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별일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고, 그래서 별 생각 없어 보이는 아이들이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 주는 청소년시집이다. “공작새 꼬리는 왜 부채처럼 생겼어요?”, “바퀴벌레에 바퀴가 있냐, 없냐?”, “연은 만들면 꼭 날려야 해요?” 등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이 시집의 주인공은 우리를 순간 ‘멍!’ 하게 한다. 이전에 미처 몰랐던 세계로 데려다 놓는다.
엉뚱하고 이상한 궁금증을 마구 발산하는 시를 읽는 동안 청소년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들게 된다. 그러다 마침내 ‘지금-여기’에 있는 내가 꽤 근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양영길 시인의 <궁금 바이러스>는 ‘창비청소년시선’ 일곱 번째 권이다. 1~4부에 수록된 63편은 따옴표로 인용한 듯 고유한 색깔을 뿜어대는 아이들의 말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출판사 리뷰
궁금 바이러스가 작렬하는 열여섯 살
꿈틀대는 머릿속을 들여다보다!
핑퐁처럼 오가는 너와 나의 말,
세상 모든 것에 말을 걸 준비가 된 녀석들
청소년기를 학교 갔다가 집에 오고 다시 학교 가는 별다를 것 없는 태평한 시절이라 여긴다면 오산이다. 『궁금 바이러스』에는 훈계나 조언을 시작하려는 어른들에게 ‘바보 같은 질문짓’을 멈추지 않는 청소년들이 있다. 어른들 눈으로 보면 쓸데없이 궁금한 게 많은 놈이지만 사실 이 아이는 세상 모든 것에 말을 걸 준비가 된, 제 뜻대로 살아갈 ‘멋진 놈’이다.
1~4부에 수록된 63편은 따옴표로 인용한 듯 고유한 색깔을 뿜어대는 아이들의 말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자기만의 전략으로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는 이 라이브 방송과 함께하는 동안 청소년들은 자신의 ‘오늘’이,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 올챙이도 개구리를 알 리가 없잖아?”
궁금 바이러스가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한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엄마,/나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거 싫잖아./그런데, 왜 나를 엄마의 우물에 가두려고 해?”(「우물 안 개구리」), “우리 머리와 몸이 서로 싸우면 누가 이길까?”(「궁금 바이러스 1」), “넌 왜 가르마를 왼쪽으로 탔어?”(「궁금 바이러스 3」), “나에게 ‘착하다’는 말은 무엇일까.”(「착한 아이」).
엄마!
‘올챙이 개구리 적 모른다’가 맞을까?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가 맞을까?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가 맞지. 그치?
그런데 올챙이도 개구리를 알 리가 없잖아.
‘올챙이 개구리 적 모른다’도 맞잖아. 그치?
사실 엄마 심정, 나 잘 이해 안 돼.
말을 하지 않고 참았다가는 그냥 폭발할 것 같아서
“그래서 어쩌라고?” 한마디 했더니
엄마 속을 긁는다고 버럭했잖아.
나 급실망해서 아무 대답도 못 했어.
엄마가 이야기하는 거
다 억지 같고 강요 같았어.
엄마, 나 아직은 올챙인가 봐.
?「그래서 어쩌라고」 전문
서술형 평가를 망쳤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의 뜻을 서술하는 문제였는데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일도 이룰 수 있다’라고 썼는데
부분 점수도 인정해 주지 않았다.
이의 제기를 했다.
틀린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찾아갔는데
공부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틀린 건 아니잖아요. 배운 것에 갇혀 있는 것보다 낫잖아요?
공부한 것에 너무 갇히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이미 알려져 있는 생각의 틀, 상상의 틀을 뛰어넘으라면서요.
?「백지장이 뭐지」 부분
이 시집에는 청소년들이 속으로만 삼켰던 질문들이 가득하다. 어른들은 이 물음에 어떤 답을 할까?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무시하거나 속 긁는다며 버럭 화를 내는 순간 청소년들은 입을 꾹 다물고 ‘바보 같은 질문’을 속으로 삼킨다. 이 시집을 읽는 청소년들은 “맞아, 사실은 나도 궁금했어!” 공감하다 어느새 마음속 깊이 감춰 두었던 자신의 궁금 바이러스가 다시 꿈틀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안 된다’는 말을 자꾸 들어도, 꿈꿀 시간이 없어져도
내 시간에는 내 길을 내겠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청소년들은 꿈꿀 시간을 빼앗긴다. “아니, 함부로 아무 꿈이나 꿔서도 안 되었다./시험이 먼저였고/내신이 먼저”(「꿈꿀 시간이 없어졌다」)가 되는 삶을 강요받는다. 어른들이 자주 잊는 사실이 있는데, 보편적인 삶을 거부하는 것은 청소년들에게도 두렵긴 마찬가지이다.
나는 박수 쳐야 할 때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냥 남들이 칠 때 따라 치면 되지만
나는 그게 싫었다.
내가 치고 싶을 때 치고
남들이 치지만 내 맘에 안 들 때는
열중쉬어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내 맘대로 안 되었다.
그런 내가 싫었다.
― 「그런 내가 싫었다」 부분
그럼에도 이 시집에 등장하는 청소년들은 “한 조각 구겨진 휴지처럼 어딘가에/뒹굴고 있을 나의 구름/아, 나의 꿈”(「한 송이 구름」)을 다시 찾기 위해 애쓴다. 내 의지대로 행동했을 때만이 내 심장이 뛴다는 것을 알기에 이제 내 시간에 길은 나 스스로 내겠다고 외친다. 너와 나 사이에 번져 가는 궁금 바이러스는 엉성하고 어설픈 것, 그렇지만 결코 뻔하지 않은 자기 삶을 발견하게 한다.
나는 내 생각이 없이 살아온 것 같았다.
이제 내 생각을 즐길 수 있었다.
혼자서 내 생각을 품고 있으면
빼앗겼던 내 생각을 도로 찾은 기분이었다.
얼굴에는 거드름 피운 시간의 흔적처럼
뾰루지가 여기저기 솟아났다.
― 「시간에 길을 내다」 부분
▶ ‘창비청소년시선’ 소개
‘창비청소년시선’은 전문 시인이 쓴 청소년시를 발굴하고 정선해 내는 본격 청소년시 시리즈이다. 지금까지 총 8권의 ‘창비청소년시선’이 나왔다. 앞으로도 ‘창비청소년시선’은 청소년시의 다양한 폭과 깊이를 가늠하며 청소년들 곁을 지킬 조금은 위태롭고 조금은 삐딱한 노래들을 찾아 나갈 것이다.
엄마!
‘올챙이 개구리 적 모른다’가 맞을까?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가 맞을까?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가 맞지. 그치?
그런데 올챙이도 개구리를 알 리가 없잖아.
‘올챙이 개구리 적 모른다’도 맞잖아. 그치?
사실 엄마 심정, 나 잘 이해 안 돼.
말을 하지 않고 참았다가는 그냥 폭발할 것 같아서
“그래서 어쩌라고?” 한마디 했더니
엄마 속을 긁는다고 버럭했잖아.
나 급실망해서 아무 대답도 못 했어.
엄마가 이야기하는 거
다 억지 같고 강요 같았어.
엄마, 나 아직은 올챙인가 봐.
―「그래서 어쩌라고」 전문
넌 왜 가르마를 왼쪽으로 탔어?
그냥 머릿결이 가는 대로 탔어.
넌 어디로 탈 거야?
난 고등학교 가면 탈 건데
오른쪽으로 탈 거야.
왜?
네가 왼쪽으로 타니까.
그게 이유가 되냐?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엄마도 왼쪽, 아빠도 왼쪽
선생님들도 거의 왼쪽이니까
나는 오른쪽으로
그게 이유라면 이유지, 뭐.
그럼 내가 왼쪽으로 타는 게 싫다는 거야?
아니, 그런 이야기는 아니지.
그러면, 내가 타는 쪽과 반대로 가는 거야?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다만.
다만, 뭐?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하는 쪽보다
적게 하는 쪽으로 하고 싶은 거지.
왜 그래야 하는데?
가르마도 3 대 7, 4 대 6처럼
한쪽은 많고 한쪽은 적잖아.
― 「궁금 바이러스 3」 전문
서술형 평가를 망쳤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의 뜻을 서술하는 문제였는데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일도 이룰 수 있다’라고 썼는데
부분 점수도 인정해 주지 않았다.
이의 제기를 했다.
틀린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찾아갔는데
공부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틀린 건 아니잖아요. 배운 것에 갇혀 있는 것보다 낫잖아요?
공부한 것에 너무 갇히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이미 알려져 있는 생각의 틀, 상상의 틀을 뛰어넘으라면서요.
그래, 알았어요, 알았어요.
그럼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의 뜻이 뭐예요?
이걸 말하면 맞은 걸로 해 줄 수도 있어요.
그런 게 어딨어요. 그건 다른 문제잖아요.
알았어요. 그래도 말해 봐요.
‘백지장도 맛이 들면 먹을 만하다’ 아닌가?
잉? ‘백지장’이 뭔데요?
고추장, 양념장 그런 거.
헐~, 찾아보고 와요.
사실, 자신감을 가지고 답을 쓴 건지, 장난으로 쓴 건지
알아보려고 했어요. 아주 기발했어요.
‘백지장’이 뭐지?
‘기발하다’는 또 무슨 뜻이야?
― 「백지장이 뭐지」 전문
작가 소개
저자 : 양영길
청소년기를 말더듬이로 지냈다. 더듬는 게 싫을 땐 아예 입을 다물어 버렸다. 중학교는 도시로 갔는데 말을 잘 못하는 촌놈이라고 ‘old baby’라는 별명이 붙었다. 말 대신 쓰는 것을 좋아했다. 시를 써서 보여 줄 때마다 유치하다고 놀리는 친구들이 많았다. 교과서에 실린 시에 시비를 걸고 싶어졌다. 학생들이 참고서 없이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는 없을까. 왜 참고서는 하나같이 똑같을까. 왜 시 쓰는 것은 가르치지 않는 것일까. 쓰고 즐기는 것이 먼저인데 시험만 잘 보면 잘 가르치는 것이 되었다. 교과서 시를 비트는 시를 써 오다가 청소년이 주체가 되는 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199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바람의 땅에 서서』, 『가랑이 사이로 굽어보는 세상』 등의 시집을 냈다.
목차
제1부 되게 귀여워요
되게 귀여워요
장기를 배우다
허밍 선생님
사투리
먼 나라에서 온 옆 짝 친구
말도 안 돼
아빠의 가구 조립
할아버지와 모래시계
폭포와 분수
담쟁이
새 됐다
연 만들기
공작새 꼬리와 선생님 수염
코끼리 코 돌기
시래기 된장국을 먹다
오목 대결
제2부 내 그럴 줄 알았지
질문 있어요
엄마의 고병
고병이란
헌법소원 내고 싶어요
젊은 시인
벌레가 되라고
‘비’의 상상력
할아버지와 한 마리 새
팔 없는 할아버지
내 그럴 줄 알았지
할아버지의 눈물
그래서 어쩌라고
우물 안 개구리
개새끼가 뭐예요
혼날 줄 알아
오징어 날다
제3부 궁금 바이러스
궁금 바이러스 1
그땐 그랬지
사춘기의 시작
썸을 끝내다
남자 친구가 생겼다
마술은 왜 걸려
궁금 바이러스 2
새 신발을 샀다
쿨하게 보내 줄게
궁금 바이러스 3
학생회장 선거
짱뚱어
명심보감을 썼다
백지장이 뭐지
서로 에너지가 되었다
제4부 그런 내가 싫었다
처음 면도하던 날
시간에 길을 내다
사하기인가
한 송이 구름
나는 청개구리 띠다
헌혈을 하다
외식하는 날
나는 시인이다
나의 혈액형은
거울 속에는
시험 울렁증
착한 아이
꿈꿀 시간이 없어졌다
멍 때리기 대회에서
그런 내가 싫었다
나는 오늘도 멀미를 한다
해설│오연경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