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교사로 살다 힘겨울 땐 시 뒤로 숨고, 시인으로 부끄러울 땐 학생들 뒤로 숨으며 살아왔다는 시인. 그러다 덜컥 교사와 시인이 하나가 된 순간을 맞았다고 했다. '간디학교'에서다. 제도권학교를 등지고 경남 산청의 대안학교로 간 그는 "내가 알고 있던 학교의 틀이 완전히 뒤집"하는 경험 속에서 어느새 시를 쓰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시인이 국어교사로 있는 간디학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 중등 대안학교. 지리산이 내다보이는 산자락에 있는 정원 120명의 기숙형 학교다. 시에 담긴 그 곳의 삶과 교육은 낯설다. 하지만 누구나 꿈꿔오던 학교 모습이 담겨서인지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제 1부 간디학교 연작시 열여덟 편에는 '쌤'(간디학교에서 아이들이 선생님을 부르는 말)과 아이들이 일구는 색다른 배움터의 정경이 오롯이 담겨 있다. 공동체를 지향하는 작은 학교이기에 가능한, '쌤'과 아이들의 인간적인 교감에 놓인 삶과 교육이 이색적인 감동을 자아낸다. 한편 아이들 스스로 활달하게 꾸려가는 학교 생활은 아이들에 대한 희망을 싹트게 한다.
전체 5부로 구성된 시는 시인이자 교사인 직업에서 기인하는 학교 생활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시인이 경남 산청 시골에 내려가 꾸민 삶을 포괄적으로 다루기도 한다. 핵심어는 '자연'과 '이웃'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에 경탄하고 이웃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대신, 시인의 눈은 늘 자연과 사람이 이루는 일상적인 만남에 초점을 둔다.놀아요이렇게 날씨 좋으니까 놀아요.비 오니까 놀아요.(눈 오면 말 안해도 논다.)쌤 멋지게 보이니까 놀아요.저번 시간에 공부 많이 했으니까 놀아요.기분 우울하니까 놀아요.에이, 그냥 놀아요.나는 놀아요 선생님이다. - 본문 중에서
꽃 파는 할머니검붉은 고무 함지에꽃을 담아 파는 할머니.신문지로 한 다발씩둘둘 말아 놓아도제 빛깔 잃지 않는 붉은 장미.노란빛 보랏빛 소국들.바쁘게 오가는 사람들눈길 바깥에 앉아서도환한 웃음 잃지 않는꽃 파는 할머니. - 본문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남호섭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92년 「담배 심부름」 등동시로 제1회 황금도깨비상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동시집 『타임캡슐 속의 필통』 『놀아요 선생님』 『벌에 쏘였다』를 냈습니다.
목차
머리말 | 어느새 나는 시를 쓰고 있었다
제1부 간디학교
만우절
스승의 날
시 읽기 삶 읽기
솔직히 말하면
교문 없는 학교
벌주기
정식이
한근이
기숙사
한솥밥 먹기
3월
굼벵이
놀아요
치약 전쟁
우리 교실
시 읽어 줄까
배꽃
내 여자 친구
제2부 봄비 그친 뒤
불 끈다
시 못 쓰는 시인
벌의 몸무게
옷
보랏빛
봄비 그친 뒤
사랑
대추나무
첫 발자국
집 없는 달팽이
선암사
제3부 도둑 할매
시골 버스 바쁠 게 없다
한여름 소나기
봄
꽃 파는 할머니
아스팔트 위의 깡통
산청 장날
도둑 할매
귀신 할매
일터
명우
제4부 잠자리 쉼터
방학 맞은 운동장
흙이 내게
자전거 찾기
똥
이름은 몰라도
잠자리 쉼터
고래의 죽음
투호
눈사람
꼬마잠자리
제5부 네가 부처님이다
지렁이
외할머니
흔들리는 차
두려움
할머니 전화
산수유
다모
가을
네가 부처님이다
눈
환한 봄빛
해설 | 삶의 아름다움, 시의 아름다움 _ 신경림