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무속은 오랫동안 우리 신앙의 중심이 되어 왔다. 무당은 신과 인간의 매개해 주는 역할을 했으며, 국가의 안녕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제사장이자, 치유자, 예언자였다. 하지만 현재에 와서 무당은 스스로의 타락과 외래 종교의 유입으로 점차 음성적인 사제자, 예언자로 전락하였고, 굿이 가지는 문화적 가치는 겨우 그 명맥만 유지하게 되었다.
주인공 연이와 무당 엄마 이야기를 통해 종교적 의미의 무당이 아닌 마을의 안녕을 위해 제사를 지냈던 '꾼'으로서의 무당을 보여줌으로써 그저 미신으로 여겨지는 무당과 굿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재평가할 기회를 가진다. 단골은 원래 무당을 뜻하며, 단골손님이라는 말은 작은 일이라도 생기면 무당을 찾아가 의논하고 해결했던 것에서 유래한다.
또 손님이라는 말에는 천연두라는 이중적인 의미도 함께 담았다. 우리 아이들이 종교적인 선입견 없이 우리 문화와 예술의 뿌리가 되었던 무당과 굿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무당 엄마를 부끄러워하는 연이와 엄마의 갈등 해결 구조를 통해 자연스럽게 무당과 굿을 이해하도록 했고, 그림은 무복처럼 아름답고 화려하면서도 차분한 색채를 적절히 사용하여 이야기의 무게를 덜어 주었다.
또한 마지막 정보 페이지에서는 무당과 굿 그리고 이야기의 소재가 된 손님굿과 마마에 대해서 아이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출판사 리뷰
우리 문화의 원류를 찾을 때 간과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무당이다. 무당은 고대 부족국가에서부터 오랫동안 우리 신앙의 중심이 되었다. 무당은 국가의 안녕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제사장이자 병을 치료하는 치유자였으며 미래를 예언하는 예언자였다. 무당은 굿판을 벌여 춤추고 노래했는데, ‘굿’은 무당이 행하는 종교적 표현의 핵심으로 예술적 요소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 특히 ‘무가’는 <바리공주> <심청전> <살풀이> 등과 같은 신화와 고대소설, 판소리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오늘날 우리 예술과 문화 속에 깊숙이 흐르고 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거쳐 우리 삶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무당은 외래 종교들이 유입되고 샤머니즘이 사라진 현대에 이르러 음성적인 사제자, 예언자로 전락하였고, 미신으로 치부되게 되었다. 그 결과 지금의 무당은 신통력을 이용해 인간의 인생을 점치는 것으로 생계를 꾸리는 일명 ‘점쟁이’로 전락하였고, ‘굿’은 옛 문화적 가치로서 겨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무당이나 무속에 대한 인식은 다소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져 우리 문화의 한 부분으로서의 자격으로 전면적으로 다루어지지 못했다. 특히 아이들에게 무당이나 무속에 대해 얘기하고 알릴 수 있는 통로는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파리에서는 국내 최초로 우리 문화와 예술의 뿌리가 되었던 무당을 아이들이 열린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만나보고, 함께 ‘무당’과 ‘굿’에 대하여 재평가하는 기회를 가지고자《단골손님》을 기획하였다. 이 책에서는 종교적이거나 부정적인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하여 마을의 안녕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꾼’으로서의 무당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의 제목인 ‘단골손님’에서 ‘단골’은 마을에 크고 작은 일이 생겼을 때 정해놓고 찾던 무당을 이르는 말이다. 오늘날 늘 정해놓고 찾아가는 가게를 두고 단골집이라 하는 것도 이에서 유래되었다. 또 ‘손님’에는 ‘찾아온 이’라는 단어 본래의 의미와 함께 천연두(마마)라는 이중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 ‘단골손님’이란 집안과 마을의 근심을 덜고 치유하기 위해 무당을 찾는 과거와 현재의 ‘우리’이자, 단골무당을 통해 다시 하나가 된 마을사람들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는 《단골손님》을 통해 아이들이 어렵게 느끼거나 거리감 또는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직접적으로 ‘무당’과 ‘굿’에 대하여 설명하기보다는 엄마를 부끄러워하는 주인공 연이와 단골네 엄마, 마마로 인해 갈등을 겪는 마을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무복처럼 아름답고 화려한 색채를 사용한 그림에서는 적절한 여백과 조화를 통해 절제된 느낌을 유지하였다. 정보 페이지에서는 ‘무당’과 ‘굿’ ‘손님굿’과 ‘마마(천연두)’에 대한 설명을 통해 이야기의 이해를 도왔다.
내용 소개
연이는 단골무당인 엄마가 부끄럽기만 합니다. 어느 날 밤, 이름 모를 손님이 찾아옵니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 주던 엄마가 그 손님에게는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연이에게도 그 손님에게 절대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단단히 이르고는 굿을 하러 나갑니다. 하지만 연이는 다시 찾아온 손님이 발이 아프다고 말하자 담장 너머로 신발을 던져 줍니다. 그날 밤, 신발을 신은 손님은 온 마을에 마마(천연두)를 퍼뜨렸습니다.
천연두가 돌자, 마을 사람들은 서로 싸우고 자기를 위해 ‘굿’을 해달라면서 연이 엄마를 찾아옵니다.
엄마는 마을 사람 모두를 위한 ‘굿’을 열게 되고, 엄마의 ‘굿’을 통해 마을 사람들은 모두 화해하게 됩니다.
이제 연이는 단골무당인 엄마가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단골네!”
연이는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귀를 막곤 합니다. “엄마는 무당 일을 왜 한담. 대접도 안 해 주고,
무시하기만 하는데.”
마마는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문을 굳게 닫아걸었습니다. “저리 가요! 우리 아이에게 옮기면 어쩌려고.”
사람들은 만나기만 하면 싸웠습니다.
“손님을 보내 보세. 손님을 보내 보세.”
엄마는 점점 더 크게 노래하고 춤을 추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언제 싸웠냐는 듯이 모두 한데 어우러졌습니다.
연이는 엄마가 자랑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