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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이 가득한 책장
라임 | 청소년 | 201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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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라임 청소년 문학 23권. 엄마가 죽은 뒤 세상과 단절된 채 책 속에 빠져 살던 부녀가 곪아 버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세상의 일부’가 되기 위해 용기를 내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의 죽음이 다른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과 심리적 고립감을 사실적으로 보여 준다.

이와 함께 ‘인간은 섬이 아니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주제 의식을 자연스럽게 녹여 내어, 따뜻한 연대와 교류의 가치 또한 전해 준다. 무엇보다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의미 있는 사유를 통해 정상의 범위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주면서, ‘우리는 다 다르게 살고, 조금씩 이상하지만, 모두 정상이다.’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건네고 있다.

  출판사 리뷰

아빠가 틀렸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언제까지고 혼자 떨어져 살 수는 없다.


칼립소는 절친 메이네 집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리면서
두 집안의 풍경이 사뭇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작은 정원이 딸린 그림 같은 메이네 집은
밝은 웃음소리와 우스꽝스러운 소동으로 늘 북적인다.
그러나 아빠와 단둘이 사는 칼립소네 외딴 집은
어두컴컴한 데다 적막하기만 하다.
세상 사람들이 다 비슷한 모습으로 사는 줄로만 알았던
칼립소는 문득 궁금해졌다.
“혹시, 우리 집은 정상이 아닌 걸까?”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을 다시 생각하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무척 평범하고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면서(혹은 믿으면서) 살아간다. 그러다가 문득,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들이 찾아올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절친의 집에 놀러갔는데, 그 집안의 가풍이 우리 집과 사뭇 다르다는 것을 목격했을 때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척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필연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집, 좀 이상한 건가? 정상이 아닌가? 대체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이지?’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 본 경험일 것이다.
내가 남들과 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정상과 비정상’의 문제를 고민하게 되는 것은 비약으로 보여도 무척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린 모두 자신의 경험치나 환경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나누고, 판단하는 데 익숙해져 있으니까.
《레몬이 가득한 책장》의 주인공인 칼립소 역시, 단란한 메이네 집을 드나들게 된 뒤부터 독립적이고 다소 적막한 자기네 집(한부모 가정)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격렬하게 고민하는 평범한(?) 중학교 1학년 여자아이이다. 난생처음 절친을 사귀면서 ‘문화 충격’을 받은 칼립소의 고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아빠와 자신이 회피하고 있던 묵직한 상처에 가 닿으며 흡사 기적과도 같은 변화를 일구어 내기에 이른다.
이 책은 엄마가 죽은 뒤 세상과 단절된 채 책 속에 빠져 살던 부녀가 곪아 버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세상의 일부’가 되기 위해 용기를 내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의 죽음이 다른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과 심리적 고립감을 사실적으로 보여 준다. 이와 함께 ‘인간은 섬이 아니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주제 의식을 자연스럽게 녹여 내어, 따뜻한 연대와 교류의 가치 또한 전해 준다. 무엇보다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의미 있는 사유를 통해 정상의 범위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주면서, ‘우리는 다 다르게 살고, 조금씩 이상하지만, 모두 정상이다.’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건네고 있다.

열네 살 소녀가 일상에서 건져 올린 삶의 내밀한 진실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칼립소와 아빠의 마음을 딱딱하게 만들어 버렸다. 두 사람은 더 이상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기 위해 관계 맺기를 거부하고, 책 속에 파묻힌 채 각자의 세계에 골몰하는 외로운 나날을 보낸다. 그런 칼립소에게 어느 날, 자기처럼 책을 좋아하고 장래희망이 작가라는 공통점을 가진 전학생 메이가 다가오면서, 둘은 금세 절친이 된다.
칼립소는 난생처음 생긴 절친인 메이와 함께 꿈같은 일상을 보내고, 따뜻하고 아늑한 메이네 집도 자주 들락거리게 된다. 그러면서 메이네 집과는 대조적으로 어둡고 적막한 자기네 가족에게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엄마의 부재, 부모와 자식의 역할이 뒤바뀐 집, 상처를 외면하고 소통하기를 멈춘 채 각자의 세계에만 몰두할 뿐인 아빠와 딸,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더욱 집착하게 된 책과 공상의 세계……. 남들과는 조금 많이 다른 자기와 아빠가 정상이 아니라고 느끼고 있던 칼립소는 메이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사랑과 지지를 통해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갈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엄마의 일부나 마찬가지이던 책들을 내다버리고 그 자리에 레몬을 가득 채워 넣은 채 살았던 아빠의 광기와 상처를 맞닥뜨린 순간, 외면하고 있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레몬이 가득한 책장》은 크게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 축은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상처 받고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부녀의 건조하다 못해 삭막한 일상과 안타까운 관계성이다. 또 다른 한 축은 메이라는 친구와 그의 가족을 통해 자신의 삶을 객관화하고 상처를 치유해 가는 칼립소의 성장담이다. 두 이야기는 교차되듯이 진행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다가 후반부에 이르면 보다 큰 이야기로 발전해 흥미진진하게 휘몰아치며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과정에서 단연 반짝이는 것은 메이와의 우정을 통해 칼립소의 세계가 확장되고 온기가 도는 모습일 것이다. 악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호의와 열렬한 지지가 사람을 얼마나 깊이 위로하고 성장시키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 사랑을 주고받는 특별한 경험은 칼립소와 아빠의 관계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이 과거에서 벗어나 서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며 함께 걸어 나가는 모습은 가슴 찡한 감동과 긴 여운을 남긴다. 또한 상처는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낫거나 잊히는 것이 아니며, 돌보지 않은 상처는 결국 덧나서 더욱 큰 아픔으로 돌아온다는 삶의 질서를 슬쩍 보여 주면서, 우리가 마음을 어떻게 돌보면서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해 준다.

결국, 모든 것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거야!
이 작품에서 ‘레몬’은 칼립소와 아빠에게 각각 다른 의미를 가진다. 엄마가 죽은 뒤 아빠는 《레몬의 역사》라는 원고를 쓰는 데 몰두하면서 서재 옆에 붙은 온실에 레몬나무를 심고 연구를 한다. 레몬은 칼립소 아빠가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을 잊고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인 동시에, 상처를 마주하기 전에 반드시 확보해야만 했던 이별의 시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때문에 레몬은 칼립소에게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하면서 부모에게 방치되었던 시간, 그리고 엄마의 흔적을 세상 밖으로 내몬 원흉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야기의 막바지에 이르러 칼립소가 레몬을 그냥 ‘노랗고 신맛이 나는 과일’이라고 생각하며 극복하는 모습을 통해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위태로운 순간을 넘긴 뒤 칼립소는 시험에 통과한 사람이 아빠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한 뼘 더 성장한다.
레몬 말고도 상징적인 소재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칼립소와 메이가 친해지는 계기가 된 동시에, 아빠와 칼립소에게 무척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책’이 바로 그것이다. 칼립소에게 있어 책은 엄마의 일부이며 둘 사이의 연결 고리이기 때문에 애틋하고도 포근한 물건이다. 또한 현실의 고달픔을 잊게 해 주고, 세상에 대한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 주면서 칼립소의 세계를 확장시켜 주었다. ‘책은 제 전부’라며 지나치게 책에 의지하고 몰두하던 칼립소는 후반부에 이르러, 작가가 되지 못한다면 ‘사람’이라는 흥미로운 존재를 탐구하는 심리학자가 되고 싶다고 고백한다. 책속에 갇혀 있던 어린아이가 세상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눈빛을 반짝이는 그 순간, 독자들은 칼립소가 내면이 단단하게 여문 용기 있는 아이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며 안도하게 될 것이다.
이외에도 열네 살 소녀가 일상에서 건져 올린 삶의 내밀한 진실과 깨달음을 담담하게 풀어낸 인상적인 문장들은 독자로 하여금 책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아빠는 혼자가 아니다. 아빠에겐 내가 있다. 이제야 내 내면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깨달았다. 내면의 힘은 다른 사람들한테서 받는 거다. 누군가가 나를 걱정할 때, 나는 그 사람의 일부를 넘겨받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힘을 얻는다. -182쪽에서

최근 들어서 나는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정말 많이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짜 감정을 숨기기 위해 다른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 말이다.
나도 메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요즘에는 나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해지려고 노력한다. 자기 자신에게도 솔직할 수 없으면서 어떻게 남에게 솔직해질 수 있겠는가? -213~214쪽에서

나는 항상 내면의 힘은 자기 스스로 발견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남을 사랑할 줄 알고, 남에게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이 가장 강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인간은 섬이 아니다’라는 문장의 뜻을 알 것도 같았다. 내면의 힘이 있다 한들, 사랑할 사람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214쪽에서

입안이 얼얼해질 정도로 신맛이 나지만, 상큼하면서도 경쾌한 느낌을 주는 레몬처럼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짜릿한 깨달음의 순간을 선물해 줄 것이다. 스스로가 정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움츠러들 때, 상처가 두려워 사람들과의 만남이 너무나 두려울 때, 실패가 두려워 새로운 것을 시작조차 못할 때, 레몬이 가득한 책장을 떠올려 보길. 칼립소의 말처럼 결국 ‘모든 것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테니’ 더 이상 두려워하지도 말고, 피하지도 말자.

■ 내용 소개

이상한 전학생

칼립소는 엄마가 난소암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다. 아빠는 엄마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고는 ‘사람은 스스로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여야 한다’며 내면의 힘과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칼립소를 외롭게 내버려 둔다. 더 이상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관계 맺기를 거부하는 것이 더 낫다는 뜻이었다. 아빠의 가르침대로 칼립소는 친구 하나 없는 외로운 시간을 책에 의지한 채 묵묵히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환경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명랑한 전학생 메이가 칼립소에게 불쑥 다가온다.

아빠는 입버릇처럼, 사람은 스스로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여야 한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지금은 어렴풋이나마 그 뜻을 알 것 같다. 그건 아마 혼자여도 행복해야 한다는 뜻이리라. 다른 사람에게서 행복을 구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겠지.
아빠는 종종 다른 사람과 꼭 함께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럼 아빠에게는 엄마도 필요가 없다는 얘기일까? 이따금 궁금할 때가 있었지만 차마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엄마에게 물어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미 돌아가셨으니까.
선생님들은 내가 늘 혼자 다니는 것을 무척 걱정한 나머지, 학교생활기록부의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란에다 “이 아이는 외톨이입니다.”혹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습니다.”와 같은 말을 자주 쓰곤 했다. 마치 그게 나쁜 행동이라는 듯이. ―9~10쪽에서

아름답고 슬픈 저녁 식사
칼립소는 친구를 사귀는 법도, 대화하는 법도 몰라서 당황하고 침울해지기 일쑤지만, 책을 좋아하고 장래희망이 작가라는 공통점 덕분에 메이와 순식간에 친해진다. 둘은 함께 소설을 구상해서 쓰기도 하고, 좋아하는 책을 서로 추천하고 빌려주기도 하면서 우정을 나눈다. 칼립소는 집안일을 등한시하고 자기에게 소홀한 아빠 때문에 속상할 때가 많지만, 메이와 다정한 메이네 집 식구들과 어울리는 동안에는 잠시나마 그런 현실을 잊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단란한 메이네 집과 너무나 대조적으로 어둡고 적막한 자기네 집이 정상이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 슬픈 마음이 든다.

나는 메이와 함께 나무집의 내부 도면을 그리고 수리 계획을 세우면서 꿈같은 삼십 분의 시간을 보냈다. 책을 읽을 때처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사람들이 왜 ‘절친’을 만들려고 애쓰는지 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메이는 연신 기막힌 생각들을 쏟아 내어서 나를 웃게 만들었다. 나 혼자서는 결코 생각하지 못했을, 끝내주는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쏟아 냈다. 덩달아 나도 새로운 생각들이 자꾸 떠올랐다.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며 하나하나 보완했다. 누군가와 함께 뭔가를 만들어 가는 재미가 자못 쏠쏠했다. 이 오후의 시간이 영원히 계속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54쪽에서

혼자서 생각에 한창 빠져 있을 때, 메이 엄마가 말을 걸었다.
“칼립소, 여기가 맞니?”
나는 차창 너머로 우리 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무성하게 우거진 나무와 수풀에 뒤덮인 채, 길가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외딴 집을……. 대문은 한쪽 경첩이 처져서 똑바로 닫히지도 않았다. 내가 방금 떠나온 따뜻하고 아늑한 집과는 비교할 수 없이 어둡고 서글퍼 보였다. 난생처음으로 집에 들어가는 게 꺼려졌다.
메이가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면서 물었다.
“여기가 너희 집이야? 꼭 공포 영화에 나오는 집 같아. 혹시 귀신 나오고 그런 적은 없어?”
“유치하긴!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안전띠를 풀면서 다소 신경질적으로 말하자, 메이는 금세 실망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59쪽에서

레몬이 가득한 책장
몇몇 우스꽝스러운 소동을 겪으면서 칼립소와 메이의 우정이 무르익던 어느 날, 두 사람이 인터넷에 올린 소설에 혹독한 악평이 달리는 사건이 벌어진다. 칼립소는 상심한 나머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메이를 놀래키고, 이를 사과하기 위해 집으로 초대를 한다. 자기 서재와 아빠의 서재를 구경시켜 주며 한껏 들떠 있었는데, 아빠가 엄마의 책을 정원에다 내다버리고 그 자리에 레몬을 잔뜩 채워 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큰 충격을 받는다. 칼립소는 쌓여 있던 분노를 터뜨리고, 이 일을 계기로 아빠와 칼립소는 사회복지사와 상담을 하게 된다.

나는 덧문을 활짝 열었다. 그와 동시에, 숨이 턱 막히면서 머릿속이 텅 비어 버렸다.
메이가 작게 헉, 소리를 냈다.
“책이……, 어디에 있다는 거야?”
나는 메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머릿속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서 뭐라고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엄마 책이 분명히 줄지어 꽉꽉 채워져 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모조리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는 레몬이 놓여 있었다.
반들반들 윤기 나는 레몬, 갓 딴 듯 신선해 보이는 레몬, 시들어서 쪼글쪼글해진 레몬, 바위처럼 단단한 레몬……. 나는 다른 책장 문도 몽땅 열어젖혔다. 다른 책장도 마찬가지였다. 책은 온데간데없고 레몬만 잔뜩 놓여 있었다. 그야말로 레몬으로 가득 찬 서재였다.
메이가 나지막이 물었다.
“너, 이거 알고 있었어?”
그 순간, 창피해서 미칠 것 같았다. 차라리 아무렇지도 않은 척 키득거리면서 “당연히 알고 있었지! 원래부터 여기에는 책이 없었어. 내가 장난친 거야!”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톡 쏘는 레몬 향을 맡고 있으려니, 목에 뭔가가 걸린 듯 말이 새어 나오지 않았다. 나는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그 기막힌 광경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102~103쪽에서

거짓말
칼립소와 아빠는 외면하고 있던 상처를 밖으로 꺼내 놓고 서로 노력을 기울이면서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어 낸다. 하지만 몇 년간 심혈을 기울여 쓴 《레몬의 역사》 원고가 출판사에게 연거푸 거절당하자 아빠는 무너져 내리고 만다. 칼립소는 아빠의 곁을 지키는 동안, 진정한 내면의 힘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두 사람은 감추어 두었던 서로의 진심을 내보이며 화해를 하고, 단둘뿐이라 해도 완전한 가족으로 거듭나게 된다.

아빠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내가 필요 없다고 말해 온 셈이었다. 내가 마음에 굳건한 벽을 쌓아서 아빠처럼 상처받지 않도록 만들려고 지금껏 애를 쓴 거다. 하지만 아빠가 틀렸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언제까지고 혼자 떨어져 살 수는 없다. 그런 생각들이 마구잡이로 떠올라 머릿속에서 충돌하며 폭발하자, 서서히 새로운 가능성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빠는 혼자가 아니다. 아빠에겐 내가 있다. 이제야 내 내면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깨달았다. 내면의 힘은 다른 사람들한테서 받는 거다. 누군가가 나를 걱정할 때, 나는 그 사람의 일부를 넘겨받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힘을 얻는다. -181~182쪽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조 코터릴
배우, 음악가,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 지금은 영국 옥스퍼드셔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독자들과 함께 책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며, 노래를 작곡하거나 밴드와 공연을 하는 등 다채로운 활동을 즐긴다. 지금까지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썼으며, 그중에서 난민 이야기를 담은 《별을 바라보며》는 카네기상과 영국문학협회 어린이 도서상 후보에 올랐다.

  목차

이상한 전학생
대화의 규칙
내 단짝 친구
우리 둘만의 비밀 아지트
아름답고 슬픈 저녁 식사
가족이란 이름으로
엄청난 악평
레몬이 가득한 책장
엄마의 공간
마음의 준비
부모를 돌보는 아이들의 모임
한밤중의 대소동
정상과 비정상 사이
지금 이 순간
행복의 두 얼굴
거짓말
좋은 징조
고백
마음의 조각
즐거운 나의 집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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