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힘세고 지혜로운 세 엄마와 콩의 한살이
모녀 4대가 지혜와 힘을 모아 콩 농사를 짓는 이야기입니다. 콩의 한살이와 여자들이 중심이 되어 일을 이루는 가운데에 얻는 즐거움과 보람을 보여줍니다. 할머니, 어머니, 딸아이가 함께 보면 좋은 그림책이에요.
도시내기 엄마의 콩 농사짓기 소동
엄마는 뭐든 잘할까요? 아니요, 엄마도 못하는 일이 있습니다. 도시내기 엄마가 넓은 마당이 있는 시골집으로 이사를 갑니다. 엄마는 넓은 마당에 무엇을 심을까 고민하다가 콩을 심기로 합니다. 숟가락으로 땅 파고 콩 한 알 넣고, 또 땅 파고 콩 한 알 넣고……. 이래 갖고 언제 콩을 다 심을까요? 그래서 엄마는 “엄마! 도와줘!” 하고 엄마를 부릅니다. 하지만 둘이서 열심히 해도 콩 심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엄마의 엄마가 외칩니다. “엄마! 도와줘!” 밭을 갈고 콩을 심고 풀을 뽑고, 다 자란 콩을 베고 말려서 마당질하고,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기까지, 엄마와 엄마의 엄마와 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손발을 맞춰 척척 일을 해냅니다. 그동안 아빠와 오빠와 할아버지는 무엇을 했을까요? 빨래 널고 마실 물 나르고 청소하고 짐 나르고 콩알 줍고 타작하고 그랬답니다.
요모조모 작품 보기
엄마와 엄마의 엄마와 엄마의 엄마의 엄마와 나
주인공 엄마는 참으로 도시 사람입니다. 빨간 하이힐을 신고 콩 심기를 시작했으니까요. 숟가락으로 땅 파서 콩을 딱 한 알씩 심었으니까요. 그리고 딱 콩 열다섯 알을 심고 어린애처럼 “엄마! 도와줘!” 하고 외칩니다. ‘철딱서니 없는 엄마 같으니라고!’ 하지는 마시길. 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어렵기만 한 일이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거든요. 그리고 그럴 때에는 그 일을 잘 하는 사람, 잘 할 법한 이에게 도움을 청하고 일하는 법을 배워서 익히는 게 일을 잘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엄마가 “엄마! 도와줘!” 하길 참 잘한 일이지요.
엄마의 엄마는 호미 든 배낭 지고 빨간 자전거 타고, 얼굴 타지 말라고 해 가리개 모자 쓰고, 목덜미 타지 말라고 목에 손수건을 두르고 나타났어요. 모양새만 보면 외모에 꽤나 신경 쓰는 도시의 노부인 같지만, 삽 들고 일하는 모습은 다부집니다. 그래도 힘이 모자라니 엄마의 엄마가 “엄마! 도와줘!” 하고 외치자, 뿅 하고 소 탄 할머니가 등장합니다. 쪼글쪼글 주름진 얼굴에 하얀 머리, 고무신 신고 온갖 농기구 다 메고서요. 할아버지와 아빠와 오빠와 강아지의 모습 좀 보세요. 너무너무 놀랐나 봐요! 엄마와 엄마의 엄마와 엄마의 엄마의 엄마, 그리고 화자인 딸아이까지 넷의 콩 농사짓기는 이렇게 진행되고요, 엄마는 콩 심고 나서, 잡초 뽑고 나서, 수확하고 나서 시간이 날 때마다 바느질을 합니다. 엄마의 엄마가 쓸 모자,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입을 조끼, 모두 함께 덮고 잘 이불을 만듭니다.
콩가루와 두부와 된장
콩은 한 번에 세 알을 심습니다. 한 알은 하늘의 새가, 한 알은 땅속의 벌레가, 한 알은 잘 자라라고 그러지요. 그 콩들이 잘 자라서 진주알 같은 콩알들을 내놓았습니다. 엄마는 콩가루를 내서 맛있는 인절미를 먹자고, 엄마의 엄마는 구수한 두부를 만들자고 했어요. 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콩가루와 두부 할 콩을 남겨 두고 된장을 만들자고 했습니다. 세 엄마 모두가 애써 거둔 콩으로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게 된 겁니다. 그래도 제일은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만들자고 한 된장이 아닐까요? 온 식구가 일년 먹을 장을 마련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엄마의 엄마의 엄마에게 묻고 싶어요. 식구들 먹을거리 생각하지 마시고 정말 콩으로 만들어 드시고 싶은 게 뭐예요? 라고요.)
작가 소개
지은이 : 신혜원
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습니다. 월악산 아래서 농사짓고 바느질하며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립니다. ‘글자 없는 그림책’ 시리즈를 펴냈으며,《어진이의 농장 일기》 《세 엄마 이야기》 《할머니에겐 뭔가 있어》 《우리가 사는 자연》 들을 쓰고 그렸습니다. 그림을 그린 책으로는 《전우치전》 《나는 둥그배미야》 《정의의 용사는 너무 힘들어》 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