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웃기고, 찡하고, 뜨끔한 '내 마음의 주인 되기' 작전!<스티커 전쟁>은 을파소 '마음이 자라는 가치동화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으로, '절제'를 주제로 한 창작동화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친근한 '스티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웃기고 섬뜩한 사건들 속에 주인공의 심리가 섬세하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스티커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주인공 선호의 분투가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 독자들은 읽는 내내 웃음을 멈추지 못하면서도 가슴 뜨끔한 공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절제란 '자기 마음의 주인이 되는 열쇠'임을 선호의 갈등과 반성을 통해 진지하면서도 경쾌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 것이라서 더 소홀히 했던 각자의 마음을 되돌아보게 하고, '마음을 지키는 일'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내 마음인데 왜 내 맘대로 안 될까?어떤 것을 갖고 싶은 마음을 떨칠 수가 없어서, 혹은 무언가에 대한 집착에서 헤어 나오기가 힘들어서, 그것도 아니면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느라 괴로웠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당장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내 것이니까 더 잘 다스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마음은 번번이 우리를 배반합니다.
국어사전에서 '절제'를 찾아보면 '정도를 넘지 아니하도록 알맞게 조절하여 제한함'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절제는 과거보다 더 실천하기 어려운 덕목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물질적 풍요가 우리의 마음을 '알맞게' 조절하기 더 힘들게 만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날마다 새로운 물건이 쏟아져 나오고 원하는 것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요즘 아이들에겐 '절제'라는 가치가 더 낯설고 막연하기만 합니다. 기회만 된다면 하루 종일 인터넷 게임에 매달릴 수도 있고, 싫증 났다는 이유로 멀쩡한 가방을 바꿀 수도 있고, 군것질하는 데 용돈을 다 써버릴 수도 있습니다. 일정 시간만큼만 게임을 하거나 용돈을 꼭 필요한 데 쓰자는 결심을 지키는 일조차 힘겨워하는 어린이들에게 절제의 가치를 분명하게 알려주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경험을 심어주는 일은 중요합니다.
자기 마음을 잃어버리면 가장 괴로운 사람은 바로 나!<스티커 전쟁>은 욕망, 중독, 절제 등과 같은, 동화에서 다루기에 만만치 않은 주제를 어린이들의 일상과 심리로 생생하게 풀어낸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좋고 나쁨의 이분법으로 나누기 어려운 욕망과 절제의 의미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쉽고 명쾌하게 풀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 구조는 독자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줍니다.
주인공 선호는 빵 속에 들어 있는 스티커를 모으는 데 열중하고 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선망하는 외눈박이 오딘 스티커를 손에 넣기 위해 준비물 살 돈을 쓰고 거리낌 없이 빵을 버리는가 하면 아빠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작은 욕심이 집착을 넘어 스스로를 절제할 수 없을 정도의 중독에 이르기까지 아이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갈등과 고민들이 익살스러우면서도 긴장감 있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참, 그러고 보니 네 방에 붙여 놓은 그 스티커 혹시 빵에서 나온 거 아니냐?"
"네? 저는요, 진짜로 빵이 맛있어서 사 먹는 거예요. 절대 스티커 때문에 빵 사 먹는 거 아녜요. 그리고 또…… 어, 스티커에 집착하는 거는 절대 아니고요."
아빠가 거짓말하는 걸 제일 싫어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술술 거짓말이 나왔다.
생각해 보니까 정말이지 언제부터인가 빵이 하나도 맛있지 않았던 것 같다. 먹기 위해 빵을 사는 게 아니라 스티커 때문에 빵을 사고 있기 때문인 걸까? 아빠한테는 스티커에 절대 집착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지만 어쩌면 나는 스티커에 무지 집착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원하는 스티커를 갖기 위해서 준비물 살 돈까지 빵 사는 데 써 버렸으니까 말이다.
독자들은 욕망과 절제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선호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다가 문득 자신을 돌아보며 진지한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섬뜩하리만치 정곡을 찌르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결국 자기 마음을 잃어버리면 가장 괴로운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줍니다.
마음속 전쟁을 끝내려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스한 위로'어떤 욕망을 절제해야 하는 걸까?' 절제를 떠올릴 때 누구나 한 번쯤 던져 보았을 질문입니다. 작가는 절제에 있어 선을 긋지 않습니다. 그래서 같은 반 친구 미영이는 사채까지 끌어다 쓸 정도로 심각한 자기 언니의 쇼핑 중독이나 고작 준비물 살 돈을 빼돌린 선호의 스티커 중독이나 다 같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너 어쩜 그렇게 우리 언니랑 똑같니?"
나는 뜬금없는 미영이의 말에 코만 훌쩍거렸다.
"도대체 왜 다들 자기 마음 하나 어쩌지 못하는 거야. 참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스티커 전쟁>은 '절제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이 물음은 선호의 욕망과 부딪치면서 하나씩 자연스럽게 해소됩니다. 절제를 사전 속의 막연하고 공허한 정의가 아닌 어린이의 일상과 닿아 있는 생생한 경험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입니다. 주제를 분명하게 드러내면서도 이 작품이 상투적인 교훈이나 계몽의 어조를 띠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지 않고 그저 욕망만을 부추기는 시대에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욕망을 용기 있게 마주할 기회와 그것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을 줄 것입니다. 더불어 마음의 주인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속 전쟁을 끝내는 선호의 모습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가슴 찡한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진수야, 너도 갖고 싶은 스티커를 못 가지면 괴롭니?"
"응. 진짜 괴로워."
어쩌면 진수도 나와 같은 고민에 빠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수야, 우리 스티커에 중독된 거 아닐까?"
"중…… 독?"
내 말을 들은 진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호야. 너 정말 괴롭구나?"
"어. 나 요즘 너무 고민이 돼. 스티커 때문에 정말 괴롭다."
진수는 아무리 힘을 줘도 별로 커지지 않는 눈에 잔뜩 힘을 주며 말했다.
"선호야. 오딘이 안 나온다고 너무 괴로워하지 마. 자꾸 사다 보면 꼭 나오더라. 너도 희망을 갖고 자꾸 빵을 사 봐. 그럼 언젠가는 나처럼 오딘을 갖게 될 거야."
나는 진수의 대답에 어이가 없었다. 진수는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모르는 건가?
-본문 68~70쪽
"우리 언니만 봐도 그래. 늘 행복해 보이지 않았거든. 진짜 갖고 싶은 걸 갖게 되면 행복해야 하는데 그걸 갖고 나면 또 다른 게 갖고 싶어지니까 영원히 행복해질 수가 없잖아. 차라리 정말 갖고 싶은 걸 딱 하나만 갖게 되면 의미라도 있고 좋을 텐데 말이야. 너무 여러 개를 갖게 되니까 의미도 없어지고. 우리 언니 옷장 속에서 가격표도 안 뗀 옷이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 알아?"
나 역시 그런 것 같다. 스티커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까 진짜 나만의 스티커는 없어져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스티커를 하나 갖기 위해서 무진장 노력하고 제발 갖게 해 달라고 기도까지 하지만, 막상 손에 넣고 나면 여러 개의 스티커들 가운데 하나가 돼 버리고 만다.
"우리 언니 스스로도 무지 괴로웠을 거야. 가족들도 힘들었지만. 아빠가 그러는데 자기 마음을 잃어버리면 가장 괴로운 사람은 바로 자기래."
맞다. 내가 스티커 중독에 빠져 괴로웠던 건 스티커를 갖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을 지키지 못해서였다.
-본문 1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