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평범하고 단란한 가족이였지만, 엄마 아빠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초등학교 1학년인 경학이만 혼자 남는다. 부모의 죽음으로 가족을 잃어버린 경학이의 이야기를 다루며 새로운 형식의 가족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 삼례가 경학이 아버지의 심장을 이식받았다는 것은 이야기를 좀더 극적으로 만들어 주지만 꼭 그 일이 아니어도 삼례네와 경학이네는 결국 가족으로 묶였을 것 같다.
빈자리를 가진 사람은 자신처럼 빈자리를 가진 사람을 잘 알아보는 법이니까. 그러니 함께 어울려 비빔밥을 나눠 먹고 이따금 눈물을 흘려 가면서 행복하게 잘 살지 않았을까? 같은 피를 나눈 사람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행복한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오늘날 우리에게 정말 절실한 가치를, '자라나는 돌'은 아주 평화롭게 나긋나긋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출판사 리뷰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자리
주변이 환해질 만큼 웃기 잘하는 엄마 아빠와 그 둘을 꼭 닮은 딸 하나. 엄마 아빠는 딸에게 누구 딸이냐고 유치한 질문을 던져놓고 으하하 웃고, 딸은 나중에 커서도 엄마 아빠랑 같이 살겠다고 말해서 엄마 아빠를 흐뭇하게 만든다. 가정의 달 포스터에 나올 법하게 아름다우면서도 세상 어디에나 있을 법하게 평범한 가족의 모습. 하지만 눈물겹게도 의사 아빠는 시골에 병원을 짓기 위해 엄마와 함께 길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한다. 엄마 아빠는 세상을 떠나고 초등학교 1학년인 경학이만 혼자 남는다. 할머니 댁으로 이사를 간 경학이는 생각한다. “나한테 모든 일이 다 일어나 버렸다. 아빠 엄마를 못 보게 됐고, 학교를 떠나고, 이사까지. 그러니 나한테는 더 일어날 일이 없다.”
아이들에게 닥칠 수 있는 불행 가운데 부모를 한꺼번에 잃는다는 것만큼 가슴 아픈 일도 없을 것이다. 경학이에게는 이제 슬픈 일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라나는 돌'의 분위기는 전혀 어둡지 않다. 불행의 중심에 있는 경학이가 화자로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경학이의 마음속 풍경에 별다른 그늘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경학이는 울고불고 슬퍼하는 대신 호탕하게 웃던 엄마 아빠의 모습을 떠올리거나 초등학생용 인체백과사전을 줄줄 외우도록 읽고 또 읽는다. 눈 어두운 할머니가 바느질하실 때면 실도 꿰어드리고 도배할 때 벽지도 잡아드린다. 이만하면 좀 허전하기는 해도 그럭저럭 평화로운 생활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어 갈수록 경학이에게 무언가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인다. 밝고 경쾌한 말투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털어놓는 경학이가 실제로는 한 마디 말도 하고 있지 않은 것. 더 이상 자신에게 일어날 일이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경학이가 무얼 기대하고 바랄 수 있을까. 엄마 아빠를 볼 수 없게 되자마자 경학이는 세상을 향한 문을 꼭꼭 닫아 버린다. 엄마 아빠의 빈자리는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가 없어 엄마 아빠를 떠나보낸다면 어린 경학이로서는 견디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안으로 잔뜩 웅크려 엄마 아빠를 꽁꽁 가둬 두는 수밖에.
아름다운 가족의 탄생
경학이가 바깥세상에 대해 관심을 보이게 되는 것은 이상한 모녀가 아래채에 이사를 오면서부터다. 벙어리 삼례와 엄청나게 큰 목소리를 가진 삼례 엄마. 좀 모자라 보이는 삼례는 말할 것도 없고 경학이를 보자마자 눈물바람인 삼례 엄마 역시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삼례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화분에다 돌을 심어놓고 부지런히 물을 준다. 대야에 떠놓은 물 속에 얼굴을 담근 채 숨을 오래도록 참고, 새끼를 낳은 누렁이와도 금세 마음을 나누는 삼례. 어쩐지 신경이 쓰인다. 삼례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하기 시작하면서 경학이는 인체백과사전에 몰두하기가 힘들어진다. 글자가 둥둥 떠서 자를 대고 읽기까지 하지만 자꾸만 삼례가 신경 쓰인다. 일단 관심을 갖게 되면 마음도 따라가기 마련.
어느 날 함께 심부름을 간 경학이와 삼례는 동네 아이들로부터 말 못하는 바보라고 놀림을 당한다. 게다가 알고 보니 삼례는 경학이 아빠의 심장을 이식받는 아이라, 이제 서로 가까워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또다시 동네 아이들과 만나 시비가 붙은 끝에 경학이는 말문이 터지는데 첫 마디는 “괜찮아”다. ‘괜찮아’라는 말 속에는 얼마나 큰 위안이 담겨 있는지! 경학이는 그제야 목놓아 울음을 터뜨리며 제 안에 억지로 가둬 놓았던 엄마 아빠를 떠나 보낸다. 이제 경학이에게는 무슨 일이든 다 일어날 수가 있다. 경학이 마음 속에는 이제 넉넉한 빈자리가 생겼고, 그 빈자리는 누군가에 의해 채워질 테니까. 경학이는 삼례가 돌을 심어놓은 화분에 정성껏 물을 준다. 생각하고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면 그 돌은 자라날 것이다. 그리고 삼례네와 경학이네는 그들이 믿는바, 가족이 될 수 있으리라.
〈자라나는 돌〉은 부모의 죽음으로 가족을 잃어버린 경학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은 새로운 형식의 가족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삼례가 경학이 아버지의 심장을 이식받았다는 것은 이야기를 좀더 극적으로 만들어 주지만 꼭 그 일이 아니어도 삼례네와 경학이네는 결국 가족으로 묶였을 것 같다. 빈자리를 가진 사람은 자신처럼 빈자리를 가진 사람을 잘 알아보는 법이니까. 그러니 함께 어울려 비빔밥을 나눠 먹고 이따금 눈물을 흘려 가면서 행복하게 잘 살지 않았을까? 같은 피를 나눈 사람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행복한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오늘날 우리에게 정말 절실한 가치를, '자라나는 돌'은 아주 평화롭게 나긋나긋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작가 소개
저자 : 양연주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배웠습니다. 지금은 대학에서 아동문학을 가르치며, 어린이들에게 들려줄 재미난 이야기 소재를 찾아 열심히 동화를 쓰고 있습니다. 6회 MBC 창작동화대상과 아동문예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이제까지《꼬마 사서 두보》,《반갑다! 학교야》,《욕쟁이 찬두》,《내 이름은 안대용》,《편지 속의 틀니》,《궁전 빌라에는 평강공주가 산다》,《자라나는 돌》,《말 못 하는 내 동생》같은 책을 지었습니다.
목차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집
우리 집에 나타난 삼례
누렁이와 이야기하다
이상한 일
심부름
꿈
비빔밥
오래 버티기
바보 아냐
괜찮아
소풍
아무 일이나 일어나는 집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