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여기 좀 보세요. 우리 강아지 '뭉치'예요. 이름이 이상하다구요? 으음~, 그렇다고 "사고뭉치"라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얼마나 똑똑하고 의젓한 강아지인데요. 한 번은 저와 친구들이 함께 길을 잃은 적이 있었는데요, 바로 이 뭉치 덕에 헤매지 않고 집에 찾아갈 수 있었다구요. 물론 아빠가 우리를 찾으러 오긴 했지만요. 그래도 그 때, 뭉치가 아니었다면 우린 아마 미아가 되었을 거예요.
뭉치는 원래 엄마와 함께 살았었는데, 지금은 헤어져 살아요. 엄마 이름은 '라라'구요, 얼마전부터 버섯공장 하시는 아저씨네 집에서 살고 있지요. 그건 개를 2마리나 기르기에는 우리 엄마가 힘에 부치시기 때문이에요. 뭉치가 라라와 헤어지던 날, 우리 가족은 정말이지 너무나 슬펐답니다. 뭉치도 며칠동안 밥도 먹지 않았구요.
그런데 다행히도 옆집 빛나·탐나(애들은 쌍둥이예요) 집에도 강아지를 기르게 되었죠. 그 덕에 뭉치는 '돌탱이'라는 좋은 친구를 얻게 되었답니다. '돌탱이'는 돌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해서 붙여진 이름이예요. 돌탱이는 착하고 순해서 뭉치하고 밥도 같이 나누어 먹구요, 또 맨날 얼굴만 보면 '히죽히죽' 잘 웃는 답니다.
제가 빛나·탐나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처럼 뭉치도 돌탱이와 잘 어울려요. 돌탱이는 개줄에 묶여 있어서 주로 뭉치가 찾아가게 되지만요, 정말 보기 드문 친구랍니다. 잘 되었지 뭐예요? 엄마와 헤어져 슬퍼하던 뭉치가 그나마 기운을 내게 되었으니까요.
그 뿐인 줄 아세요? 앞집 아줌마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우리 엄마도 어느새 이웃 사촌이 되어버렸어요. 사실 그 동안은 몇 가지 일들 때문에 큰 소리가 몇 번 났었거든요. 한 번은 우리 뭉치가 앞집 아주머니네 닭을 잡아먹었다고 하지 않겠어요?
사실은 '뭉치 아빠'(아빠는 떠돌이 개예요)가 뭉치에게 주려고 잡았던 건데요, 그걸 죄다 뭉치가 뒤집어 쓴 거였죠. 그 바람에 우리 뭉치만 흠씬 매를 두드려 맞았고, 또 우리 엄마는 앞집 아주머니에게 배상을 해드려야 했답니다.
그 일만 말고도 앞집에서 기르는 벌떼 때문에 수난 받았던 일이며, 빛나 ·탐나가 처음에 저를 따돌리던 일 등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요. 그래도 이젠 다 지난 일인 걸요. 앞집 아저씨가 무너진 담벼락에 깔려 다치신걸 우리 부모님께서 도와주신 이후로는 정말로 좋은 이웃이 되었답니다.
그러니 '뭉치와 돌탱이', '저와 빛나 ·탐나', '우리 엄마와 앞집 아주머니'는 모두 다 한 식구처럼 다정할 수밖에요. 생각해 보니 책이름을 "행복한 강아지 뭉치"라고 하지 말고, "행복한 우리집"이라고 해야겠어요. 그럼, 우리 책 속에서 만나요~!닭을 잡아죽인 건 아마 아빠였을 거예요. 아빠는 집개가 아니라 떠돌이 개니까 사냥을 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난 내가 사고뭉치가 되어 두드려 맞은 게 차라리 나았어요. 아빠가 욕먹는 건 싫었어요. 그래요, 내가 사고뭉치예요. 저녁에 주인집 식구들은 새로 설치한 파라솔 테이블에 둥글게 모여 앉았어요. 즐겁게 웃고 떠들었어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요. 난 아직도 여기저기 욱신거리는데.노을이가 멸치를 듬뿍 가져다 주었어요. 난 엄마와 멸치를 나눠 먹었어요. 목이 메었어요. - 그래, 노을아, 너밖에 없다(「그래요, 난 사고뭉치예요」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이미애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중앙대학교에서 문예창작학을 공부했습니다. 198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굴렁쇠>가 당선되어 작가로 첫발을 내디뎠으며, ‘눈높이아동문학상’, ‘삼성문학상’ 등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반쪽이>, <모두 모여 냠냠냠>, <이렇게 자볼까 저렇게 자볼까>, <가을을 만났어요>, <행복한 강아지 뭉치>, <뚱보면 어때, 난 나야>, <멋진 내 남자 친구>, <자신만만 세계의 신화> 등이 있습니다.
목차
1. 노을아, 뭉치 여기 있어
2. 신발 속에 날 낳아대요
3. 아빠도 짝귀 나도 짝귀
4. 그래요, 난 사고뭉치예요
5. 엄마, 가지 마
6. 으악, 벌떼다
7. 고래는 싸우고 새우는 뭉쳐요
8. 돌탱아, 노올자
9. 출세한 똥개
10. 꾹꾹 참을 거야
11. 이쪽이야. 날 따라와
12. 우리 모두 착한 강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