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빨간 기와>, <바다소> 등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중국 작가 차오원쉬엔의 작품집. 작가가 중국에서 발표한 중단편 소설 가운데 가장 아끼는 네 편을 직접 골라 묶어낸 책으로, 차오원쉬엔 문학의 다양한 매력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흙으로 세상을 빚는 소년 싱싱(「안녕, 싱싱」), 가난한 아버지를 위해 대신 곡물을 훔치는 얼바옌즈(「야풍차」), 눈사태로 인해 고립된 상황 속에서도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다예(「흰 사슴을 찾아서」), 죽는 순간까지 묵묵히 자신의 사명을 다하는 곰보 노인(「열한 번째 붉은 천」) 등 거칠지만 여리고, 어둡지만 눈부신 인간들의 이야기가 가슴 시리게 펼쳐진다.
출판사 리뷰
『빨간 기와』, 『바다소』 등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중국 작가 차오원쉬엔의 작품집. 작가가 중국에서 발표한 중단편 소설 가운데 가장 아끼는 네 편을 직접 골라 묶어낸 책으로, 차오원쉬엔 문학의 다양한 매력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흙으로 세상을 빚는 소년 싱싱(「안녕, 싱싱」), 가난한 아버지를 위해 대신 곡물을 훔치는 얼바옌즈(「야풍차」), 눈사태로 인해 고립된 상황 속에서도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다예(「흰 사슴을 찾아서」), 죽는 순간까지 묵묵히 자신의 사명을 다하는 곰보 노인(「열한 번째 붉은 천」) 등 거칠지만 여리고, 어둡지만 눈부신 인간들의 이야기가 가슴 시리게 펼쳐진다.
차오원쉬엔이 직접 골라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차오원쉬엔 문학’의 대표작 네 편
‘사계절 1318문고’의 쉰아홉 번째 책 『안녕, 싱싱』은 차오원쉬엔이 직접 골라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중.단편집이다. 장편소설 『빨간 기와』와 『청동 해바라기』 등을 통해 이미 국내에서 중국 아동.청소년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차오원쉬엔은 이번에 소개되는 『안녕, 싱싱』에서도 이른바 ‘차오원쉬엔 소설 미학’이라 불리는 그만의 문학적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다.
이 책에 수록된 소설들은 발표 순으로 보면 이미 국내에서 출간된 장편소설보다 대부분 앞에 놓인다. 따라서 장편소설이 보여준 굵직한 스토리라인 대신 청년작가 특유의 치열한 실험정신과 각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는 다양한 주제의식이 돋보인다. 또한 네 편의 작품은 중국 내에서 각 소설집의 표제작으로 실린 대표작이어서 차오원쉬엔 문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가늠하는 지표로서도 손색이 없다.
나는 한국에서 책을 가장 많이 낸 중국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일 것입니다. 여기 소개하는 소설 네 편은 지금껏 내가 쓴 단편들 중에서, 내가 가장 아끼는 것들을 고르고 고른 것입니다. 이 네 편으로 책이 묶이는 것은 한국에서 나오는 이번 책 『안녕, 싱싱』이 유일합니다. 나는 이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하며, 한국의 독자들이 내가 왜 이 작품들을 좋아하는지 충분히 이해하리라 믿습니다. - ‘한국의 독자들에게’ 중에서
거칠지만 여리고, 어둡지만 눈부신 생명들의 이야기
첫 번째로 실린 단편 「야풍차」는 아버지와 함께 허허벌판에 세워진 풍차를 관리하게 된 소년 얼바옌즈의 이야기이다. 얼바옌즈는 가난한 아버지를 대신해 곡물을 훔치다가 걸려 수모를 당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그런 그에게 풍차는 ‘희망’의 다른 말이다. 얼바옌즈의 아버지 역시 풍차를 움직여 얻는 수익으로 생활이 나아지리라는 기대에 부푼다. 그들은 낡은 풍차를 손질하고 하늘에 제사까지 올리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뒤로 바람이 발길을 끊고 풍차도 이내 움직임을 멈춘다. 얼바옌즈와 아버지는 바람을 간절히 기다린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바람은 이내 무시무시한 태풍으로 바뀌어 그들의 희망을 부수려 한다. 얼바옌즈는 바람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거센 바람에 당당히 맞서는 얼바옌즈의 이야기를 그린 「야풍차」는 삶의 처연함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중국 소설 특유의 비장미가 서려 있는 작품이다.
공중에서는 바람이 더욱 세차게 불었다. 바람이 얼바옌즈를 저 아래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치려고 했다. 얼바옌즈는 다리를 중심축에 꼭 끼고 몸을 바짝 붙인 채 조금씩 위로 올라갔다. 이제 공포감 대신에 영웅의 기개가 그를 감쌌다. 얼바옌즈는 저 높이 공중을 날고 있는 기분에 휩싸였다.
“제가 올라왔어요!”
얼바옌즈가 풍차 꼭대기에서 세상을 향해 소리쳤다. 아버지가 얼바옌즈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34∼35p)
「열한 번째 붉은 천」은 독불장군 같은 성격 때문에 마을 사람들과 왕래를 끊고 지내는 곰보 노인과 그가 키우는 외뿔 소의 우정을 다뤘다. 예로부터 이 마을에는 물에 빠진 어린아이를 소등에 태워 구하는 독특한 구명 방법이 전해져 내려온다. 어느 날, 량즈라는 어린아이가 물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나자, 마을 사람들은 까맣게 잊고 지내던 곰보 노인과 그의 외뿔 소를 떠올린다. 노인은 자신을 따돌리던 마을 사람들을 위해 자신과 같은 속도로 늙어버린 외뿔 소를 데리고 아이를 구하러 나선다. 노인은 아이를 살린 뒤 기력이 다해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며칠 뒤 외뿔 소 역시 주인의 뒤를 따른다. 마치 중국 민담을 읽는 것 같은 글맛이 살아 있는 수작으로, 무뚝뚝한 노인과 소의 신뢰가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또한 노인의 죽음 앞에 드러난 마을 사람들의 이기심과 뒤늦은 후회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뿔 소가 탈곡장을 펄떡펄떡 뛰어다니더니, 이윽고 곰보 할아버지 옆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소의 두 눈에 맑은 물이 고여 있었다. 소가 정말 눈물을 흘리는 것일까. 소는 곰보 할아버지와 수십 년을 같이 살았다. 그랬다. 곰보 할아버지가 뿔을 벤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안다면 소는 결코 할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52p)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안녕, 싱싱」은 순박한 시골 소년 싱싱의 가슴 떨리는 첫사랑을 수채화처럼 아름답고 섬세하게 그려낸 단편이다. 문화대혁명 시절, 싱싱은 지식 청년인 야 누나와의 만남을 통해 예술적 재능에 조금씩 눈을 떠가고, 결국 짝사랑의 가슴앓이와 이별을 통해 아이에서 소년으로 성장하게 된다. 「안녕, 싱싱」은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시기의 특별한 감정이 꿈을 만들어 가는 데, 그리고 어른으로 한 발짝 나아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생생하게 보여 준다.
싱싱은 제 그림이 누나에게 위안이 되기를, 그래서 하루 빨리 야 누나의 건강이 회복되기를 기원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겨울인가! 싱싱은 환상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화판을 등에 지고, 야 누나와 함께 흰 눈이 덮인 겨울 광야를 신나게 달려갔다. 그리고 하얀 들판의 나무, 작은 강, 초가집, 눈 위를 달리는 야생 닭과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갈대숲에서 살포시 춤추는 백두루미를 그렸다. (82~83p)
「흰 사슴을 찾아서」는 책에 수록된 네 편의 작품 가운데 유일한 중편소설이다. 흰 사슴을 쫓아 산에 오른 네 아이가 갑작스런 눈사태로 오두막에 갇혔다가 가까스로 탈출하는 며칠 동안의 사투를 그렸다. 눈 속에 파묻힌 아이들이 드러내는 적나라한 이기심과 폭력적인 모습은 마치 우리 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그 중 맏형인 다예는 배고픔과 추위를 견디며 끝까지 어린 동생들을 지켜낸다. 차오원쉬엔은 아이들의 용기 있는 모습을 통해, 인간은 생사의 경계에서 희망도 절망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존재임을 감동적으로 일깨워준다. 특히 나이가 가장 어린 쉐야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동화와 시는 현실과 환상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처절한 상황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다예는 큰형으로서 아이들을 데리고 이 캄캄한 지옥에서 나가기로 했다. 다예는 발버둥 치며 최선을 다했다. 며칠 동안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눈을 팠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눈 파기에 매달렸다. 그러는 사이 널빤지 두 장이 다 부서졌다. 다예는 널빤지가 불편해지자 아픔을 참으며 손으로 눈을 파기 시작했다. 다예의 손가락은 이미 감각마저 잃어버렸다.
‘나가자! 나가자!’
다예는 마음속으로 쉴 새 없이 외쳤다. (168p)
인간애에 대한 깊은 성찰을 선사하는 청소년소설
차오원쉬엔의 소설 속 배경은 언제나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강과 호수로 둘러싸인 농촌이다. 바로 이곳에서 그가 만들어낸 아이들은 뛰놀고 치고 박고 용서하며 화해한다. 그러나 차오원쉬엔은 자칫 단순해 보이는 아이들의 일상에 다양한 윤기를 불어넣음으로써 각박하고 비루한 우리의 삶 속에서도 유유하게 흐르는 인간애, 즉 휴머니즘을 이야기한다.
차오원쉬엔은 아이들의 아름다운 감성과 사랑을 풍부하게 드러내고 있는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유년의 추억과 분화되기 이전의 맑고 아름다운 감성을 일깨우며 팍팍한 삶에 지친 우리들을 따뜻하게 위로합니다. 아니, 그것은 위로라기보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짐짓 외면하고 있던 내면의 진실을 감동적으로 불러오는 일에 가깝습니다.
차오원쉬엔이 만들어낸 인물들은 가난과 고통이 서린 세계 속에서도 공동체와 사랑, 그리고 인간적 품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우리에게 선물합니다. 그 선물은 삶의 아름다움, 생명의 아름다움입니다. 이 책에 실린 네 편의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아름다운 감성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허아람(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 대표)
차오원쉬엔은 아름다움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세다고 믿고,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문학의 가치라 믿는 작가이다. 이는 작가가 한국 독자들을 위해 쓴 서문에서도 잘 드러난다.
나는 나의 소설로 삶의 추악함을 드러내거나 강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말한다면 시적 운치는 삶에 대항하는 것입니다. 소설의 진정한 심오함은 실제 삶에 대한 진실한 묘사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과의 투쟁에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국의 독자들에게’ 중에서
이렇듯 그가 그려낸 인물들은 하나같이 맑고 고운 심성을 가졌으며, 삶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부드러운 힘을 지녔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서정적이고 섬세한 문장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런 회화적 묘사는 『안녕, 싱싱』에서도 여실하게 나타난다. 드넓은 벌판에 홀로 우뚝 서 있는 풍차, 아침이면 햇빛에 반짝이는 물결무늬가 집 안까지 들어와 넘실거리는 마을, 황금 잉어가 사는 고요한 호수, 눈산에 둘러싸인 작은 오두막 같은 자연 풍경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가 일상적인 행동이나 사소한 표정과 말투에서 묻어나도록 하는 표현력도 탁월하다.
그러한 노력 덕분에 『빨간 기와』와 『청동 해바라기』 같은 전작에서 뿐만 아니라, 『안녕, 싱싱』에서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생의 비밀과 그에 맞서는 인간의 용기를 더욱 생생하게 구현해 낼 수 있었다.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다소 낯선 중국의 지난 시절을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이미 여러 작품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은 작가는 시대에 관한 지식이 없어도 무리 없이 주인공과 같은 호흡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한다. 그것은 아마도 작가가 인간, 특히 아이들의 성장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것은 시대나 이념을 초월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차오원쉬엔이 펼쳐 놓은 아름다운 세상 속을 천천히 걷다 보면, 허아람 대표의 말처럼 “우리가 잃어버린 아름다운 감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공중에서는 바람이 더욱 세차게 불었다. 바람이 얼바옌즈를 저 아래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치려고 했다. 얼바옌즈는 다리를 중심축에 꼭 끼고 몸을 바짝 붙인 채 조금씩 위로 올라갔다. 이제 공포감 대신에 영웅의 기개가 그를 감쌌다. 얼바옌즈는 저 높이 공중을 날고 있는 기분에 휩싸였다.
“제가 올라왔어요!”
얼바옌즈가 풍차 꼭대기에서 세상을 향해 소리쳤다. 아버지가 얼바옌즈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외뿔 소가 탈곡장을 펄떡펄떡 뛰어다니더니, 이윽고 곰보 할아버지 옆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소의 두 눈에 맑은 물이 고여 있었다. 소가 정말 눈물을 흘리는 것일까. 소는 곰보 할아버지와 수십 년을 같이 살았다. 그랬다. 곰보 할아버지가 뿔을 벤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안다면 소는 결코 할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싱싱은 제 그림이 누나에게 위안이 되기를, 그래서 하루 빨리 야 누나의 건강이 회복되기를 기원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겨울인가! 싱싱은 환상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화판을 등에 지고, 야 누나와 함께 흰 눈이 덮인 겨울 광야를 신나게 달려갔다. 그리고 하얀 들판의 나무, 작은 강, 초가집, 눈 위를 달리는 야생 닭과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갈대숲에서 살포시 춤추는 백두루미를 그렸다.
작가 소개
저자 : 차오원쉬엔
1954년 중국 강소염성(江蘇鹽城)에서 출생했다. 현재 베이징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중국작가협회 전국위원회 위원, 베이징작가협회 부주석을 맡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국화꽃 인형》, 《건냐오의 백합계곡》, 《바다 소》, 《란란의 아름다운 날》, 《빨간 기와》, 《안녕, 싱싱》, 《청동 해바라기》 등이 있으며, 2016년에는 아동문학가로서의 명성을 인정받아 중국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야풍차
열한 번째 붉은 천
안녕, 싱싱
흰 사슴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