산인데, 엄마가 만화가의 꿈을 인정해 줬더라면 수업시간에 딴생각을 안했을 거란 생각에 화가 난다. 그런데다 엄마는 과외와 학원을 빼먹은 딸들에게 이유도 묻지도 않고 빽! 버럭! 소리만 치다가 뚝! 전화를 끊어버리지 뭔가. 그러니까 미진이와 연진이로서는 가출할 이유가 충분하다.
사실 미진이와 연진이가 감행하는 가출이란 ‘가출’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지경으로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엄마에게 수수께끼 같은 힌트 문자를 보내놓고 엄마가 나타나나 안 나타나나 기다리는 모습이라니, 이건 가출이라기보다는 술래잡기에 가깝다. 하지만 엄마가 과연 힌트를 알아볼까? 엄마가 나한테 ‘미운 오리 새끼’라고 말했던 곳, 엄마가 내 머리를 열 셀 동안 쓰다듬어줬던 곳, 내가 ‘엄마 행복해’라고 말했던 곳, 엄마는 과연 기억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어째, 마음이 좀 이상해진다.
몇 가지 문제를 내일로 미뤄도 되는 이유
사실 아이들 입장에서 엄마를 비난하는 건 쉽다. 본디 엄마들이란 아이들이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일(컴퓨터 게임, 만화책, 밤늦게까지 깨어 있기 등등)보다는 싫어하고 극구 피하고 싶은 일(학습지, 양치질, 장난감 정리 등등)을 시키는 데 소질이 있으니까. 게다가 요즘 엄마들은 오죽 욕심이 많은가? 하지만 『집에 안 들어감』은 소리 높여 ‘어른 비판’을 부르짖기보다는 엄마와 아이 사이의 소박하고도 사랑스러운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엄마가 연진이한테 ‘미운 오리 새끼’라고 했던 건 서점에서 책을 더 보겠다고 고집 부리던 연진이가 먼저 “이 두더지 엄마야!” 하고 소리쳤기 때문이고, 엄마가 선물가게에서 연진이 머리를 오래오래 쓰다듬어준 건 연진이가 자기 가방 살 돈을 아껴서 엄마 감기약을 사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또 미진이가 놀이터에서 아이스크림을 떠먹으며 행복하다고 말한 건 가족들이 모두 함께 한 저녁 시간이 무척 좋았기 때문이다. 사소하다면 사소하고, 가볍다면 가벼운 추억을 떠올리며 엄마를 기다리는 미진이와 연진이, 그런데 선물가게에서 거울을 보는 엄마는 왜 저런 표정이지?
너무 가까이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보면 더 잘 보이는 법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몰래 숨어서 엄마를 지켜볼 때, 엄마의 연약한 속살이 드러나 보인다. 젊었을 땐 백 명도 넘는 남자들을 애태웠다는 엄마, 그러나 지금은 부스스한 파마머리에다 옆구리 살이 불룩한 채로 딸들을 찾아다니는 엄마. 어쩐지 마음이 찌릿해서 이제 그만 엄마를 만나러 갈까 생각하는 미진이와 연진이…… 하지만 물론 엄마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가출이라니 말도 안 돼, 이 험한 세상에서 가출을 했다가는 큰일 날 텐데, 하고 생각할 (어른)독자가 있을까 봐 미리 밝혀 두자면, 미진이와 연진이는 해가 지기도 전에 엄마와 아빠를 만나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간다. 물론 눈물 바람의 감동적인 상봉도, 엄마의 후회와 뉘우침도, 미진이와 연진이가 가진 문제의 명쾌한 해결도 없지만 이 정도면 해피엔딩이다. 엄마는 미진이가 은영이랑 다시 친구 해도 좋을지 생각해보겠다고 약속했고, 연진이의 꿈에 대해서도 차차 얘기해보자고 했으니까. 무엇보다도 가출하겠다던 딸들을 용서해줬으니까. 해결되지 못한 몇 가지 문제들은 내일로 미루어도 된다. 엄마와 아이들이란, 가족이란, 한두 번 보고 말 사이가 아니니까 말이다.
『집에 안 들어감』은 무언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가출을 꿈꿔 본 적이 있는 아이한테라면 유용한 가출 매뉴얼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에게 보낼 힌트를 생각해내려고 지난 시간을 더듬더듬 헤매다 보면 가출할 마음이 싹 가시지 않을까? 어쨌든 엄마란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품이고, 언제나 마음 놓고 비빌 수 있는 언덕이며, 변함없이 든든한 아군이니까 말이다.
작가 소개
저자 : 이여누
교회와 아동센터에서 많은 어린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종이접기와 성경공부를 가르쳐 주기 위해 만나는 건데, 선생님이 어린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답니다. 『동굴 속에서 사라진 상우』, 『5월 5일은 혜린이날』, 『집에 안 들어감!』이라는 동화를 썼습니다.
목차
1. 김홍도와 정연진
2. 우는 여인 : 정미진
3. 가출 선언
4. 거울 속의 여인 : 오애경
5. 뒤바뀐 술래
6. 그냥 넘어가자고!
7. 엄마, 나 사랑해?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