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사라져 가는 우리 판소리를 되살린 큰 소리꾼 박동진 할아버지 이야기. 전국 곳곳을 누비며 명창을 찾아다니면 소리를 배우는 이야기, 스승의 제자가 되기 위해 사흘 밤낮을 마당에 꿇어앉아 기다리던 이야기, 소리에 깊이를 더하려 100일 동안 동굴에서 홀로 소리 공부를 하다 똥물까지 마셔야 했던 이야기 등 흥미로운 후일담을 담았다. 할아버지가 걸어온 소리 인생을 통해서 판소리의 참맛과 우리 전통 문화를 이해해 본다.
명창 박동진은 1916년 충남 공주에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중학시절 그 시절 명창으로 잘 알려진 이화중선을 비롯하여 여러 소리꾼이 나오던 협룰사 무대를 보고 우리 판소리의 매력에 흠뻑 빠져 버렸다고 한다. 그 뒤 집을 나와 춘향가의 대가인 정정렬 명창을 찾아 계룡산으로, 수궁가의 대가 유성준을 찾아 경주로, 심청가의 대가인 김창진 명창을 찾아 서천으로...
이렇게 전국 곳곳으로 명창을 찾아다니면서 소리를 배워 나갔다. 이때 박동진은 스승의 꾸지람도 매도 무서울 것이 없었지만 짐 싸서 집으로 가라는 소리가 나올까 봐 가장 무서웠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박동진 명창은 여러 스승에게서 배운 소리를 조합하여 한 가지만을 고집하지 않고 자기만의 소리로 재창조하여 판소리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늘 개성 있는 소리 세계를 이루었다.마지막 '닭아 닭아'를 끊지 않고, 숨 길이가 다할 때까지 길게 질러대자, 선생님 목구멍에서 울컥 핏덩어리가 넘어왔어. 그 사실을 구경꾼들은 알아차리지 못했지. 나와 북장단을 치던 할아버지는 소스라치며 알았는데, 그 순간 파르르 온 몸이 떨리더구먼. 선생님은 거기서 잠시 소리를 멈추었어. 그러고는 부채를 탁 내려놓으며 슬피 우시는 거야. 나도 따라 울었지. 어른들도 울고, 아이들도 울고, 국수를 말던 아낙네까지 치맛자락을 들어올리며 눈물을 훔치더구먼. 그러니까 선생님이 부채를 탁 내려놓는 순간, 죽게 된 것은 심청이가 아니라 심청이가 되어 버린 구경꾼들 자신이었던 거야. 소리꾼과 구경꾼들이 하나가 되어 목놓아 울음을 우는 소리판. 목에서 핏덩어리가 넘어오도록 혼신을 다하는 소리... 그날 나는 소리판의 한 절정을 보았던 거야. - 본문 중에서
목차
- 핏줄은 못 속이나 봐
- 위대한 소리꾼들
- 꽃은 그냥 피는 게 아녀
- 소리 선생을 찾아서
- 혼이 깃들어 있는 소리
- 명창 김창진
- 김창진에게서 심청가를 배우다
- 소리를 하다가 피를 토하다
- 또다시 소리 선생을 찾아서
- 판소리 다섯 바탕을 다 배우다
- 백 일 동안의 소리 독공
- 인간문화재가 되다
- 지나는 길에 한번 놀러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