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경종과 영조 대에 활약한 문신으로, 오늘날까지 '암행어사의 대표 인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박문수에 얽힌 일화 9편을 모았다. 지방의 탐관오리들을 보기 좋게 벌주는 구전설화 속 영웅담 대신, 실존 인물 박문수에 얽힌 일화를 좇아 문헌에 나타난 기록을 충실히 담았다.
바른 말을 서슴지 않은 꼿꼿한 선비 이태중, 당파를 떠나 옳다 생각한 것은 목숨을 걸고 주장한 조태채와 그의 아들 관빈, 그리고 당파에 관계없이 고른 인재 등용을 주장한 탕평주의자 이광덕. 또 비렁뱅이라도 괄시하지 않고 존중한 물 긷는 종,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의 나그네를 보아 넘기지 않은 소년, 옳은 것을 위해 뜻을 굽히지 않은 북관 소녀 가련 등이 등장한다.
출판사 리뷰
부패한 조선 사회를 호령한 '암행어사'의 상징 박문수에 얽힌 일화 9편
현역 시인과 작가들이 원전의 뜻과 느낌을 최대한 되살려, 어린이와 청소년 들이 고전 읽기의 즐거움과 보람을 한껏 누리게 만든 '재미있다! 우리 고전' 씨리즈의 18번째 권.
설화 속 '영웅'에서 문헌 속 '인물'로 새롭게 태어난 박문수 이야기
이퇴계, 정약용, 김정희 등 '어사'로 활약한 바 있는 조선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을 제치고 박문수가 전국 암행어사 설화의 주인공이자 암행어사를 대표하는 인물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
박문수가 암행어사로 활약한 것은 1727년 영남 별견어사로 파견 나간 것과 1731년 호서 어사로 활동한 것이 전부다. 만 2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박문수는 지방의 어려운 사정을 진심으로 살피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박문수는 평소 재치와 익살 넘치는 말과 격식을 깨는 행동을 자주 하는, 튀는 인물이었다. 백성들에게는 점잖고 신중한 선비들 사이에서 튀는 박문수가 꽤나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또한 박문수는 명문세도가 출신과 달리 서민적인 것으로 알려져, 백성들의 큰 지지를 얻었다. 여기에 암행어사라는 특수한 신분까지 더해 박문수는 세상을 바꿔 줄 '영웅'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그동안의 박문수 일화를 담은 책은 모두 이러한 '영웅' 박문수를 소개해 왔다. 백성들 가까이로 내려와, 권위적이지도 않고 점잔을 빼지도 않는 진솔한 모습으로 탐관오리들을 호령하는 박문수의 모습에서 백성들은 큰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 그리하여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어 전해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박문수를 너무 영웅화한 나머지 박문수라는 실존 인물에 대해, 그리고 암행어사라는 신분에 대해 그동안 많은 오해가 쌓여 온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박문수를 영웅화한 구전설화 대신 『송천필담(松泉筆譚)』 『청구야담(靑丘野談)』 『기문총화(記聞叢話)』 『계서야담(溪西野談)』 등 옛 문헌에 나타난 박문수의 실제 면모만을 충실히 소개하고 있다. 어사로서 곤경에 처한 민초를 돕는 박문수가 있다면 부정한 방법으로 과거를 치르고, 얕은 수로 친척이 벼슬을 받게 돕는 또 다른 박문수가 있다. 지체 높은 벼슬아치들을 놀리고 속이는가 하면 도리어 벼슬아치로서 따끔하게 추궁당하기도 한다. 그래서 입담으로 전해진 박문수전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암행어사 출두야!"를 외치며 등장하는 정의롭고 통쾌한 어사로서의 면모뿐만 아니라 꾀를 부리고, 부정을 저지르고, 망신을 당하는 다소 낯설고 재미난 모습까지 만날 수 있다. 이를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 들이 박문수라는 인물을 마주하며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박문수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조선 후기 사회를 함께 살펴봄으로써, 여전히 부정과 부패가 난무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
이야기에 덧붙인 '어린이와 청소년이 읽는 작품 해설'에서는 본문 9편 일화의 원전을 밝히고 박문수와 함께 조선 시대 암행어사의 소임과 권한, 어려움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여봐라, 당장 저놈을 쫓아내라!"
본관 사또의 불호령에 구실아치들이 박문수에게 썩 나오라고 야단이었다.
"내가 왜 내려가느냐? 내려가려면 여기 계신 분들이 내려가야지."
본관 사또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서 핏대를 세웠다. 이에 질겁한 구실아치들이 우 하고 달려들어 박문수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때 문밖에 있던 역졸들이 우르르 뛰어들며 외쳤다.
"암행어사 출두야!"
작가 소개
저자 : 정종목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1990년 [실천문학] 봄호에 <그리운 반딧불>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92년 보고문학 <비싼 여름>으로 제4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다.1991년 부터 1992년까지 민족문학작가회 시분과 청년위 간사를, 1993년에는 민족문학작가회의 민족문학연구소 간사를 역임했다.시집 <어머니의 달>과 <복숭아뼈에 대한 회상>을 비롯, 어린이를 위한 인물이야기 <김창숙>, <꽃씨 할아버지 우장춘>, <음악의 바다, 바흐> 등이 있다.
목차
고전의 재미 속으로 빠져 보자
재상의 행차를 가로막은 젊은 선비
시골 선비를 속여 과거에 급제하다
진주기생과 물 긷는 종
밥 한 그릇으로 장가든 소년
구천동 오방신장
지방 수령이 할일
판서들을 속이다
원수 집안
북관 여걸의 무덤
어린이와 청소년이 읽는 작품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