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연필시문학상, 오늘의 동시문학상, 대산창작지원금을 받은 바 있는 유미희 시인의 신작 동시집. 시인은 상투적인 시어나 비유, 착한표 동시 등을 극복하고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담아 초등 중학년들이 읽기에 적당한 참신한 시들을 창작했다.
작고 부드러운 것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 삶의 관조와 인생의 의미, 자연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다운 독특한 시선, 일상에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것들에 대한 시인만의 애정이 엿보이는 시들이 담겨 있다.
출판사 리뷰
탈바꿈을 꿈꾸는 동시판
동시판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몇 년 전에 비해 출간 종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베스트셀러 동시집이 속속 나오고 있다. 또한 성인시를 써온 시인들의 동시집 출간이 빈번해져서 기존 동시인들의 시집들과 함께 독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다. 말놀이 동시나 옛이야기 동시, 동시조 등 다양한 기획의 시집들로 차별화되어 나와 있고, 고학년들이 봐도 좋을 깊이 있는 동시들이 있는가 하면, 미취학 아이들 및 저학년 아이들의 생각이 잘 살아 있는 천진난만한 동시들도 많다. 이렇게 보니 아주 다양한 동시 밥상이 잘 차려져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정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사실 동시인들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동시인들은 오랫동안 묵은 동시의 문제점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어린이문학 관련 잡지에 기고하는 글이나 세미나 등을 통해 속히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어떻게 해야 최승호, 신현림, 김용택, 안도현 같은 시인들의 베스트셀러에 대응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어린이 독자들에게 소구력 있게 다가갈 것인가 궁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동시인들은 문제점을 몇 가지로 정리했다. 상투적인 시어나 비유, 자연 예찬, 착한표 동시, 과거 회귀 등등 동시인들이 극복해야 하는 지점들이다. 기존 동시들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동시가 동화에 비해 사람들의 관심을 덜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그렇다면 어떤 동시들이 요즘 독자들의 입맛에 맞을까?
작고 부드러운 것에 따스한 시선을 담은 동시
그런 의미에서 유미희의 새로운 동시집 『짝꿍이 다 봤대요』는 독자들에게 반가운 동시집이 될 것이다. 유미희의 동시는 동시인들 스스로 짚은 문제점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있다. 특히 이번 동시집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우리 주위에 널려 있으나 잘 눈에 띄지 않는 작고 조용한 것들의 소중한 가치에 귀를 기울였다는 점이다. 요즘처럼 농촌 인력이 부족한 때, 논에 풀 매고, 물바구미 잡고, 거름도 주는 작은 오리들의 기특함을 노래한 「조그만 오리」나, 병아리, 염소, 누렁이, 돼지, 대추나무, 앵두나무, 감나무, 백일홍, 맨드라미, 분꽃 등이 다 모여 살아도 다투는 소리 한번 없는 시골 할아버지네 작은 집을 그린 「집 한 채에」는 작고 하찮은 것에 따스한 시선을 두고 감사하는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밭도 아니고 옆에 붙어 있는 밭둑은 윗집 할머니와 옆집 언니, 우리 엄마에게 머위 잎도 주고 씀바귀도 주고 돌나물도 주면서 하물며 예쁜 꽃도 피워낸다. 이 얼마나 기특한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보일 수 있는 것들이 실상 우리가 살아가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진리를 일깨워준다.
실비가/목바른 풀뿌리의 입술을 적셔 준다/저녁내//개미가/단단한 벽을 뚫어 길을 낸다/온종일//개미취가/길 가던 벌들 쉬어 가는 꽃의자가 된다/여름내//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마음에 둔 일을/해낸다.(「고 작은 것들이」)
마지막 연에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마음에 둔 일을 해낸다.”라는 표현이 절묘하다. 작고 부드럽고 조용한 것들은 아무 소리도 없이 제 역을 가만히 그리고 든든히 해낸다. 감자밭에 있는 아무 쓸모도 없어 보이는 바윗돌도 마찬가지다. “바윗돌 무릎에/얼룩나비 내려와 놀고/다리 아픈 멧새 쉬어 가고/풀 매는 할머니 기다리는 물통 잠시 머물다 가는 걸”(「눈치 없다고?」) 보면 바윗돌이 눈치 없이 앉아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이렇듯 유미희의 동시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는 그 존재 가치가 있고 인간만이 세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주고 그래서 겸허한 마음을 먹게 해 준다.
삶의 관조가 배어 있는 동시들
유미희 동시의 또다른 장점은 동시 안에 삶의 관조를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잘 담아냈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동시로 「시간의 탑」을 보자.
할머니,/세월이 흘러/어디로/훌쩍 가 버렸는지 모른다 하셨지요?//차곡차곡/쌓여서//이모도 되고/고모도 되고/작은엄마도 되고,//차곡차곡/쌓여서//엄마도 되고/며느리도 되고/외할머니도 되었잖아요.//우리 곁에/주춧돌처럼 앉아 계신//할머니가 그 시간의 탑이지요.
여자로 태어나 이모도 고모도, 엄마도 되었다가 자연스레 할머니가 된다는 삶의 이치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어렵지 않게 잘 표현해낸 시다. 이 시는 어른이 읽어도 좋고, 아이가 읽어도 좋을 것이다. 각자 그 나이에 느끼는 느낌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되는 시, 그게 바로 좋은 시다. “외숙모가 낳은/아기는//처음으로//외삼촌에게는/아빠라는 이름을//엄마에게는/고모라는 이름을//나에게는/누나라는 이름을/새로 주었다.//이 세상 어느 가게에서도/살 수 없는 것을/선물로 가져 왔다.”(「선물」) 새로 태어난 생명이 가족들에게 소중한 이름을 선물로 가져왔다는 이 시 역시 인생의 이치를 깨닫게 해 주면서 아이들에게는 관계의 의미에 대해 알게 해 주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
“바닷물은/아무리 마음 급해도/뛰어가지 않는다.//한걸음 앞으로 내딛을 때마다/뒤로 반걸음씩 물러나/생각하다/다시 앞으로 간다.//한 걸음/한 걸음/앞만 보고 가서//갯바위 따개비 잘 크는지 들여다보고/종수네 고깃배 수평선까지 밀어다 준다.”(「딱 반걸음씩」)
바다를 보고 노래한 동시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파도의 들고남을 반걸음씩 뒤로 물러나 생각한다고 표현한 시는 거의 없다. 그만큼 시인만의 사물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이 담겨 있다. 그리고 바닷물의 들고남에 인생의 이치를 담아내는 것이 색다르다.
아이들 가슴속을 살살 간질이는 동시들
그렇다고 시집 전체가 인생의 의미를 노래한 시들로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속내를 간질간질 잘도 건드린 시들도 많다. 새로 전학 온 여자 짝을 혼자 마음속에 심어두고 “친구들 이름/하나 둘/풀처럼 뽑혀 나가도//마음뜰/꽃내음으로 어룽지게 할/꽃나무”(「꽃나무」)라며 한 아이의 이름은 절대 잊지 않으려는 아이의 귀여운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또한 한 친구는 오솔길에서 달팽이, 풀무치를 찾고, 또다른 친구는 웅덩이에서 물방개 소금쟁이를 찾는 숨바꼭질을 할 때 “나는 친구에게서/숨은 그림을 찾는다/걸음걸이, 버릇, 말투……//옆에서 복/뒤에서 복/앞에서 보다/‘괜찮은 친구다’ 하고/콕콕콕 마침표 찍을 때까지.(「숨은 그림 찾기」)”라고 하는 아이의 순수함이 잘 그려진 시들도 많다.
이 외에도 초등 3~4학년을 중심으로 전학년이 읽어도 무방한 시들이 가득하다.
작가 소개
저자 : 유미희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다. 기차 여행, 걷기를 통해 길에서 본 것들이나 만난 것들을 틈틈이 글로 옮기는 것을 좋아한다. 2000년『아동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동시집『고시랑거리는 개구리』,『짝꿍이 다 봤대요』를 펴냈다. 연필시 문학상, 우리나라 좋은 동시 문학상, 오늘의 동시문학상, 대산창작기금 등을 받았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고 작은 것들이
쪼그만 오리
시간의 탑
선물
집 한 채에
밭둑은
고 작은 것들이
눈치 없다고?
구부러진 못
그만큼
휴가
솟대
감나무
고자질
2부 딱 반걸음씩
눈 온 날
미안해서
지구 교실에서
갯벌 학교
고집 센 콩넝쿨
부드럽고 조용한 것이
토끼풀
어쩐다니?
딱 반걸음씩
내 이름을 불러 봐
매미 껍질
낯선 손닙
내 말 들어
누에에게
염소 똥
똥
3부 숨은 그림 찾기
홍수
있으나 마나
날이 저물자
물물교환
같다
기다리는 자전거
주파수
효도
꽃나무
숨은 그림 찾기
할머니 손
샌드위치
목련꽃
소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