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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두의 우연한 현실
사계절 | 청소년 | 2009.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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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이현 작가의 청소년소설집. 발랄한 문체, 의외의 반전으로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이번 소설집은 최근 몇 년 사이 비약적인 발전을 해온 청소년소설의 질을 담보하는 수준 높은 작품들로 묶여 있다. 우선 표제작 「영두의 우연한 현실」은 현대 물리학이 고도의 과학자료와 가설에 근거해 성립한 다중우주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를 포함하여 여러 개의 우주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이 말은 곧 무수히 많은 양자적 다중우주에는 '나'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인간이 다른 역사와 다른 운명, 그리고 다른 결정 속에서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공상만화에나 나올 법한 황당무계한 가설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현실성 있는 현대 우주론의 하나다. 1991년 8월 23일 새벽에 태어난 이영두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이밖에 연애라면 이론에만 뛰어난 소심한 여고생의 소심한 연애담을 담은「어떤 실연」,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아버지가 가족에게 남긴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그가 남긴 것」, 외계생명체의 출현으로 지리멸렬한 일상을 탈출하게 되는「로스웰주의보」가 실려 있다. 이 여섯 편의 작품은 기존의 편협한 소재와 주제에 머물러 있던 청소년소설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출판사 리뷰

『짜장면 불어요!』『장수 만세』『우리들의 스캔들』등 뛰어난 문학성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와 일상을 둘러싼 기만과 부조리를 톡톡 튀는 감성으로 예리하게 살피는 아동청소년문학 분야의 기린아 이현이 청소년소설집을 펴냈다. 발랄한 문체, 의외의 반전으로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이번 소설집은 최근 몇 년 사이 비약적인 발전을 해온 청소년소설의 질을 담보하는 수준 높은 작품들로 묶여 있다.

지금 ‘너’는 다른 우주에서 살던 또 다른 ‘나’일 수 있다!

우선 표제작 「영두의 우연한 현실」을 살펴보자. 현대 물리학이 고도의 과학자료와 가설에 근거해 성립한 다중우주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를 포함하여 여러 개의 우주가 동시에 존재한단다. 이 말은 곧 무수히 많은 양자적 다중우주에는 ‘나’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인간이 다른 역사와 다른 운명, 그리고 다른 결정 속에서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공상만화에나 나올 법한 황당무계한 가설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현실성 있는 현대 우주론의 하나다. 1991년 8월 23일 새벽에 태어난 이영두. 세계적으로는 사회주의국가가 몰락하고, 대한민국 내에서는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도시가스 폭발, IMF 사태에 이르는 붕괴를 겪으며 유년 시절을 보내고 고3이 된 지금, 열악한 가정환경에도 모범생으로 생활해나가고 있다. 영두에게 인생은 한마디로 ‘노란 풍선’으로 어릴 적 놀이공원에서 받은 풍선처럼 무언가가 자꾸만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난 바로 그 영두지만 어느 순간 다른 조건 또는 다른 선택으로 인해 다른 삶을 살게 된 영두는 싸움으로 학교를 평정하는 고3이 되었다. 이런 영두에게 인생은 한마디로, ‘씨팔’이다. 작품은 도입부에서 영두와 영두가 갈리게 되는 다른 차원의 현실을 보여준다. 두 명의 영두가 또다른 자신을 마주하며 겪게 되는 당황스런 현실을 작가는 솜씨 좋게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 서로의 삶의 궤적을 좇는 것으로 교차 편집하며 보여준다. 절대적이고 유일하며 오직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던 자신의 모습이 어쩌면 그저 하나의 가능성일 뿐일 수도 있다는, 이런 우연한 현실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답은 영두의 말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난 우주라는 게, 엄청 대단한 건 줄만 알았어. 우리가 절대 어찌해 볼 수 없는, 높고 튼튼한 철벽 같은 거 말이야. 그런데 이제 보니까 아니네. 우주라는 거, 매트릭스처럼 그냥 우리를 둘러싼 허상인 거야. 우리는 그 허상에 내몰려서 살아가고 있는 거지. 너와 나의 현실이라는 것도 그래. 우린 그게 절대적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 보려고, 혹은 거기서 벗어나 보려고 아득바득…… 웃기는 일이야.” (79쪽)

청소년소설의 청소년소설다움을 보여주는 발칙한 작품들

「빨간 신호등」은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박고 있는 잘못된 성(性)의식에 대해 대담하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빨간 신호등이 보행자에게는 멈춰야 한다는 경고등이지만, 운전자에게는 파란불, 안전등일 수 있듯이 성(性)이라는 것 역시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아름다운 사랑일 수도, 잔인한 폭력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자친구 시연과 우연한 기회에 섹스를 하게 된 종원은 시연이 자기한테 먼저 적극적으로 신호를 보냈다고 생각하며 시연과의 관계를 더 발전시켜 나가려 한다. 하지만 시연은 전화도 받지 않고, 학원도 옮기고, 완전 무응답이다.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는 종원에게 돌아온 것은 시연이를 성폭행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결과. 종원은 당시 시연의 싫다는 의사와 저항을 좋은데 부러 그러는 것처럼 해석하고, 시연 역시 좋아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수없이 본 야동과 우리 사이를 떠도는 성교육을 돌이켜 보건대, 그건 처음으로 섹스를 할 때 여자들의 흔한 제스처일 뿐이었다. 분명 그랬다. 그러다 좀 익숙해지면 남자보다 더 밝히는 게 여자다. 분명 그렇다고 알고 있다. 그렇게 들어 왔다. 그런데 설마, 진짜 싫었다고? 싫다는 그 말이 진심이었다고?(112쪽)

결국 시연뿐 아니라 종원에게도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안기고, 양쪽 부모들간의 큰 싸움으로까지 번진 이 사건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리라 본다.
「오답 승리의 희망」은 전북지역 청소년 인권모임 ‘나르샤’가 발간하는 청소년 신문 ‘오답승리의 희망’(오승희)이 모티프가 된 작품이다. 지난해 광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집회와 그 결과에 좌절한 나, 곽정은 세상이 원하는 정답을 찾는 대열에 합류하고자 하지만, 이름부터 오답인 (이오 십, 삼삼 구도 아닌) 이오구의 출현으로 혼란을 겪는다.

“아! 너도 그래, 세상의 정답을 비켜 가는 건 전부 오답이라고 생각하는 거로구나. 다수가 선택한 답이 아니면 틀린 답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잖아. 그래, 그럼 이제 너도 남들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가면 되겠네. (…)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네가 어떤 인간이 되어 가든 상관하지 말고 문제집이나 들여다봐. 그게 석장고의 정답이잖아. 그게 학교의 정답이고 세상의 정답이고!” (198쪽)

광우병, 촛불집회, 청소년 인권과 언론 자유 등 지난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구호와 그 허망한 결과에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에게 이 작품은 그럼에도 좌절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작가는 의리의 사나이『영웅문』의 주인공 곽정, 오답을 이름에 달고 사는 이오구, 이 둘을 괴롭히는 변호사(변태호러사이코) 선생 등 기발한 작명으로 묵직한 주제를 발랄하게 요리해 낸다.

발랄한 문체, 의외의 반전으로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작가 이현의 첫 청소년소설집
이밖에 연애라면 이론에만 뛰어난 소심한 여고생의 소심한 연애담을 담은「어떤 실연」,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아버지가 가족에게 남긴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그가 남긴 것」, 외계생명체의 출현으로 지리멸렬한 일상을 탈출하게 되는「로스웰주의보」가 실려 있다. 이 여섯 편의 작품은 기존의 편협한 소재와 주제에 머물러 있던 청소년소설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작가는 이 작품들을 통해 우리가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는 현실, 그래서 정답처럼 자신을 맞춰 가며 살아 보려는 현실, 혹은 너무나 높고 튼튼한 철벽 같아서 벗어나 보고 싶은 현실을 보여준다. 때로는 발랄하게, 때로는 그로테스크하게, 때로는 비참하게. 섬세한 문체와 독특한 구성이 돋보이는 이 원고들로 작가 이현은 2008년 ‘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기금’을 받았다.

영두는 인생이, 한마디로 '씨팔'이라고 생각했다. 하나 더 꼽으라면 '하필이면' 정도를 댈 수 있었다. 인생의 즐거움이라야 고작, 누군가를 후려갈길 때의 짜릿한 전율 정도였다. 그렇다고 달리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8월 7일 오전 11시 15분 까지는, 그랬다.

p52

  작가 소개

저자 : 이현
세상 모든 것의 이야기가 궁금한 동화작가입니다. 우리나라 곳곳에 깃든 이야기를 찾아 어린이들의 첫 번째 역사책을 쓰고 있습니다. 그동안 《짜장면 불어요》, 《로봇의 별》, 《악당의 무게》, 《푸른 사자 와니니》, 《플레이 볼》, 《일곱 개의 화살》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 작가》 등을 썼습니다. 제10회 전태일 문학상, 제13회 창비좋은어린이책 공모 대상, 제2회 창원아동문학상 등을 받았습니다.

  목차

작가의 말

어떤 실연
영두의 우연한 현실
빨간 신호등
로스웰주의보
그가 남긴 것
오답 승리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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