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시인이자 고고학자인 작가가 어릴 때 듣고 자란 옛이야기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쓴 첫 판타지 동화이다. [삼국유사]속에 인간계와 도깨비의 세계를 넘나드는 신화적인 존재로 기록되어 있는 비형에서 모티브를 얻어, 인간을 위협하고 괴롭히는 도깨비가 아니라 인간을 돕고 인간과 소통하는 유쾌한 도깨비 다비의 이미지를 탄생시켰다.
다비는 겁쟁이인 자신에게 주어진 힘겨운 운명을 부정하려 하지만, 든든한 친구 인인이와 모험 중에 만난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용기를 얻고 도깨비나라를 구하고자 한다. 땅밑나라에서 하늘정원까지 역동적인 수직적 공간 이동, 인간적 시간의 개념을 초월하는 시간 구멍 등 여러 차원을 넘나드는 다양한 시공간 속에는, 우리나라 남쪽 끝 진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시인의 개인적 경험이 엿보인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으며, 극중 인물들을 통해 타인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과 악인조차도 따뜻하게 감싸안는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출판사 리뷰
시인 허수경이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판타지 동화
스물다섯 나이에 세상을 통달한 듯한 시어로 80년대 젊은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 시인 허수경의 첫 판타지 동화《마루호리의 비밀》이 출간됐다. 작가는 한국에서 주목 받는 시인으로 자리매김하던 어느 날, 홀연 독일 행을 결심하고 고대근동 고고학을 공부하며 벌써 십여 년 째 그곳에 머물고 있다. 방학 동안에는 발굴 현장 땡볕 아래서 유적지를 탐사하고, 학기 중에는 집과 도서관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고고학도의 모습이다가도, 문득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과 낯선 이국땅에서의 외로움이 차오를 때면 다시 시인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마음을 단정히 하고 책상 앞에 앉는다.
작가가 어린 시절 고향 진주에서 들었던 ‘도깨비 이야기’는, 방학이면 학생들 대부분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텅 빈 학교 기숙사에 홀로 남아 있던 작가에게 낯선 공포와 더불어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방학 동안 탐독했던《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도깨비 ‘비형’은 작가에게《마루호리의 비밀》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작가는 인간계와 도깨비의 세계를 넘나드는 신화적인 존재로 기록되어 있는 비형을 통해, 인간을 위협하고 괴롭히는 도깨비가 아니라 인간을 돕고 인간과 소통하는 유쾌한 도깨비의 이미지를 탄생시킨다.
그와 더불어 그림자처럼 환상적인 이미지의 붉은도둑대왕, 투박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지만 따뜻하고 여린 마음을 지닌 회색 얼굴, 바다에 사는 물원숭이, 노래하는 물고기 등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다. 또한 땅밑나라에서 하늘정원까지 역동적인 수직적 공간 이동, 인간적 시간의 개념을 초월하는 시간 구멍 등 차원을 넘나드는 다양한 시공간 속에는, 우리나라 남쪽 끝 진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시인의 “즐거운 아이”가 살아있다.
“누군가를 위하여 꼭 무언가를 해야 할 때,
마음 간절히 원하면 볼 수 있는 아이, 다비”
이 책의 주인공 다비는 도깨비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작고 겁쟁이인 꼬마 도깨비다. 아이 도깨비는 누구나 일곱 살이 되면 부모한테서 선물 받은 말하는 나뭇가지로 호리를 찾아야 한다. 호리는 땅밑이 머금고 있는 따뜻한 기운이 모여 만들어진 작은 공으로, 도깨비들에게 불과 물을 제공하는 생활의 중요한 자원이다. 하지만 다비의 나뭇가지는 말을 할 줄 몰라서 다비는 호리를 찾을 수 없다.
그런데 땅밑나라 깊숙이 갇혀 있던 붉은도둑대왕이 도깨비나라에 다시 나타나면서 아이 도깨비들이 사라지고, 도깨비나라의 수호신인 마루호리와 푸른용도 기운을 잃는다. 도깨비나라를 구하려면 새 마루호리를 찾아 푸른용에게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야 하는데…….
놀랍게도 보통 호리조차 찾을 수 없던 가장 작고 겁쟁이 다비에게 마루호리를 찾아 도깨비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운명이 주어진다. 다비와 용감한 친구 인인이는 마루호리를 찾는 과정에서 검은풀의 공격을 받아 죽을 고비를 넘기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신비한 능력을 얻게 된다. 다비는 눈을 감으면 진실을 볼 수 있고, 인인이는 한쪽 다리에 날개가 돋은 것이다.
다비는 겁쟁이인 자신에게 주어진 힘겨운 운명을 부정하려 하지만, 든든한 친구 인인이와 모험 중에 만난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용기를 얻고 도깨비나라를 붉은도둑대왕의 손아귀에서 구한다.
“인간의 역사는 다른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발전한 역사”
한편 작가는 이 이야기에서 악한 인물로 붉은도둑대왕을 내세운다. 여기서 작가는 단순히 선과 악의 대결구도를 만들기 위해 그러한 인물을 세운 것이 아니라, 악한 인물이 왜 악하게 되었는가에 주목한다.
원래 사람의 나라 왕의 아들이었던 붉은도둑대왕은 사랑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게 되면서 죽음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원한 생명을 꿈꾼다. 하지만 자신의 왜곡된 욕심을 채우기 위해 타인을 해하는 붉은도둑대왕은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다비와 인인이 앞에서 무너지고, 어미의 품속으로 돌아가 다시 착한 마음을 되찾게 된다.
엄마 없는 다비, 아빠 없는 인인이, 부모를 잃은 붉은도둑대왕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지닌 인물들이다. 작가는 머리말에서 “인간의 역사는 다른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발전한 역사”라는 한 역사학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속 빈자리를 서로서로 채워 악한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을 때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작품은 판타지 동화인 만큼 상상의 인물들과 시공간이 풍부하게 펼쳐진다. 굵은 먹선으로 우리 옛이야기 속 도깨비들과 상상 속의 공간을 때론 익살스럽게, 때론 강렬하게 표현한 그림들이 이 작품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작가 소개
저자 : 허수경
196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슬픔만 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이 있고, 산문집으로 『길모퉁이의 중국식당』 『모래도시를 찾아서』 『너 없이 걸었다』 등이 있다. 1992년 이후 줄곧 독일 뮌스터에 살고 있다.
목차
작가의 말
도깨비나라
한밤의 습격
마루호리
땅밑나라에서
사라진 아이들
상처 입은 푸른용
다비의 비밀
인인이의 날개
시간 구멍과 회색얼굴
다섯 개의 해
바다에 사는 물원숭이
닫힌 하늘정원
노래하는 물고기
말하는나무들의 숲으로
대인어른의 비밀
죽음의 계곡
사람의 나라에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