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글이 없는 그림책. 동봉된 CD를 통해 비오는 날의 이미지를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표지는 하늘에서 내려다 본 회색 아스팔트 길을 노란 우산을 받쳐든 아이가 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비오는 날 학교 가는 노란우산을 따라 정겨운 동네를 지나가면서, 노란우산이 만나게 되는 다양한 색깔의 우산들, 그리고 그 우산들이 엮어내는 다양한 색감과 조형적인 리듬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그 우산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면서 CD에 수록된 다양하고 풍성한 음악적 이미지들을 듣다보면, 비오는 날의 풍부한 느낌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2002 뉴욕타임스 선정 최우수 그림책
국제어린이도서협의회(IBBY) 선정 세계의 우수 그림책
잿빛 거리를 아름다운 빛깔로 수놓는 우산들의 춤“이 책의 잔잔한 즐거움을 기억하는 아이와 부모라면 비 오는 날 밖으로 나가 그 촉촉한 아름다움을 즐기게 될 것이다. 잿빛 거리에 색채를 부여하고 반짝이는 빛을 던져 주는 우산, 자동차 불빛, 택시 들을 보면서……. 그리고 머릿속으로 ‘노란 우산’의 사랑스러운 선율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뉴욕타임스
이슬비 내리는 아침, 노란 우산을 받쳐 든 아이가 집을 나섭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거리는 온통 잿빛으로 물들어 있어 아이의 노란 우산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노란 우산은 잿빛 거리를 타박타박 걸어가다 파란 우산과 마주칩니다. 그리고 다시 빨간 우산을 만납니다. 빗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개울을 건너고 빗물이 흥건히 고인 놀이터와 분수대 광장을 가로지르고 층층대를 한 발 한 발 내려와 철길 건널목에 이르는 사이, 우산은 하나둘 늘어나 어느덧 한 무리를 이룹니다. 빌딩 숲 사이를 지나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가로수 길을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학교로 가는 우산 무리는 마치 초여름 아침나절에 피어난 한 무더기 나팔꽃 같습니다. 작가는 어쩌면 어린이들에게 너희야말로 이 도시를 아름답게 수놓는 ‘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란 우산》은 무엇보다도 잿빛으로 가라앉은 고즈넉한 거리에 생기를 불어 넣는 색색의 우산들, 그 눈부신 색채의 리듬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음악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 글 없는 그림책이 연주하는 음악을 더욱 풍부하게 해 주는 것은 작곡가 신동일의 피아노 곡입니다. 그의 피아노 곡을 듣고 있노라면 참새 떼처럼 재잘거리며 자박자박 빗길을 걸어 학교로 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합니다. 들리지 않는 음악을 들려주는 그림과 보이지 않는 그림을 그려 보이는 음악의 협연은 어린이들에게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예술적 경험을 안겨 줄 것입니다.
[작가의 말]오래 전 한 여자중학교에 미술 교사로 있을 때였습니다. 한 학생이 스케치북에 별 하나를 덩그러니 그려 놓았는데, 젖소 무늬를 연상시키는 얼룩 별이었습니다.
“참 별난 별이구나? 무슨 의미가 있는거니?”
“아무 뜻도 없어요. 그냥 그 별의 특징이에요.”
아이는 툭 대답하고는 별 실없는 질문을 다 한다는 듯 계속 그림에 열중하는 것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느 비 오는 아침, 창밖으로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노란 우산》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뒤 이성적 경험에 의한 문학적 의미 또는 문학적 상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을 물을 증류하듯 의도적으로 제거해 가면서, 오직 투명한 시각적 이미지 자체만을 표현하는 데 나름대로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그렇게 하여 《노란 우산》에 담고자 한 것은 예술의 내재적 가치를 정점으로 하는 그림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며, 어린 영혼들이 지닌 빛나는 색이 이리저리 뒤섞이며 순간순간 다채롭게 그려 내는 조화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노란 우산》이 세상에 나온 뒤 쓸데없이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많은 어른들이 의문스럽게 물어 올 때마다 나도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무 뜻도 없어요. 그냥 색들의 즐거운 리듬을 표현한 것이고, 그것이 이 그림책의 특징이에요.”
-류재수
《노란 우산》은 말이 없는 그림책입니다. 말 대신 음악이 그림과 더불어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지요. 저는 그림이 주는 느낌과 그림 속에서 찾아낸 이야기, 그리고 그림을 그린 류재수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얻은 생각들을 음악 속에 충실하게 녹여 내고자 했습니다.
그림책이 모두 열세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듯, 이 음반도 모두 열 세 개의 피아노 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첫 곡에 담긴 ‘노란 우산의 테마’가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전체 흐름을 이끌어 갑니다. ‘노란 우산의 테마’는 첫 두 마디가 피아노에서 가장 단순한 세 음인 ‘도-미-솔’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것이 다시 여덟 마다의 주제 선율로 발전합니다. 두 번째 곡부터는 이 ‘노란 우산의 테마’가 세포분열 하듯 흩어지면서 자유롭게 전개됩니다. 서양 음악의 가장 원초적인 세 음인 ‘도-미-솔’에서 출발하여 발전해 가는 열세 개 피아노 곡들은 다양하고 풍성한 음악적 이미지를 빚어내며, 서정성 짙은 그림과 어우러져 새로운 형태의 예술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곡마다 숨어 있는 ‘노란 우산의 테마’를 찾아 가며 들어 보면 좀 더 흥미롭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동일
뉴욕타임스 서평
빗방울이 떨어진다
이슬비 내리는 날의 긴 산책에 대한 글 없는 이야기
……이 책은 활짝 펼쳐진 노란 우산 하나에서 시작된다. 부드러운 회색 바다에 둘러싸인 노란 우산을 위에서 내려다본 장면이다. ……노란 우산을 든 아이가 막 집에서 나온 것처럼 보인다. 다음 장면에 노란 우산은 다른 집 앞에서 파란 우산을 만난다. 그다음 장면에서는 빨간 우산을…….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부드럽게 빛나는 다채로운 우산이 무리에 끼어든다. 풍경 또한 외딴 집에서 놀이터, 협곡과도 같은 도심의 거리, 분주한 건널목으로 바뀌어 간다. 하지만 풍경은 색감도 윤곽도 부드럽게 처리하여 한결같이 그윽한 느낌이다. 류재수의 붓놀림이 그림에 사랑스러운 질감을 부여하여 비 오는 날의 아련한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글 없는 그림책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아직 글을 읽지 못하거나 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에게는 글 없는 그림책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글 없는 그림책은 그것과는 별개로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글 없는 그림책의 작가들은 독자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나는 당신이 이러한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요. 굳이 내가 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머릿속으로 어떠한 글을 생각해 내건 간에 내가 쓰는 것보다는 나을 거예요. 나는 이 책을 당신에게 맡겨요.”
《노란 우산》도 같은 방식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비 오는 날의 고요하고 포근한 느낌을 완벽하게 재현해 낸 이 특별한 그림책에는 글이 없는 게 낫다.
……작곡가 신동일은 단순한 배경 음악에 그치지 않는 사랑스럽고 발랄한 음악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것은 그림과 더불어 더욱 풍부한 예술적 경험을 하게 해 준다. 피아노로 연주한 단순하면서도 대담한 테마 곡은 각 장면에 맞게 변주되어 어린이들만의 여행을 이끌어 준다. 빗방울이 강물에 떨어지는 장면에는 빠르고 통통 튀는 연주를 들을 수 있으며, 우산들이 번잡한 거리를 지날 때는 날카롭게 변주된 테마가 흘러나온다.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책 읽는 속도가 아주 기분 좋게 느려진다. 부드러운 회색과 초록색으로 이루어진 장면들 위에 한동안 머무르게 되는 것이다. 음악과 그림의 이러한 어울림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꿈결처럼 아름다운 발레를 보는 것 같다…… -제인 앨런(작가)
작가 소개
저자 : 류재수
1954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깊이 있는 주제를 웅장하게 펼칠 뿐만 아니라 어린이의 감성에 호소하는 서정적인 그림으로 어린의 세계를 다채롭게 표현한다는 평을 듣는 한국의 대표적인 그림책 작가이다. ‘해송’이라는 탁아운동단체에 참여하면서 우리 어린이 문화와 현실에 눈을 떠 미술 교사로 일하며 대안 미술 교육 운동을 벌였으며 지금도 꾸준히 남북 어린이 문화 교류에 힘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노란 우산》, 《턱 빠진 탈》, 《자장자장 엄마 품에》, 《백두산 이야기》, 《돌이와 장수매》, 《하양까망》 등 여러 권이 있다. 《노란 우산》이 2002 〈뉴욕타임스〉 올해의 우수 그림책으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