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문지 푸른 문학' 시리즈 아홉번째 책으로 출간된 조명숙 작가의 성장소설. 2001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래 장편소설 <바보 이랑>을 비롯해 소설집 <헬로우 할로윈>과 <나의 얄미운 발렌타인> 등을 집필한 작가 조명숙이 '우리 시대에 가족이란 무엇인가?'란 화두를 두고 경쾌하게 쌓아올린 '농담이 사는 집' 이야기다.
밖으로만 돌던 아버지가 어느 날 갈색 머리에 파란 눈을 지닌 아기를 데리고 돌아왔다가 얼마 후 돌아가셨다면? 엄마와 나 그리고 어린 동생을 가족으로 묶어두기 위해 (있지도 않은) '엄마의 외국인 연인(코끼리)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면? 그리고 많은 시간이 지난 후 동생이 친아빠를 찾겠다며 외국으로 떠난다면? 그 충격으로 엄마가 쓰러지신다면? <농담이 사는 집>은 그런 농담 속 엄마와 이모, 그리고 외할머니를 가족으로 둔 고등학교 2학년생 영은이의 이야기다.
바람둥이였던 외할아버지, 교통사고로 너무 일찍 가버린 아빠, 슬픔에 지쳐 수학 문제집 속으로 도망쳐버린 수학 교사 엄마, 쓸쓸하게 또는 외롭게 방긋방긋 웃기만 하던 할머니의 쓰러짐, 지나치게 씩씩해서 늘 위태로운 사진작가 이모, 그리고 소심하고 겁 많은 나. 일견 암울하고 비관적일 것 같은 캐릭터들이 경쾌하고 따듯한 스토리를 꾸려간다.
출판사 리뷰
당신은 나의 코끼리…… 농담 아니라구요!
뒤죽박죽에다 얼토당토않은 농담으로 범벅된 ‘코끼리 이야기’
생김새가 다른 동생을 위해 지어낸 작은 농담 하나가 쑥쑥 자라서 마침내 코끼리만큼 커다란 서사로 자리 잡은 집 이야기가 찾아왔다. ‘문지 푸른 문학’ 시리즈 아홉번째 책으로 출간된 조명숙 작가의 첫 성장소설 『농담이 사는 집』. 2001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래 장편소설 『바보 이랑』을 비롯해 소설집 『헬로우 할로윈』과 『나의 얄미운 발렌타인』 등을 통해 굵직한 서사와 탄탄한 구성의 힘을 보여준 작가 조명숙이 ‘우리 시대에 가족이란 무엇인가?’란 화두를 두고 경쾌하게 쌓아올린 ‘농담이 사는 집’ 이야기다.
밖으로만 돌던 아버지가 어느 날 갈색 머리에 파란 눈을 지닌 아기를 데리고 돌아왔다가 얼마 후 돌아가셨다면…… 엄마와 나 그리고 어린 동생을 가족으로 묶어두기 위해 (있지도 않은) ‘엄마의 외국인 연인(코끼리)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면…… 그리고 많은 시간이 지난 후 동생이 친아빠를 찾겠다며 외국으로 떠난다면…… 그 충격으로 엄마가 쓰러지신다면…… 『농담이 사는 집』은 그런 농담 속 엄마와 이모, 그리고 외할머니를 가족으로 둔 고등학교 2학년생 영은이의 이야기다. “그러니까 영은아, 코끼리는 없지만 있는 거고, 코끼리가 있어야 숙자는 할머니 딸이 되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니? 그래서 숙자한테 말할 수 없는 거야. 할머니가 쓰러진 걸 알면 숙자는 자기 탓이라고 생각할 테고, 그렇게 되면 우린 모두 상처를 입을 거야. 뿔뿔이 흩어져버릴 거라고.”(104쪽)
바람둥이였던 외할아버지, 교통사고로 너무 일찍 가버린 아빠, 슬픔에 지쳐 수학 문제집 속으로 도망쳐버린 수학 교사 엄마, 쓸쓸하게 또는 외롭게 방긋방긋 웃기만 하던 할머니의 쓰러짐, 지나치게 씩씩해서 늘 위태로운 사진작가 이모, 그리고 소심하고 겁 많은 나…… 일견 암울하고 비관적일 것 같은 캐릭터들은, 그러나 폴카의 리듬처럼 경쾌하고 봄꽃처럼 따듯한 스토리를 꾸려간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코끼리 농담’이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면서 반전에 반전의 묘미를 끝없이 풀어내기 때문. 애초에 이모의 친아빠를 가정하고 생겨난 ‘코끼리’는 어느 순간 가족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끈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가족 구성원은 서로서로의 ‘코끼리’임을 자임한다.
『농담이 사는 집』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서사는 이제 막 자라나는 ‘영은이의 코끼리 이야기.’ 성적도 신통찮은 데다 키 작고 못생긴, 게다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도록 아직 첫 생리도 하지 못한 영은이에게 키 크고 오카리나를 멋지게 부는 ‘수앙’이 가슴 한켠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까무잡잡한 피부의 이 베트남 유학생 역시 다문화 가정의 일원이다. 의료봉사단으로 베트남을 찾았던 한국인 어머니와 베트남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지금은 유학생 신분으로 어머니의 나라에 와 있는 것. 생김새가 다른 이모와 함께 살고 있는 영은이에게 또 다른 모습의 수앙은 낯설거나 거리낌의 대상이 아니다. 겉모습 속에 내재한 풋풋한 ‘어린 코끼리’를 인정하고 점점 떳떳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코끼리 농담’에 익숙해 있기 때문일 터다.
“인생의 방식은 왜 변하지 않는 걸까? 여전한 세계, 여전한 암담함 속에서 이렇게 계속 변화와 사랑을 꿈꾸어도 되는 걸까?”(「작가의 말」) 그러나 『농담이 사는 집』과 같은 ‘가족’이 함께한다면 얼마든지 변화하고 사랑을 꿈꾸어도 될 듯하다. 우리는 모두모두 서로의 코끼리이고, ‘코끼리 농담’은 끊임없이 자라날 테니까 말이다.
굵직한 서사와 탄탄한 구성의 힘에 보태진 ‘조명숙식 상상력’은 순식간에 마지막 책장으로 독자를 유도해갈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까지도 정말로 코끼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모의 말은 어디까지 믿어줘야 할까? 진실은 『농담이 사는 집』 속에 살고 있다. 이건 정말 농담이 아니다!
남자애가 오카리나라니, 너무나 감성적이었다. 착하고 순수하게 빛나는 수앙의 눈은 그처럼 감성적일 수밖에 없는 내면을 나타내고 있었다. 나는 수앙을 좋아했지만, 수앙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겁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수앙 쪽을 쳐다봐야 할 때면 일부러 딱딱한 표정을 짓곤 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키 크기 체조를 시작했다. 작은 것도 괜찮지만 아무래도 수앙이 너무 컸으니까. 큰 키를 줄이는 것보다는 작은 키를 늘이는 게 훨씬 쉬운 게 사실이었으니까.
“사실은 말이다, 코끼리는 할머니의 연인이었단다. 이름은 키비 에로넨, 핀란드에서 온 여행자이자, 이모의 아빠란다. 코가 이렇게 크고 엄청 뚱뚱해서 코끼리라고 불렀지.”
엄마는 조용조용 말했지만 나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할머니의 연인, 키비 에로넨, 핀란드 같은 단어들이 머릿속에 비비총알처럼 콕콕 박혔다. 그러니까 코끼리를 찾으러 가겠다던 이모의 말은 아빠를 찾으러 가겠다는 뜻이었던 것이다. 이모의 아빠라니. 이제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낯선 사람의 존재가 해일처럼 몰려와서 내 가슴을 흔들었다.
그리고 가만히 가슴속을 들여다보았는데, 웬걸, 거기 난데없는 코끼리 한 마리가 있었다. 나는 놀라서 코끼리를 들여다보았다. 내게 존재를 들킨 코끼리는 쑥스럽다는 듯이 눈을 깜빡거렸다. 이모처럼 파란 눈을 가진 코끼리였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비가 내린 뒤 쑥쑥 뻗어가는 덩굴식물처럼 코끼리는 가슴을 채울 정도로 자랐다. 이봐, 그만 부피 좀 줄여줄래? 난 별로 크지 않거든. 나는 내 속의 코끼리를 향해 투덜거렸지만 코끼리는 마침내 배와 목을 넘어서 머리까지 침범했다. 기다란 코끼리의 코와 네 개의 다리가 덩굴손처럼 내 힘줄과 근육을 붙들고 있었다. 으아아! 이게 뭐람! 코끼리가 날 점령했어. 나는 놀라서 투덜거렸다. 그러면서 열심히 중얼댔다. 잊어버려야 해. 코끼리 생각을 하니까 코끼리가 생겨난 거야. 나는 한사코 코끼리 생각을 지워버리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작가 소개
저자 : 조명숙
1958년 김해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국어국문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1996년 『진주가을문예』와 2001년 『문학사상』을 통해 문단에 나왔다. 창작집 『헬로우 할로윈』, 『나의 얄미운 발렌타인』, 『댄싱 맘』(2012 향파문학상 수상)과 장편소설 『바보 이랑』, 『농담이 사는 집』 등을 썼다. 2006년 장편동화 「누가 그랬지?」로 14회 MBC창작동화대상을 받았으며, 그림동화책 『샘바리 악바리』, 『아기뱀 꼬물이』를 냈다. 그 외에 산문집 『우리 동네 좀머씨』가 있고, 아내들을 위한 연시집 『하늘 연인』을 엮었다.
목차
이상한 아침
나뭇잎, 푸르다
농담의 시작
코끼리 나타나다
고양이, 라면, 폴카
질투의 난해함
아마도 몹시
뜻밖의 사건
플립북 다이어리
계속되는 농담
피드백 부족
빈집
꿈의 은유
배신
거짓말
가만가만
수학과 예술 사이
거부할 수 없는 특징들
할머니 깨어나다
밉상 곱상
가방 두 개
새로운 신호
교환조건
농담이 사는 집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