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웃음과 감동의 작가 채인선의 또 하나의 수작.
아빠는 부재중, 엄마는 감시 중, 가정에서조차 사랑 대신 의무가,
책임 대신 권리가 목소리를 높이는 위기의 시대,
유쾌한 풍자와 세련된 유머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특별한 동화.
부모들의 자기반성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이들의 책임과 사랑을 이야기하며, 어린이들의 가슴 속에 소중한 ‘아빠’를 돌려준다. ★내용 아빠를 내가 골랐다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사방팔방에서 몰려든 아빠 후보들 가운데서 바로 내가
“저 아빠한테 갈래요.” 하고 콕 찍어서 지금 아빠한테서 태어난 거라고?
흔히 부모와 자식의 만남은 운명이라고 하지만 평소 얼마나 그 사실을 느끼고 있을까?
서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됐으면서도 어려움이 닥쳐야만 그 사실을 실감하는 요즘 세태에 부모와 형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책임과 사랑을 말하는 책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 가족의 의미 등 다소 추상적인 문제의식을 어린이들의 관점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흔들리지 않을 깨달음을 준다. ■ 아이에게 아빠는 어떤 존재일까? 요즘 아이들에게 아빠 모습을 물으면 대부분 일에 지쳐 말이 없고,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고, 휴일에 늘어지게 잠만 자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어렸을 때 아빠는 아이들의 영웅이었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우리 부모는 왜 이럴까?’ 불만이 쌓여가고 나중에는 서로 소 닭 보듯 하게도 된다. 그 시작은 애정 표현 서툴고 소통 방법 모르는 아빠 때문이었을지라도 점점 마음의 문을 닫은 아이와 아빠 모두에게 문제는 있다.
작가는 아빠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자기 아빠에 대한 나아가 부모와 형제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불만이 가득한 아이들에게 과거에 자기가 구름 위에서 이 아빠를 골라서 자식으로 태어나는 모습을 펼쳐 보여준다.
■ 하늘 너머의 어느 구름나라, 그곳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아빠에 대한 생각을 마음속에 키우면서 다른 세상에서 같이 살 아빠를 고르고 있다.
하나둘 새로운 아빠를 찾아 떠나는 아이들 속에서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나, ‘구름나그네’에게 보모 선녀는 자기 선택을 믿으라면서 아빠 후보들을 컴퓨터 화면으로 보여주기 시작한다.
첫 번째 부자 아빠는 사람들이 자신에겐 관심이 없고 자신의 돈에만 관심을 가진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돈이 없으면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다고 한다.
돈이 많으면 생각도 많아야 하는데 이 아빠는 생각은 없고 돈만 많으니까 속물처럼 보인다.
두 번째 잘생긴 아빠는 이 잘생긴 얼굴을 물려주는데 뭐 별다른 아빠 노릇이 필요하냐면서 잘생긴 겉모습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최고의 무기라고 한다.
사람은 인형이 아니고, 아이는 아빠의 대용품이 아니라는 말에 얼짱 아빠의 얼굴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지는데, 그 모습은 정말이지 아까와 같은 사람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보기 흉하다.
세 번째 공부 아빠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엄마 배 속에서부터 선행 학습을 시키겠다고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 학원을 두 개씩이나 다닌다. 하지만 아이들은 단지 공부하기 위해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네 번째 술 아빠는 어제 마신 술에 이어 대낮부터 해장술을 마신다. 그러고는 돈도 없고 실력도 별로인 자기가 어쩔 수 없이 삶을 사는 방편이라고 한다. 그 얘기는 들을수록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래가지고는 아빠노릇은커녕 어른 노릇도 못 할 것이다.
그 뒤로 휴지통에 담긴 부적격 아빠들을 보다가 한 평범한 월급쟁이 아빠에게 눈길이 머무는데……. 부풀어 오른 배추머리를 한 이 아빠를 보는 순간 어딘지 낯이 익으면서 자꾸 궁금해진다. 구름나그네는 망설임 없이 배추머리 아빠를 선택한다.
■ 아이의 마음을 자라게 하는 건강한 동화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아들 구름나그네의 자신의 선택에 대한 믿음과 아빠에 대한 애정으로 만들어진 건강하고 밝은 가족이다.
작가는 현재 아빠를 너희가 골랐다고 한다. 그러니 현재 부모에 대해 불평불만 그만 하고 다른 부모와 비교도 그만 하고 부모와 형제를 대하는 나의 마음을 돌아보라고 한다. 자기 아빠에 대해, 자신의 운명에 대해 다시 깊이 생각해 보라고 한다. 그러면 비로소 때로는 어른들도 아이들처럼 울고 싶어 하며, 내가 불만을 가지는 것처럼 아빠도 나에게 서운함이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 보일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의 바람은 의외로 소박하다. 집에 일찍 들어와 놀아주는 아빠, 나를 이해해 주는 아빠, 술 안 마시는 아빠, 나를 무시하지 않는 아빠면 된다. 그러면서도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는 아빠 자신의 문제라고 아빠는 그냥 아빠일 뿐 너 자신이 아니라고 덧붙인다.
항상 피곤에 지친 모든 아빠들을 뜨끔하게 만들며, 평소 불만만 늘어놓던 아이들도 뜨끔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지금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가 있든지, 어떤 가정에서 생활하든지, 그 길은 내가 가야 하는 길이다. 아빠가 어떤 모습이더라도 내가 고른 ‘나의 아빠’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 깊이 있는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사회 풍자 《아빠 고르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빠들의 애환과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작가 특유의 재치로 밝게 풀어냈다. 시종일관 유쾌한 어조로 아빠를 고르는 재미를 주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의 잘못된 가치관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물질만능주의, 외모지상주의, 공부지상주의 등등 날마다 부딪히는 문제의 핵심을 짚어 어린이들이 한 번 더 생각하고 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유도한다.
돈이 있다면 생각도 깊어야 하고, 아름다운 겉모습은 내면의 편안함에 미치지 못하며, 공부는 삶을 지혜롭게 살기 위한 방법인지 신분 상승의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중 술 아빠를 보면 한 집안의 가장이지만 밖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우리 아빠들의 애환도 살짝 읽을 수 있다. 그래서 부자가 되라고 공부를 잘 하라고 현실의 승자가 되라고 강변하는 모습에 마냥 비판만 할 수는 없지만, 작가는 아빠 노릇, 어른 노릇을 이야기하면서 건강하게 풀어낸다.
■ 《아빠 고르기》는 현실적인 소재와 발랄한 묘사로 작가의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특히 돋보이는 작품이다. 아빠와 아들, 가족이라는 평범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익살스럽고 재치 있는 모습이 막힘없이 책장을 넘어가게 한다. 이야기를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독특하고 세련된 그림 역시 이야기를 튼튼하게 받쳐주고 있다.
책을 덮고 나도 자신이 부모를 고른 과거를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어떻게 부모를 대해야 할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럼 아이를 왜 원하세요?"
'아이를 왜 원하냐고? 그야 내 유전자를 세상에 남기기 위해서지. 남자들은 다 같은 생각이겠지만, 내 유전자는 특별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왠지 알아? 미남 유전자잖아. 나같은 미남 유전자가 많이 복제되어야 지구인들이 '아름답게 아름답게' 진화할 수 있다고. 인류에 길이길이 공헌을 하고 싶은 내 마음을 왜 몰라주는 거야!'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은 사람처럼 얼짱 아빠는 말을 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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