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차이를 이해하는 프랑스식 성숙한 배려!
알몸으로 학교에 간 피에르!
피에르는 왜 알몸으로 학교에 갔을까?
피에르, 알몸으로 학교에 가다!
아빠와 살고 있는 피에르는 어느 날 아빠와 함께 늦잠을 자게 되었다. 그래서 서둘러 등교하다가 그만 깜빡 하고 옷을 못 입고 알몸으로 학교에 오게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일어나는 피에르의 에피소드가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과연 발가벗은 채 빨간 장화만 신고 학교에 온 피에르에게는 무슨 에피소드가 벌어질까?
친구들과 선생님의 반응은 어떨까?
만약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될까?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한『알몸으로 학교 간 날』은 차이와 배려에 대한 프랑스의 시각과 문화적 높이를 재미있게 보여준다.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우리 어른들에게 더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라고 했다. 아이들 속에 나타나는 문화적 행위나 행동은 바로 그 나라 어른들의 거울과 같다.
이 책은 아이들의 눈을 통해 차이를 차별로 가지 않게 배려해 가는 모습과 그 배려 속에서도 주인공이 겪는 아픔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차이를 감싸는 성숙한 배려란 무엇인가를 아이들의 시각을 통해 진지하게 우리에게 묻고 있다.
피에르의 알몸에 친구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나중에야 자신이 알몸으로 학교에 왔다는 것을 알게 된 피에르는 부끄럽고 창피하여 선뜻 학교 문을 들어서지 못한다. 그리고 오늘 같은 황당한 일이 있었던 때를 돌아보며 용기를 내려고 애를 쓴 뒤 학교 안으로 들어간다.
피에르가 교문을 들어서자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하지만 아무도 피에르의 알몸을 놀리지 않는다. 단지 그의 남다른 차림에 친구들은 약간 당황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인사한다. 아이들은 피에르에게 옷차림이 좀 다르다든가, 장화가 멋있다는 등의 말로 인사를 한다. 그렇지만 피에르는 당황하여 제대로 인사를 받지 못한다.
이 상황이 우리나라였다면 어떠했을까? 아마 아이들은 놀리거나 동정을 했을 것이고 선생님은 그런 아이들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일장 연설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친구들이 비록 피에르를 보고 당황하긴 했지만 오늘은 피에르가 평소와 좀 다르다고 생각하는 정도이다. 선생님은 평소와 다른 피에르가 주눅 들지 않도록 더 활발하게 발표를 시킨다. 동정하거나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다른 그대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작고 섬세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차이를 감싸는 성숙한 배려는 어설픈 동정이나 가르침이 아니라 누구나 다를 수 있고 소수일 수 있다는 문화적 공감대이다. 문화란 누구나 체화되어있는 몸과 정신의 높이이다. 이 책은 차이를 감싸는 배려란 베풀거나, 이러해야 된다고 가르치기보다 차이를 대하는 우리의 문화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피에르는 왜 혼자 숲 속으로 갔을까?
피에르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배려 속에서도 자신이 남들과 다른 알몸으로 학교에 온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창피를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하고 가슴 속에 담아두고 있다. 미술시간에는 여름해변에서 모두들 발가벗은 그림을 그릴 때 피에르는 혼자서 옷을 두껍게 입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그리는 것으로만 봐도 피에르의 마음의 상태를 잘 보여준다.
그렇지만 피에르는 그것을 이기려고 오히려 수업시간에도 활발하게 발표를 하고 적극적이었지만 결국 쉬는 시간이 되자 자신에게 쏠린 아이들의 관심이 부담스럽고 창피하여 그것을 피하려고 혼자 숲 속으로 간다.
이 장면은 타인이 아무리 노력하고 편견과 차별 없이 대해도 차별과 편견의 상태에 놓인 당사자만큼 힘든 사람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타인의 성숙한 배려에도 불구하고 차이를 가진 개인은 어떤 형식으로든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피에르, 같은 알몸의 여자아이를 만나다!
피에르는 숲 속에서 나뭇잎으로라도 자신의 알몸을 가려 창피함과 부끄러움에서 벗어나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숲 속에서 나뭇잎과 나무줄기를 찾는다. 피에르는 나뭇잎을 찾다가 자신처럼 똑같은 알몸의 옆 반 여자아이를 만나 기뻐 어쩔 줄 모른다. 둘은 숲 속에서 즐겁게 놀고 떠들면서 나뭇잎으로 옷을 만들어 입고 시작종이 울리자 교실 안으로 들어온다.
피에르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자아이를 만나면서 마음의 안정을 얻고 자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는 쉬는 시간이 끝나자 피에르는 창피함과 부끄러움을 떨치고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한다.
피에르는 그 여자아이를 통해 차이를 가진 사람이 나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간다. 그것은 내가 가진 차이만큼 다른 사람들도 차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것은 창피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피에르 마음의 문을 활짝 열다.
이제 피에르는 등교할 때의 모습이 아니라 완전히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하굣길이 체육시간처럼 즐겁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또한 알몸이 가벼워 좋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피에르는 날아갈 듯이 집으로 돌아간다.
처음 알몸으로 등교 할 때 피에르는 친구들과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어색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되자 주위 사람들의 미소가 진짜 미소로 보이고 자신도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그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장면이다.
편견 없는 배려는 주고받는 사람 모두가 열려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아무리 배려를 잘 해도 마음의 문을 닫고 있으면 진정 어린 배려조차도 동정과 편견으로 보이기 마련이란 것을 말해준다.
차이를 이해하는 프랑스식 성숙한 배려
이 책은 차이를 가진 당사자와 그 차이를 대하는 성숙한 문화가 어떻게 서로 교감하는지, 그 교감을 통해 차이를 가진 개인이 어떻게 자신감을 회복하는지, 그리고 그런 교감과 개인의 노력이 그 차이를 오히려 장점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피에르의 일과를 통해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차이나 배려를 가르치려는 책은 많지만 이렇게 차이를 감싸는 성숙한 배려를 문화로 이해하게 하는 책은 흔치 않다. 우리의 마음을 뜨끔하게 하는 주제의식만큼이나 알몸으로 학교를 간다는 재미있는 발상, 글을 압도하는 수준 높은 그림 그리고 곳곳에 숨겨둔 피에르에 대한 섬세한 심리적 묘사는 이 책을 보는 누구든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더불어 주인공 피에르의 긍정적이고도 발랄한 캐릭터는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