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학교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일어나느 갈등과 질투, 경쟁심, 집단 의식과 그로 인한 소외감 등을 그린 청소년 소설. 각기 다른 열 개의 이야기가 마치 거미줄처럼 긴밀히 연결된 연작 소설이다. 특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무수한 관계 가운데 '친구 사이'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이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화자(작가)는 여덟명의 인물에게 모두 '너'라는 호칭을 부여한다. 그리고, 여덟명의 '너'는 결국 '모두'로 상징되는 '집단'과 '개인'과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나는 누구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만나게 된다.
출판사 리뷰
침이 마른다. 가슴이 뛴다. 네 안의 모든 흐름이 빨라지는.....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바로 그 시간, 친구가 되기 5분 전
나오키 상에 빛나는 작가 시게마츠 기요시가 그려 내는
친구 사이, 그 완벽한 듯하면서도 한없이 위태로운 관계
‘우정’이라는 달콤한 말 속에 숨은 것
‘마음이 자라는 나무’의 스무 번째 책 <친구가 되기 5분 전>은 일본의 인기 작가 시게마츠 기요시의 장편 소설이다. 열 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가 마치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얽혀 있는 연작 소설집으로, 학교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친구 사이의 갈등과 질투, 경쟁심, 집단의식과 그로 인한 개인의 소외감 등을 담담히 그려 내면서 성장통을 겪는 주인공들의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2005년 출간 당시 단숨에 베스트셀러 1위 자리에 오를 만큼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유어 프렌즈’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어 ‘일본 문부성 추천 영화’로 선정되는 등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유어 프렌즈」는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7월에 열린 ‘제10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인 바 있고, 내년 초에는 정식 개봉을 할 예정이다.
<친구가 되기 5분 전>은 학창 시절 최고의 가치를 우정이라고 여기는 여느 ‘착한’ 성장 소설들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작가는 ‘공동체 의식’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부당함을 지적하고, ‘친구 사이’라는 얼핏 완벽한 듯 보이면서도 한없이 위태로운 관계의 폭력성에 집중한다. 그러면서 ‘진정한 관계란 과연 무엇이며, 그 안에서 나 자신을 어떻게 지켜 나가야 하는가’라는 만만치 않은 주제를 단정하면서도 섬세한 문체로 때론 따뜻하고 유쾌하게, 때론 섬뜩하리만치 예리하게 빚어낸다.
열 개의 이야기를 한데 모으는 중심인물은 뜻밖의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게 된 이즈미 에미. 그녀의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성장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타고 점차 주변 인물들로 시점이 옮아가는 독특한 형식을 띠고 있다. 몸이 아파 일 년에 반 이상은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유카, 세상에 없는 단짝이면서도 라이벌 관계인 후미와 모토, 친구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늘 우스운 행동을 일삼는 호타, 후배들보다 잘하는 것 하나 없다는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토 등 한 번쯤은 같은 반이었을 것 같은 친근한 인물들은 에미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친구와 왕따, 그 미묘한 관계의 역학
<친구가 되기 5분 전>의 거의 모든 이야기는 ‘학교’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일어난다. 작가는 일반 사회와 마찬가지로 학교 안에서도 ‘관계의 역학’은 엄연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아니, 그 안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훨씬 더 적나라하고 노골적임을 드러낸다. 그것은 나와 너의 관계, 보는 나와 보여지는 나의 관계, 개인과 집단의 관계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무수히 많은, 흔히 우리가 친구나 우정이라는 단어로 쉽게 정의 내리는 그런 관계를 의미한다. 하지만 그것은 이해관계와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불완전한 것이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집단이 개인을 철저히 소외시킬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인 것이다. 그래서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은 ‘과연 친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부터 출발한다.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바로 그 물음을 통해 ‘모두’로 표현되는 다수와 개인과의 관계를 되묻게 하고, 나아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실존적인 질문과 맞닥뜨리게 한다. 이는 ‘학교’라는 특정 장소를 벗어나더라도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벗어날 수 없는 바로 그런 질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을 허공에 붕 떠 있는 관념적인 넋두리가 아닌 청소년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것들, 예를 들어 이성에게 관심 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나 친구와의 경쟁에서 생기는 고독감 같은 복잡 미묘한 감정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아닌 ‘나’, 혹은 ‘너’에 관한 이야기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이인칭 시점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화자(작가)는 여덟 명의 등장인물들에게 일일이 ‘너’라는 호칭을 부여한다. 그래서 소설 속에는 여덟 명의 ‘너’가 존재하며, 그 때문에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인물 하나하나까지도 자신의 이야기에서만큼은 주인공이 될 기회를 얻는다. 비단 학교뿐만이 아니라 어느 집단에서나 뛰어난 사람이 있는 반면 평범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작품 안에서는 어떤 인물이든 똑같은 무게와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개인’의 가치, 그리고 진정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은 ‘모두’가 아니라 ‘나와 너’로 묶이는 내밀한 연대감의 중요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또한 ‘모두’ 속에서는 너무나도 평범하고 초라해 보이지만, 자신의 삶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특별한 마이너리티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처럼 이 작품은 같은 고민을 지닌 청소년들에게 나름의 방법을 제시하는 동시에, 결코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자연스레 일깨워 줄 것이다. 또한 인간관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성인 독자들에게도 큰 울림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다양한 맛과 온도를 지닌 시게마츠 기요시 문학의 정수
<친구가 되기 5분 전>은 옴니버스식 구성, 이인칭 시점 등 다양한 형식의 변주를 통해 소설 읽기의 또 다른 재미를 만끽하게 한다. 더불어 이러한 형식은 ‘집단’ 안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는 우열이 개인에게는 얼마나 잔인한 것이며, 모든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생의 무게를 지니고 살아간다는 작품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도 작용한다. 기존의 성장 소설처럼 어른의 시각에서 유년 시절을 회상하는 느낌이 아니라는 점도 이 작품이 지닌 미덕 가운데 하나이다. 시게마츠 기요시는 일본 문단 최고의 이야기꾼답게 이제 막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시기에 접어든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이 느낄 법한 다양한 감정을 때로는 안단테로, 때로는 프레티시모로 강약을 조절해가며 자유자재로 풀어놓는다.
<친구가 되기 5분 전>은 따뜻하면서도 서늘하고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말 그대로 다양한 맛과 온도를 지닌 기요시 문학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장편 소설이지만 각각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읽는 듯한 재미도 쏠쏠하다.
새로 전학을 온 니시무라는 유카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반 아이들에게 종이학을 접어 병문안을 가자고 제안한다. 다른 아이들은 좋은 일이라며 종이학 접기에 동참하지만 단 한 사람, 목발을 짚고 다니는 에미만은 냉담하다. 하지만 우르르 몰려들었던 아이들은 하나 둘 종이학 접기에 흥미를 잃고, 니시무라만 종이학 접기에 열을 올린다. 사실 니시무라에게는 종이학에 얽힌 남모를 비밀이 있다. 전학을 오기 전 반 아이들의 집단 따돌림 때문에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데, 그때 담임선생님이 반 아이들이 반성하는 의미에서 접은 거라며 종이학 천 마리를 선물로 가져왔다. 늦은 밤, 니시무라는 병실에서 몰래 종이학을 펼쳐보다가 그 안에 쓰인 온갖 저주의 말을 보게 된다.
“……혹시 초등학교 때 왕따라도 당한 거니?”
너는 망설임을 떨쳐 버리고 말했다. 에미는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표정은 그대로였다.
“난 ‘모두’를 싫어해. 모두가 ‘모두’로 있는 동안은 친구가 아냐, 절대.”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은 아니었다. 생뚱맞은 한 마디. 하지만 그 말은 신기할 정도로 매끄럽게 네 귀를 거쳐 가슴속으로 스며들었다.
“넌 친구를 많이 갖고 싶어 하잖아?”
에미는 그렇게 물은 뒤 네가 대답하기도 전에 “난 아냐.”라고 말했다.
“내 곁을 떠나도 평생 기억되는 친구 한 명이면 충분해.”- p.265 중에서
뭐 아무래도 상관없어, 라며 침대에서 뒹굴뒹굴 몸을 뒤척이고 있는데 계단 아래쪽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쇼팽의 연습곡 3번 <이별곡>이다. 코토노가 치고 있다. 역시 이제 피아노 교실은 안 다니기로 했구나…….
분명히 장조의 밝은 멜로디인데도 묘한 쓸쓸함이 배어나는 곡이다. 꼭 그 곡 때문이 아니라 아마도 듣는 사람의 쓸쓸한 기분 탓이겠지.
피아노를 그만두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쇼팽의 연습곡 정도는 칠 수 있었을 것이다. 축구 따위, 하는게 아니었어…….
곡이 끝난다. 거실문이 열린다. 너는 침대에 엎드려 숨을 죽인다. 코토노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듣고 싶었다. - p.212~213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시게마츠 기요시
1963년 오카야마 현 출생. 와세다대학교 교육학부를 졸업하고 출판사에 근무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특히 청소년과 어른이 겪는 성장통을 테마로 한 화제작을 꾸준히 발표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고 있는 일본의 중견 작가이다.1991년 『비포 런Before run』으로 데뷔했으며, 이 책 『십자가』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비타민 F』로 나오키 상, 『소년, 세상을 만나다』로 야마모토 슈고로 상, 『나이프』로 츠보타 조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외에 국내 소개된 작품으로는 『친구가 되기 5분 전』『말더듬이 선생님』『안녕, 기요시코』 등 20여 권이 있다.
목차
1. 함께 쓴 우산
2. 꼬인 위치
3. 카멜레온을 만나다
4. 가위바위보
5. 고양이 눈
6. 마지막 밸런타인데이
7. 종이학
8. 그림자 밟기
9. 복슬강아지 구름
10. 너의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