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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둥그배미야
김용택 선생님이 들려 주는 논 이야기
푸른숲주니어 | 3-4학년 | 200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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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둥그렇게 생겨서 '둥그배미'라 불리는 논이 들려주는 네 계절 이야기. 논이 마을 사람들과 어우러져 우리의 주식 벼를 키워내는 과정이 간결한 글과 소박한 그림으로 펼쳐진다. 중간중간 가로가 긴 펼친 그림을 삽입해, 도시 아이들이 잘 모르는 농촌의 정경에 쉽게 다가가게 한다.

꽃이 피고 새가 우는 봄. 둥그배미는 바쁘기 그지없다. 겨우내 얼었던 땅을 녹이고, 주인이 주는 거름을 흡수해 한 해 농사를 시작하기 위한 기지개를 편다. 이른 봄 보리가 자랐던 논은 초여름이 되면 모내기를 하고, 농사꾼의 발소리와 땀방울을 먹고 여름을 보내고, 가을 신나는 추수를 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밥상에 떨어진 밥풀까지 주워 드셨는지를 알 수 있다. 농사와 농기구에 대한 이야기, 흥겨운 민요, 전래 놀이, 아름다운 농촌의 생태계, 옛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농촌 아이들의 장난이 빼곡히 담겨 있다.

다만 많이 아쉬운 것은 이 책과 같이 아름답고 정다운 농촌이 이미 우리 주변에서 사라졌다는 것. 아이들은 책에서밖에 정겨운 농촌의 사계를 볼 수 없다. 그림의 모델이 되었던 진메 마을이 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처해 더욱 마음을 쓸쓸하게 한다.

책 앞뒤 면지에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만화로 소개해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놓치지 말고 꼭 읽을 것.

  출판사 리뷰

시골 외딴 학교 교사이자 시인인 김용택 선생이 구수한 입말로 풀어 쓰고 ‘어진이’ 엄마 신혜원 선생이 그림을 그린 이 책은 오랜 세월 우리 식생활의 근본이 되어온 쌀에 관한 이야기, 노동의 터전이자 놀이 마당이었던 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둥그배미’라는 논이 화자가 되어 한 해 동안 논과 들판에서 벌어지는 사람들과 자연의 일들을 재미있고 친근하게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를 먹여 살리는 자양이면서도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는 논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나는 둥그배미야>를 읽으면서 어린이들은 먹을거리와 노동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익히게 될 것입니다.

* 배미: 배미는 논을 세거나 논을 부를 때 이르는 말입니다. 농부들은 마을의 여러 논에 서로 다른 이름을 붙여 주기도 하였습니다. 위쪽에 있다하여 ‘윗배미’ 아래쪽에 있다하여 ‘아랫배미’, 생긴 것이 버섯 모양이라하여 ‘버섯배미’,…. ‘둥그배미’는 둥그런 운동장 모양으로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우리 입에 밥이 들어오기까지
오늘, 대부분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곳은 도시입니다. 그런데 도시에서 만나는 자연은 늘 간접적입니다. 자연의 재료가 여러 차례 가공되고 나서야 도시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이 자기 입으로 들어가 자신을 살리고, 자신을 키우는 쌀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실제로 ‘쌀이 라면처럼 공장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거나 ‘쌀이 쌀나무에서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린이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도시의 어린이들은 생명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심성과 심지가 세워지고, 그래서 나름의 철학을 갖게 되는 근본은 ‘생명에 대한 이해’일 것입니다. 사람이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은 고스란히 사람이 사람에 대해 가지는 생각과 태도로 이어진다고 배웠습니다. 그렇다고 할 때, 요즘 도시의 어린이들은 알맹이의 자람 없이 잡다한 지식과 몸집만 불어 가는 것이 아닐까 무서운 생각도 듭니다. 논에 관해 이야기를 들려 주고자 하는 책의 기획 의도는 그래서 더 절실했습니다.
논은 사람이 자연의 혜택으로 살고, 다시 자연에 봉사하며 살아온 터전입니다. 조상 대대로 자연과 어울려 살던 터전인 논에서 사람들은 또 자연을 닮은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습니다.
논 이야기 <나는 둥그배미야>를 통해 우리 어린이들이 책으로나마 그러한 경험을 공감하고,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서정적인 지식,정보 책
시인은 간결하고 정확한 설명으로 논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논이 물꼬와 논두렁으로 이루어진다는 설명(10쪽)은 너무도 단순하여 “어?” 하고 의심을 품게 되지만, 생각해보면 금세 그 말이 얼마나 명쾌한 말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글이 가지는 더욱 큰 미덕은 일반적인 지식?정보 책에서 찾아보기 힘든 서정성에 있습니다. 이러한 서정성은 시인 자신의 경험과 추억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들이어서 가지게 되는 진정성이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산과 강, 마을을 표현하는 대목에서도 그렇지만, 들에서 일하며 생활하는 농부들의 고단한 풍경과 정겨운 모습을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시인의 글은 논과 쌀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형제간도 못 말린다는 물싸움(14쪽) 이야기며, 가뭄과 홍수에 애태우는 농부들의 애환, 낮밤으로 노심초사 논 생각만 하는 농부의 마음(68쪽), 허리가 끊어지도록 고통스럽다는 모내기(60쪽)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농부들의 수고에 숙연한 마음이 듭니다.
아름다운 들의 정취와 정감어린 농심은 시나 노래를 통해 드러나기도 합니다. ‘보리가 잘 자라야 보리밥 많이 먹고 방구 뿡뿡 뀐다.’는 동요(22쪽)나 모를 심으며 불렀던 노동요 ‘어하 어루 상사디야’(62쪽), 추수 때의 풍경을 그려낸 운율 있는 문장 ‘달빛을 받은 논’(86쪽) 등은 글에 윤기를 더해 책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살아 꼼틀대는 그림
이 책의 주인공은 ‘논’입니다. 공간 이동이 불가능한 붙박이 주인공입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그림 작가 신혜원 선생은 몹시 애를 먹었습니다. ‘진메마을’이라는 한정된 공간의 들과 논을 배경으로 50여 컷이 넘는 그림이 지루하게 이어진다면 어린이들은 쉽게 흥미를 잃어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화가는 꼬물꼬물 논과 들, 강과 마을의 풍경을 그려 나갔습니다. 그 속에 살아있는 꽃과 나무를 계절감 있게 표현하는 한편,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가축, 동물들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습니다. 하나하나의 그림에 이야기를 담아 그림만으로도 농촌의 정경을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려냈습니다.
이 책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는 들에서 살아 움직이는 여러 요소를 드러내기 위해 하나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일점 투시법에 근거한) 원근법을 포기하였습니다. 그 대신에 각각의 요소가 모두 잘 드러날 수 있는 (조감도적인 평면성을 갖는) 민화적인 기법이 사용되었습니다. 민화적인 기법은 글이 갖춘 소박한 서정성과 잘 어울려 보기에 참 좋습니다.
특히 본문 중에 펼쳐지는 넓은 그림은 보리밟기, 모내기, 논매기, 추수의 네 가지 농사일의 장면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신혜원 선생은 이 작업을 위해 꼬박 2년간 취재와 스케치를 반복하며 열성을 보여 주었습니다.

벼를 다 심고 집에 돌아온 농부는 오늘 모내기에 대해 이것저것을 생각을 한단다.
'논에 물은 적당했었나? 물꼬에 괴어 놓은 돌의 크기는 알맞았나?'
'그래. 오후에 술을 많이들 먹었단 말이야. 한수 형님이 심은 모들이 삐뚤빼뚤했던 것 같아.'
'모는 한 포기에 네 개 내지 다섯 개씩 심어야 하는데 너무 적게 집은 사람도 있단 말이야... 내일 아침 일찍 논에 가 봐야지.'

날이 새기가 바쁘게 농부는 논으로 가지.
새로 옮겨 간 땅에서 어린 벼들이 이제 새 땅 속으로 뿌리를 내리고, 땅 맛을 알아가며 파랗게 자라고 있을 거야.
농부는 반듯하게 자세를 잡아가며 키가 쑥쑥 커 가는 벼의 모습을 보며 무척 대결해할 거야.
시간이 가고, 날이 갈수록 벼들은 파랗게 자라지.
농부들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늘 논의 벼 걱정을 한단다.

-본문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김용택
1948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순창 농림고등학교를 나왔다. 스물한 살에 모교인 덕치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1982년 창작과비평사에서 펴낸 ‘21인 신작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섬진강」 외 8편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섬진강』 『맑은 날』『그 여자네 집』 『나무』 『연애시집』『그래서 당신』 『수양버들』 『속눈썹』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울고 들어온 너에게』 등과 산문집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전8권)『내 곁에 모로 누운 사람』『아들 마음 아버지 마음』, 자신이 사랑한 시를 묶어 평한 『시가 내게로 왔다』(전5권),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등이 있다. 태어나고 자란 고향 아이들 앞에 서 있는 것을 일생의 가장 아름다운 일로 여겨온 그는 2008년 38년 몸담은 교단에서 내려온 뒤 글쓰기와 강연을 하면서 지낸다. 김수영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등을 받았다.

  목차

1. 내 이름은 둥그배미야
2. 내 몸의 이름들
들여다보기 : 물이 흐르는 길
3. 봄이야, 봄이 왔어!
4. 보리밭에 종다리
들여다 보기 : 봄 들판의 땅 속
5. 못자리를 만들다
6. 보리가 익어 가요
들여다보기 : 소중한 땅, 논
7. 서 마지기 논배미가 반달만큼 남았네
8.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서
9. 네가 무슨 반달이냐 초승달이 반달이지
들여다보기 : 함께 일하면 힘든 게 반이 된다
10. 곡식은 농부의 발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
11. 농부들이 내 몸에 물을 대고 잡초를 뽑다
12. 벼가 이삭을 배었어요
13. 후여! 후여! 새를 보다
14. 달빛을 받은 논]
15. 잘 자, 둥그배미야

이 책을 읽는 어른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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