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동배를 주인공 화자로 내세워 초등학교 4학년 아이의 눈에 비친 ‘있는 그대로의’ 나와 가족, 학교, 사회를 반추한다. 『학교에 간 개돌이』『청소녀 백과사전』등에서 익히 보여준 특유의 눙치는 어법과 너스레로 심각하고 슬픈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아무렇지도 않게 들려준다.
동배의 아빠나 담임선생님, 교장선생님, 그리고 자전거포 아저씨 등은 동배의 마음속에 분노를 심어준 장본인들이다. 천진난만하게 보내야 할 어린 시절을 가족의 생활고로 마음 아파하며 마음속에 분노의 불길을 키우며 보내고 있는 아이들이 우리 주변엔 너무나 많다.
작가는 자신 안에만 담고 있을 땐 남에게 화를 입히는 분노의 불이지만 서로 관심을 갖고 사랑을 나누면 아픈 어른들, 우는 아이들, 새끼 오리와 강아지와 들쥐까지도 다 그 불 곁으로 와서 눈물을 닦고 마음을 녹일 따뜻하고 눈부신 빛으로 바뀔 것이라는 사실을 이 작품을 통해 일깨우고 있다.
출판사 리뷰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우리시대의 문제아
21세기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한 것이 사회 양극화 현상이다. 부익부빈익빈의 문제는 단지 어른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가장 민감하게 영향 받는 대상은 바로 아이들이다. 가족 내에서, 그리고 학교와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어떻게 자리매김 되는지 정확히 알아차린다.『불을 가진 아이』의 주인공 최동배도 마찬가지다. 아빠는 동네 채석장에서 일을 하고, 엄마는 봉고차에 화장품을 싣고 다니며 장사를 한다. 우리네 지방 소도시가 그렇듯이 동배네 동네 역시 한쪽에는 개발 바람이 불어 아파트가 들어섰고, 또다른 한쪽에는 새로 아파트를 짓기 위해 헐려 나간 빈집들이 있다. 동배네 집은 아파트도 아니고,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된 곳도 아닌, 시장통 골목에 있는 허름한 쪽방이다.
이런 배경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라면 무겁고 암담한 분위기를 떠올리겠지만,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작가는 동배를 주인공 ‘나’로 내세워 초등학교 4학년 아이의 눈에 비친 ‘있는 그대로의’ 나와 가족, 학교, 사회를 반추한다. 『학교에 간 개돌이』『청소녀 백과사전』등에서 익히 보여준 특유의 눙치는 어법과 너스레로 심각하고 슬픈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아무렇지도 않게 들려준다.
동배는 4학년인데 구구단도 못 외우고, 어쩌다 준비물을 ‘가져오면’ 반 아이들이 놀랄 정도로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못한 아이다. 그런데다 남의 물건을 훔치기까지 한다. 자기 말로는 ‘빌리는’ 거라 하면서 자신을 정당화하지만 선생님 라이터를 ‘빌려’ 불장난을 하다 경찰 아저씨한테 혼나기도 하고, 짝꿍 지갑에서 돈을 ‘빌려’ 오락실에서 오락을 하다 중학생 형들한테 빼앗기고, 그 사실을 안 엄마한테 된통 혼나기도 한다. 한마디로 동배는 문제아다. 자전거포 아저씨 말을 빌리면 “어린 게 벌써 싸움질이나 하고 도둑질이나 하고 다니는” 동네 골칫거리에 “가정교육이라고는 순 빵점인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동네에서 최고로 큰 채석장 집 딸인 짝꿍 세령이가 동배한테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고, 학교 옆 아파트 단지에 사는 지훈이 같은 단짝 친구가 있다는 것이다.
동배는 불장난하는 것을 좋아한다. 선생님 성냥을 훔쳐 성냥불 켜는 연습을 하며, 불을 켜면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기분 좋’아 한다. 꿈속에서는 반쪽이 산에 불을 지른다.
우리시대 ‘가족’의 자화상
『불을 가진 아이』에 나오는 동배네 가족은 이 시대 어두운 그늘에 가려져 있는 가족의 현실을 조명한다.
동배네 아빠는 채석장 일을 하다 사고를 당해 한쪽 눈을 실명하고 의안을 낀 채 생활한다. 그래서 채석장에서도 ‘다른 아저씨들의 심부름이나 뒷정리’ 같은 일만 한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비루한 자신의 삶에 자주 분노한다. 그 불에 데는 사람은 바로 동배다. 어릴 때 아빠가 강제로 구구단을 외우라고 시킨 탓에 동배는 아직까지 구구단을 외우지도 못하면서, 불안하면 자기도 모르게 구구단을 더듬거린다. 밥상에서 생선을 뒤집었다는 이유로 심하게 맞기도 하지만 그 덕분에 아빠로부터 5천원을 받기도 한다. 동배는 이런 아빠가 싫어서 꿈속에서일망정 반쪽이 산에 불을 지르고, ‘힘세고 건강하고 착한’ 아빠를 달라고 기도하기도 하고, 어른이 되면 트럭 운전사가 되어 “사랑하는 엄마를 태우고 아주 먼” 곳으로 떠날 생각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민속촌에 수학여행 갔다가 아빠 선물로 가짜일지언정 금반지를 사다 주고, 엄마가 집을 나가 버릴까 봐 전전긍긍해하는 착한 아들이다.
동배는 어쩌다가 남의 물건을 훔치게 된 걸까? 학교 들어가 처음으로 치르는 행사인 운동회 날 아무도 오지 않아서 동배는 얼굴도 모르는 낯선 아줌마와 춤을 추고, 점심도 김밥 대신 혼자서 과자를 사먹었다. 그날 돌아오는 길에 동네 가게에서 밤색 젤리를 훔친 게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날 동배는 아빠로부터 심하게 매를 맞았다. 동배는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이제 여러 번 남의 물건을 ‘빌려 쓰는’ 아이가 되었다. 펑크난 자전거 바퀴를 때우기 위해 자전거포에 쌓아둔 바퀴를 훔치려다 걸려서 엄마한테 크게 혼이 날 위기에 처하자 동배는 가출을 하고 만다.
“‘내가 먼저 나가 버리면 엄마는 집을 나가지 않겠지.’ 날마다 내가 엄마를 기다려 줬으니까 엄마도 나 좀 기다려 보라지. 그럼 얼마나 속상한지 알겠지.” 하는 마음으로 빈집을 찾아 들었다가 추위에 못 이겨 불을 피운다는 것이 그만 큰불을 내고 만다. 불은 더 이상 동배에게 ‘용기를 주는’ 대상이 아니라 두려움과 공포로 다가온다. 이대로 달아날까, 사랑하는 엄마에게 달려갈까, 혹시라도 반쪽이 산까지 불이 번져 아빠가 화를 입지는 않을까 하는 어린아이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갈등 속에 동배는 하염없이 울고만 있다.
마음속 불이 환한 빛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동화작가 김옥이 탄생시킨 문제적 주인공 동배는 지금 우리네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는 아동이다. 아마도 이렇게 문제가 많은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적은 우리 동화에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고뭉치 문제아가 밉다기보다는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동배의 마음속에 불을 키우게 한 이면에는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어른들과 익명의 우리가 숨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배의 아빠나 담임선생님, 교장선생님, 그리고 자전거포 아저씨 등은 동배의 마음속에 분노를 심어준 장본인들이다. 동배가 처음 남의 물건을 훔친 것은 생활고로 힘든 부모일지언정 그날 하루만큼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마음의 표출이었다. 천진난만하게 보내야 할 어린 시절을 가족의 생활고로 마음 아파하며 마음속에 분노의 불길을 키우며 보내고 있는 아이들이 우리 주변엔 너무나 많다. 그 불이 작가의 말대로 “밖으로까지 번져 주위를 상하게 하고 다치게 하기” 전에 모두가 힘든 상황일지라도 서로 나누고 보듬어야 할 때다. 작가는 자신 안에만 담고 있을 땐 남에게 화를 입히는 분노의 불이지만 서로 관심을 갖고 사랑을 나누면 “아픈 어른들, 우는 아이들, 새끼 오리와 강아지와 들쥐까지도 다 그 불 곁으로 와서 눈물을 닦고 마음을 녹일” 따뜻하고 눈부신 빛으로 바뀔 것이라는 사실을 이 작품을 통해 일깨우고 있다.
작가 소개
저자 : 김옥
1963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전주교육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2000년에 『한국기독공보』 제1회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학교에 간 개돌이』 『축구 생각』 『준비됐지?』 『달을 마셨어요』 『물렁물렁 따끈따끈』 등을 펴냈습니다.
목차
글쓴이의 말
반쪽이 산
불을 가진 아이
빌려 쓰는 아이
오줌 싸는 밤
아빠 하나 주세요
내 날개를 찾아서
반짝이는 것이 다 금은 아니다
멍
분홍 장갑
바퀴 빌리기
굴러가는 바퀴들
빈집에서
마지막 성냥 한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