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어린 나이에 영어 연수를 떠나 소외감에 시달리는 태혁의 모습을 통해 영어 배우기에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붓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꼬집고, 환상적인 공간과 사건이 등장하는 판타지를 도입해 작품의 상징적인 의미를 더욱 부각시키는 동화 작품이다.
외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태혁과 이미 절반은 서양인이 돼 버린 영우의 모습을 대립시키며 우리 사회의 실태를 강하게 꼬집는다. 지은이는 아이들이 우리말과 글에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만의 색깔을 당당하게 표현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작품 속 태혁도 영어 신드롬의 희생자다. 내성적인 태혁은 집과 친구들을 떠나 낯선 외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지만 억지로 영국으로 떠나게 된다. 외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태혁, 그러나 태혁이 점점 자신감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촘촘히 그려 내며 '영어만능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출판사 리뷰
영국으로 떠난 첫 어학연수.
노란 머리에 파란 눈을 한 낯선 외국 아이들,
입에 안 맞는 느끼한 피자와 스파게티.
그러던 어느 날……
내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 영어 신드롬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와 초등학교에서 오랫동안 영어를 가르쳤던 원유순 작가는 한국 문화의 우수성은 모른 채 영어를 세계 최고의 언어로 아는 아이들을 보고 이 작품을 구상했다. 예전부터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친 영어 사교육 열풍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창작 동화 시장은 침체되어 가는데 반해 영어 교재 판매량은 점점 급증하고, 얼마 전에는 국어와 국사를 제외하고는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가르친다는 국제 중학교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영어 발음을 잘하려고 아이들의 혀를 째고, 한글을 떼기도 전에 알파벳부터 가르치고, 잘산다는 동네에는 어학연수를 다녀오지 않은 아이가 없다는 한국 사회.《색깔을 먹는 나무》는 어린 나이에 영어 연수를 떠나 소외감에 시달리는 태혁의 모습을 통해 영어 배우기에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붓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꼬집고, 환상적인 공간과 사건이 등장하는 판타지를 도입해 작품의 상징적인 의미를 더욱 부각시킨다.
‘나는 이제 ‘김태혁’을 버리고 ‘제임스’가 되어야 한다’_ 우리 사회의 영어 열풍을 꼬집는 세태 동화
작품 속 태혁도 한국 사회 영어 신드롬의 희생자다. 내성적인 태혁은 익숙한 집과 친구들을 떠나 낯선 외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지만, 아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뒤떨어질까 봐 두려운 엄마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시골집까지 팔아 연수 비용을 마련한다. 억지로 떠난 어학연수는 그야말로 괴로움의 연속이다. 입에 안 맞는 음식에 외국 아이들과는 전혀 말이 통하지 않고, 늘 우리 것의 소중함을 가르치셨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태혁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결국 향수병에 걸려 앓아누운 태혁과 어학 학교에 모인 수많은 한국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중 방학마다 어학연수를 다니고 영어를 잘하려고 서양 아이들만 골라 사귀는 영우는 영어 열풍 때문에 주체성을 상실한 대표적인 아이다. 영우는 우리나라가 일본 대신 미국이나 영국의 식민지였으면 좋았을 거라고 당당히 말한다. 그랬다면 영어를 배우러 굳이 애쓸 필요가 없을 테니까. 이런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영우의 모습은 읽는 이를 깜짝 놀라게 하지만, 영어 공부에 시달리는 우리 아이들이 한 번쯤은 품었을지도 모르는 생각이라고 가늠하면 마음이 절로 씁쓸해진다.
이렇듯《색깔을 먹는 나무》는 외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태혁과 이미 절반은 서양인이 돼 버린 영우의 모습을 대립시키며 우리 사회의 실태를 강하게 꼬집는다. 아이들이 우리말과 글에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만의 색깔을 당당하게 표현하길 바란다는 원유순 작가는 영어에 대한 부담감으로 의기소침하던 태혁이 점점 자신감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촘촘히 그려 내며 ‘영어만능주의’에 경종을 울린다.
‘바벨에 오를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지 하리라’_ 작품에 상징성을 부여하는 판타지 동화
어떤 문학 장르보다도 자유로운 세계를 펼쳐 보일 수 있는 판타지 문학. 환상 세계가 만들어 내는 낯선 공간과 신비로운 인물들이 주는 즐거움이 판타지 문학의 전부는 아니다. 판타지 문학에 등장하는 환상 세계는 삶의 괴로움에 대한 탈출구를 뜻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모든 것이 회복된 이상적인 세계를 그리기도 한다.《색깔을 먹는 나무》는 자칫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는 생활 동화에 이러한 판타지를 접목시켜 주제를 일차원적으로 풀어내지 않고 작품에 상징성을 부여한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유채 밭에 나간 태혁은 입체 영상처럼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나무를 맞닥뜨린다. 그 나무는 바로 동물과 사람들이 토해 낸 색깔 구슬을 받고, 그 대가로 신비로운 환상 세계를 경험하게 해 주는 색깔 먹는 나무 바벨. 외국 생활에 지칠 대로 지친 태혁은 색깔 구슬을 바치고 바벨이 선사하는 쾌락에 선뜻 몸을 맡기지만, 현실로 돌아와서는 주변 물건들에서 바벨에게 바친 색깔이 사라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현실과 판타지 공간을 넘나들며 점점 많은 색깔 구슬을 바치게 되는 태혁. 촘촘히 짜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태혁이 토해 내는 색깔 구슬은 개개인만의 정체성을, 색깔 먹는 나무의 이름인 ‘바벨’은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바벨탑을 상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색깔 구슬을 빨아들인 바벨이 보여 주는 환상 세계는 가장 소중한 것이 빠진 무의미한 쾌락을, 시시때때로 나타나 바벨을 괴롭히는 참새 떼는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싸움과 의지로 해석된다.
그렇게 작품 속 판타지 세계는 태혁이 현실에서 받는 괴로움에 대한 불완전한 탈출구인 듯 보이지만, 마지막에는 태혁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공간이 되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색깔 구슬을 모두 바치고 투명인간이 되어 버린 태혁이 끈질긴 노력으로 잃어버린 색깔을 되찾는 것도 바로 판타지 속에서다.
작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판타지 세계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더 깊이 작품에 몰입하게 하는 또 다른 역할을 한다. 색깔 구슬을 바친 동물들과 태혁이 색깔 구슬이 되어 바벨에 매달리는 모습, 구름 위에 펼쳐진 신비로운 세상, 돌아가신 태혁의 할아버지가 환생한 듯한 색깔 할아버지 등 꿈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설정과 등장인물들이 아이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제 빛깔을 잃은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야’_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 아이의 성장 동화
이 작품에서 아이들이 가장 본받을 만한 등장인물은 어학 학교의 큰누나 미나. 미나도 영우처럼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만, 영어 때문에 친구까지 골라 사귀는 영우와는 다르다. 학교에 새로 들어온 한국 아이들을 늘 나서서 챙겨 주고, 외국 아이들이 한국 문화를 얕보기라도 할라치면 가만있지 않는다. 역시 미나의 보살핌을 받은 태혁은 미나의 당당함에 많은 것을 배우고, 자신감을 되찾으려고 애쓴다.
태혁의 마음을 움직인 또 다른 캐릭터는 수업 첫날부터 태혁을 이상한 시선으로 뒤쫓던 소피아라는 동양 여자 아이다. 모두가 말이 통하는 판타지 공간에서야 태혁은 소피아가 스웨덴으로 입양된 한국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피아가 그토록 아끼던 연필깎이가 아기 때 자기를 감쌌던 포대기에 들어 있던 물건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태혁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소피아의 노력에 감동한다.
그렇게 태혁은 자기 색깔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주변 친구들의 모습과 판타지 세계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통해 조금씩 달라진다. 자신만의 색깔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것을 잃어버리면 얼마나 되찾기 어려운지 배운 태혁은 소중한 진리를 깨달은 만큼 더욱 성숙해진다. 주눅 들어 있던 모습에서 벗어나 점점 자신감을 찾아가는 태혁의 모습은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요즘 아이들에게 위안을 줄 뿐만 아니라, 작품을 함께 읽는 부모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작가 소개
저자 : 원유순
강원도 산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인천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이후 동화작가가 되어《까막눈 삼디기》,《색깔을 먹는 나무》,《고양이야, 미안해!》,《떠돌이별》,《그저 그런 아이 도도》 등 많은 동화책을 썼습니다. 한국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현재 경기도 여주에 머물며 작품 활동과 동화 창작 강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