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모래'와 '철'이라는 알레고리를 통해 1970~80년대 산업화 시대의 모습, 특히 거대 메커니즘 속 나약한 아버지의 초상을 형상화해온 김숨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자, 첫 번째 성장소설. 1980년대, 충남 금산군 추부면을 배경으로 한다. 김숨의 이전의 소설들이 그로테스크한 추상화였다면 이번 소설은 잔잔한 느낌의 수묵담채화를 닮았다.
소설에는 흑백사진처럼 아주 오래된 마을, 금방이라도 폭삭 주저앉을 듯 위태로운 집들, 그리고 '목숨'을 가장 두렵게 여기는 오래된 사람들이 '자주/많이' 등장한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시골의 할머니에게 떠맡겨진 일곱 살 동화(冬花)의 눈에는 세상 모든 것이 상처투성이로 보인다. 사람들은 자신의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 가장 가까운 존재들에게 상처를 입힌다.
또한 그 업보를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듯 하다. 사랑의 상처, 인생의 좌절, 그리고 도무지 어쩔 수 없는 절망감들. '마늘보다 더 독한 년'이라고 자부하며 그들 가난하고 불운한 사람들을 겪으며 지낸 두 해, 동화는 어느덧 그 아름다운 풍경 속 '죄인들'을 가슴에 품은 아이로 성장한다. 그리고 열여섯 살이 된 지금, 동화의 눈엔 그 '죄인들'의 모습조차 아름답게 느껴진다.
출판사 리뷰
상처와 좌절쯤… 넌 내 밥이다!
겨울 꽃[冬花]만큼 독한 소녀의 동화(童話) 같은 이야기
‘모래’와 ‘철’이라는 알레고리를 통해 1970~80년대 산업화 시대의 모습, 특히 거대 메커니즘 속 나약한 아버지의 초상을 형상화해온 김숨 작가가 세번째 장편소설이자 첫번째 성장소설을 들고 찾아왔다. <나의 아름다운 죄인들>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이번 소설은 1980년대, 충남 금산군 추부면을 배경으로 그려진다. 이전의 소설들이 그로테스크한 추상화였다면 이번 소설은 잔잔한 느낌의 수묵담채화를 닮았다. 어린 시절, 주변에서 익히 보았던 누군가가 책장을 들추고 걸어 나오는 듯한 느낌의 기시감이 어린다. 작가는 “죄인처럼 숨죽이고 살아가던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과 “바스러진 그들의 얼굴을 원래대로 복원해내고 싶은 마음”으로 이 작품을 써내려갔다고 회고한다. “왜냐하면 그 마을과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의 사진첩 속에 소중히 간직되어 있는, 우리가 쉽게 버릴 수 없는 풍경이자 존재들이기 때문”에.
소설에는 흑백사진처럼 아주 오래된 마을, 금방이라도 폭삭 주저앉을 듯 위태로운 집들, 그리고 ‘목숨’을 가장 두렵게 여기는 오래된 사람들이 ‘자주/많이’ 등장한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시골의 할머니에게 떠맡겨진 일곱 살 동화(冬花)의 눈에는 세상 모든 것이 상처투성이로 보인다. 사람들은 자신의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 가장 가까운 존재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또한 그 업보를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듯하다. 사랑의 상처, 인생의 좌절, 그리고 도무지 어쩔 수 없는 절망감들…… ‘마늘보다 더 독한 년’이라고 자부하며 그들 가난하고 불운한 사람들을 겪으며 지낸 두 해, 동화는 어느덧 그 아름다운 풍경 속 ‘죄인들’을 가슴에 품은 아이로 성장한다. 그리고 열여섯 살이 된 지금…… 동화의 눈엔 그 ‘죄인들’의 모습조차 아름답게 느껴진다. 흐린 거울 속처럼 아스라한 추억은 아픈 만큼 사무치게 그립다.
김숨 작가는 거대 서사 속에 시적인 문체를 녹여내는 자신만의 방식을 구사하며 한국 문학의 차세대 대표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2009년 8월 현재, 동인문학상(<철>)과 황순원문학상(「간과 쓸개」) 최종심 후보에 그의 두 작품이 동시에 올라 있는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을 터. 그가 그려내는 ‘성장통’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볼 수 없던 묘한 매력을 품고 있다. <백치들>과 <철>에서 익히 보았듯, 수많은 군상들을 개별적인 캐릭터로 보지 않고 마치 모자이크처럼 주인공 주변에 배치해 거대한 메커니즘으로 그려내는 것이라든지, ‘목숨’ 혹은 ‘죄’와 같은 형이상학적인 담론을 이야기하면서도 어린아이나 무력한 서민의 눈과 입을 빌려 쏟아놓는 솜씨는 탁월하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 소녀가 한 땀 한 땀 밟아 가는 삶의 궤적들은 정적인 긴장감과 동적인 긴박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왁자지껄한 청소년소설들과의 변별점 역시 거기에서 비롯될 듯하다. 이 가을, 새로운 느낌의 성장소설이 우리에게 찾아왔다.
작가 소개
저자 : 김숨
1974년 울산에서 태어났다.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느림에 대하여」가,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에 「중세의 시간」이 각각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투견』 『침대』 『간과 쓸개』 『국수』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 『당신의 신』, 장편소설 『백치들』 『철』 『나의 아름다운 죄인들』 『물』 『노란 개를 버리러』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 『바느질하는 여자』 『L의 운동화』 『한 명』 등이 있다.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