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소풍 전날밤, 설레어 잠 못 드는 오누이에게 낯선 고양이가 불쑥 찾아오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작품이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속담을 바탕으로 한 기발한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만의 순수함을 듬뿍 느낄 수 있다.
출판사 리뷰
한밤중에는 절대로 휘파람을 불지 마세요!
오빠가 휘파람을 불자마자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고양이는 그야말로 뻔뻔하기가 이를 데 없다. 멋대로 들어와 재워 달라지 않나, 얌체같이 혼자서만 밤참을 챙겨 먹는다. 고양이가 펼치는 갖가지 엉뚱한 행동들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고 나가는 힘이 된다. 자기밖에 모르는 이 고양이가 밉지만은 않은 까닭은 바로 거짓말을 못하는 고양이의 순진함이다. 여동생이 고양이의 과거에 대해 묻자, 거짓말을 지어내며 측은할 정도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은 아이들의 웃음을 한바탕 자아낸다.
눈치 빠른 어린이라면 ‘한밤중에 휘파람을 불면 도둑이 든다’는 속담을 떠올리고, 이 수상쩍은 고양이가 도둑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양이의 정체를 알든 모르든, 뻔뻔하면서도 순진하고, 얄미우면서도 귀여운 고양이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는 누구나 이야기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장의 기발하면서도 따뜻한 결말은 그간의 재미와 더불어 작은 감동을 선사한다. 오누이의 과자를 깡그리 훔쳐 돌아온 고양이. 순진한 오누이를 등친 미안한 마음에 사과 편지를 쓰고, 모든 게 오빠의 휘파람 소리 때문이었다며 귀여운 변명을 댄다. 그리고 주변에선 새끼 고양이들이 과자를 보고 좋아서 바글댄다. 고양이는 새끼들이 딸린 생계형(?) 밤손님이었던 것! 가장으로서 먹을 것을 구해 와야만 했던 고양이의 숨겨진 모습은 도둑질이라는 그릇된 행동마저 깜찍한 시선으로 눈감아 주게 만든다.
'진짜 도둑고양이였나 봐!' _ 아이들만의 순진한 마음씨
오누이는 한밤중에 쳐들어 온 낯선 고양이를 전혀 겁내지 않는다. 금방 경계를 풀고 호기심이 그득한 눈망울로 쳐다보고, 고양이의 밤참도 당당하게 같이 먹는다. 도둑고양이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잠깐. 고양이의 어설프기 짝이 없는 거짓말에도 금방 넘어가 그럴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다. 더군다나 고양이가 자신의 딱한 사정을 구구절절 늘어놓자(물론 거짓말이다!) 고양이를 진심으로 보듬어 준다. 오누이의 친절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제 본분을 다하지만, 둘은 화를 내기는커녕 역시 도둑고양이가 맞았다며 웃음을 터뜨린다. 아이들이 아니고서는 보여 줄 수 없는 천진난만한 마음씨. 낯선 대상조차 아무런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그 순수함은 아이들만의 본능이자 특권이다. 작품 곳곳에서 느껴지는 오누이의 순진하기 그지없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절로 푸근하게 만든다.
미쓰오가 유리문을 빠끔 열었습니다. 그러자 고양이가 문틈으로 얼른 발을 들이밀더니 제멋대로 문을 드르륵 열고 커튼을 밀치면서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러고는 "영차!" 하면서 빙글 몸을 돌려 등을 보였습니다.
미쓰오와 논코는 놀라서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고양이가 등에 커다란 보따리를 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는 몸을 비틀더니 목에 단단히 묶여 있던 보따리를 쓱쓱 풀고, 방바닥에 쿵 내려놓았습니다.
그러고는 유리문을 닫고 커튼을 꼼꼼하게 여미고서 보따리 옆에 반듯하게 앉았습니다.
고양이는 두 주먹을 무릎에 가지런히 올려놓았습니다.
털이 푸석푸석하고 지저분한 줄무늬고양이는 쭉 째진 눈으로 오누이를 쳐다보면서 말했습니다.
"난 사정이 있어서 집을 나온 고양이 마사라고 합니다. 수상한 녀석이 아니니 걱정 마세요." - 본문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다카도노 호오코
일본 하코다테 시에서 태어나 도쿄여자대학교에서 일본 문학을 공부한 뒤, 기발한 재치와 유머가 묻어나는 많은 어린이책을 썼다.《괴상한 숲으로 가자》와《장난꾸러기 할머니》로 보노이시 유소년문학상,《시계판의 집》, 《11월의 문》으로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을 받았으며,《우리들의 모자》로 아카이도리 문학상과 쇼가칸 아동출판문화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쓴 작품으로는《진지한 씨와 유령 선생》,《한밤중의 고양이 손님》, 《내 머리가 길게 자란다면》, 《꼬마 할머니의 비밀》, 《호동이랑 호동이랑》,《우리들의 모자》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